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2월 11일 (일요일) 겨울가뭄이 오래 이어져 많이들 애를 태워 놓더니만 이틀전 약간의 비를 뿌려 산불예방에는 어느정도 효과가 있었으나 파종을 기다리는 농심의 해갈에는 턱없이 모자랄 뿐이다. 나에게는 눈이라도 펑펑 쏟아졌으면 하는 바램도 있었는데 올겨울에는 눈구경 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만큼이나 힘들 것 같다. 아니,코끝을 스치는 촉촉한 바람의 내음 앞에서 눈을 기대하는 것은 지구과학을 우롱하는 처사일 뿐일 것이다. 그래도 마음 한구석 깊은 곳에서는 하얀눈에 대한 그리움이 잘잘하게 꿈틀대는 것은 나만이 가지고 있는 사치스러운 겨울 낭만이라고 가벼이 넘겨 버린다. 아침일찍 먼길을 나선다.전북 장수군과 경남 함양군,거창군의 경계에 솟아있는 남덕유산 산행길이다. 대구,포항간 고속도로를 달리다 금호분기점에서 88고속도로로 갈아 타고 다시 함양 나들목에서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를 이용하요 서상 나들목을 빠져 나와서 오늘의 산행들머리인 영각사 주차장에 도착한다. 먼길이었지만 사방팔방 잘 이어진 고속도로를 이용하다 보니 느긋하게 달려 왔는데도 3시간 남짓 소요 되었다. 장시간의 버스 이동시간이었지만 달리는 버스안의 분위기는 설날 대목을 맞이하는 시골장터다. 오랫만에 만난 동문 선후배들의 반가움과 산꾼들이 모였으니 지난날들의 산행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에 대한 그리움들과 앞으로의 새로운 희망에 대한 이야기들로 달뜨고 있었다. 회장님과 총무이사님 그리고 재무이사의 마음들도 바빠지기 시작하였다. 백설기 떡을 나누어주고 두유를 나누어 주면서 연신 미소띤 얼굴들이다. 많은 회원들의 참여에 흐뭇해 하면서 2대의 버스에 옮겨 가면서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나 또한 등반대장으로써 오늘 많은 회원들의 동참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면서 눈을 지긋이 감고 입술을 굳게 깨물어보면서 마음속에 큰획을 하나 그어본다. 최고는 아니지만 최선을 다한다는 마음으로 작은역량이지만 산악회의 발전에 일조 할 수 있기를... '사랑합니다 포항고ob산악회!! 사랑합시다 포항고 ob 산악회!!' 몇년째 길바닥인심이 대부분 울화통이다 보니 우리 산악회도 회원수의 격감으로 인한 장기간의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를 못하고 있었던게 사실이었다. 이제 정해년 새해를 맞이하여 황금돼지의 꿈처럼 많은 회원들이 모여들어 다시한번 활기넘치는 산악회로 거듭나아 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모교의 발전과 동창회의 발전에도 큰 버팀목이 되기를 간곡히 빌어본다. 기상이변이다 하면서 겨울속의 봄인듯 착각 하게 만드는 날씨에 설산의 감흥이야 느낄 수 가 없지만 함께 덕유산의 너그럽고 여유로운 덕의 품에 안기어 보는 것 만으로도 오늘 함께한 우리들은 좋은인연,좋은만남이 되고도 남는 것 아닐까요? 마지막 고속도로 톨게이트 서상나들목을 빠져 나오자 저멀리 남덕유산의 고봉에서는 하얀눈이 낯선 이방인들의 눈을 크게 뜨게 만들면서 작은 환호성을 내지르고 마음들은 햐얀눈속에 마지막겨울의 러브스토리의 추억에 젖어든다. 하얀겨울에 그녀와 나는 먼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하얀눈위를 둘이 하나가 되어 뒹굴면서 우리는 행복 하였다. 그리고 그행복 오래도록 함께 하고 싶어 두손모아 기도를 한다. 우리들의 아름다운 행복이 달아 날까봐 하얀눈이 펑펑 쏟아져 내려 길이 막혀 다시는 돌아 갈 수 없기를... 우리들의 행복이 영혼 하기를... 우리가 돌아 올 수 없었던 것은 눈이 길을 막았기 때문이라고 말 할 수 있기를... 달콤한 러브스토리의 추억에 흠뻑 취할즈음 버스가 영각사 주차장에 도착을 하자 전국에서 모여든 산행객들로 붐빈다. 다음주 일요일이 구정이라 오늘 더 많이 모인 듯 하다. 산들머리에서 영각사 뒷편으로 솟아오른 덕유산의 암릉에는 눈이 하얗다. 영각사 매표소 까지 500 미터 잡목숲을 뚫고 양지바른 산길을 조금 들어선다. 흔히 덕유산이라 하면 향적봉을 중심으로 하는 북덕유산과 무주구천동 계곡만을 생각하기 쉬우나 향적봉에서 중봉 무룡산을 거쳐 남덕유산에 이르기까지 1300 미터 높이의 능선이 남서쪽으로 장장 30 킬로미터로 뻗어 내리면서 1500 미터가 넘는 산봉이 4개나 솟아 있는 장대한 산이라 남한에서는 지리산 다음으로 웅장한 산세와 연봉을 자랑하는 곳이다. 워낙에 많은 등산객이 한꺼번에 모여 들어서니 등산로는 처음부터 한없이 느긋해지기 시작한다.성질 급한 사람들에게는 짜증스러울지 모르겠으나 덕유의 큰덕의 여유를 생각하니 마음 느긋하게 덕유를 감상할 수 가 있어 더 할 나위 없이 좋았다. 사람과 사람들 사이에서 천천히 천천히 발길을 옮겨 놓는다. 계곡에서는 얼음이 녹아 아기 응아리 하듯 졸졸졸 흘러 내리고. 살짜기 내린 비로 인하여 대지는 촉촉히 젖어 있고 바람은 싱그러운게 성큼 봄의 한가운데로 다가선 듯 하다. 싱그러운 봄날씨에 발걸음까지 느려지니 산행내내 많은 이야기들을 만들어 낸다.나이가 들면서 몸과 마음을 함께 건강하게 하는데 산행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는 산행예찬론에서 부터 해병대를 제대한 후배의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는 해병전우회 이야기등 일상의 작은이야기들이 사람과사람의 관계에 대한 의미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하는 좋은 기회였다. 영각재가 보이는 산비알쯤에 올라서자 여기에서 부터는 나무에 눈꽃들이 피어 있다. 눈꽃의 화려함앞에서 다들 발걸음을 멈추고 눈꽃의 아름다운 광경을 사진으로 남기고 마음속에 주섬주섬 담느라 정신들을 놓아 버린다. 높이를 더하면 더 할 수록 눈꽃의 화려함은 눈을 더욱더 크게 만들어 놓는다. 영각재에 도착하여 남덕유산의 정상쪽을 올려다보니 오르막의 암릉들과 산자락의 능선에는 얼음꽃이 밝은 햇살을 받아 수정빛 보석으로 빛을 발한다. 암릉을 오르는 철계단에는 교행이 어려워 지체가 심하더니 아예 발길을 꽁꽁 묶어 놓아버린다. 길이 막히니 영각재에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산행을 하면서 먹는 재미도 제법 짭잘한 것이다.배낭을 가볍게 하면 가벼운데로 가벼운 맛이 있지만 이것저것 먹거리를 챙기면 챙기는만큼의 먹는 재미가 솔솔한 것이다.오늘의 특별메뉴는 간짜장이다. 짜장이 뽀글뽀글 거리면서 꼬소한 냄새가 주위의 시선을 사로 잡아 놓는다.하얀눈 속에서 까만 짜장은 색깔의 배합에서 부터 주위의 시선을 빨아들이더니 짜장의 꼬소한 냄새는 아련한 추억의 맛까지 들추어 내면서 다들 한마디씩 뱉어내는 말들이 쫄깃쫄깃 하게 귀에 감기고 혓바닥은 군침으로 한강을 이루니 우리는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한 밥을 채워넣는 것이 아니고 맛을 즐기는 식도락에 빠지니 산행중에 만나는 또다른 기쁨임에 틀림이 없는것 같다. 영각재에서 남덕유산 정상까지는 900 미터 정도의 길이지만 가파른 암릉으로 이루어 져 있어 등산객들의 안전을 위해서 철계단을 만들어 놓았다.사전 답사길에 이곳 가파른 철계단을 올라서면서 바라보는 주위의 풍경들은 거칠 것 없는 감동의 파노라마 였지만. 오늘은 그 감동을 맛 볼 수가 없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철계단 하나를 겨우겨우 올라섰으나 더이상 오르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다. 빤히 보이는 정상을 눈앞에 두고 하산 하여야 하는 아쉬움이 뒤따르지만 워낙에 많은 인파가 모여 들어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돌아 서야만 했다. 애초에 철계단을 만들때 교행이 원활히 될 수 있도록 계단폭을 좀 넓게 만들었으면 좋았을 터인데 한치앞을 못보는 미련한 사람들의짓거리를 원망도 해보지만 누구를 원망하겠습니까? 남덕유산 정상에 올라서지는 못하였지만 포항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겨울 눈꽃도 감상 할 수 가 있었고 많은 선후배님들과 남덕유의 자락에서 따뜻한 오뎅국물에 마음의 정으로 술잔을 돌리니 이보다 더귀한 인연들이 어디에 있습니까? 한잔 술에 기분이 좋아지니 후배들에게 후한 술 인심까지 내어본다. 아내가 운영하는 곰장어구이집에서 후배들과 함께 아쉬운정을 달래고 우리들의 산악회를 위하여,위하여!! 하면서 늦게까지 기분이 좋았다. 다들 집으로 돌아가고 텅빈가게에 아내와 둘이 마주앉았는데 달띠같은 얼굴이어야 하는데 쇳띠 같은 얼굴에 눈꼬리가 쉭 소리라도 낼 것처럼 날카롭고 빠르게 치겨올리면서 콱콱 쉬어버린 색색거리는 목소리로 술값 내놓으라 한다. 염치도 좋으시네요 당신같은 뻔뻔스런사람 오래 상대하기 싫으니 계산하시고 나가란다. 여자의 마음이 방향을 바꾸는 것이 순간이고 한번 방향을 바꿨다 하면 매몰차고 싸늘하다고 한다지만 그래도 우리는 부부의 인연인데... 색색 쇳소리로 내가슴에 무지하게 못을 박아 대는데도 이상하리만치 기분은 청명하고 마음에는 따뜻한 봄햇살이 폭포처럼 쏟아져 들어오는듯하다. 아내에게 큰소리 한번 질러댄다. 오늘 술값은 외상이라고... 남편의 외상값 안갚으면 유죄입니까 아님 무죄입니까 여러분들의 따뜻한 사연을 기다려 볼께요 유죄가 되면 강제노역이라도 해야 되겠지요... 사랑합니다 포항고오비산악회!!사랑합시다 포항고 오비산악회!!
첫댓글 정상을 눈앞에 보며...하산을...아쉽기만 했지요?
첫댓글 정상을 눈앞에 보며...하산을...아쉽기만 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