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반장 - 박영한(이제훈), 이혜주(서은수)
혜주의 서점 안. 책을 정리하던 혜주의 뒤로 차려입은 영한이 들어온다
(사이)
혜주:새 옷 장만하셨나봐요? 월급날이세요?
영한:아, 아니요, 저.. 사과드리러 왔습니다.
혜주:사과 안 하셔도 돼요. 뭐, 혼자 영화 재밌게 봤어요. 돌아오지 않은 나쁜놈. 아니, 나쁜 새끼였나?
영한: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그날 갑자기 급한 사건이 생기는 바람에..
혜주:(다시 책을 정리한다)바쁘신데 가서 일 보시고요, 우리 다시 보는 일 없도록 하죠.
영한:선처 바라겠습니다(고개를 숙여 사과한다)
혜주:선처라는 말 보통 범인들이 하는 말 아닌가?
영한:예.. 그렇죠.. 근데 오늘은 제가 범인이 된거 같아서..
혜주:치..
영한:아이구.. 이거 책장이 이렇게 부러져 있는데.. 이게 제가 좀 도와드려도 될까요?
혜주:놔두세요, 그냥.
영한:가만있어 봐. (둘러보며 자켓을 벗으며) 여기 혹시 못이랑 망치가 있을까요?
(컷투, 못을 박으려 하나 잘 되지 않는 듯)
혜주:괜찮다니까요. 이제 다시 볼 사이도 아닌데..
영한:아, 용서는 못 받아도 이거는 제가 하게 해주십쇼. 제가 혜주씨 바람 맞히고 나서 너무 걱정이 많았었거든요. 제가 이거 조용히 고치고 가겠습니다. 아니, 왜 이게.. 그렇지.... (못을 박다 고장낸다) 어? ... (혜주 웃는다. 계속 수리 중. 수리 끝)
혜주:물 한잔 드세요.
영한:어우, 예.
혜주:고생하셨네요.
영한:아유 아닙니다. 오늘은 제가 임시방편으로 해드린거구요 제가 주말에 와서 제대로 고쳐놓도록 하겠습니다.
혜주:여길 또 오시려구요?
영한:아이, 그, 제 말 뜻은.. 그러니까 그.. 제가 책임지고 해결을 하겠다는 것이지 그, 다른 뜻은 없습니다.
혜주:아..
영한:예.. 그러면 안 되죠..
혜주:그러세요, 그럼. 근데 그 셔츠 다 상했는데 어떻게 하죠?
영한:(웃음) 아유, 옷이 대순가요, 혜주씨 마음 상한게 큰일이죠.
혜주:와.. 이렇게까지 말씀하시니까 화 안 풀리면 제가 나쁜 사람이 될 것만 같네요.
영한:그말뜻은... 제.. 제 사과를 받아주시는 건가요?
혜주:(웃는다) 치..
영한:(웃는다) 아..
(둘 거리를 걷는다)
혜주:그럼 원래부터 꿈이 형사였어요?
영한:11살때부터였나? 그때부터 소도둑 잡았거든요.
혜주:어떻게요?
영한:동네 형들, 삼촌들 눈빛만 봐도 알았어요. 누가 나쁜짓을 했는지.
혜주:와, 형사말고 무당을 하셨어야 하는거 아니예요?
영한:그랬으면 혜주씨 못 만났을거잖아요.
혜주:네? 아.. 제가 막 그.. 도망치고 그러는 사람은 아닌데 그, 일망타진을 위한 일보후퇴를 하다보니까 혜주씨 서점으로 도망가게 되었는데 부끄럽지만 잘한 일 같습니다.
영한:(웃는다, 서로 머쓱) 아.. 혜주씨 꿈은요?
혜주:꿈이요?
영한:네
혜주:아.. 부끄러운데..
영한:부끄럽다니까 더 궁금한데요?
혜주:다음에 말씀드릴게요.
영한:아, 얘기해주세요.
혜주:아 싫어요
영한:저도 얘기했잖아요. 네?
혜주:배우요.
영한:진짜요? 아, 너무 잘 어울리는데
혜주:버림받고 미친 여자 연기는 내가 진짜 잘 했었는데..
영한:근데 왜 배우가 안 되셨어요?
혜주:아, 어머니가 섬에 있는 절에 보낸다 그래서..
영한:(웃는다) 아, 이거 잘못했으면은 그 무당이랑 비구니로 만날 뻔했네요.(둘 웃는다)
혜주:아까 책장에서 봤어요. 범인 잡다가 다치신거예요?
영한:아.. 예, 그 학도병 때 다친거예요.
혜주:학도병도 다녀오셨어요?
영한:예, 예.
혜주:(뒤를보다) 잠시만요. 안녕하세요. 이거 하나만 저, 이거 하나만 주시겠어요? 감사합니다. (돌아와서) 팔 줘 봐요.
영한:예?
혜주:(팔찌를 채워준다)남자들이 두르기에는 좀 그런데.. 잘 어울리네요. 꼭 두르고 다니세요.
영한:네.. 잘 두르고 다닐게요..
혜주:갈까요?
영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