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2005~2020]/정기산행기(2006)
2006-10-18 15:12:29
[제112차] 주흘산 경부합동산행
2006. 10. 18. / 박광용
산행일 : 2006. 10. 14. (토), 맑고 가끔 구름.
코 스 : 호텔 뒤-관산(고깔봉)-주봉-주흘산(영봉)-945봉(대간갈림길)-부봉(1~5봉)-
조곡골-제2관문(조곡관)-제1관문(주흘관)
참가자 :
서울팀 - 인식(대장), 인섭, 상국, 문수, 광용, 병효, 경호, 민영, 재봉. (9명)
부산팀 - 민석, 성일, 용하, 동욱, 한식, 상헌. (6명) è 총 15명
산행시간:
08:40 산행 시작하여,
16:30 산행 마치고 (총 7시간50분).
17:00 제2관문 휴게소에서 소풍팀을 만남.
올해는 재경 삼공회에서 주관하는 가을소풍행사의 일환으로 문경새재를 걸어 내려오는 산보를 기획하였다 한다. 이것만 가지고는 산행팀 성에는 차지 않는다. ‘조령산 구간을 백두대간 따라 종주하느냐? 아니면 주흘산을 부봉까지 다녀 오느냐?’로 고민하다가 서총이 최종적으로 주흘산 산행으로 결정하고, 펭귄에게 산행대장을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산행대장을 맡은 펭귄, 구체적인 코스를 병효 대사와 상의하여 고깔봉에서 부봉까지 갔다가 3관문이나 2관문에서 소풍팀과 만나는 것으로 결정하고는 나흘동안 술은 입에도 대지 않고 운기조식에 들어갔단다.
각자의 스케줄이 다르니 문경으로 가는 교통편도 몇 가지로 나눠야 한다. 1팀은 전날 저녁 문수 선달의 애마로, 2팀은 야탑역에서 출발하는 시외버스로, 3팀은 당일 새벽에 경호 곡사의 애마로 이동하기로 하고 버스표는 미리 예매해둔다.
잠자리는 재경 동기회의 협조를 받아 민박(목련가든)을 결정해두었고, 산행 당일 아침식사도 민박에서 해결하고 (8시가 되어야 식사가 가능하다 함), 점심은 김밥으로 준비하기로 하고 경호 곡사가 새벽에 수서역에서 준비해오는 수고를 마다 않는다.
부산팀은 서총이 연락하여 문경의 민박에서 모이기로 하였고, 이미 봉고차를 대절해뒀다 한다. 창원이나 대전팀도 연락을 취해봤으나 각자의 사정이 여의치 못해 불참을 통보 받았다. 작년에 덕유산을 종주했던 팀을 전부 모아보려 했지만 모두가 사정이 다른 모양이다.
금요일, 저녁 7시20분까지는 야탑역으로 가야 하는데 집에 들렀다 가는 것이 번거로워 아예 양복차림에 배낭을 매고 옷 가방 하나 들고 출근했다. 저녁시간이 다가오자 마음이 설레기 시작한다. 옛날 조령 고개를 자동차로 넘어본 기억이 있는지라, 그 모습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저녁 6시40분 사무실을 나와 지하철로 이동, 7시 정각에 병효 대사를 만나고, 저녁식사를 하고 왔다는 병효 대사의 말에 혼자 밖으로 나가 국밥 한 그릇을 먹고 오니 7시20분. 먼저 떠났을 서총에게 전화하니 문수의 애마에 예정대로 자신과 인섭이와 펭귄이 타고 가고 있단다. 먼저 가서 삼겹살 준비해 두라 하니 모든 것을 가서 해결하겠단다.
7시40분, 예정대로 버스는 출발하고 버스 가는 길이 보통 때와 좀 다르다. 나중에 알고 보니 국도를 타고 와서는 곤지암 나들목에서 중부고속도로에 진입하더라. 나올 때는 연풍 나들목에서 국도로 빠지고 3번 국도의 이화령 터널을 통과하더라. 이 길을 알아두면 다음에 도움이 되리라 여긴다.
9시25분, 문경 버스터미널 앞에서 차를 내리고, 먼저 도착한 1팀 일행과 합류하여 새재가든(054-571-2030)에서 문경 한우로 간단히 요기하고는 (한우 소고기가 억수로 맛있었음) 부산팀을 만나러 목적지인 민박 목련가든(054-572-1940)으로 간다.
예약된 방에 가방을 내려 놓고 술잔 기울일 장소를 물색하고 있는데, 부산팀의 봉고차가 도착하고, 올 봄에 ‘홈카밍 행사’에서 보긴 했지만 그래도 객지에서 만나니 또 반가울 수 밖에. 삼공산악회 골수 회원 6명, 성일, 동욱, 용하, 민석, 상헌, 한식, 모두 반갑다. 우삼이 업무가 바쁘다 하고, 거훈이도 워낙 바쁜 일정으로 산행참석이 어려워졌단다.
우리의 숙소 맞은편 불 켜진 식당에서 두부김치와 파전, 묵무침, 오뎅과 라면 그리고 부산에서 공수한 막걸리 ‘생탁’과 문경의 조껍데기 막걸리까지… 모두가 불그스레하게 기분 좋은 밤을 보낸다. 마침 지난 주 백두대간 종주를 성공리에 마친 성일이를 우리 모두가 축하해 주고, 앞으로는 이런 전국합동산행을 년 2회로 확대하자는 의견이 타진되고, 각자의 지역에서 그 가능성을 확인하기로 한다.
아침 식사가 8시 되어서야 먹을 수 있다 하기에 늦잠을 자려 하지만 6시만 되면 떠지는 눈을 이제는 어쩔 수가 없다. 서울의 경호 곡사 일행이 떠났을 시간이다 싶어 통화를 시도하니, 권박이 늦게 연락해서 함께 오지 못했고, 민영 쫄고와 재봉 선사가 동행하고 있단다. 지난밤 버스가 왔던 길을 알려준다. 재봉 선사는 어제 밤에도 올지 말지를 결정하지 못하더니 다행히도 함께 올 수 있어서 좋고 (이런 기회가 자주 있는 게 아니니 가능하다면 따라 붙는 것이 최고지!!), 권박이 함께하지 못해 아쉽다.
8시가 좀 못 되어 경호 일행이 당도하고, 오는 길 휴게소에서 아침 요기를 했다는 친구들도 무국에 아침밥을 늘름 한 그릇을 비운다. 점심용 김밥과 바나나를 나눠 갖고 8시40분 문경호텔 옆으로 난 산행들머리로 올라가니 빨간 막대기를 든 사람이 지키고 서있다.
“여기는 금지된 구역입니다. 저쪽 혜국사 쪽으로 올라가세요. 그 쪽이 훨씬 좋습니다.”
면서 우회할 것을 권유한다.
사정한다고 해결될 것이 아님을 알고는 성일이가 앞장서며 빙~돌아간다. 15명이나 되는 대군을 이끈 성일이가 100미터쯤을 돌아와서는 사과 과수원 옆으로 난 들머리로 숨죽이고 차례로 숲속으로 모습을 감춘다. 10분쯤 올랐을까? 작은 무덤이 하나 있고 공간이 제법 된다. 단체로 출석사진을 찍고는 8시55분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관봉(고깔봉)을 향해 오르는데 우리가 주흘산 전체를 전세라도 낸 듯 우리 일행 외에는 아무도 없다. 조망이 있는 곳에서 쉬어 가기는 하지만, 아직 다 가지 못하고 버티고 있는 여름이 원망스럽다. 발 빠른 용하와 민석이가 앞질러 나아가고 이들을 따라 가는 민영 쫄고가 서울팀의 체면을 세워준다. 얼굴 보기가 어려워지자 서총이 꼭 한 마디 거든다.
“민영이 출장 가서 보약을 먹고 왔나? 그게 아니라면 시차 적응이 안돼 아직 제 정신이 아닐 꺼야.”
관봉에서는 경호가 선두그룹이 빠진 단체사진을 찍은 것 같은데 아직 아무 소식이 없네. 앞뒤로 흩어진 일행이라 주봉에서는 조망도 별로고, 단체사진도 찍지 못하고 지나친다. 그런 와중에도 성일이는 서울팀의 후미를 꼼꼼히 챙겨준다. 선두그룹이 먼저 나아가고 나는 중간에 끼여 상헌이를 뒤따라 간다. 건조한 날씨에 마른 낙엽이 수북한 길을 영봉을 행해 가는데 바위 모퉁이를 돌아가는 길에서는 걸음이 조심스럽다.
영봉을 향해 가는데 선두와 연락이 쉽지 않다. 김총이 민영 쫄고한테 문자로 ‘영봉에서 점심 먹자’고 알려주고, 12시20분 영봉에 도착하니 선두는 이미 점심을 해치우고 우리를 기다린다. 중간과 후미 사이에서 앞으로 치고 나온 서총,
“펭귄이 다쳤다. 낙엽을 밟고 넘어졌는데 바위 돌에 무릎을 부딪혔다. 뒤따르던 동욱이가 붕대 감아주고 치료해줬는데 완주하기 힘들지 싶다.”
고 고함이다. 산행대장 할 거라며 나흘동안 그 좋아하던 술도 안 먹고 운기조식 했는데…
좁은 공간에 이리저리 자리잡고 앉아 김밥과 과일을 먹고 동동주를 한 사발씩 돌리고 나자 펭귄을 비롯한 후미팀이 걱정된다. 경호도 무릎이 안 좋다며 은근히 걱정하던데, 우삼이 다음의 이빨꾼 상헌이가
“물도 모자라고, 오늘 컨디션이 영 별로다. 내가 후미팀 만나서 같이 하산하께.”
하며 먼저 제2관문 쪽으로 내려간다.
한참을 기다려도 후미팀은 나타나지 않고, 덕분에 목동표 김치를 맛보지는 못했지만, 항상 조용한 미소로 인사하는 민석이가 준비한 김치로 입안을 개운하게 한다. 근데 병욱이는 왜 안 왔지? 물론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밥상에 반찬이 없어 조금은 서운하기도 하다.
이제 부봉으로 가는 일만 남았다. 부봉에서 2관문쪽으로 하산하기로 한다. 가는 길이 조금씩 헷갈렸나 보다. 갈림길까지 내려갔던 길을 다시 올라오는데 후미팀이 도착한다. 펭귄은 겁에 질린 탓인지 얼굴이 새하얗다. 경호와 한식이도 펭귄 대동하느라 정신 없었을 거다. 영봉까지 오는 게 너무 힘들어 중간에 쉬면서 김밥까지 먹고 왔단다. 드디어 영봉에서 상헌이 빠진 단체사진을 한 방 박고, 13:05 출발이다. 경호는 ‘얼마만의 산행인데 포기할 수 없다’며 따라 나서고, 한식이와 펭귄은 제2관문쪽으로 하산한다.
하늘재로 가는 길목의 백두대간 갈림길(지도에는 945봉)을 지나니 부봉이 코앞이다. 로프를 잡고 힘들게 오른 부봉의 제1봉, 조망이 빼어나다. 저기가 월악산이고, 저 앞이 포암산, 그 앞이 하늘재… 성일이가 하나하나 가리켜가며 설명해준다. 저 뒤로는 소백산인데 잘 안 보인단다.
여섯 봉우리가 모여있는 부봉, 하나하나 넘어간다. 100미터 정도를 오르면 다시 내려가고… 그래도 4봉은 위험구간인지 못 가도록 밧줄을 걸어 막아놓았다. 얼마나 반갑던지? 결국 4봉은 우회하고, 5봉에서의 조망이 압권이다. 이제 올라갈 일이 없어졌다. 철사다리가 있는 6봉을 오르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내리막길, 급한 경사에 살짝 미끄러질 때마다 먼지가 풀풀 인다. 병효 대사 말에 의하면 산죽이 끝나면 계곡물이 나온다는데, 한참을 가서야 물소리가 들린다. 조령천길에는 산보 나온 여럿 산객들의 왁짜지껄한 소리도 들리고… 16:30 갑자기 툭 터진 계곡물에 발 담그니, 먼저 와서 과일을 깎고 있는 민석이가 그렇게 고맙다. 민영이, 용하도 점심 이후 처음으로 얼굴을 본다.
평탄한 산보길을 따라서, 옛날 과거 보러 가던 선비의 뒤를 따라, 문경시에서 정성을 들여 가꿔놓은 길을 간다. 제2관문(영남제2관=조곡관)을 지나고, 17시에 휴게소에 들러 캔맥주를 한 잔 들이킨다. 어제 밤의 기억을 더듬던 김총이 서빙하는 아줌마에게 ‘새재가든’에서 있었던 얘기를 꺼내지만, 그 아줌마 왈,
“그 할머니는 몸이 불편해서 예까지 올라오지도 못해요.”
갑자기 김총이 머썩해졌다.
뒷 구석에서 구름과자 먹느라 조금 늦게 자리에 앉게 된 서총이 맥주캔을 받아 한 모금 마시더니 저쪽 위에 앉아있는 아줌마 일행을 소리쳐 부르고, 그 아줌마들이 놀라서 우리를 쳐다보자 서총이 말을 잇는다.
“아지매, 내 모르겠능교? 어제 밤 터미널 앞에서 고기 묵었는데, 산에서 내려올 때 여기 와서 막걸리 한 잔 해라 안 캤능교?”
무슨 소린지 잠시 생각하던 아줌마 한 명이 놀라 일어서며,
“엄마야! 맞다, 맞아. 어제 그 손님들이네! 내가 뭐 하고 있노? 두부김치 하나 내~가께요.”
하더니 서둘러 두부김치 두 접시를 내어 온다. 이제는 안주가 남았으니 맥주를 더 시키고…
서총과 부산팀과의 복잡한(?) 셈을 끝내고 일어서려는 순간, 저쪽 큰길에서 빨간 수건을 목에 두른 일행이 내려가고 있었나 보다. 문수 선달이 발견하고는 ‘인기야!!’ 하며 소리 높여 불러 세운다. 한 무리의 친구들이 몰려오는데, 바로 그때 누구랄 것도 없이,
“야~야~ 빨리 일어나자. 저 아~들 오면 또 술 더 마신다 아이가?”
하며 민첩한 동작으로 자리를 박차고 나온다.
서울과 부산에서 관광버스를 타고 온 친구들은 이화여대 생활관 앞에서 만나서 1관문을 통해 내려 오면서 2관문 부근에서 산행팀과 만나기로 했다. 하지만 모두들 ‘그런 게 잘 되겠나?’ 하며 반신반의하고 있었는데 결과는 기막히게 잘 맞아떨어졌다. 이리하여 산행팀은 소풍팀과 합세하고 주흘산 산행은 끝을 맺는다.
나중에 제1관문에서 먼저 하산한 한식이, 상헌이, 인식이를 만나고, 일부는 문경 시내로 나가 온천욕 하고는 다시 목련가든에서 모든 친구들이 모여 저녁을 먹는다. 산행에 동참하지 못한 거훈이도 참석했는데, 우삼이는 끝내 얼굴을 볼 수가 없더라.
50명이 넘는 꼬치 친구들이 모여 놓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