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오래 전부터 들어온 말이다. 나더러 머리칼이 빠진다는 말.</P>
<P> </P>
<P>누구나 싫어하는 말이 있겠지만, </P>
<P>머리가 희어진다, 머리가 빠진다, 나이가 들어보인다. 늙었다, 등...</P>
<P> </P>
<P>여자들은 그런 고민이 없을 지 모르나 </P>
<P>머리를 감고나면 세면바닥에 여기저기 흩어진 나의 분신들...</P>
<P>주워다가 논에 모심듯, 꼭꼭 심었으면 좋으련만,</P>
<P>한번 빠진 머리카락은 이미 엎질러진 라면발이다.</P>
<P> </P>
<P>그렇잖아도 점점 엷어져 가는 머리숱을 바라보면</P>
<P>세상에 왜 거울이란게 생겨서 사람의 마음을 상심시키는지...</P>
<P>그래도 거울을 보면 인춘이 형이 나를 때릴만도 하다는 생각을 하다가</P>
<P>머리칼을 바라보면 맥이 빠진다.</P>
<P>그래도 인춘이 형을 이길 수는 없다고...</P>
<P> </P>
<P>알고보면 내머리에 머리칼이 적은 것은 내탓은 아니다.</P>
<P>조금 전에 내옆에서 잠자다가 지멋대로 뒹굴어 나가</P>
<P>새우잠을 자는 마눌때문이다.</P>
<P> </P>
<P>이런 말을 하면 사람들은 나를 욕하겠지?</P>
<P>'저인간은 지 마눌하고 무슨 웬수가 졌길래</P>
<P>허구헌날 마눌 욕하고 원망하고 헐뜯는 말을 하냐'고...</P>
<P> </P>
<P>이왕 뜯어먹는 말 하는 김에 뼈에붙은 잔챙이 살점까지 뜯어먹을란다.</P>
<P> </P>
<P>왠만하면 이런말 안하고 그간 나랑 같이 살아준 의리를 생각해</P>
<P>참고 넘어갈려고 그랬는데 거울만 보면 열받는 사연이 있다.</P>
<P> </P>
<P>아마 이글을 읽고나면 사람들이 또 커피를 내뿜고 뒤집어 질지</P>
<P>혹은 쪼잔한 잔챙이가 지마눌 욕하고 앉았다며 나를 손가락질 할 지</P>
<P>모를 일이지만, 거울만 보면 열이 뻗쳐올라서 말을 안할 수가 없다.</P>
<P> </P>
<P>사람들은 나더러 도대체 무슨놈의 인생이 사연도 많고 사건도 많고</P>
<P>시비거리도 많고 쓸거리가 많냐고 하는데 사는게 전부 사건이 아니던가?</P>
<P> </P>
<P>때는 꺼꾸로 거슬러거슬러 올라가 11년 전의 일이다.</P>
<P> </P>
<P>드디어 군둥내 나는 총각의 딱지를 떼고 </P>
<P>남들 어차피 다하는 결혼도 하고 남들 다하는 아기도 낳고 살기는 하지만,</P>
<P>큰아이 낳던 때는 그야말로 무덤 속에 들어가</P>
<P>백골이 진토되어도 잊지못할 일이다.</P>
<P> </P>
<P>집사람이 첫애를 가지고선 병원에 몇번 초음파검사하러 다니는데</P>
<P>의사가 늘 하는 말이 몸이 약해서 자연분만이 어렵고 제왕절개를 해야한다며</P>
<P>빈혈이 있고 체력이 약하고 어쩌구저쩌구 왈가왈부설왕설래를 해댄다.</P>
<P> </P>
<P>병원에만 갔다오면 의사의 반 공갈, 반협박에 징징거리며 울어대는 마눌을 보며</P>
<P>애낳을 데가 병원밖에 없냐며 큰소리를 치다가 집에서 낳지, 머 했다.</P>
<P>집에서 낳는 거야 예전에 시골에서 산부인과도 없고 산후조리원도 없고</P>
<P>조산원도 없던 시절에나 가능했지, 때는 바야흐로 1999년도인데...</P>
<P> </P>
<P>해서 조산원에서 낳기로 하고 출산일만을 기다렸다.</P>
<P>이글을 읽는 엄마들이야 유경험들이시니 진통이 어떻고 줄산증후가 저떻고는</P>
<P>생략하고 출산과정을 말하련다.</P>
<P> </P>
<P>하여간 아내에게 예정날짜에 진통이 오기에 모시고 조사원에 갔다.</P>
<P>조산원이란게 무슨 병원이 아니고 산후조리원도 아니고</P>
<P>그냥 일반 주택에 의료도구 몇개 갖춘게 전부인게 별거 없지만,</P>
<P>아기만 낳으면 됐지 머...</P>
<P> </P>
<P>아내는 분만실에 있고 나는 밖에 있고 장모님도 와계셔서</P>
<P>정말 아내는 천군만마(千軍萬馬)의 지원군이 있던 것이다.</P>
<P>장모님도, 나도 분만실 밖에서 조마조마하는 마음으로</P>
<P>아내의 출산을 기다리는데 드디어 아내의 진통소리가 들린다.</P>
<P> </P>
<P>그때까지 들어온 말이</P>
<P>아내가 출산을 할 때 남자가 밖에 나가 술을 마시거나 딴 짓을 하거나 하면</P>
<P>아내가 평생 한을 품고 산다나 뭐라나 하기에 그러지는 못하고</P>
<P>밖에서 아내의 출산장면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큰용기를 주겠다 싶었다.</P>
<P> </P>
<P>그런데 아내의 진통소리가 더욱 커지고 나오라는 애는 안나오고</P>
<P>(이것이 안나올려고 버티는 건지, 확!)</P>
<P>하기에 아무래도 내가 옆에서 힘을 주어야겠다 싶어 조산원원장에게</P>
<P>안에 들어가 아내거들어도 되냐고 물었다.</P>
<P> </P>
<P>당연히 되고말고~~</P>
<P>하기에 침대에 누운 아내의 양손을 꼭잡고</P>
<P>출산을 하느라 끙끙거리며 힘들어하는 아내에게 그랬다.</P>
<P> </P>
<P>"힘내라! 힘! 힘내라! 힘! 힘내라! 힘!"</P>
<P> </P>
<P>사실 나는 중학교 시절에 응원도 하고 응원단장도 한 경력이 있어서</P>
<P>아내가 힘을 내고 출산을 하도록 용기를 주는 거야 식은죽먹기였다.</P>
<P> </P>
<P>나의 손을 으스러져라 쥐고 있던 아내는 더욱더 힘을 냈고</P>
<P>드디어 아이가 나오려던 참이었다. 정말 그랬다.</P>
<P>그랬는데...</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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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갑자기 아내가 솥뚜껑같은 손으로 내머리카락을 움켜쥐더니</P>
<P>"야!!! 이샥히야!!!!!"라는 것이다.</P>
<P> </P>
<P>나는 깜짝놀라,</P>
<P>"어어어어어??????? 이거 왜이래???????</P>
<P>이거놔!!!! 머리카락 빠진단 말야!!!!!"</P>
<P>소리질렀다.</P>
<P> </P>
<P>아내는 더욱 소릴 높힌다.</P>
<P>"야!!! 이샥히야! 내가 너땜에 죽을 고생한단 말야, 나쁜놈아!!!"</P>
<P> </P>
<P>"내가 뭘!!! 언제 고생시켰다고 그래!!"</P>
<P> </P>
<P>"내가 애낳기 싫다는 데 니가 임신시켰잖아!!!!! 도둑놈아!"</P>
<P>그러면서 더욱 내머리칼을 억세게 움켜쥐곤 잡아당긴다.</P>
<P> </P>
<P>"그래두 그렇지 머리카락 빠지게 잡아당기면 어떡해!!</P>
<P>대머리되면 어떡할려구!!!" </P>
<P> </P>
<P>옆에 계시던 장모님도 화들짝 놀라시며,</P>
<P>"애! 니 신랑 머리카락 빠지면 어떡하라고 머리를 잡아당기니!</P>
<P>니신랑 대머리되겠다. 빨리 두손놔!"</P>
<P> </P>
<P>장모님도 아내의 손을 뿌리치려 잡았지만,</P>
<P>그힘이 보통힘인가?</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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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나도 할 수 없이 아내에게 임신을 시켜 미안하다며</P>
<P>다시는 안그런다며 정말 잘못을 인정한다고 했다.</P>
<P> </P>
<P>당시의 상황을 재연하라면 가능할지는 모르지만,</P>
<P>하여간 그랬다.</P>
<P> </P>
<P>나는 아내의 손을 잡고 "힘내라힘!"하며 외치다가</P>
<P>갑자기 아내는 내머리카락을 움켜쥐며 분하다며 소리지르고</P>
<P>나는 졸지에 당한 일에 얼굴을 침대바닥에 처박고 머리칼 빠진다하고</P>
<P>장모님은 옆에서 아내의 손을 뿌리치려하고</P>
<P>조산원장은 어떻게해야할 지 안절부절하고...</P>
<P> </P>
<P>그렇게 해서 결국 아이가 나왔는데</P>
<P>소리가 얼마나 크고 앙칼맞은 지</P>
<P>무슨 불만이 있었던 모양으로 </P>
<P>귀청이 떨어져 나갈 지경이었다.</P>
<P> </P>
<P>그리고 아내는 기운이 다했는지 침대에 누웠다.</P>
<P>두손에 무슨 승리의 전리품이양 내머리칼을 </P>
<P>한웅큼 부여안고...</P>
<P> </P>
<P>어흑~ 아까운 내머리칼, 나의 분신.</P>
<P>차라리 내얼굴을 쥐어패던가, 아니면 잡아뜯던가...</P>
<P>그렇잖아도 한올한올 빠져나가는 모습에</P>
<P>심장이 덜컥거리는데...</P>
<P> </P>
<P>나중에 아내에게 물었다.</P>
<P>왜 내머리칼을 잡아뜯었냐고...</P>
<P>그랬더니 내가 그렇게 밉더라나?</P>
<P>자기는 애낳느라고 힘들고 아프고 고통스러운데</P>
<P>나는 그런 내색도 없고 편안해보이는 얼굴이</P>
<P>정말 얄미웠다나?</P>
<P> </P>
<P>그래, 맞아. 나는 나쁜놈이야.</P>
<P>나같은 놈은 대머리가 아니라 뺀질머리가 되어도 마땅해.</P>
<P> </P>
<P>정말 나는 속죄하는 마음으로 아내에게 잘못을 빌었다.</P>
<P>그리고 조산원을 나온 날부터 아내에게 해다바쳤다.</P>
<P>미역국이며 밥이며 몸에 좋다는 음식을 여기저기 물어서</P>
<P>만들어주고 청소며 빨래며 심부름이며...</P>
<P> </P>
<P>서너달 동안 그랬는데 그리고는 못하게 되었다.</P>
<P>머리칼이 움푹 빠진 것만도 억울한데</P>
<P>매일 해다바치는 것도 못마땅해서 대들었다.</P>
<P> </P>
<P>그랬더니 아내왈,</P>
<P>"아니! 해다바치는게 그렇게 대단해?</P>
<P>나는 애도 낳았잖아. 그건 대단하지 않아?</P>
<P>주제를 알아야지, 주제를!"</P>
<P> </P>
<P>딴은 그렇기도 하고 말해봐야 질 거같고 해서</P>
<P>그후로는 시키는대로 하고 왠만하면 속도 안썩힐려고</P>
<P>노력은 한다.</P>
<P>종종 혼나기는 하지만...</P>
<P> </P>
<P>그래도 그렇지, 한번빠진 머리카락은 안나는 법인데</P>
<P>왜 남의 멀쩡한 머리칼은 잡아뜯냐고...</P>
<P>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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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정말 자연분만을 목표로 애쓰다 이놈이 나올 생각을 안해서,,,결국 마눌 수술실에 들여 보내고, 태어나 처음으로 기도란 걸 해 봤습니다...애 울음 소리가 들릴때까지 정말 몇 년이 지나간 것 같더라구요...가장 안 좋은 점은 애기의 세상 첫 울음소리를 남편 혼자 들을 수 밖에 없는 거겠죠.
전 애 둘 낳을 때 비명도 안 질렀는데(전 좀 지른 것 같은데 분만과정을 같이 한 울 신랑이 안 질렀다네요...ㅋㅋ) 그래서 애기 아빠 머리카락은 잡지도 않았어요. 그런데 요새 슬슬 신호가 오네요. 정수리 부분이 살살 비어가는 것이..... 시골버스님! 머리 빠지는 건 머리 뽑힌 후유증이라기 보단 유전입니다......애궂은 아내 탓하지 마세요....출산이 여자만이 할 수 있는 성스러운 일이라곤 하지만 정말 힘들어요...... 이 글 보고 아내 분이 속상하실까봐 걱정되요...(괜한 걱정일까요?)
첫댓글 ㅎㅎㅎ 아내 분도 실수는 있죠?
그때의 아내 맘 이해가 갑니다.일은 같이 저질러 놓고 왜 혼자만 고통을 당해야 되는지.. 저도 남편이 만약에 옆에 있었으면 머리털 확~ 다 뽑아 버렸을지도 몰라요.
ㅋㅋ 넘 재밌습니다, 모두들,,,
ㅠ.ㅠ; 그래도 부인들의 고생은,... 우리마눌 애낳을때 보니,....둘째때는 그냥 째고 낳았습니다.(첫째때 고생하는것 보니 너무 맘아파서,...-_-;) 그리고난후에 후회를 ,...산후 회복기간이 너무 길어요-_-;
저도 정말 자연분만을 목표로 애쓰다 이놈이 나올 생각을 안해서,,,결국 마눌 수술실에 들여 보내고, 태어나 처음으로 기도란 걸 해 봤습니다...애 울음 소리가 들릴때까지 정말 몇 년이 지나간 것 같더라구요...가장 안 좋은 점은 애기의 세상 첫 울음소리를 남편 혼자 들을 수 밖에 없는 거겠죠.
전 애 둘 낳을 때 비명도 안 질렀는데(전 좀 지른 것 같은데 분만과정을 같이 한 울 신랑이 안 질렀다네요...ㅋㅋ) 그래서 애기 아빠 머리카락은 잡지도 않았어요. 그런데 요새 슬슬 신호가 오네요. 정수리 부분이 살살 비어가는 것이..... 시골버스님! 머리 빠지는 건 머리 뽑힌 후유증이라기 보단 유전입니다......애궂은 아내 탓하지 마세요....출산이 여자만이 할 수 있는 성스러운 일이라곤 하지만 정말 힘들어요...... 이 글 보고 아내 분이 속상하실까봐 걱정되요...(괜한 걱정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