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마이클 커티즈 (Michael Curtiz) 출연 : 험프리 보가트 (Humphrey Bogart, 리차드 릭 블레인 역), 잉그리드 버그만 (Ingrid Bergman, 엘사 란드 역), 폴 헨라이트 (Paul Henreid, 빅터 라즐로 역), 클로드 레인즈 (Claude Rains, 경찰국장 르노 대위 역), 콘라드 바이트 (Conrad Veidt, 독일군 스트라사 소령 역), 시드니 그린스트리트 Sydney Greenstreet, 시그너 페라리 역), 피터 로레 (Peter Lorre, 우가트 역), 둘리 윌슨 (Dooley Wilson, 샘 역) 원작 : 머레이 버넷 (Murray Burnett) 각본 : 필립 G. 엡스타인(Philip G. Epstein).하워드 코치(Howard Koch) 음악 : 맥스 스타이너 (Max Steiner) 요약정보 : 미국 | 드라마, 로맨스/멜로 | 102분
반 나치의 이데올로기와, 남아프리카라는 특이한 이국 정취를 배경에 깔아
훌륭하게 요리한 드릴러 취향의 이 멜로 드라마는, 히틀러의 야망이
전 유럽에 번져 파리가 이미 나치의 수중에 들어간 1940년 프랑스령
모로코의 카사브랑카를 무대로 전개된다. 프랑스의 동맹국이자 점령자인 독일은 모로코에도 진출해 있었지만, 동맹국 프랑스의 비위를 상할 필요는 없었으므로 형식적으로나마 프랑스 경찰이 치안을 담당하고 있었다.
세계 2차대전이 한창이던 유럽은 나치 치하의 독재를 피해 자유의 땅 미국으로
탈출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떠나는 미국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중간 기착지인 모로코의 카사블랑카로 모여들었다. 아직 카사블랑카는 독일의 완전한 점령지가 아니었지만 프랑스 친나치
비시정부의 통제를 받고 있었고, 출국 비자를 얻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하는 실정이었다. 그들 정치적 망명객과 피난민들은 미국행 여권을 입수하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그즈음, 독일에서 온 두 명의 독일군 밀사가 살해되고 그들의 통행증을 강탈당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 살인 사건의 범인 색출을 하기 위해 독일군 장교 스트라사 소령 (콘라드 바이트)이 카사블랑카에 도착한다.
그리고, 수용소를 탈출한 유럽내 지하조직의 거물인 빅터 라즐로가 서방세계로 가는 기항지로서 이곳 카사블랑카에 나타날 것이란 정보를 입수한다.
유럽을 탈출하려고 카사블랑카로 몰려든 사람들은, 미국인이 운영하는 'Rick's Cafe American'에 모여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기도 하고 서로의 정보도 교환한다.
파리에서 함께 온 샘(둘리 윌슨)이라는 가수와 카사블랑카에 정착한 릭 블레인(험프리 보가트)은 과거를 알 수 없는 수수께끼같은 인물이다.
릭은 항상 냉소적이고 우파도 좌파도 아닌 중립을 유지한다. 자신과 잘 알고 지내던 사람이 체포를 당해도 절대 도와주지 않는다. '남을 위해 목숨 걸지 않는다' 라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는 듯...
어느 날 릭에게, 평소에 친분이 있던 우가트(피터 로레)가 찾아와,
독일군 스트라스 소령이 카사블랑카에 온 얘기를 해준다.
그리고, 프랑스 본국의 웨강 장군이 서명한 특급 통행증 두장을 내놓으며
매입자가 올 때까지 잠시만 보관해 달라고 부탁한다.
릭은 그 통행증이 우가트가 독일군을 살해하고 훔친 것이라는 걸 번히 알지만 통행증을 받아서 샘이 연주하는 피아노에 숨긴다.
다른 카페를 운영하는 페라레(시드니 그린스트리트)가 릭의 카페에 들러
릭에게 카페를 팔아라는 말과, 연주자 샘을 자신에게 넘겨달라고 한다.
릭은 카페를 양도할 생각이 전혀 없고, 샘도 아무리 월급을 많이 준대도
이 카페를 떠나지 않겠다고 한다.
릭은, 그를 좋아하는 여자들이 그에게 구애를 해도 절대로 정을 주지 않는다.
"어제 밤 어디 갔었어요?"... "오래 전 일은 기억 못해.." "오늘 밤에 올 거예요?"... "먼 계획은 세우지 않지."
그리고, 술도 더 마시지 못하게 하고 카페에서 내보내 버린다.
한편, 카사블랑카에서 모든 치안을 책임지고 있는 모로코 경찰국장 루이 르노 대위
(클로드 레인즈)가 릭의 카페에 찾아와, 오늘 밤 이곳에서 체포할 사람이
있다는 말과 함께, 조만간 빅터 라즐로가 미국으로 탈출하기 위해 카사블랑카로
온다며, 그가 탈출하지 못하게 자신이 막겠다고 장담한다.
하지만 릭은 빅터가 탈출할 거라고 예상하며 서로 만 프랑을 걸고 내기를 한다.
르노 대위는, 같은 시각에 카페에 들른 스트라스 소령에게 독일군을
살해한 범인을 이곳에서 잡을 것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도 모르는 우가트가 다시 카페에 들르자, 경찰이 들이닥치고...
우가트는 릭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릭은 그를 구할 방법이 없다.
결국 우가트는 르노 대위의 부하들에게 체포되어 끌려간다.
한바탕 소란이 진정되자, 빅터 라즐로(폴 헨라이트)와 그의 아내인 엘사 란드 (잉그리드 버그만)가 카페 안으로 들어오고,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두 사람 에게 주목되면서 긴장감이 감돈다.
릭과 엘사의 사연을 알고있는 피아노 연주자인 샘은 엘사를 본 순간 당황해 한다.
스트라스 소령은 빅터에게로 다가와 그에게, 내일 자신의 집무실로
들러줄 것을 명령하듯 한다.
빅터는 보석상으로 가장한 지하 저항요원과 접촉하여 우가트에게 연락해 달라고 부탁하지만, 우가트가 체포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난감해 한다.
한편 엘사는, 카페에서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는 샘을 알아보고 샘을 부른다.
안녕, 샘.. 안녕... 엘사 양? 다시 뵐 줄 몰랐어요.
정말 오랜만이에요. 그렇군요. 세월이 많이 흘렀죠.
엘사는 샘에게 릭의 근황을 물어보며, 옛날 노래들을 들려달라고 한다.
옛 노래를 쳐 봐요. 그러죠
릭은 어딨어요?
몰라요, 저녁 내내 못봤어요.
언제 돌아올까요?
오늘은 안 올걸요, 집에 갔어요.
항상 이렇게 일찍 가나요?
아뇨... 파란 앵무새 클럽에서 일하는 여자한테 갔을거에요.
전 보다도 거짓말을 못하네요.
그를 내버려둬요. 당신은 그에게 불행을 줘요.
샘이 피하며 들려주지 않는 노래인 'As Time Goes By' 를 들려달라고 하지만,
그 요청을 그 요청을 거부하려던 샘은, 엘사의 간곡한 요청에 의해
'As Time Goes By' 연주를 하며 노래를 부른다.
한번 더 쳐 줘요... 옛날을 생각해서...
무...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요.
샘, 연주해 주세요. '세월이 흐르면' 말이에요.
잊어버렸어요... 나이 탓이죠 뭐
내가 콧노래로 부를게요... 노래해요, 샘.
꼭 기억해 둬요. 키스는 키스일 뿐.. 한숨은 한숨일 뿐...
연인들이여, 내가 말하는 뜻을 알아줘요. 입맞춤과 탄식, 세월이 흐른다 해도 본바탕은 변함 없는 것 연인들이 속삭일 때면 '아이 러브 유' 감탄사를 쓴다오. 세월이 흘러 장차 무슨 일이 생긴다 해도 ....'
진실한 감정은 세월이 흐르면 날아가 버려...
(1931년 하먼 하퍼펠드 작사, 작곡)
As Time Goes By / Dooley Wilson
(세월이 흐르는 대로)
연인들의 사랑한다는 말도 믿을 수가 없어요...
어떤 속삭임도 세월이 흐르면 돌아오지 않아...
외출에서 돌아온 릭은, 'As Time Goes By'를 연주하며 노래를 하던 샘에게, 그 곡을 연주하지 말라고 했었는데 왜 연주하느냐며 화를 낸다.
" 다시는 치지 말랬잖아 !! "
샘의 눈짓을 보고는 테이블에 앉아있는 엘사를 발견하고 놀라는 순간... 그의 얼굴에 깊은 고뇌의 그늘이 스쳐간다..
곧이어 빅터와 르노 대위가 자리로 오자, 네 사람은 어색한 대화를 이어간다.
사랑의 도취 속에서 순식간에 실연의 아픔과 함께 릭을 실의의 나락으로
떠밀어 놓고 떠나간 배신녀... 예기치 못한 장소에서 어색한 재회를 하게 된 엘사의 눈동자에도 복잡미묘한 감정의 안개가 서린다.
술값을 내려고 하는 빅터에게 내지 못하게 하며, 자신의 앞으로 계산하겠다는
릭을 보는 경찰국장은, 전례가 없던 일이라며 의아해 한다.
엘사와 빅터와 모든 손님들이 돌아가고 난 텅 빈 카페 안. 빈 의자에 앉은 릭은,
위스키를 연거푸 마시며 만감이 교차하는 가운데 진한 외로움을 느낀다.
릭은 샘에게 말한다. "Of all the gin joints in all the towns in all the world, she walks into mine." (세상의 하고많은 도시의 하고많은 술집 중에 그녀는 내 술집으로 들어왔어.)
그리고는 샘에게, '그 노래'(As Time Goes By)를 불러달라고 말한다.
"If she can stand it, I can. Play it." (만일 그녀가 그 노래를 견딜 수 있다면 나도 그럴 수 있어. 내게 그 곡을 연주해 주게. 샘!)
샘이 치는 As Time Goes By의 가락이 홀 가득 퍼져 가는 가운데.. 침통한 심정으로 과거를 회상한다. 위스키에 취하면서 파노라마처럼 파리에서의 옛 추억이 떠오른다.
나름대로의 정의를 위해 목숨을 건 전장에서도 활동했던 릭은,
파리가 함락되기전 파리에서 작은 카페를 경영하고 있었다. 거기에서 한 여인을 만나 운명적인 사랑을 하게 된다. 파리에서 지내고 있던 릭과 엘사는 서로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 여유도 없이 급속도로 사랑에 빠진다.
릭이 알고 있는 엘사는, 얼마 전 남자친구를 전쟁중에 잃어서 힘들어하고 있다는 것이 전부였고, 일리자는 릭이 파리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사람이란 사실만 알고 서로 사랑의 감정에 빠진다.
릭은 아름다운 엘사를 바라보며 건배를 하곤 했다.
"Here's looking at you, Kid!."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를!...)
전쟁은 연합군에게 불리하게 진행되고, 머지않아 파리도 독일군에게 점령될 것이란 소식에 불안해 한다.
릭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미국인으로 스페인 시민전쟁에 의용 참전해 파시스트들과 전쟁을 치렀던 인물이었다. 그러므로 전쟁에서 프랑스가 패하자 그는 더 이상 파리에 머물 수가 없었다. 그의 반(反)파시스트 투쟁 경력은 나치스 치하의 유럽에서는 매우 위험했기 때문이었다.
마침내 독일군의 파리 입성이 촌각을 다투자, 릭과 엘사는 파리를 떠나기로 하고,
엘사가 묵고있는 호텔에서 만나자고 하지만, 엘사는 그렇게 하지말고 기차 역에서
만나자고 한다.... 그리고...
5시발 마르세이유행 열차를 타기 위해 역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한다.
그녀의 말과 표정이 전과는 달랐지만... 그녀의 사랑을 굳게 믿고있던 릭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한다.
열차의 출발시간이 다되도록 엘사는 나타나지 않고 빗속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던 릭...
엘사가 묵고있는 호텔에서 배달된 엘사의 편지 한통을 샘에게서 전해받은 릭은 망연자실한다.
"리차드, 당신과 함께 갈 수도, 다시 만날 수도 없어요. 이유는 묻지 마셔야 해요. 다만 당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믿어주세요. 안녕히 가세요. 신의 은총이 함께 하기를... 엘사"
그 여인은 그에게 상처만을 남긴 채 떠나버렸고.. 더더욱 냉소적이 되어버린 릭은 과거의 모든 것을 부정하려고 하고 있었다. 다시는 사랑했던 여인과의 추억따위는 되살리고 싶지 않은 것이다. 아니 사랑 자체를 부정하고 싶었던 것이다. '세월이 흐르면 진실했던 감정조차 날아가 버린다...는'.. 둘이 함께 즐겨
들었던 노래가사처럼.....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사랑은 다시 운명처럼 다가온다... 그리고.. 잊고 있었던 감정을 다시금 일깨운다.. 이룰 수 없는 것일 지라도...
릭이 가슴 아픈 기억에 젖으며 괴로워하고 있을 때, 엘사가 찾아온다.
엘사는 파리에서 함께 떠나지 못한 사정을 설명하려 하지만, 릭은 엘사의 말을 들으려하지 않고 배신감에 치를 떨며 그녀에게 상처주는 소리만 퍼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