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3년 5월 6일 독립유공자 정인보가 태어났다. 역사학자이자 시조시인인 정인보는 1950년 전쟁 중 납북되었고, 북한에서 타계했다. 그는 부인이 별세한 1913년 이래 검은 한복만 입고 살았다.
선생은 〈이른 봄〉에서
“그럴싸 그러한지 솔빛 벌써 더 푸르다 /
산골에 남은 눈이 다산 듯이 보이고녀 /
토담집 고치는 소리 볕발 아래 들려라”
라고 읊었다. 하지만 그런 봄을 두 번 다시 맞이하지 못하였으리라.
삼일절 노래, 제헌절 노래, 광복절 노래, 한글날 노래, 개천절 노래 중 한글날 노래만 최현배가 노랫말을 썼고, 나머지 4대 국경일 노래 작시는 모두 정인보가 했다. 최현배 또한 독립유공자로서 걸출한 한글학자였으니 한글날 노래 작사자로 아주 제격이라 하겠다.
“흙 다시 만져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 /
기어이 보시려던 어른님 벗님 어찌하리 /
이 날이 사십 년 뜨거운 피 엉긴 자취니 /
길이 길이 지키세 길이 길이 지키세”
“비 구름 바람 거느리고 인간을 도우셨다는 /
우리 옛적 삼백예순 남은 날이 하늘 뜻 그대로였다 /
삼천만 한결같이 지킬 언약 이루니 /
옛길에 새 걸음으로 발맞추리라”
“우리가 물이라면 새암이 있고 /
우리가 나무라면 뿌리가 있다 /
이 나라 한 아버님은 단군이시니 /
이 나라 한 아버님은 단군이시니”
“기미년 삼월일일 정오 /
터지자 밀물 같은 대한 독립 만세 /
태극기 곳곳마다 삼천만이 하나로 /
이 날은 우리의 의요 생명이요 교훈이다 /
한강은 다시 흐르고 백두산 높았다”
1919년 5월 6일 〈오즈의 마법사〉를 쓴 프랭크 바움이 세상을 떠났다. 〈오즈의 마법사〉에 주인공 소녀 도로시가 “뇌가 없는 네가 어떻게 말을 하니?”라고 묻고, 허수아비가 “사람들도 생각 없이 말을 많이 하잖아?”라고 반문하는 장면이 나온다.
정인보의 국경일 노랫말들은 ‘우리가 너무 생각 없이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성찰에 젖게 만든다. 〈이른 봄〉 제 2연에서 선생은
“나는 듯 숨은 소리 못 듣는다 없을손가 /
돋으려 터지려고 곳곳마다 움직이리 /
나비야 하마 알련만 날개 어이 더딘고”
라고 노래했다.
대한민국은 과연 언제나 봄을 맞아 활활 날갯짓을 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