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애씨!
알아요.. 당신...???
내가 지금 이 곳 통영에 사는 거......
(허긴 난 잘 모르겠지만 내 단순한 생각으로는 사람이 당신처럼 이 세상 떠나면
뭐든 다 알거나 아니면 아무 것도 알 수 없거나 둘 중 하날 것 같기는 해요)
그리고 기억하나요 당신... 이 곳 통영을 말이에요.
내가 당신과 같이 다니던 직장에 휴직계를 내고 병원에 입원해서 수술을 받고는
집에서 잠시 요양(?)을 하고 있을 적에...
갑갑한 나 바람 쐬어준다고 당신이 여행을 떠나자고 했었잖아요.
그 때...
거제도로 가면서 지나친 적이 있던 곳...
그 곳이 바로 이 곳 통영이었잖아요.
어쩌면 그 당시에는 충무라고 불렀을 지도 모르겠네요.
본디 이 곳은 통영으로 불리다가 한 때는 충무로 그리고 다시 요즘처럼 통영으로
도시 이름이 바뀌었다고 하니까... 말이에요.
사실 난 당신이 내게 집으로 전화를 걸어 그렇게 말했을 때...
조금은 망설여지기도 했었어요.
어쩌다가 내가 좋아했었던 밤낚시를 가서는(그 것도 아이들과 함께) 밤을 세운 적은 있었지만
숨겨진 여인과 그렇게 비밀스러운 여행을 떠나는 것은 난생처음 있는 일이었거든요.
그 것도 하룻밤을 지새우면서는...요.
허긴 혼자사는 당신도 생전 곁에서 떼어놓은 적이 없었던 딸아이 석경이를 달래고 얼러서
하룻밤을 외삼촌집에 보내느라 진땀을 뺐었다고는 했었지만......
(마침 그 땐... 일요일 다음날인 월요일이 사월 초파일이어서 학교를 안가는 덕분에)
그 날...
난 그래도 바닷가를 간답시고...
옅은 베이지색 반바지에 흰색 반 팔티셔츠와 하얀 운동화를 신었었는데...
(모자도 썼었는지는 잘 기억나지가 않네요)
당신 옷차림이 나보기에는 영 아닌 듯 해서...
거제대교 앞까지 갔었다가 내가 다시 차를 돌려서 통영 시내로 들어가
도롯가에 있던 어느 자그마한 양품점에 들어가 반바지랑 짧은 소매 티셔츠 그리고
물이 들어가도 괜찮을 것 같은 샌들을 사서 입히고 신겼던 것 기억이 나나요...???
당신은 남자와의 여행도 처음(?)이었지만...
짧은 반바지에 샌들차림도 해본 적이 없었다면서 어색해했었으나
내가 보기엔 너무나도 잘 어울리고 사뿐하니 예뻐보였던 기억으로 남아있답니다.
그래요...
그렇듯 당신은 내게... 참으로 이쁘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기억 속에 새겨져 있었던 것 같아요.
누가 뭐래도...요.
아무튼 그 당시 우리가 높은 언덕길 같은 곳을 지나면서...
(지금 생각하니 원문고개에서 미늘고개를 지나 거제로 가는 길목이었나 봐요)
오른 편 아랫쪽으로 푹 꺼진 듯 오목하니 자리잡은 작은 도시(?)를 내려다 보면서...
마치 일부러 한적하고 외딴 곳에 자리잡은 '문둥이촌(죄송!)'같다고
우스개소리처럼 주고 받았었잖아요.
그도 그럴 것이 내려앉을 것처럼 꺼진 바닷가에 여기저기 오목조목 박힌 듯 세워진
크고 작은 집이나 건물들이 온통 하얀색 페인트로 칠해져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나 이제 그만 자리에 누어야겠어요.
다음에 또 마저 쓸께요......"
첫댓글 다음에 또.............................
원문고개 바로 밑동네가 나병촌인데,,요즘은 어떨런지,,,추억을 가끔씩 되새김 하다보면.............목울대가 시큰해져요..난....
지금도 그대로 있대요... 난 아직 내려가 보진 못했지만 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