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등지의 아파트 전세가격이 크게 오름에 따라 재계약을 포기하는 매물이 급증하고 있다. 또 서울 외곽 일부 지역은 전세가격이 오히려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심화되는 등 주택임대시장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 너무 많이 오른 전셋값, 재계약 포기 속출 = 2년 전인 2000년 11월 대비 서울 및 수도권 전셋값 상승률은 35%를 웃돌고 있다. 부동산 시세정보 제공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중랑구(44.5%) 종로구 (43.7%) 양천구(43%) 강남구(39.3%) 등이 전셋값 상승률 수위를 차지했으며 신도시의 경우 일산(37.86%) 평촌(35.87%) 등에서 2년 전에 비해 큰 폭으로 전세가가 높아진 것으로 드러났다.
평형별로 각각 다르지만 평균 2000만~5000만원은 오른 셈. 올해 매매가 상승폭이 컸던 강남구과 양천구 등 인기 주거지역의 경우 심지어 1억원의 상승폭을 기록했다. 강남구 대치동 청실1차 35평의 경우 2000년 11월 전세가가 1억6500만원인데 비해 2002년 11월 전세가는 9500만원 오른 2억6000만원대.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4단지 45평형의 경우 2년 전 2억1500만원하던 전세가가 현재 3억1500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이처럼 전세가가 한꺼번에 크게 오르다보니 재계약을 포기하고 평수를 줄여 덜 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실례로 용산구 동부이촌동 렉스아파트 40평형을 2년 전 1억7000만원에 전세 계약한 한모 씨(45)는 최근 집주인이 5000만원을 인상한 가격을 제시하자 계약연장을 포기했다.
대치동 청실1차 35평에 살고 있는 지모 씨(43)도 1억원의 전셋값 인상폭이 부담스러워 재계약을 포기하고 인근 은마아파트 31평으로 규모를 줄여 이사했다. 대치동 홍실아파트 봉하운 대표는 “너무 오른 전셋값과 자녀교육이라는 딜레마에 빠져 있는 세입자들이 재계약을 포기하고 인근 개포주공 등 평수가 작은 아파트로 연쇄 이동하는 경우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예전 같으면 겨울방학을 이용, 송파나 강동 지역에서의 전세 수요가 급증할 시기지만 전세가격이 너무 올라 다른 지역 세입자들이 강남으로 진입할 엄두도 못 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셋값 하락, 역전세난 심화=서울 외곽지역의 경우 중개업소마다 전세매물이 쌓여 있고 전세가도 9월 중순 이후 1000만~1500만원 선까지 하락한 상황.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세입자는 전셋집을 구하지 못해 안달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역전돼 집주인들이 세입자들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역전세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지역의 경우 인근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새로 입주하면 서 전셋값이 폭락해 현 전세가가 2년 전 가격보다 낮아 집주인들이 재계 약을 포기한 세입자들에게 전세보증금을 갚아주느라 곤혹을 치르고 있다 . 강서구 화곡동의 경우 최근 2170가구 규모의 대우 그랜드월드가 입주하기 시작해 인근 화곡 주공 및 우신, 양서아파트의 전세가가 9월에 비해 평균 2000만~3000만원 하락했다. 화곡동 단지공인 대표는 “우신아파트 24평의 2년 전 전세가가 8000만~8500만원이었던 것에 비해 현재는 7000 만원 정도다. 하지만 전세 수요가 전혀 없어 집주인이 주택담보대출을 얻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갚아주는 최악의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고 말했다.
노원구 상계동도 상황은 마찬가지. 하나공인 전진곤 대표는 “3개월 이 상 비어 있는 전세매물이 단지별로 5, 6개씩 남아 있다”며 전세계약이 끝나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이사를 하지 못하는 사례까지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RE멤버스의 고종완 대표는 “강남 및 목동의 경우 학원특수 등으로 인해 전세가가 떨어지지 않고 있는 반면, 강서구 등 서울 외곽지역의 경우 신규공급물량도 많고 기존 전세매물도 쌓여 있어 전세가가 급락하고 있어 이런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