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회 동인문학상 하성란씨 '곰팡이꽃' 선정(조선6/11)
[곰팡이꽃]은 아파트 단지의 쓰레기통을 뒤져 이웃집 타인들에 대한 개인정보를
모으는 익명의 사내를 그린 특이 한 작품입니다.
정보 홍수와 대량생산 사회 속에서 정작 진실과 인간적 소통의 길은
폐기물 속에 숨어 있다는 것이 이 소설의 전언입니다.
[동인상 하성란씨] 쓰레기 속에 뒤져낼 희망이 있다면…
{무심코 버린 물건을 되찾기 위해 쓰레기통을 뒤지다 보면 내가 버린 것인데도
무척 낯설게 느껴져요. 어쩌면 진실은 그렇게 쓰레기와 함께 버려질뿐만 아니라
평소 느끼지 못하기에 다시 보면 무척 낯선 것이 아닐까요….}.
[곰팡이꽃]은 인간 심리와 사물에 대한 미시적 묘사를 전개하면서
특유의 섬세한 문채로 곰팡내 나는 쓰레기 더미속에 숨어있는 존재의 꽃을 찾아간다.
이웃끼리 익명의 관계로 지내는 아파트 단지를 무대로 한 소설의 등장 인물들도
철저하게 무명씨들이다.
주인공인 [남자], 옆집에 사는 [여자], 그 여자의 집 앞에서 사랑의 회복을 호소하는
또다른 [사내]. 이처럼 단순한 인물 삼각형중 [남자]가 옆집 [여자]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그녀의 집에서 나온 쓰레기 봉투를 수거한다.
[미끌미끌하게 썩은 밥풀들이 달라붙어 있지만 시큼한 악취 가운데서도
비닐 팩에서는 상큼한 향기가 난다. 남자가 복도에서 맡았던 그 냄새다.
(중략) 여자는 체리와 파인애플, 귤만 골라먹은 것 같다. 아스피린 포장지,
작은 쪽지 하나도 꼼꼼히 펼쳐본다. 구례행 무궁화 열차표 한 장. 지리산을 종주하고
있는 여자의 모습이 떠오른다.].
정보 홍수 시대라고 하지만 바로 이웃집 여자를 실체로 느끼기 위해선 문명의
폐기물을 뒤져야 하는 역설적 상황을 통해 극단적 소통단절의 상황을 보여준다.
하씨는 {김춘수 시인의 시[꽃]에서 소설 제목을 연상했다}고 밝혔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꽃이 되었다]는 시행처럼
이 소설의 [남자]는 쓰레기 봉투의 곰팡내 속에서 [여자]라는 꽃을 호명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자]는 그에게 다가와 꽃이 되지는 않는다.
[남자]는 마침내 쓰레기 속에서 그녀의 연체된 호출기 사용료 청구서와 이름을
알아내지만, 이미 이사를 간 그녀는 호출기마저 계약 해지한 채 익명의 군중 속으로
사라졌다.
[남자]는 아파트 뒤뜰 풀숲을 뒤지면서 그녀가 혹시라도 남겼을 흔적을 찾으면서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중얼거릴 뿐이다.
작가는 {인간 관계의 단절뿐만 아니라 좀더 진정한 만남을 향한 희망을
[꽃]이란 말 속에 담아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