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고는 싶지만 티베드를 여행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장족이 살고 운남 서북의 떠칭(德宏)까지는 갔었습니다. 티베드 여행이 아니어서 죄송합니다. 혹시 해당된 글이 아니어서 문제가 되면 즉시 지워 주십시오.
중국서남에는 소수민족이 많다. 이들의 식생활은 민족만큼이나 다양하고 특이한 요리가 많다. 여기서는 익은 돼지요리를 소개하겠다. 아열대인 이곳에는 티베트의 만년설이 녹아서 멀리 이동하여 수자원이 풍부하고 물고기가 많다. 그리고 농약을 쓰지 않고 화학 약품을 사용하지 않아서 우리의 60년대처럼 도랑에 물이 흐르면 송사리와 무렁이 득시글거렷듯이 물고기가 많다.
물고기를 잡으면 그늘진 뒤뜰에 그물로 된 선반에 널어 놓으면 냄새에 민감한 곤충이 날아와 아낌 없이 알을 붙이고 며칠 후면 굵은 애벌레가 자라서 하얗게 굼실거린다. 이때 밑에 보자기를 깔고 흔들면 튀밥처럼 희고도 타원형의 똑같은 요리재료가 눈처럼 솓아진다. 이를 모아서 식물성 기름에 살짝 데치면 요리가 끝난다.
나는 신기하여 시식한 결과 물고기 살보다 더 보드랍고 유월의 바다새우보다 더 껍질이 얇은 담백질의 보고였다. 식탁에 올라오면 치아가 없는 어린이의 이유식으로, 그리고 치아가 부족한 노인의 영양식으로 소화가 잘되고 입안에 들어가자 살살 녹는다. 이렇게 다단계로 가공하여 고급스런 요리로 향상되는 모습을 보고 이들의 오랜 전통이 만들어낸 지혜에 감탄하였다.
물고기에서 단기간 양식된 애벌레 요리는 비교적 여러 민족에 보급되어서 어느 민족의 특허품이라고 말하기 어려웠다. 나는 이보다 더 고수인 요족의 익은 돼지고기 요리를 소개하겠다. 요족(瑤族)은 글자의 의미인 구슬처럼 아름다운 이름을 가졌다. 이들의 피부는 약간 붉은 갈색이고 본래 인도의 드리비다족이나 아프리카흑인 기원설도 있지만 피부가 비단결과 처럼 부드럽다.
이들의 익은 돼지고기는 우리나라에서 요리로 명성이 높은 호남지방의 삼합에 쓰이는 돼지고기와 전혀 다르다. 삭힌 홍어와 묵은지에 싸서 먹는 삼합은 푹삶아 기름기가 없앤 돼지고기이지만 부르는 용어는 익은 돼지고기로서 거의 비슷하다. 이들은 큰 잔치를 앞두고 돼지를 잡아서 큰 덩어리로 나누어 보름 동안 땅속에 묻어둔다. 일주일쯤 지나면 물고기에 잘 찾아오는 흔한 곤충이 예외 없이 찾아와서 땅속의 비밀을 훤히 꿰둘고 용하게 땅속으로 애벌례를 잠행시킨다.
그리하여 땅속에서 발효된 육질까지 용감히 돌진하여 침투하여 일주일을 잠복하고 올라와 날개를 달고 신선으로 날아가기 이틀전 요족은 귀신처럼 이를 알고 발굴하여 간단히 물에 살짝 익힌다. 호남지방처럼 돼지의 기름이 쏙빠지로록 수증기로 오래 삶는 방법과 달리 참으로 간단한 요리이다. 국물 위에 애벌례가 식혜의 밥알이나 굵은 참깨처럼 둥둥 떠울라 오면 잘 익은 돼지고기라고 혼인찬지의 최고급요리로 제공한다.
우리의 청국장보다 오히려 냄새는 적지만 입속에서 살살 녹으면 목구멍을 미끄럽게 넘어가는 감촉은 그들의 피부처럼 곱다. 돼지의 기름이 열대에 가까운 흙속에서 발효되고 지혜로운 곤충의 애벌레가 발효를 촉진시켰으므로 더욱 감미롭다. 중국에 가면 향채(향차이.고수나물, 속칭 빈대나물), 볼로흐(치즈를 발효시킨 두부),탐화밀(까맣도록 발효시킨 오리알)의 세 가지가 한국사람이 가장 두려워하는 일반음식이라지만 물고기와 익은 대지고기에 자라난 곤충의 애벌레 요리가 살살녹는 맛을 즐기기 시작하면 그곳에 찾지 않고 견디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