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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공연 후 작품 토론회 내용은 요 아래~~~^^
지난 7월 9일 <보이첵>첫 공연이 끝난 후 이를 관람한 한•중 양국 평론가와 공연예술 관계자, 관객의 작품 토론회가 이어졌다. 이 행사에는 왕샤오잉(王晓鹰)(국가화극원 부원장, 国家话剧院), 리지더(黎继德)(연극평론가), 랴오샹홍(廖向红)(중앙희극학원 부원장, 中央戏剧学院), 허순자(연극평론가, 서울예술대학교 교수), 임도완(보이첵 연출), 보이첵 배우(보이첵 권재원, 마리 정은영, 악대장 임우철)가 참여하였다. 오브제와 신체언어를 결합하여 만들어낸 새로운 표현 양식과 서사구조를 탈피한 구조적 특징에 토론회 참여자들의 관심과 반응이 집중되었다. 한편 임도완 연출가는 신체를 건축물에 비유하는 등 자신의 연극 철학과 비전을 전달함으로써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약 1시간 가량 진행된 이 날의 토론회는, 서사구조가 강하고 오브제 활용이 아직은 생소한 중국의 연극계에서 게오르그 뷔흐너의 원작을 새로운 극적 언어로 재창조한 <보이첵>이 그 지평을 넓혀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막을 내렸다.
일 시 : 2008.7.9 오후 8시 50분~10시20분 (1시간 30분)
장 소 : 조양구문화관9개극장
참석자 : 왕샤오잉(王晓鹰)(국가화극원 부원장, 国家话剧院)
리지더(黎继德)(연극평론가)
랴오샹홍(廖向红)(중앙희극학원 부원장, 中央戏剧学院)
허순자(연극평론가, 서울예술대학교 교수)
임도완(보이첵 연출)
보이첵 배우(보이첵 권재원, 마리 정은영, 악대장 임우철)
임도완(보이첵 연출) : 외국에서 작품을 무대에 올릴 때마다 관객들의 반응이 다르기 때문에 중국 관객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궁금하였습니다. 10년 전 <보이첵>에 대한 한국의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우리는 의자에 많은 은유법을 넣었지만 당시 관객에게는 신체의 움직임이나 오브제 연극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했었나 봅니다. 그래서 오늘 내심 많이 걱정을 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께서 박수도 많이 쳐주시고 작품 이해도도 높은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왕샤오잉(국가화극원 부원장) : 보이첵은 독일 표현주의 작가인 게오르그 뷔히너의 작품으로, 중국에서는 80년대 독일 연출가가 직접 공연하였고, 90년대에는 중앙희극학원에서 공연된 적이 있습니다.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작품은 중국에서 세 번째로 공연되는 보이첵 작품인 셈입니다.
랴오샹홍(중앙희극학원 부원장) : <보이첵>은 한국공연예술주간의 6개 작품 중 다섯 번째인데, 공연이 성공적으로 끝날 것이라 믿고 미리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게오르그 뷔히너의 보이첵이 연기전공 대학생 또는 전문 연극인들에게 특별한 사랑을 받아온 이유는, 원작의 미완성 결말이 예술인들에게 풍부한 상상력과 창작 가능성을 열어주기 때문입니다. 공연 관람 전에 대략적인 공연 자료를 살펴보며 피나 바우쉬의 작품이나 이오네스코의 의자를 상상하였습니다. 그러나 직접 본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보이첵>은 놀라운 기쁨을 선사하였습니다. 의자라는 소도구가 시각적으로 풍부한 이미지를 관객에게 선사하고 그들의 상상력을 자극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배우의 신체, 조명, 음악 등을 잘 활용하여 독특한 무대를 만들어냈고, 의자가 작품에 생명력과 의미를 부여했다고 봅니다. 인상 깊었던 것 중에 하나는 의자에 시간적 요소를 넣어 관객들에게 상상의 여지를 남겨주었다는 점입니다. 또한 배우들의 움직임, 신체언어를 통해 밤이 깊어가는 것을 나타낸 점도 그렇습니다. 의자와 배우의 연기가 결합함으로써 새로운 언어가 생성됩니다. 극 중 보이첵이 양쪽 의자로 신체의 평형을 유지하는 장면은, 그가 내면의 평정심을 어렵게 유지하다가 혼란을 겪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여러 가지 오브제를 사용하여 상상력이 풍부하고 시각적으로 강렬한 작품이 나왔습니다. 중국에서도 이런 작품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리지더(연극평론가) : 보이첵은 줄거리 자체는 간단합니다. 흔한 이야기를 이러한 방식으로 풀어내는 공연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른 공연과 특별히 다르게 느낀 점이 있다면 첫째로, 연출가 입장에서 어떻게 처리했는가의 문제입니다. 예전에 오태석 선생과 이윤택 선생의 한국작품을 본 적이 있는데, 전통적인 요소와 현대적인 요소가 결합한 방식이었습니다. 오늘 작품은 굉장히 새로운 방식으로, 현대적이고 권위적인 연출가의 관념세계가 잘 드러났다고 생각합니다. 20세기 들어서 가장 많이 발전한 것이 연출가와 무대미술이라고 봅니다. 예를 들자면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보이첵>에는 특별히 복잡한 세트나 무대요소가 있진 않습니다. 공연을 관람하기 전 여러 자료를 봤을 때, 일반적인 연출가들과 다르게 임도완 연출가에게는 독특한 연출세계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보통 연극작품은 스토리를 중심으로 전개되나 그의 작품은 복잡한 세트 없이 11개의 의자만으로 풍성한 이야기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스토리에 얽매이지 않고 의자만을 가지고 표현했음에도 불구하고 작품이 풍성합니다. 사다리움직임연구소가 아니라 의자움직임연구소라고 해야겠습니다.(웃음) <보이첵>은 또한 ‘이동’ 내지는 ‘운동’이라는 의미가 많이 들어간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것들이 독특한 스타일을 만들어 내는 것 같습니다.
랴오샹홍 : 조명이 인물의 영혼을 비추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다양한 색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의자와 신체 움직임으로 인물의 캐릭터를 잘 살려준 것 같습니다.
리지더 : 중국 연출가 중에도 움직임을 다룬 연출가가 있는데 그의 작품은 중국의 전통극, 특히 경극의 요소를 많이 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임도완 연출가의 <보이첵>은 전통을 기반으로 하는 것 같진 않습니다.
왕샤오잉 : 자, 이제 허순자 평론가의 말씀을 들어보기 전에 임도완 연출가에게 약간의 질문이 있습니다. 오늘 본 작품이 평소에 보던 피나 바우쉬 같은 해외예술가의 작품과 다르고, 중국 내 연출가들의 작품과도 구조라든가 무대 어법 측면에서 많이 다릅니다. 공연을 직접 관람하기 전 자료를 봤을 때는 건축이라든가 운동, 이미지 등의 개념이 잘 이해되지 않았지만 직접 무대를 보고 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이는 심리적인 공간이나 리듬감을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중국의 작품은 일반적으로 기승전결이나 시간의 흐름을 중요히 여기기 때문에 중국관객들에게 <보이첵>은 생소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건축물’이라든지 ‘이동’의 이미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임도완 : 저는 신체도 건축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체도 건축물처럼 공간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공간도, 질감도 달라집니다. 신체가 두 발로 서있다는 것 자체는 역동적이지요. 우리가 서있을 때 그냥 서있지만은 않고 발바닥은 중심을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안에는 균형을 이루려고 하는 떨림이 들어있습니다. 우리가 ‘부동(不動)’을 이야기할 때 이는 온전한 부동이 아닙니다. 신체공간을 건축물처럼 구긴 상태로 있으면 ‘상태’가 들어오게 되어 있습니다. 몸을 구기고 있으면 안락하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구겨진 공간 안에는 질감, 리듬, 시간이 들어있습니다. 그 안에 들어있는 것들을 언어로 만들어낼 때는 이를 편하게 이야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궁극적으로 연기자의 신체는 시적(詩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구상에서 추상으로 가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 극단에서 많이 이야기하는 단어 중 하나가 상태입니다. 상태는 설명하지 않고 그냥 그대로 있더라도 우리가 어떻다고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연기 역시, 무대 위에서 인상을 쓰지 않고 그대로 있으면서도 상태가 드러나는 연기가 좋은 연기라고 생각합니다. 세계적인 대배우들은 얼굴에 인상을 쓰지 않지만 우리는 그들의 연기를 보면서 인물이 느끼는 희로애락의 감정을 금세 알 수 있습니다. 많은 연기 학생들이나 프로페셔널 연기자들이 함정에 빠지는 부분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제일 설명하기 쉬운 부분이 얼굴이며, 이것은 연기자가 아닌 일반인들도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연기자는 무대 위의 극적 언어를 찾아서 연기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대 위의 공간이라고 하는 것은 일상 에너지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초일상의 에너지를 원합니다. 무대 위의 시간, 공간, 리듬은 다른 언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연기 자체도 일상적인 형태로 올라가면 안 되는 것이죠. 사실주의 연극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주의 연극이라고 하여서 일반적인 생활 자체를 무대 위로 올려서는 안 되며, 사실주의는 여러 가지 스타일 중의 하나인 것입니다. 건축물처럼 스타일화하여야지, 일상적인 언어로 무대에 올린다고 해서 사실주의 연극이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좋아하는 표현 방식이 건축물입니다.
허순자(연극평론가) : 앞의 선생님들 말씀 잘 들었습니다. 임도완 연출가는 무대 위 작품에서는 설명하려 하지 않았지만 이 자리에서 좋은 설명을 해주신 것 같습니다.
저는 오늘 이 작품을 2001년에 봤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이 작품은 한국 평론가의 관심을 끌진 못했었습니다. 아마도 작품의 표현 방식이 시대를 앞서갔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가슴이 떨리는 느낌을 오랜 동안 감추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이 작품은 오랫동안 잊혀졌습니다. 그리고 스위스, 일본, 그리고 작년 에딘버러에서 세계적인 관심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봄에는 대만에서 공연을 하였고, 이제 중국까지 한국 이웃 나라들이 이 작품을 다 만나게 되었습니다.
중국의 현대소설가 위화는 한국에 잘 알려져 있습니다. 저는 얼마 전 그분의 <형제>라는 작품을 읽었는데 그 머리말에는, 이 세계에는 거대한 간극이 있는데 하나는 역사적 간극이고 다른 하나는 현실적인 간극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첫 번째 역사적 간극은 문화혁명시대와 오늘날 중국의 현실 사이의 간극을 말합니다. 두 번째 현실적인 간극은 이강과 송강, 두 형제간의 간극입니다. 위화는 오늘날의 중국, 거대한 세계의 간극과 불평등을 이야기했는데, 173년 전 뷔히너의 이야기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그 이야기를 사다리움직임연구소는 그들만의 언어로 여러분에게 소개하였습니다. 공연을 보는 내내 저는 두 간극 사이를 오가며 안심했습니다. 분명히 같은 이야기가 여러분의 마음을 움직였을 것 같고, 그것은 역사적인 간극이며 현실의 간극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저는 <보이첵>을, 신체 움직임을 주로 매개체로 하는 연극이라고 이해했고 여러분 역시 그렇게 이해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움직임은 굉장히 아름다웠습니다. 그러나 7년 만에 다시 보면서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한 순간은 부동(不動)의 순간,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 순간들이었습니다. 그건 어떻게 생각하면 움직임이 없는 순간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부동의 순간이 걷히고 불이 켜지면 그 안에 엄청난 움직임이 있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임도완 연출가의 스승이기도 한 자끄 르콕 선생은 모든 것은 움직인다고 하였습니다. 즉, 살아있는 모든 것을 의미하는 것일 겁니다. 이 작품에 살아있는 인물들은 모두 어두운 순간에도 살아 움직였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이번에 제가 새롭게 발견한 움직임 속에 보이지 않는 순간, 정지된 것 같은 순간의 아름다움입니다.
또한 이 작품의 균형성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보통 보이첵을 연출할 때 많은 사람들이 희생자, 불행한 소시민을 강조하고 마리를 비롯한 모든 사람을 나쁜 사람 취급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엄청난 균형성을 가지고 우리에게 다른 면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 딱 세 번 나오는 마리와 악대장의 아름다운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 아름다운 댄스 시퀀스 속에 감춰진 슬픔의 욕망을 저는 보게 되었습니다. 마리 또한 욕정의 여인이 아니라 이 시대의 희생자이자 불행한 여인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이 작품을 미완성으로 남긴 작가처럼 임도완 연출가 역시 결론을 내지 않고 최종적 선택은 관객에게 맡겨둔 채 균형적인 시각을 유지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말씀드릴 것은, 저는 중국 경극을 본 적이 있습니다. 무대 위에는 의자 두 개와 테이블 하나 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중국 연극의 경제성에 언제나 감탄하곤 하였습니다. 중국 경극과 <보이첵>의 언어가 유사하다는 점을 느꼈는데, 이는 아마도 우연이겠지만 동양적인 상상력과 연극 언어는 비슷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저는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발견하는 순간, 이웃을 알고 작품을 통해 중국과의 교류를 열 수 있다는 점에 반갑고 이런 기회가 많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관객 : <보이첵> 작업을 할 때 어떻게 연습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임도완 : 사다리움직임연구소는 많은 훈련을 합니다. 아크로바틱, 기계체조도 하고, ‘20가지 움직임’ 같이 신체를 인지하기 위한 공간 훈련을 많이 합니다. ‘20가지 움직임’에서는 움직임의 공간이 어떠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를 분석합니다. 간단한 예로 수직으로 움직이는 공간에는 왜 비극이 있는지, 수평인 공간에는 왜 멜로드라마와 코미디가 있는지를 연구합니다. 실제적으로 수직적인 움직임을 하고 소리를 내면 비극적으로 표현됩니다. 이것은 하늘과 사람, 땅이 있고, 사람은 하늘의 지배를 받아 살아왔기 때문이지요. 우리가 제를 지내거나 기원을 할 때, 곡을 할 때 언제나 수직적 움직임이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수직적인 움직임이 어떤 것인지를 찾아내서 드라마틱하게 바꿔내기도 합니다. <보이첵> 안에서도 코러스의 움직임을 보면 수직적인 움직임이 많이 들어있습니다. 한편 마스크 훈련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얼굴에 인상 쓰는 것을 배제하기 위해서는 중립 마스크를 활용합니다. 자기의 신체 시선을 발달시키며, 쓸데없는 동작과 버릇을 없애고 경제적인 움직임을 하게끔 하는 것입니다. 반 마스크의 경우, 자기 몸의 공간을 확대시켜야 하기 때문에 연기자의 능력을 개발하기 위하여 좋습니다. 연기자에게는 굉장히 좋은 훈련 도구인 셈입니다. 그 외에 원소, 물질, 동물 등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왕샤오잉 : 네, 지금까지 <보이첵>의 임도완 연출가와 평론가분들의 소중한 말씀을 들었습니다. <청춘예찬>에 이어 <보이첵> 역시 중국과 한국 양국간의 공연예술 교류와 상호발전을 위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토론에 참석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리며 이 자리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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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임샘 말씀에서 새로운 것들을 알게 되었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