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옛날 내 할아바이가 사셨던
머 언 먼 동쪽 끝에
내 조국이 있다는 데
목이 메이게 불러봐도 내 조국은 나를 잊었는가?
내 아바이의 아바이가
무명 이불 보따리 등에 지고
만 삭의 내 할마이와 흘러 흘러 온곳
이 곳 동토의 나라 소련 땅 연해주
조국에 고향에 붙어 살지 못한 가난이
너무나 서러워서 사무치게 서러워서
눈 바람 치는 황야의 자갈밭에
움막을 치고 뿌리를 내렸지
터진 손등에 핏 물이 번져도
허기진 뱃살을 허리끈 조여 가며
이 악물고 괭이질 하며
한 마리 도야지 새끼에 작은 꿈을 걸고서
호밀 죽에 소금으로 끼니를 때울망정
사랑하는 자손에게 가난을 물리지 않으려
그 설움의 터전 위에 내 아바이는 태어나 자라고
쫓겨 온 조선족의 마을은 희망으로 자라났지.
내 아바이의 턱밑에 거뭇한 수염 돋고 팔 둑에 살 오를 때
내 할아바이 처럼 그렇게 조국에 붙어살지 못하고
흘러 흘러 온 이웃집 할아바이의
댕기 드린 고려 처녀와 신방을 차렸지
황량한 동토의 마을에도 새 생명은 태어나 자라고
한집 두집 이웃이 생기고 마을이 생기고
끈질긴 조선족의 마을은 안정과 질서로 자리 매겨져 갔지
그러나 이 무슨 청천 벽력이냐?
일 천 구 백 삼십 칠 년 소련의 강제 이주 정책
왜놈의 첩자라는 억울한 누명 하에 중앙아시아로의 강제이주
피땀으로 일궈 놓은 기름진 옥토
희망을 잉태하던 보금자리를 무참히 빼앗기고
가지고 갈 수 있는 만큼의 짐만을 챙겨 든 채
붉은 군대의 총칼 앞에
화물차와 가축 운반차의 곳간에 실리어
초 겨울 시베리아의 눈바람 치는 벌판을
끋 도 없이 달리는 한 달 여의 긴 여정
어린이와 노인에겐 곧 죽음의 열차
간간이 정차하는 역마다 곳간차 밖으로 던져지는 주검들
가난 밖에 죄가 없었던 조선인들은 한마디 유언도 없이
한 평의 땅에 묻히 지도 못 한채 이 세상을 떠났지!
드디어 도착한 중앙아시아의 사막지대
황무지 모래 밭에 내 팽개쳐진 조선인들은
땅굴을 파고 움막을 치고 혹한과 굶주림과 싸우며
긴 겨울을 보내고 봄과 함께 강가로 몰려나와
삽과 괭이로 그것도 없으면 수저로 맨손으로
운하를 파서 물을 끓어 드리고 논을 풀고 밭을 일구어
목숨보다 귀하게 간직해온 씨앗으로
모판을 만들고 채소를 심어서
또다시 힘찬 삶의 투쟁을 벌려 나갔지
중앙 아시아의 뜨거운 태양과 무더운 날씨는
소련 역사상 최대의 쌀의 풍작
김 병화 콜 호즈 포리토젤 콜 호즈
곳곳의 고려인의 집산 농장에서
기름지게 하얀 쌀들이 쏟아져 나오고
설움의 터전 위에 또 다시 생명은 태어나 자라고
쫓겨난 조국일 망정 풍년을 기원하는 축제 속에
그것은 지워 버릴 수 없는 조국 향한 그리움
세월은 흐르고 일세의 유랑자
주름진 얼굴 꺼진 눈까풀 속에
고향을 그리며 내 할아바이는 숨을 거두었지
애비야 여기는 비록 풍요의 땅일 망정 살 곳이 아니다.
언제고 돌아가거라 비록 땅 한 뙤기 없는 고향일 망정
그 곳이 조국이며 우리는 고려족 조선 사람이기에
조선인은 조선땅에 묻혀야 하는 데
움푹 꺼진 내 할아바이의 눈까풀 속 동쪽나라 조선은 영원하여라.
내 아바이의 억셈과 내 어마이의 부지런 함이 한데 어우러져
움막 옆에 큰 집을 짖고
논에는 황금의 벼이삭 밭에는 푸르고 싱싱한 채소
내 할아바이의 피 눈 물 내 아바이의 구슬땀이 거름이 되어
나는 교육을 받고 유학을 가고 내 가난 했던 조국 유랑의 동포들
모번 집산농장을 일구어 고려 조선인의 핏줄을 지키고
풍속을 지키며 말을 지키고 학교를 세우고
고려 땅 조국 조선을 그렸지
자랑스런 조선족 내 할아바이의 자손들은 교수가 되고 시장이 되고
기자가 되고 배우가 되고 영웅이 되고 과학자가되어
소 련방 머 언 먼 이국의 하늘아래 조선의 뿌리를 내렸지
그러나 그리운 동쪽나라 고려 땅 조선
꿈에도 몾 잊을 조국의 땅 냄새
언제고 돌아가리라 그리운 조국에 도라가리라 도라가리라
맹세 하며 그리던 조국이건만
조선과 한국 두 조국은 아무도 우리를 부르지 않네
그 무서운 붉은 정치가 무너지고 자유의 깃발이 나붓길 때
아 아 그것은 땅없는 우리 고려족 조선의 유랑민에겐
자유의 깃발이 아닌 죽음의 조기였나?
곳곳에 내 땅은 내게 라는 중앙 아시아의 소수민족들
소연방 은 무너지고 저마다 독립을 외치는 소수민족들의 집념
카자흐도 우즈벡크도
그 어느 곳도 조선인의 땅은 아니었더라
갈 곳없는 고려족 조선의 후예
오십 여 년 피 땀 흘려 일궈 놓은 기름진 옥토
화려하게 빛나던 생산영웅의 훈장도
아무런 공로도 인정받지 못한 채
가거라 이 곳 은 우즈벡크 인의 땅
이 제부터 조선 말은 필요치 않다.
가거라 이 곳은 카자흐인의 땅
이제부터 러시아어나 조선 말은 쓰지 말 어 라
가거라 너의 들의 땅 조선으로 가거라
모두가 독립을 외치며 자기들의 땅을 찾으려 하는데
우리에겐 찾을 땅도 주장할 권리도 아무 것도 없었네
갈 곳 없는 고려 족 조선의 후예
백 여 년 지켜 온 조국 향한 그 마음
말을 지키고 풍속을 지키고 핏줄을 지켰는데
내 조국은 나를 잊었는가?
조국에서 들려 오는 가슴 벅찬 소리
올림픽이 열렸다고 세계 속의 한국이라고
개방과 더불어 밀려오는 조국의 관광객 무역인
내 조국도 옛날의 가난 했던 조국은 분명 아닌데
누 우 런 피부색 검은 머리카락
내 몸도 내 심장에 흐르는 피도
그 모두가 분명 고려족 조선인인데
내 조국은 어찌 나를 버리려는 가?
내 이웃의 독일인 내 이웃의 유태인
조국이 부른다고 떠나가는데
내 조국은 우리를 잊었는가?
내 할아바이가 빈손으로 쫓겨난 고려 땅
그 곳은 우리의 조국이 아니었던가?
우리도 고려족 조선인
우리도 분명 단군의 적자
조국이 왜적에 짖 밟힐 때
왜놈과 맛서 싸우기도 하였고
왜놈에 쫓기는 독립군에게
잠자리를 내어 주고 군자금을 제공하고
우리도 조국의 독립에 한몫을 하였건만
어찌하여 조국은 우리를 잊었는가?
조국이여 우리를 기억해 다오
조국이여 우리를 불러다오
비록 그 곳이 땅 한 뙤기 없는 낫선 땅 일망정
그래도 그 곳은 고려족 의 땅
총칼로 내어 쫓는 이민족이 없기에
내 조상의 뼈가 묻힌 그리운 곳이기에
돌아가 그 곳에 묻히고 싶네
조국이여 우리를 기억해 다오!
조국이여 우리를 불러다오!
이 글은 소련의 민주화이후 중앙 아시아 쪽의 소수민족들이 독립을 외칠 때 탄압받고 쫓겨나는 고려족 조선인의 참상을 방송을 통해 보고 쓴 글이다. 94년도의 일 같으니 시대적으로 현실감이 떨어지나 세계의 곳곳에 흩어져 사는 우리의 교포들을 생각하며 더구나 중국의 개방이후 급격히 무너져 가는 조선족의 공동체와 언어 풍속 핒 줄의 붕괴를 생각해보며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그들은 그 당시 처음 자리잡았던 연해주로 다시 이주하여 소련군이 버리고 간 허물어진 막사에서 다시 일어섰고 지금은 한국의 건설협회에서 대지 300평 건평 30평정도의 개량주택을 지어줘 주거의 안정을 찾고 한국기업의 소련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한다는 소식이며 장차 시베리아 횡단 열차가 한반도와 이어질 때 동북아 시대의 중요한 무역기지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뉴스를 본적이 있다.
첫댓글해외에 흩어진 동포들, 특히 대한제국 말기 및 일제시대에 독립운동을 위해서 혹은 굶주림을 면하기 위해서 정든 고국산천을 떠나야 했던 동포들의 기구한 운명을 생각하면, 우리가 그분들을 잊고 편안히 지낸 것이 죄스럽기까지 합니다. 모국인 우리 한국이 발전을 지속하고 평화와 번영의 동아시아시대를 만드는 것이
크게 보면, 해외동포들의 지위를 강화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 국내에 있는 한국인들만 잘 살게 되었다고 해외동포들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더 나아가 한민족을 포함하여 인류 전체가 전쟁의 공포를 여의고 물질적으로 여유있고 정신적으로도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그 때까지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하겠군요.
첫댓글 해외에 흩어진 동포들, 특히 대한제국 말기 및 일제시대에 독립운동을 위해서 혹은 굶주림을 면하기 위해서 정든 고국산천을 떠나야 했던 동포들의 기구한 운명을 생각하면, 우리가 그분들을 잊고 편안히 지낸 것이 죄스럽기까지 합니다. 모국인 우리 한국이 발전을 지속하고 평화와 번영의 동아시아시대를 만드는 것이
크게 보면, 해외동포들의 지위를 강화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 국내에 있는 한국인들만 잘 살게 되었다고 해외동포들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더 나아가 한민족을 포함하여 인류 전체가 전쟁의 공포를 여의고 물질적으로 여유있고 정신적으로도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그 때까지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하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