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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주니어의 훈련 모습 ⓒ한재현 |
서울 용산역에서 40여분을 달려 1호선 급행열차로 도착한 동인천역. 근처에 위치한 신포시장의 닭강정, 화평동 냉면거리, 그리고 한 정거장 더 가면 차이나 타운이 있어 맛있는 먹거리가 생각나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곳은 맛있는 먹거리들보다 더 구미가 당기는 아름다운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축구팀이 있다. 그 이름은 인천 주니어 축구단(이하 인천 주니어). 인천 주니어는 여느 클럽, 학원 팀들과 다르게 특별한 사연이 있다. 그 속에서 꿈을 키워나가는 지도자와 선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허허벌판 투성이 어린 감성에 축구라는 씨앗을 심다
“심장 수술을 받고 새로운 계기를 통해 어린 선수들에게 축구를 가르치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군요. 특히 송현동, 만석동 주위에는 어렵거나 방황하는 아이들이 많았고, 지인의 소개로 어린 학생들을 구제하기 위해 고민하고 계신 지순자 단장님을 소개 받아 축구팀을 창단하게 되었습니다.”
인천에서 10년 넘게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는 인천 주니어의 최재형 감독은 지순자 단장과 함께 2006년 ‘리틀 동구’라는 이름으로 팀을 창단하게 되었다. 인천 동구 송현, 만석동 일대는 저소득 가구들이 많아 형편이 어렵거나 한 부모, 조부모와 같이 사는 어린 학생들이 많아 방황하거나 삐뚤어진 길로 많이 가는 학생들이 많은 편이었다.
그 아이들에게 축구에 대한 거부감이 있을 법 했지만, 예상보다 많은 아이들이 몰려들면서 팀 멤버 구성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다. 이렇게 해서 인천 주니어의 역사는 시작되었지만, 현실은 그들에게 녹록치 않았다.
경제적인 어려움과 주위의 견제
축구팀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지원이 필수다. 특히 집안 형편이 어려운 저소득층 가정이 다수인 멤버들에게 사실상 회비를 걷을 수 없는 형편이었다. 조그만 체육용품 가게를 운영하면서 큰 수입을 얻지 못하고 있던 최재형 감독에게도 재정 문제는 커다란 짐이 될 수밖에 없다.
더불어 인천 동구청에서 ‘동구청 어린이 축구단’을 창단하면서 명칭이 겹치는 관계로 ‘인천 주니어’로 개명을 했다. 같은 지역에 클럽 팀이 2개가 겹치는 탓에 라이벌 의식이 생기고, 여러 가지 오해의 시선과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최재형 감독과 지순자 단장과의 불화도 있었지만, 꿈을 향해 뛰는 아이들이 눈에 밟혀 다시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도 경제적인 어려움은 계속되면서 취미반을 지도했던 코치 2명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로 인해 최재형 감독 혼자서 선수반(19명)과 취미반(21명)을 동시에 지도하는 상황이라 팀 운영과 선수 지도 연구에도 벅찬 실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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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초의 배려로 무료로 운동장을 사용하는 인천 주니어 ⓒ한재현 |
인천 주니어의 든든한 후원자들
클럽 운영에 있어서 경제적인 면과 함께 훈련할 운동장 마련이 가장 시급하다. 다행히도 인천 송현초는 무상으로 인조잔디가 깔린 학교 운동장을 제공했다. 덕분에 훈련장소 확보 뿐 아니라 운동장 사용료를 절약함으로써 경제적인 부담도 어느 정도 덜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공부에 소홀히 할 수 없는 어린 선수들인 만큼 성적이 떨어지는 축구부 선수들을 위한 특별 보충 수업을 함으로써 학업 성적에 뒤쳐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일정 기준 성적이 넘지 않으면 경기는 물론 훈련에도 참가할 수 없다. 스포츠 용품 FINTA는 인천 주니어의 사연을 듣고 무상으로 유니폼을 제공해 줌으로써 선수들이 계절에 맞게 유니폼을 맞춰 입을 수 있도록 적극 후원해 주고 있다.
특히 인천 주니어 유니폼에는 타 클럽과 다르게 스폰서가 마킹되어 있다. 팀 운영에 있어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학부모 한 명이 인근에 있는 병원원장을 설득해 연간 200만원을 지원 받았다. 대신 선수들 유니폼에 스폰서 마킹을 해줌으로써 팀 입장에서는 경제적인 후원을 받고, 병원 입장에서는 홍보 차원에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
지순자 단장은 지난해 인천 동구 구의원에 당선되면서 관내 축구팀에 집중된 지원의 일부를 인천 주니어에게 해줄 것을 인천 동구에 요청한 상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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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를 통해 밝은 성격으로 바뀐 골키퍼 이성재 ⓒ한재현 |
공 하나가 만든 거대한 마법
현재 인천 주니어의 선수들은 각자 특별한 사연을 가진 학생들이다. 축구를 시작하기 전, 성격이 어둡거나 거친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재형 감독과 지순자 단장의 노력으로 축구를 시작하면서 거칠고 어두운 성격들이 점점 변해가기 시작하였다.
대표적인 예로 주전 골키퍼 이성재는 동네에서 또래 아이들 뿐 아니라 나이 많은 형들에게도 거친 언행과 욕설로 동네에서 소문난 아이였다. 조직력과 협동심, 그리고 동료들을 위한 희생을 강조하는 축구를 시작하면서 성격이 점점 변하기 시작했다.
최재형 감독의 특별한 보살핌과 더불어 송현초 교사들의 관심으로 밝고 긍정적인 성격에 하위권이었던 성적이 평균 70점을 넘기며 반에서 부반장을 하고 있다. 항상 웃고 다니는 평소 모습에 인천 주니어 까페(http://cafe.daum.net/soccer7330)에서 이성재의 닉네임이 ‘미소천사성재’일 정도다.
학교에서 가장 모범적인 학생으로 거듭난 이성재에게도 축구를 그만 둘 뻔 한 적이 있었다. 일 때문에 지방에서 따로 사는 부모님이 아들이 축구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반대를 했지만, 송현초 교사들이 학부모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축구를 계속 시켜야 한다고 할 정도로 축구가 가져다 준 효과가 상상 그 이상이었음을 증명해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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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주니어의 최재형 감독 ⓒ박성준 |
감독님이 아닌 아버지 최재형
여리고 상처 많은 인천 주니어 선수들에게 최재형 감독은 감독 이상으로 아버지 같은 존재나 다름없다. 등교 시간마다 교문 앞에서 서서 제자들이 학교에 무사히 등교하는지 지켜봐 주고, 학부모들이 축구 뿐 아니라 인성관리 면에서도 맡길 정도다. 학교에서 선수들이 문제를 일으키면 교사들이 제일 먼저 연락하는 사람도 최재형 감독이다.
아무리 말썽을 일으키는 선수라도 최재형 감독 앞에서는 고양이 앞에 쥐나 다름없다. 제자들이 조금이라도 삐뚤어진 모습을 보이면 호되게 야단을 치는 편이지만, 한편으로는 다독이면서 사랑과 관심을 받을 수 있게 느끼도록 해준다.
더불어 형편이 어려운 일부 선수들은 경기 당일 아침을 못 챙겨 먹을 때가 있어 경기 전날 같이 집에서 같이 숙식하면서 보살펴주고 있다. 그리고 최재형 감독 부인은 올해부터 학원 강사직을 그만두고 학업성적이 떨어지고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특별 과외를 시키고 있다.
최재형 감독이 인천 주니어 아버지로서 더 돋보이는 이유는 팀 매각과 함께 더 나은 조건의 지도자 제의를 받았음에도 거절을 했다는 것이다.
“제가 마음만 먹었으면 팀 매각과 함께 축구계 어디서든 활동을 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제가 가버리면 저 아이들은 누가 책임져 줄 사람 없습니다. 선수들이 눈에 자꾸 밟히는데 차마 다른 생각은 할 수 없더군요. 그리고 힘든 상황에서도 많은 학부모님들, 그리고 집사람이 격려를 많이 해줘서 다시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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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주니어의 5학년생 삼총사 김영석-서지혁-손효민 ⓒ한재현 |
인천 주니어의 현재와 미래, 5학년 3총사
김영석, 서지혁, 손효민, 이 세 명의 미드필더는 공통점이 많은 선수들이다. 세 명 모두 5학년일 뿐 아니라 매 경기에 선발 출전하고 있으며, 서로에 대한 라이벌 의식도 강하다. 패스, 슈팅, 드리블 등 탄탄한 기본기에 엄청난 활동량 등이 장점이지만, 최재형 감독이 말하는 이들의 가장 큰 장점이 따로 있다.
“세 명의 가장 큰 장점은 끈기와 어린 나이답지 않는 대담함입니다. 가끔 일부 상대편 선수들이 경기 중에 우리 선수들 환경을 들먹이며 상처를 주는 경우가 있어요. 하지만 이 세 명에게 그런 말을 하면 경기 후 뒤쫓아가서 따질 정도고, 오히려 근성이 더 발휘된다고 보시면 될 거에요. 사실 현재 6학년들이 이런 부분들을 해줘야 하는데 많이 아쉽죠. 팀 면에서 지금 핵심 선수들이지만, 앞으로 축구하는데 있어서 이런 성격들이 많은 상황을 잘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이들은 클럽리그 ‘MBC 꿈나무리그’ 최상위 리그인 AL리그에서의 활약으로 이미 전국적으로 소문나 이들을 스카우트하기 위한 타 팀들의 경쟁이 있어 최재형 감독이 걱정하고 있을 정도. 또한 이들의 컨디션과 활약에 따라 인천 주니어의 경기 판도가 달라진다고 하니, 어린나이에도 불구하고 최재형 감독의 신뢰를 가득 받을 수밖에 없다. 또래 선수들 보다 빠르게 습득한 경험을 바탕 삼아 6학년이 되는 내년에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도전이라는 이름으로
현재 인천 주니어는 ‘2011 대교눈높이 초등부 인천 제물포리그’에서 4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들은 11라운드 전까지 7경기 연속 무패(5승 2무)를 기록하며 2위 남동초의 턱밑까지 쫓아갔다. 그러나 인천 유나이티드 U-12팀과 남동구청 유소년 팀에게 2연패를 당하며 약간 주춤한 상태다.
하지만 열악한 환경과 특출난 선수가 없는 가운데에서도 ‘2010 MBC 꿈나무리그’ CL리그에서 AL리그로 승격했고, 하위권에 머물던 리그 성적도 올해는 왕중왕전 티켓을 다툴 정도로 크게 성장했다. 하지만 최재형 감독은 무리한 욕심을 내지 않는다. 오히려 승리에 너무 집착하면 선수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인천 U-12팀과의 경기를 앞두고, 최재형 감독은 선수들에게 특별히 당부한 것이 있다.
“인천 U-12팀은 축구 환경 뿐 아니라 팀 전력, 선수들 개개인의 실력까지 우리보다 훨씬 앞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에게 이기라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강한 상대와 맞붙으면서 자신의 한계를 느끼고 이를 뛰어넘자고 선수들에게 주문합니다. 즉, 도전정신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경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경기에 지더라도 선수들이 온 힘을 위해 뛰어준다면 저는 그걸로 만족할 겁니다.”
갖은 어려움 속에서도 인천 주니어 축구단은 괄목할 만한 성적 뿐 만 아니라 지역사회에 커다란 힘이 되어주고 있다. 황량한 벌판에 축구라는 씨앗을 뿌리며 초원을 만들고 더불어 숲을 만들어가는 인천 주니어의 행보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2011년 인천 주니어에게 어떤 성적표가 날아들지는 모른다. 하지만 성적을 떠나서 꿈과 열정이 가득한 송현동의 축구 이야기가 오래 지속되길 바라는 건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글=한재현(KFA리그신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