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나들이 – 180301. 박은향(봉사자)
삼일절을 맞아 입소인들과 다함께 부산 나들이를 갔다.
처음에는 나를 포함해서 봉사자가 5명이나 되는 줄 몰랐었기 때문에 차량 두 대를 운행한다는 말에 놀랐었다.
작은 차, 큰 차에 입소인들과 봉사자들이 섞여서 나눠 타고 부산으로 출발했지만,
중간에 뭘 봤는지는 잠들어있어서 잘 모르겠다.
다만 어렴풋이 들뜬 준혁이가 몇 번 환호성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는 것은 들은 것 같다.
부산 송도에 거의 도착할 때 쯤 깨어나고, 바람 소리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그래도 케이블카가 운행한다고 해서 일단 갔는데, 우리가 도착하기 조금 전부터 일시 중단되었다고 한다.
역시나 바람이 많이 분다는 이유였다.
밑에서 케이블카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저걸 못 타서 아쉬운 마음과 동시에 눈으로 보기에도 흔들리는 모습에 안타길 잘 했다 싶은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짝지로 배정된 준혁이도 케이블카를 탄다고 많이 기대했던 모양인지 계속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왜 안타냐고 묻는 행동을 반복했다. 바람이 많이 불어 위험하다 답해줬더니,
“아야?”하고 물어왔다. 심각한 얼굴로 묻는 것과, 위험하다에서 ‘아야’를 도출해낸 것이 귀여웠다.
아쉬운 얼굴로 몇 번 케이블카를 보다가, 밥 먹으러 가자는 말에 금방 활짝 웃으며 “밥!”을 반복해서 외치는 모습도 귀여웠다.
밥 먹을 만한 곳을 알아보니, 꽤 오래된 맛집이라는 ‘구름 속의 산책’이 있었다.
돈가스, 파스타, 스테이크 등을 파는 양식점이라 봉사자들은 근처의 횟집 같은 곳에서 멍게비빔밥 등을 먹고 싶어 했지만,
입소인들이 하나같이 “돈가스!”를 외쳐 결국 양식점으로 향하게 됐다.
돼지고기를 먹지 못하는 강욱 오빠는 쇠고기로 만들어진 함박 세트를,
그 외의 사람들은 돈가스 세트를 시키고, 치즈고르곤졸라 피자도 시켰다.
준혁이는 먹는 내내 맛있다며 웃었고,
나가는 그 순간에도 직원 분께 “맛있어요!”라고 외쳤다.
14명이라는 인원이 갔고, 꽤 시끌시끌했는데도 끝까지 웃어주며 친절하게 배려해주신 덕분에 마음 편하게 먹을 수 있었다.
밥 먹고 나오면 바람이 좀 그쳐있기를 바랐었는데 바람은 오히려 더 강해져있었다.
일단 구름다리는 한 번 가보자 싶어 다 같이 구름다리를 올랐다.
다리 중간 중간 바닥이 뚫려있거나 유리로 대체되어있어 바로 밑에서 움직이는 바다의 모습이 보였다.
준혁이는 그게 신기한지 보일 때마다 환호성을 질러댔다.
끝까지 가자 갈매기 떼가 보이고,
사람들이 새우깡을 뿌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우리도 거기 합류해서 입소인들에게 새우깡을 쥐어주고 뿌리게 했다.
신나게 뿌리는 와중에 준혁이는 자기 몫도 입 속으로 열심히 챙겼다.
구름다리에서 돌아오는 길에는 바람이 더 강해졌다.
어찌나 강하던지 몸에 가해지는 압박감이 꽤 무겁게 느껴질 정도였고,
동훈이는 실제로 살짝 밀려가기도 했다.
결국 더 이상 구경을 하거나 하는 것은 힘들겠다고 판단되어 시설로 귀환하기로 했다.
다행히 입소인들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구경한 것에 만족하는 것 같았고,
봉사자들 중 부산 꽃마을 출신이신 분이 있어 짧게나마 그곳을 드라이브하고 돌아왔다.
물론 돌아오는 길에도 기절하다시피 잠을 잤다.
부산에 갈 때마다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 오늘도 제대로 관람하지는 못했지만
그 짧은 시간을 나름 알차게 보내고 온 것 같아 기분은 좋았다.
내년 이맘때쯤 부산에 다시 가게 된다면 그 때에는 바람이 잠잠했으면 좋겠다.
오늘 타지 못한 해상 케이블카도 타고, 다른 관광지들도 둘러볼 수 있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