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숍이 떡볶이 판매… 자고나면 생기는 ‘숍인숍’
“한우물만 파선 안돼” 매장 1곳서 브랜드 11개 배달… 득과 실 분석
지난 19일 오후 서울 신촌의 먹자골목. 전날 내린 폭설로 거리가 한산한 가운데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 앞에 배달
오토바이 기사 3명이 음식이 담긴 비닐봉지를 챙기고 있었다. 비닐봉지에는 ○○○커피 브랜드가 아니라 A브랜드 떡볶이,
B브랜드 피자, C브랜드 샐러드가 각각 새겨져 있었다. 커피숍 주인인 공모(33)씨는 “하루에 매장에서 커피 150잔 정도
팔았는데 코로나 탓에 30잔도 안 팔리니 마냥 손만 놓고 있을 수가 없었다”며 “주방에 있는 오븐을 활용해 무엇을 할지
고민하다가 다른 배달 브랜드 가맹점까지 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의 코로나 방역 조치로 가게를 찾는 손님이 줄자 기존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배달 전문 브랜드를 함께 운영하는 점주가
늘고 있다. 프랜차이즈 브랜드 하나만으로 생계 유지가 어렵자 ‘한 가게 속 다(多) 브랜드’라는 숍인숍(Shop in Shop) 선택지를 집어드는 것이다.
지난 16일 서울 관악구의 한 숍인숍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직원이 쫄면, 삼겹살, 부대찌개와 덮밥을 한꺼번에 조리하고 있다. 이 가게는 매장 한 곳에서 11개 브랜드를 같이 운영한다. /김연정 객원기자
◇하나만 팔아서 답이 없다... 우후죽순 생겨나는 숍인숍 브랜드
프랜차이즈 업계에 숍인숍 형태 매장이 본격적으로 늘어난 것은 코로나 사태 이후부터다. 배달 전문 브랜드 2~3개를 끼워
줄어든 매출을 충당하려는 점주들이 늘었고, 이에 맞춘 배달 전문 브랜드가 급증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가맹 본사는 작년 말 5602개에서 올해 7483개로 33% 늘었다. 같은 기간 이들이 등록한 브랜드는 71%(7094개→1만2127개) 급증했다. 업계에선 새로 생긴 브랜드 절반 정도가 숍인숍 배달 전문 브랜드로 추정한다.
신생 숍인숍 브랜드가 급증하면서 브랜드마다 ‘가맹점 200개 돌파’ ‘매출액 200억 돌파’ 등을 내세우며 자영업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기존 가게에 있는 설비와 인력을 그대로 이용하면서 매출을 늘릴 수 있다는 점, 하나의 아이템으로 경쟁하기보다 여러 아이템이 있어야 실패 확률이 낮다는 점 등을 장점으로 들고 있다.
◇홍보와 다른 현실... 사업 접는 자영업자들
하지만 배달 전문 숍인숍 형태 프랜차이즈가 성공을 장담하지는 못하는 게 현실이다. 경남 창원에서 10년 하던 고깃집을
접고 지난 8월 배달 전문 숍인숍 브랜드 3개를 시작한 김모(48)씨는 넉 달 만에 장사를 접기로 했다. 문제가 된 것은 홍보
비용이었다. 배달 브랜드 하나가 배달앱에 나오려면 한 개 동(洞)마다 8만원가량 홍보비가 드는데 제대로 배달 영업을
하려면 보통 가게 인근 10개 동 정도에 검색이 가능해야 한다. 김씨의 경우 3개 브랜드를 각각 유명 배달앱 3곳에 모두
표출하려다 보니 매달 매출의 26% 정도인 700만원 이상이 지출됐다.
대구에서 포장마차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면서 닭발·떡볶이 숍인숍 브랜드를 함께 운영하는 조모(30)씨는 “본사에서 크게
추가 비용 없이 배달(숍인숍)을 하라고 수차례 권유해 결국 하게 됐다”며 “매출은 늘었지만, 몸만 힘들고 손에 쥐는 돈은
오히려 줄었다”고 했다.
◇“부실한 가맹 본사 주의해야”
코로나를 타고 우후죽순 생겨난 숍인숍 배달 전문 브랜드 중에선 직원 1명이 100개 이상 가맹점을 관리하는 곳도 있다.
프랜차이즈 전문 컨설팅 기업 맥세스컨설팅의 김문명 책임연구원은 “제대로 된 프랜차이즈 본사라면 직원 1명이 30개 정도의 가맹점만 전담해 경영 컨설팅을 해준다”며 “신생 브랜드가 덩치를 불리기 위해 가맹점만 유치하고 관리는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서민교 한성대 미래컨설팅대학원 교수는 “이름만 들어도 아는 상위 50개 정도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아니면 자영업자가 6개월 이상 장사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며 “프랜차이즈 정보 공개서를 잘 따져보고 부실 여부를 확인한 뒤 계약해야 한다”고 말했다.
☞숍인숍(Shop in Shop)
’매장 안에 매장’이라는 뜻으로 기존에 영업하던 주방을 활용해 배달 전문 브랜드를 동시에 운영하는 형태의 자영업이다.
코로나 사태로 매장 손님이 줄면서 급격하게 늘었다. 주로 프랜차이즈 본사가 반조리 상태의 식자재를 공급하고 이를 데워서 파는 형태로 배달 주문을 처리한다.
첫댓글 상식을 배웁니다.
저렇게나 많이 로얄티 비슷한 재료비로 나가는 거 보면 얼마나 괴로울지, 순익이 겨우 60만이라니요. 그 많은 노력, 시간, 걱정, 노동...전 걍 중시에서 노니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