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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소식란 스크랩 [독자 기고]5백50리 길 걸어서(서울~용궁면 덕계리)고향 가는 까닭은?
젊은 태양 추천 0 조회 18 11.08.01 11:10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독자 기고]5백50리 길 걸어서(서울~용궁면 덕계리)고향 가는 까닭은?



"서울에서 60년을 살았으니 우리 가족의 고향은 서울인 셈이다. 그러나 우리 자녀들과는 달리 내 고향은 경북 예천이다" 예천 출향인으로 서울시 서초구의원 및 서울시 의원을 역임했던 도인수씨가 서울~예천까지 550리길(220km)을 걸어서 완주한 기행문을 예천인터넷뉴스에 보내왔다.

 

 

나는 이 5백50리 길을 고향까지 걸어가 보기로 했다. 그 옛날 선비들이 한양으로 과거 시험 보러 오르던 길. 그러다가 꿈을 이뤄 장원급제하여 고향으로 내려가던 새재의 오솔길. 그 밖에 많은 사연들이 얽혀 있을 그 길을 직접 걸으면서 세상 물정과도 접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예전 선비들은 과거 시험을 보기 위해 갔다면 나는 서울에서 선출직으로 구의원과 시의원을 역임했으니 대비되는 것이 있을까...

 

 

우리 부부는 올해로 결혼 40년을 맞이했다. 자식들도 다 성장하여 우리 품을 떠났다. 그간 서울에서 앞만 보고 생활하다보니 고향을 그리는 정이 더욱 절실해졌다. ‘人生七十古來희’라는 옛말이 있지만 내 나이 이미 古稀가 지났다. 그래도 나는 아직 건강하고 여력도 있음을 확인하고 싶다는 욕심이 나를 사로잡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현재는 일주일에 한 두번씩 나름대로 산에 다니며 건강관리를 하고 있지만 내 체력에 대한 한계를 점검하고 더 나이 들기 전에 그것을 실천해보고 싶었다.

 

 

시골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아버지가 준 단돈 500환을 가지고 덜덜거리는 버스를 타고 김천까지 갔던 일이 어제 일처럼 떠오른다. 거기서 기차를 타고 서울 용산역에 도착하여 自力으로 고등학교, 대학, 대학원 등을 다니고, 아내를 만나 결혼하고... 옛날 어른들은 “젊어서 하는 고생은 돈 주고도 못산다”고 말씀하시지 않았던가. 그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열심히, 그리고 성실히 생활하며 노력한 결과 생활이 안정되었고,

 

이웃분들의 생활에도 관심을 갖고 꾸준히 봉사해온 덕에 우리 서초주민들의 성원으로 서초구의회의원을 거쳐 서울시의원도 역임하게 된 것이다. 그 동안 내가 한 일이 과연 무엇이었나. 나의 인생 칠십에서 문득 뒤를 돌아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고향으로 떠나는 도보여행을 계획하게된 것도 나의 과거를 뒤돌아보자는 생각이 그 중 하나다.

 

주로 주말(週末)을 이용해서 그 계획을 실천한다. 단번에 고향 예천까지 걸어서 가는 게 아니라 보행자를 막는 터널같은 곳을 만나면 험한 산길을 더듬어서 저 옛날의 그 사람들이 걸어서 넘었을 그 길로 터덜터덜 걸어간다. 그러다가 날이 저물고 목표점에 이르면 그곳에서 버스 등 대중교통편을 이용해서 서울로 돌아간다.

 

다음에는 그곳까지 다시 차를 타고 가서 거기서부터 도보여행을 계속하는 것이다. 나의 영원한 동반자인 아내와 함께 걷는 길이다. 둘이 함께 걸으니 더욱 정이 두터워지는 느낌이다. 서울을 시작으로 성남, 광주, 이천, 장호원, 충주, 수안보, 문경새재 등 여러 시군을 지나면서 그 지방의 특산물과 명승지를 구경하고, 자연이나 생태환경을 관찰했다.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분들의 순수함과 서울에서 못 느꼈던 정을 확인하며 나의 삶을 되돌아보고 있다.

 

이 여행을 처음 시작한날이 5월 10일. 생업관계로 평일에는 일을 하고 일정이 없는 주일에만 보통 7시간정도 걷고 터미널까지 가서 서울 오는 차편으로 상경했다가 주일이면 다시 지난번 끝난 지점부터 시작하곤 하는데 벌써 여섯번이 지났다. 7월 24일 현재 문경 제1관문까지 갔다.비록 몸과 다리 등 육체는 피곤하지만 정신은 날아갈 듯이 가볍다. 이런 저런 대화를 하며 다른 지인들도 우리를 부러워하며 안전한 여행을 기원해준다.

 

이제 내 고향 예천 용궁까지는 2일이면 도착할 것이다. 지금까지 걸으면서 느끼는 것은 많다. 인생은 무소유의 뜬구름 같은 것, 결국은 빈손으로 흙 한 줌 되어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인데 생명이 부지한 순간까지 이웃을 위해 情 나누며 합리적으로 살아가야 될 게 아니겠는가, 그런 느낌이 새삼 절실해진다.

 

세계적 등산가들이 히말라야 등정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나도 그래보고 싶지만 그것은 체력적으로 불가능하고, 이런 여행이 제격인 것 같다. 전국을 남북으로 가로 지르는 3번 국도를 통해 고향까지 도보여행을 하는 5백여리길. 그 길에서 나는 오늘도 정다운 사연을 캐고, 뒤늦은 깨달음을 얻는다. 인간끼리 나누는 정, 그것이 무엇보다 소중함을 느끼며... 2011. 7. 26. 전 서울시의원 도인수(인생칠십고래희. 011-745-7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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