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정이 너무 적다
한 사람의 인격과 성격은 가정에서 결정된다. 그런데 한국의 가정을 보면 건강한 곳이 적다. 이것은 역사적으로 대물림되어온 모습이다. 일제 치하와 남북 전쟁 그리고 독재와 군사 정권 속에서 억압받고, 검열된 채 살아왔기 때문이다. 이것이 한국인의 심리적 상처이고, 지금까지 뿌리를 내리고 있다.
심리 에세이로 유명한 소설가 김형경 씨의 글에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심리적 상처는 대를 이어 전해지는데, 세대를 거듭할수록 그 상처는 심하다고 했다. 지금 3대째에 해당하는 MZ 세대의 상처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정도일 것이다. 현대 많은 한국인이 겪는 우울증과 번아웃 그리고 중독 현상은 이유가 있다.
심리학이 발달한 미국의 학자들의 말에 의해서도 이것은 확인할 수 있다. 가장 먼저 자존감 높은 부모가 자녀를 자존감 높게 키운다고 했다. 부모는 아이들의 가장 결정적인 역할 모델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동물에게서도 발견되는 현상인데, 부모와 떨어져 지내게 되면 문제 행동을 보이게 된다. 그런데 다시 어른 동물을 곁에 두면, 행동을 보고 배워 잘 지내더라는 것이다.
정신의학자 스캇 펙 박사도 말한다. 가정에서 부모의 역할은 신과 같다는 것이다. 어린 아이에게 어른의 행동은 신과 맞먹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부모가 말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 자녀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많은 심리치료자들은 가정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건강한 부모는 절제하고, 단정하며, 질서 있게 살아간다. 이것을 보며 자라는 아이들은 “아, 저게 살아가는 방법이구나.”하고 깨닫는다. 그런데 현대 가정에서 이와 같이 살아가는 어른은 너무 적다. 우선 어른들도 그들의 부모에게서 질서 정연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그래서 이들도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모른 채 성장했다.
다행히 현대 들어, 심리학의 많은 발전을 통해 사람들은 정서와 심리적 성장에 관한 정보를 보고 듣게 되었다. 자신의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게 되고, 자기의 미성숙한 성격을 성찰하게 된다. 자존감과 자기 객관화라는 용어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자기계발 산업이 많이 성장했고, 자아 관찰에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 한국의 가정은 건강하지 못하다. 한국 사회 자체가 불균형적인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 속에서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이 한국인이다. 사람이 건강하게 살아가는 데는 마음의 여유가 중요하다. 어른들은 직장에서 신자유주의에 따른 숨 막히는 질서를 따르기에 여념이 없다. 아이들은 그들 나름대로 살맛이 안 난다.
한국의 어른은 아이들에게 존경받고 있을까? 즉 리더로서 인정을 받고 있느냐는 물음이다. 한국에 제대로 리더 역할을 하는 어른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좋은 리더라면 스스로의 삶으로써 모범을 보여주고, 따르는 이들에게 영감을 준다. 훌륭한 리더는 먼저 가정에서 인정을 받는다. 좋은 아버지이자, 좋은 남편의 역할을 잘 보여줄 것이다.
건강한 가정이 왜 중요하냐면, 아이들이 성장해서 사람들과 친교를 맺고, 사랑에 빠지게 되면 그때 어렸을 적에 익힌 관계 맺기 패턴이 나오기 때문이다. 즉 우정을 맺고, 연애를 할 때 가정에서 양육되었던 방식을 반복한다. 자존감 높은 사람은 건강한 관계 맺기를 한다. 문제는 이런 사람이 한국에는 너무 적어서, 고맥락 관계 문화의 사회에서 긴장과 갈등이 생긴다는 것이다.
서양 학자들은 한국에만 있는 심리적 질병으로 ‘화병’을 꼽았다. 한국인은 심리적 상처를 해소하지 못하고, 치유 받지도 못하고 있다. 젊은이들은 자신들에게 이런 증상이 없다고 말할 텐데, 이들도 한국에서 나이가 들어보면 관련 증후군을 보인다. 젊은 세대에서 나타나는 ‘분노조절장애’가 이와 유사한 질병일 것이다. 화는 외부로 표출되어 사람과의 관계를 망치고, 주변의 행복을 파괴할 수 있다.
좋은 가정은 건강한 남자와 여자의 만남으로 이뤄질 수 있다. 이들은 독립적이고 스스로의 삶을 선택할 수 있다. 서로에게 의존하지 않고, 각자 주체적인 결정을 내린다. 이들은 관계를 위해 자신의 자아를 희생하지, 상대에게 맞추지 않는다. 가정을 좋은 베이스 캠프로 여기고, 이곳에서 안정과 휴식을 취한다. 이런 곳에 기쁨과 행복이 따르는 것이다.
김신웅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