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블랙의 사랑 Meet Joe Black], 미국, 1998.
내과 레지던트인 수잔은 출근길에 들른 커피숍에서 시골틱한 청년을 만난다. 헐렁한 정장에 금발머리를 찰랑거리는 그 청년은 여자의 마음을 쏙 빼놓는 언변으로 수잔을 사로 잡고, 자신 역시 수잔에게 이끌리는 것을 어찌할 수 없다. 그런데 첫 만남이어서인지 서로의 이름도 확인하지 못한 채 커피숍을 나와 헤어진다. 서로 엇갈려 뒤돌아보기만 수 차례. 결국 수잔은 모퉁이 뒤로 사라지고, 금발머리 청년은 수잔이 사라진 모퉁이를 쳐다보다가 그만, 달려오는 차에 치여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는다.
수잔의 아버지 빌 패리쉬는 65세 생일을 며칠 앞둔 통신기업이 회장이다. 그런 그에게 환청이 들리기 시작한다. 그는 곧 그 환청이 자신을 데려갈 저승사자의 목소리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런데 저승사자는 빌 앞에 나타나 제안을 한가지 한다. 세상 구경을 좀 시켜주면 빌의 죽음을 며칠 간 유예시켜 준다는 것이다. 단, 자신의 존재를 다른 사람에게 발설하지 않는 것이 조건이다. 빌 앞에 나타난 저승사자는 방금 죽은 금발머리 청년의 몸을 빌려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즉석에서 작명한 이름이 조 블랙이다.
영화의 시작은 이렇게 되고 그 전개과정은 글쎄,,,,굳이 써내려 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모두가 예상한 그대로 일테니 말이다.
어느 네티즌이 이 영화에 대해 다음과 같은 평을 써 놓았다. 조금 길게 인용해보자.
'우리는 긴 러닝타임의 영화를 보면서 무척 짧게 느끼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너무 지루하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이 차이는 구성의 탄탄함과 감독의 연출력이 만든다. [정복자 펠레], [원스 어 폰어 타임 인 아메리카], [피아니스트]와 같은 영화들은 2시간이 훨씬 넘는 러닝타임을 아쉽게 느낄 정도로 몰입하게 만든다. [조 블랙의 사랑]은 2시간 이면 족한 영화였다. 또한 뻔한 신파를 너무도 뻔한 전개와 결말로 이끌었다. [러브 레터], [클래식], [첨밀밀]에서 우리는 신파라 느끼면서도 아름다운 사랑에 감동한다. [조 블랙의 사랑]에서는 그러하지 못했다.'
평가는 매우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것이다. 개인의 경험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고, 영화라는 특성 상 기호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위에 인용한 네티즌의 평에 어느 정도 동의하는 부분도 있다. 예컨대 2시간 45분의 러닝타임에 대한 지적이 그렇다.
하지만 어느 정도 결말이 예상된다고 해서 영화를 통한 감동이 없을 수는 없다. 빌 패리쉬 역을 연기한 앤소니 홉킨스의 연기는 감탄이 절로 나올 만하고, 지금으로부터 16년 전의 브래드 피트 역시 생동감 있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마치 [변호인]에서 차동영 경감 역을 맡은 곽도원이 눈에서 불꽃이 이글거리는 송우석 변호사(송강호 분)에 전혀 밀리지 않는 내공을 보여주었 듯이, 대 배우 앤소니 홉킨스 앞의 브래드 피트가 보여준 연기력도 꽤나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