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배구의 시즌이 다시 밝았습니다.
매일같이 37~8도의 폭염이 거의 한달 가까이 계속되는 가운데, 참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네요.
오늘은 '보령 한국도로공사컵 여자프로배구대회 2018'의 개막전이 '충청남도 보령시'에서 있었습니다.
반가운 선수들 얼굴. GS칼텍스와 KGC인삼공사의 오늘 경기 스타팅라인업입니다.
일단 GS는 주전 공격수 강소휘와 나현정 리베로가 아시안게임 대표 차출로 자리를 비웠죠. 반면 KGC는 선수 공백이 없습니다.
GS는 새로 이적해온 이고은 세터(前 IBK)와 긴 부상에서 복귀하는 표승주 선수 얼굴이 반갑습니다. KGC에는 도로공사에서 이적해온 최은지 선수가 스타팅 기회를 잡았네요.
■ 오늘 경기 흐름 살펴보기 (모든 숫자는 앞의 수치가 GS입니다)
1세트는 시작부터 확실히 KGC인삼공사 흐름이었습니다. 주전 선수들의 공백이 전혀 없어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후보인 KGC답게 2번째 테크니컬 작전타임 전까지 4 대 14로 크게 앞서갔습니다.
경기 초반엔 한송이 선수가 용병 모드의 공격력으로, 세트 중반부터는 이적생 최은지 선수의 스파이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한송이(186cm)-한수지(182cm)'로 이어지는 전위 블로킹벽은 높았고, 지난 시즌에도 확실했던 수비조직력은 여전했습니다.
반대로 GS칼텍스의 조직력은 크게 흔들렸습니다. 리시브가 흔들리면서 경기 초반 이소영 선수는 2연속 미완성의 공격을 할 수밖에 없었고, 이고은 세터는 0 대 6에서 한수진 선수로 교체돼 나가야 했습니다.
그래도 세트 중,후반부터 그래도 조금 따라붙은 GS칼텍스. 최은지 선수의 연속 범실 등으로 KGC는 스스로 상대팀에게 여지를 남겨줬고(1세트 실책 4 대 10), GS는 김유리 선수의 속동 등으로 17 대 22까지 추격전을 펼쳤습니다.
그래도 초반에 너무 크게 벌어졌던 점수차를 극복하긴 힘들었고, 공격력에서의 확실한 차이(공격득점 9 대 18)를 바탕으로 1세트를 가져간 KGC인삼공사입니다(19 대 25).
2세트는 흐름이 바뀌었고, 그 흐름을 잡은 GS칼텍스였습니다.
에이스 이소영 선수가 2연속 백어택으로 9 대 10을 만들었고, 11 대 11 동점을 만드는 호쾌한 스파이크는 부상 전 100% 컨디션 때의 그것이었습니다. 여기에 김유리 센터는 이고은세터와의 찰떡호흡을 자랑하며 꾸준하게 중앙에서 득점을 더해줬고, 15 대 12을 만드는 주요한 블로킹까지 성공시키며 팀을 지탱해줬습니다. 결국 25 대 22로 세트를 가져오며 승부의 균형을 맞춘 GS였습니다.
3세트도 승리팀은 GS칼텍스였습니다. 이 리뷰 쓰기를 병행하며 중계를 봐서 조금 집중하지는 못했었는데, 일단 큰 느낌은 먼저 확실히 GS 선수들의 발걸음이 많이 가벼워진 느낌이었습니다. 이소영 선수는 연속된 쳐내기 공격 성공으로 여유를 보였고, 이고은 & 김유리 '前 IBK 콤비'의 속공 호흡은 다가올 시즌 큰 기대를 하게 했습니다. 여기에 새로운 얼굴 박민지 선수(지난해 신인드래프트에서 수련선수로 입단, 수원전산여고 출신, 176cm, 레프트)까지 공격에서 힘을 보탰습니다. 세트를 마무리 짓는 연속 득점까지! 인상깊은 플레이를 펼쳐준 오늘 박민지 선수입니다.
4세트는 심기일전 KGC인삼공사가 초반 치고 나가는 것 같더니, GS 이고은 세터의 '또 깜짝' 스파이크 공격과, 지민경 선수의 네트를 때리는 공격범실로 7 대 7 동점까지 만들어졌습니다. (-GS 이고은 세터는 2세트에도 6대6 동점을 만드는 스파이크 공격으로 깜짝 놀랄 공격본능을 보였었습니다.^^)
이후로는 계속되는 양팀의 공방전. KGC의 유희옥 센터가 블로킹에 이은 다이렉트 킬로 15 대 16 역전을 만들어냈습니다.
세트 후반부엔 다시 GS의 리드. 박민지 선수는 18 대 17, 21 대 18, 22 대 19를 만드는 득점 등등 연이어 중요한 공격을 성공시켰고, KGC인삼공사에서는 이에 대적해 최은지 선수가 다시 한 번 힘을 내줬습니다. 세트 막판 GS 차상현 감독이 작전타임에서 "최 선수 쪽으로 무조건 블로킹을 붙어라"고까지 지시를 내렸는데로 불구하고, KGC 최은지 선수는 이를 이겨냈습니다.
24 대 24 동점을 이끌어내더니, 결국 25 대 27로 세트를 가져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이제 5세트네요.
4세트, 매치포인트에 먼저 올라서도 경기를 가져오지 못했던 충격이 컸을까요?
KGC인삼공사는 5세트 한수지 선수의 세트 초반 파이팅에 이어, 유희옥 선수의 중앙공격 2방 & 서브 득점 등등으로 내달리기 시작했고, 내내 4~5점의 넉넉한 리드를 가져갔습니다. 반면 GS칼텍스에서는 김유리 선수의 분전(블로킹 등)이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못하게 했습니다만 결국엔 마지막 세트를 내주었네요.
'보령 한국도로공사컵 여자프로배구대회 2018'의 개막전 최종 스코어는 2 대 3, KGC인삼공사의 승리입니다.
■ 그 외 주요 Point!
GS팬으로서 리뷰도 GS입장에서 주로 쓰긴 했지만, 그래도 주요 포인트는 승리팀부터 언급해야겠죠?
우선 KGC인삼공사에서 오늘 확실히 눈에 띈 선수는 역시 이적생 최은지 선수(사진)였습니다. 올시즌을 앞두고 인삼공사와 연봉 8천만원에 FA 계약을 맺었는데, 예상했던대로 확실히 알짜 FA였습니다. 높이도 있고(183cm), 힘도 갖춘... 인삼공사에 부족했던 공격자원이 확실하게 보강되었습니다.
여전히 실책(9개)도 많았지만 팀 내 최다득점(23점)으로 팀 공격을 이끌었고, 덕분에 벤치에서 교체로 나온 고민지 선수도 10득점으로 활약이 좋았습니다. 올시즌 이같이 슈퍼서브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이고, 공격부담을 나눠 진 한송이 선수도 20득점. 유희옥-채선아 선수의 보조(각 9득점)도 충분했습니다.
KGC 최은지 선수의 오늘경기 활약모습
그리고 또 다른 이적생 하효림 선수(前 도로공사)! 지난 7월 24일 트레이드되어 새 팀에서 채 2주가 안되었는데, 눈에 띄었습니다.
매 세트 이재은 선수의 교체로 코트를 밟더니, 5세트는 마무리까지 책임졌네요. 주요 승부처에서 허를 찌르는 중앙공격 선택(유희옥 선수 속공)하는 배짱도 돋보였고, 경력에 비해 토스워크가 상당히 안정된 느낌이었습니다. 트레이드 반대급부였던 김혜원선수보다 더 비중있는 역할을 맡게 될 것 같은데... 축하합니다. 응원할게요(오늘경기 34세트).
GS칼텍스는 에이스 이소영 선수가 2세트부터 분전하며 30득점을 기록, 루키 박민지 선수도 깜짝활약(15득점) 해주었지만 4세트! 확실히 잡았던 승기를 마무리하지 못했던 아쉬움이 크네요.
다시 한 번 언급하지만 이고은 세터와 김유리 센터(15득점)의 속공 호흡은 틈틈히 좋은 장면을 만들어냈고, 이고은 세터가 아무래도 김유리 선수를 특히 더 많이 편하게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박민지 선수는 신장도 있고 늘씬해서 그런지 스파이크하는 모습도 유려해 보였고, 다가올 경기들을 기대하게 만들었습니다. 지난대회 라이징스타였던 정선아(도로공사) 선수의 뒤를 이을 수 있겠습니다.
표승주 선수는 13득점 해줬지만, 경기 속에서 느껴지는 느낌은 무언가 아직 100% 아닌 듯 했고, 안혜진 세터의 라이트 기용은 실패였습니다. 김현정 & 김채원 선수는 지난 시즌과 같이 원포인트 블로커와 후방 수비 강화 용도로만 사용돼, 공격에서 좀 더 번뜩이는 벤치 자원이 없어 아쉬운 결과였습니다.
아무래도 올시즌 새로 영입된 선수들이 있고, 또 부상에서 아직 회복중인 선수들도 많다보니 너무 무리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이소영 선수는 부상 전의 100% 모습을 스피드와 파워를 회복했으면 좋겠고, 중앙에서 빠른 속공을 보여준 이영 선수의 부상복귀(5득점)는 반갑고, 표승주 선수도 코트를 밟은 건강한 모습 고맙습니다. 정규시즌을 목표로 다들 컨디션을 끌어올리는데 집중했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추가로 의견. 오늘 경기 보니까 유독 주심의 잔 호루라기 소리가 많이 들리고, 선수들이 나서서 코트를 정리하는 모습이 많이 비춰졌습니다. 오늘 경기 준비된 마핑보이들이 경험이 없는 어린아이들이다보니, 코트 위에 떨어진 땀이 덜 닦인 모양입니다. 경기 중에 선수들이 미끄러질 뻔한 장면도 실제로 여럿 있었고, 나중에는 선수들이 알아서 쭈그려 앉아 코트 정리를 하더군요.
모쪼록 2018-19 정규시즌을 앞둔 '어찌 보면 이벤트성 대회'에서 다들 부상 조심하시고, 대회 주최측에서는 코트 정리부분 신경 좀 더 써줬으면 좋겠습니다.
마무리로, 선수들 모두 이렇게 다시 보니 반갑습니다. 좋은 경기 부탁합니다.
감사합니다.
■ Today's Photo
오늘 대활약의 최은지 선수 한 컷 더 + 하효림 선수(오른쪽)의 세트도 예상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인상 깊었습니다.
고민지 선수(왼쪽)는 뭔가 예뻐진 느낌. 지난 시즌의 스피드와 파이팅 넘치는 공격은 그대로. 채선아 선수의 수비장면(오른쪽 위)에 노란 선수도 한 컷. 중계 중 '오지영 리베로 + 노란 & 채선아' 이렇게 세 명이 후위에 딱 버티고 서있는데, 무섭더라구요. 수비력!
우리 GS 선수들도 경기 결과는 아쉽지만, 밝은 얼굴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들이 보기 좋았습니다. 반가워요.
특히 이소영 선수, 정말 행복해 보입디다. 여전히 제 마음 속 No.1 플레이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