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교사들
책따세!
이 모임에서 올 여름 추천도서 17권을 선정하였습니다.
교사와 학생들이 읽어볼만한 것으로 선정했겠지요.
기쁜 것은, 이 17권에, 과학분야 3권에
<수냐의 수학영화관>이 포함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축하, 축하!!!
상당한 영향력이 있는 추천도서라고 들었어요.
어떤 분은 그걸로 말미암아 2000권 정도는 팔릴 거라고...
추천도서 목록과 스케치를 옮겨 놓을게요.
그동안 책따세는 분야별로 팀을 나누어 목록을 만들어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목록 작업 방식에 변화를 주면서 책따세 운영진들은 모두가 한 동아리가 되어 분야를 막론하고 책들을 검토했습니다. 대형 서점들을 탐색하면서 책들을 낚아왔지만 검토 과정에서 많은 책들이 걸러졌습니다. 한 책을 검토하는 시선들이 많아지고 그만큼 선별 기준은 까다로워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긍정적인 측면이 더 많았습니다. 특정 책을 두고 운영진들 사이에 격렬한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고 그러한 논의 과정들이 추천도서의 기준에 대해 더 많은 생각거리들을 던져주었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거쳐 청소년대상 추천도서 17권, ‘교사-일반인’대상 추천도서 3권으로 총 20권이 2013년 여름방학 추천도서목록으로 선정되었습니다.
17권의 청소년 대상 추천도서들을 모아보니, 문학 분야는 6권이 들어 있었습니다. 청소년 문학의 정체는 계속되는 느낌입니다. 특정 소재나 주제의 반복이 여전했습니다. 물론 청소년이 대상독자이기에 소재나 주제 설정에 있어 어느 정도의 한계는 불가피할 것입니다. 그러나 단순한 반복과 거기에서 오는 진부함은 실망스러웠습니다. 다양하고 개성있는 변주들이 나와서 청소년 문학이 더 풍요로워지길 기대해 봅니다.
미국작가 유진 옐친의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교실은 운영진들이 만장일치로 추천한 소설입니다. 스탈린 치하 구 소비에트 사회의 한 초등학교가 배경인 이 소설에서 주인공 사샤는 자신이 ‘가장 완벽한 교실’이라고 생각했던 세상이 사실 ‘가장 추악한 곳’임을 깨닫게 됩니다. 빠른 사건전개가 흡입력 있고, 짧지만 강한 울림을 주는 소설입니다. 저자가 직접 그린 일러스트도 작품의 분위기를 훌륭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선희 작가의 열여덟 소울은 평범하지 않은 환경에서 아픈 성장의 시기를 거치고 있는 세 아이들이 전국노래자랑을 계기로 서로의 상처를 극복해가는 씩씩한 이야기입니다. 짜임새가 엉성하고 인물 설정도 어색하지만 코믹한 요소가 풍부해 청소년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장점을 더 높이 보았습니다. 과학실에서 읽은 시는 시와 과학이라는 이질적인 두 영역이 절묘하게 결합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책입니다. 현직 교사이자 시인이기도 한 저자는 시를 해석하면서 그 시에서 이끌어낼 수 있는 과학 지식들을 함께 곁들여 이야기합니다. 이질적인 두 영역의 결합이 작위적이지 않고 설득력 있게 설명되고 있습니다. 파란 아이는 논란이 많았던 소설입니다. 운영진 모두 이 책에 수록된 단편들의 완성도와 문학성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작품들을 일관하는 주제가 없어 유명작가들의 화려한 개인기를 따로 감상하는 느낌이라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4차까지 논의한 결과 작품들의 문학성에 더 높은 점수를 주어 추천하게 되었습니다. 화려한 보석들이라도 그것을 어떻게 꿰느냐에 따라 아름다울 수도 있고 추해질 수도 있습니다. 기획력이 읽히는 훌륭한 모음집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그치지 않는 비는 열아홉 살 한 소년의 여행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혼자 떠난 여행이지만 소년에겐 형이란 동반자가 있고 길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단단한 문장들 속에 주인공의 슬픔이 잘 쟁여져 있는 소설입니다. 철학자와 늑대는 마이애미 대학의 철학교수인 마크 롤랜즈가 늑대 브레닌과 함께한 11년의 세월을 추억하며 쓴 감동적인 에세이입니다. 저자는 브레닌을 통해 ‘영장류’인 인간이야말로 얼마나 이상한 동물인지를 깨닫습니다. 브레닌에 대한 사랑을 논하는 장면이 숨막힐 듯 아름다운 책입니다.
인문 분야는 7권 중 역사책이 3권(피터 히스토리아, 십대를 위한 동아시아史 교과서, 대한국民 현대사)이나 선정되었습니다. 피터 히스토리아는 영웅 길가메시의 침략으로 고아가 된 소년 피터가 영원히 죽지 않는 아이가 되어 세계의 역사를 경험하는 스토리의 만화책입니다. 이 책 역시 운영진 선생님들의 만장일치로 추천되었습니다. 스토리도 흥미롭지만 역사서술의 주체를 10대 인물들로 설정해, 독자인 청소년들이 질문을 던지며 스스로 역사적 사건들을 사유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십대를 위한 동아시아史 교과서 역시 독특한 구성의 역사책입니다. 역사를 시대 순으로 서술하지 않고, 특정 주제에서 관련된 주제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방식으로 서술했습니다. 동아시아사를 세계사와 관련지어 서술하기도 하여 세계사적 시각에서 동아시아사를 접할 수 있는 책입니다. 대한국民 현대사는 저자의 부친이 남긴 신문스크랩을 사료로 삼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책은 대한민국의 한 국민이 정리한 역사이면서 저자의 입장에선 아버지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한국 현대사를 배경으로 저자와 돌아가신 아버지와의 대화가 겹쳐 읽히는 재미도 상당합니다.
이젠 없는 것들 1,2은 원로 국문학자인 김열규 교수의 책입니다. 장승과 물레방아, 뒤뜰의 장독대, 마을 입구의 큰 마당과 고샅길, 저자가 “귀에 사무치고 코에 서린 것들”이라고 표현한 다듬이 소리, 황소 울음, 할머니 군소리, 술 익는 냄새 등 이제 우리 곁에서 사라져 버린 것들에 대한 민속지입니다. 저자는 이젠 없는 것들을 그리움으로 다시 불러내고 어루만집니다. 하지만 노교수의 따뜻한 문체를 따라가다 보면 촌각을 경쟁하듯 새것들이 쏟아지는 이 세상에 대한 강한 비판이 읽히는 책입니다. 우리 엄마는 왜?는 ‘엄마’에 대한 사회학적 분석을 청소년들도 쉽게 공감할 수 있게 쓴 책입니다. 이 책은 다양한 청소년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사회에 실제로 살아 움직이고 있는 ‘엄마’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엄마’를 좀 더 잘 이해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엄마와 소통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머리를 9하라는 카피라이터 정철이 쓴 책입니다. 29년 경력의 카피라이터인 저자는 발상 전환의 9가지 노하우를 독자들에게 제시합니다. ‘머리’로 재미있게 노는 법을 가르쳐주는 이 책을 ‘머리’로 중노동을 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에게 적극 추천합니다. 톰 행크스가 주연한 영화 <터미널>과 같은 일이 우리나라에서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내 이름은 욤비의 저자인 욤비 토나는 한국에 살고 있는 아프리카 콩고 출신의 난민입니다. 난민 지위를 인정받기까지 ‘깜둥이’, ‘새끼야’로 불리면서 모진 고생을 견뎌낸 욤비 토나씨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한국사회에 존재하는 또 다른 인권의 사각지대를 살펴볼 수 있는 책입니다.
과학은 논의 과정에서 가장 많은 책들이 탈락된 분야입니다. 그동안 새로운 저자들이 많이 나왔지만 그 저자들의 새 책들은 전작에 비해 새로운 것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다른 책들은 여전히 청소년들이 보기엔 너무 전문적이었습니다. 최종적으로 3권의 책이 선정되었습니다. 수냐의 수학영화관은 수냐(sunya)라는 인도어를 별칭으로 갖고 있는 저자가 수학을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쓴 책입니다. 수학과 다른 분야를 연관 지어 쓴 책들은 많았습니다. 그러나 단순하고 기계적인 적용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영화로 수학을 읽기도 하고 수학으로 세상을 읽기도 하면서 수학이 가진 깊은 매력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어메이징 그래비티는 고등학교 과학 선생님이 쓴 과학 만화책입니다. 과학 지식을 다루고 있지만 그보다 더 소중한 과학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책입니다. 논의 과정에서 특정 부분의 표현에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저자의 노력과 재능에 더 큰 점수를 주어 추천하였습니다. 식물은 알고 있다는 식물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고 있는 책입니다. 식물은 한번 뿌리 내리면 그곳에 고정될 수밖에 없는 고착생물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식물이 동물처럼 보고, 듣고, 서로 의사소통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합니다. 이 책은 식물의 세계는 고요하지만, 동물의 세계만큼 치열하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예술분야에선 1권의 책만이 선정되었습니다. 예술은 청소년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을 가장 찾기 힘든 분야입니다. 일단 신간 도서가 많지 않습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넘쳐나고 연예인이 되겠다는 청소년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잘 이해가 가지 않는 현상입니다. 아다지오 소스테누토는 서양 고전음악 거장들의 삶과 음악을 그들의 내면과 그들이 살았던 시대의 지평 속에서 살펴본 인문 교양서이자 예술서입니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위대한 음악의 거장들과 동시대를 호흡하며 사라져간 인물들을 종횡무진으로 연결했다는 것입니다. 베토벤의 음악으로 춤을 출 순 없습니다. 하지만 아이돌 음악으로 사색할 수도 없습니다. 올 여름 거장들의 음악을 들으면서 인간과 예술이란 주제를 붙들고 사색하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랍니다.
이번 목록에서 책따세 운영진들은 교사나 일반인들에게 추천하는 또 다른 목록을 작게 만들어봤습니다. 총 3권의 책이 선정되었습니다. 나는 공짜로 공부한다의 저자 살만 칸은 교육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살만 칸은 공부는 스스로 필요성을 느껴서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야 하고, 누구나 어디서나 언제든지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공부만이 지속 가능하고 행복과 연결됩니다. 입시에 묶여 불행한 공부를 강요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 청소년들에게 어떤 공부를 선사해주어야 할지를 고민하게 하는 책입니다. 가르친다는 것은 교사들을 위한 책입니다. 가르치는 일은 자기와의 싸움이기도 합니다.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교사들은 현실에 지치기도 하고 생활에 치이기도 하면서 쉽게 매너리즘에 빠집니다. 가르치는 일에 어느덧 지쳐버린 교사들에게 이 책은 초심으로 돌아가서 교육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착한 소가 웃는다는 맑고 아름다운 유고 시집입니다. 이 시집을 남긴 이관희 선생님은 충암고등학교에서 묵묵히 참교육자의 길을 걸어가셨던 분입니다. 일상의 속박들과 이길 수 없는 욕망에 부대껴 괴롭거나 할 때, 어느 페이지나 펴서 읽어도 살아갈 용기와 이유를 줄 수 있는 시집입니다. 많은 독자들이 이 시집을 통해 이관희 선생님을 기억하며 행복하길 바랍니다.
2013년 7월 26일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일동
첫댓글 아~ 축하합니다. 이렇게 멋진 일이~~~
역시 진실이 통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수냐의 수학카페와 수학영화관이 많이 알려지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작가님! 저도 기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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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레티아! 고마워요.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죠?
축하드려요 부디 책이 날개돋힌듯 팔리길~^^
봄희, 늘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