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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푹 가리지만
보고싶은 마음
호수만하니
눈 감을 수 밖에'
한국 현대시의 새로운 시대를 개척한 선구자라는 찬사를 받는 정지용 시인의 시 '호수'다.
마치 동시처럼 쉽게 읽힌다. 하지만 정지용의 시중 대중에게 가장 알려진 시는 '향수'다.
월북했다는 이유로 한때 우리 문학사에서 지워졌던 정지용이 '국민 시인' 반열에 올라선 것은
가수 이동원과 테너 박인수의 노래 덕분이다.
뜬금없이 정지용의 '시' 향수와 호수를 소환한 것은 지난 주말 대청호반에 접한
호수탐방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정지용의 고향인 옥천군은 작년 가을 신상 트레킹코스를 오픈하면서 이름을 '향수호수길'로 정했다.
이 길은 정지용의 시어가 녹아있는 길이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출향인들의 공통된 정서인 향수를 한가로운 고향의 정경을 통해 풍경화처럼 그려낸 시는
이 길을 걷다보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길 중간중간에 '산너머 저쪽', '산에서 온 새'등 정지용의 시를 새긴 나무판도 세워놓았다.
길을 걷다가 아름다운 지용의 시를 음미하다보면 반환점인 주막마을까지 금방 걷게 된다.
향수호수길은 총 5.4㎞로 대청댐이 들어서기 전 옥천~보은을 오가는 도로가 있던 곳이다.
하지만 수몰되고 사람의 발길이 끊기면서 30여년 동안 수목이 울창하게 우거졌다.
지금은 옥천읍 수북리 선사공원에서 오대리 옛나루터, 황새터, 황룡암을 지나 주막마을까지
임도길과 호수에 접한 데크길로 재탄생했다.
왕복 11㎞로 결코 짧지않은 길이지만 대체로 평탄한 데크길과 부드러운 임도로 이루어져
3대가 함께 걸어도 그리 힘들지는 않다.
이 길은 지형상 괴산 산막이옛길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산막이옛길은 괴산군 칠성면 사오랑마을과 산막이마을을 오고갔던 10리길이다.
군자산과 괴산호를 바라보며 걷는 길은 아름다운 풍경과 걷기 좋은 나무 데크 길로 명품산책코스로
사랑을 받았다.
향수호수길은 마성산과 대청호를 바라보며 걷는 길이다.
산막이옛길에 비해 거리는 훨씬 길고 고즈넉하며 대청호에 그림자처럼 반영된 깊은 산세를 감상할 수 있다. 다만 산막이옛길이 길 들머리의 출렁다리와 떡방앗간, 괴산호 유람선 운행등 이벤트적인 요소를
가미한데 비해 향수호수길은 온전히 산과 물, 숲이 어우러진 길의 본질만 충실히 살렸다.
향수호수길을 걷고 불과 20분 거리에 있는 옥천군 동이면 금암리(1139번지) 금강변 유채밭을 찾았다.
8만7천평의 유채밭은 연두빛 바다처럼 화사하게 물결쳤다.
거대한 유채밭은 모두 동이면 주민들이 씨를 뿌려 가꾼 것이다.
제주도등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탐방객을 막기위해 유채밭을 갈아엎었지만
이 곳은 마스크만 착용하면 누구나 입장이 가능했다.
한복을 맵시있게 차려입고 사진 촬영중인 탐방객.
유채꽃밭에 연두빛 나무가 한폭의 풍경화처럼 서있다.
유채꽃에는 은은한 향이 풍겼다.
해질무렵 유채꽃밭
출처/향수호수길과 유채꽃밭 포스팅은 지난 4월26일 네이버블로그(박상준 인사이트)에 올린 글입니다.
첫댓글 이야. 이런멋진길을 다녀오셨네요. 회장님 소식을 이렇게나마 듣습니다. ^^
선하씨~~ 너무 오랫동안 못봤네요. 선유동천길 트레킹에선 꼭 보게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