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함께 영화 <저 산 너머>를 본 것은 5월의 어느 날 이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님의 어린 시절 이야기라서 복사 아들에게 어쩌면 뜻밖의 성소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어버이날 선물로 같이 보자고 애원하여 겨우 영화관 나들이를 했는데...
영화가 끝난 후 어떤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냐고 물으니 아이들이 축구 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았다고...(-_-)"
또 김칫국 한 사발 드링킹 했습니다.....축구 덕후 인정^^
*사진은 다음 영화 검색에서 가져왔습니다.
<저 산 너머>를 영화와 원작 소설로 접하고 3번 크게 놀랐는데
첫번째로 영화관에 사람이 너~~무 없었습니다. 주일 저녁이었는데 관객이 30명쯤 되었을까요?
극장 관계자들은 정말 개똥밭에 굴러도 코로나 이전이 낫다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두번째는 정채봉 작가님이 2001년, 55세의 너무도 젊은 나이에 하늘로 돌아가셨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글을 정말 예쁘게 쓰셔서 읽다보면 마음이 수채화처럼 말갛게 칠해져 마치 주변이 동화속처럼 변해가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돌아가신지 벌써 이십년 가까이 되었네요.
마지막으로 영화 주인공 소년이 김수환 추기경님과 너무 닮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약간 처진 눈매에 순수한 표정, 그만큼 아역배우가 연기를 잘했기 때문이겠지요?
아무튼 가톨릭 신자라면 꼭 봐야할 필독서와 영화가 한편 늘어나서 반가운 마음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순교에 관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김수환 추기경님의 조부 김보현 옹 일가는 병인박해 때 순교하셨는데 김수환 추기경님의 할머니는 때마침 임신중이셔서 석방되어 죽음을 면하게 되셨습니다. 당시의 국법이 임신한 여인은 처벌하지 않았으므로 태중의 아기를 지켜낼 수 있었으니 하느님의 섭리 같습니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가족도 재산도 다 빼앗기고 떠돌이 신세가 되어 갖은 고생을 겪으며 마침내 옹기 가마 곁에 있는 움막에서 김 추기경님의 아버님 김영석 씨를 낳아 '오직 믿음으로' 양육합니다.
여인은 고개를 제껴서 하늘을 우러러보았다.
감나무 빈 가지가 지나가는 겨울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아!"
여인의 입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청랭한 겨울 하늘을 배경으로 위로 솟고 좌우로 뻗친 감나무 가지가 언뜻 십자가로 비친 것이다.
여인은 비로소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그이를 생각해냈다.
임신한 몸에 정처 없는 몸에, 그렇다, 성모 마리아시다.
특히 김수환 추기경님의 어머니가 끊임없이 헌신하는 모습에서 성모님의 모습을 볼수 있었기에 영화를 보는 내내 눈물이 흘렀습니다.
"어머니, 하느님께서 우리들 가슴마다에 씨를 뿌렸다구요?"
"그렇고말고. 거기에 하느님께서 씨앗을 묻어 주신 거야. 장사꾼이 될 사람은 장사 씨앗을, 기술자가 될 사람은 기술 씨앗을, 군인 될 사람은 군인 씨앗을, 그리고 신부 될 사람한테는 신품 씨앗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어머니, 그럼 나와 형 마음밭에는 신품 씨앗이 떨어져 있는가요?"
"글쎄다 , 아직은 모르지.장사꾼 씨앗인지, 옹기장이 씨앗인지... 아무튼 신부가 되고 싶다고 해서 다 되는 것은 아니라고 들었다. 안 되고 싶다고 해서 안 되는 것도 아니고,"
"어머니.내 마음이 가는 곳이 너무도 많아요."
"어딘데?"
"저기 맑은 개울 속에도 가 있구요."
"또?"
"장다리 꽃밭에도 가 있구요, 도라지 꽃밭에도 가 있구요."
"또?"
"저 산 너머에도 가 있구요."
"저 산 너머 어디?"
"대구, 선산, 안동....모르겠어요.어머니, 그냥 마음이 가고 싶어 해요."
"그냥 마음이 가고 싶어 한다고? 원, 녀석도."
"어머니, 이제는 알았어요. 우리 고향은 저 산 너머 하늘 나라예요."
책을 먼저 보시고 영화를 보시면 디테일한 부분까지 훨씬 이해가 쉬울것 같습니다.
현대인들이 잊고 살아가는 아름다운 것들로 가득한 <저 산 너머>!!
잔잔한 감동의 도가니탕으로 빠져 보세요!! 풍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