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스승님께 인사를 드리고 원리수련장으로 향합니다. 수련장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문을 여니, 이번에 웬일인지 집중이 잘 되지 않아 수련을 제때하지 못한 맘을 아셨는지 *경 부원사님께서 웃어줍니다. 그제서야 살짝 마음이 놓입니다.
도반들에게 인사를 하고 공양을 확인한 후 자리로 가 스승님을 기다리며 심호흡을 합니다.
잠시 후, 스승님께서 걸어오시는 데 발걸음이 낯설다는 생각이듭니다. 조금 더 집중해서 살피니 파란색 계열로 밝기를 달리하여 옷을 입으셨는데 동해용왕님이신가 짐작하다 존함을 여쭈니“옷을 보면 모르겠소”하시며 호탕하게 웃으시는데 맞는 듯합니다.
동해용왕님의 웃음소리에 교실 분위기가 갑자기 유쾌해집니다. 우리를 보며 가슴을 펴고, 어깨를 펴고 호흡을 해보라고 하십니다. 그러고 보니 잔뜩 긴장했던 몸과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그렇게 한참을 호흡을 하며 탁기를 빼고, 동해의 시원한 바람으로 몸을 채우고 비워내고를 반복합니다.
동해용왕 : 오늘 수업은 질문보다는 평소 수련을 하면서 답답했거나 애로사항, 혹은 푸념도 좋습니다. 아무 말이나 남 신경 쓰지 말고 털어놓아 보세요. 아주 사소한 얘기도 좋습니다. 나에게 사소하다 싶은 것이 다른 사람들도 같은 생각일 수 있으니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아봅시다. 누가 말해볼 사람?
너무나도 시원하게 풀어주시니 다들 푸념의 정도를 가늠하는 듯하다. 한 번도 수업 중 이렇게까지 폭넓게 얘기를 한 적이 없는 터라 다들 망설이는데 스승님께서 다시 한 번 환기시켜 주신다. 아마 수업 후 처음으로 느껴보는 자유와 유쾌함인 듯합니다. 그때 살며시 *진이 손을 듭니다.
*진 : 저는 제 모습을 자각하는 게 어렵습니다. 저는 생각지도 못한 것을 다른 사람이 얘기를 해 주면 그제야 그것을 듣고 그 쪽으로 생각을 해 보곤 합니다. 스스로 부족한 점을 보고 느껴야 발전이 있을 텐데 이렇게 타인의 눈에 의지를 하니 그것이 갑갑합니다.
동해용왕 : 음.. 너는 눈이 바깥을 향해 있구나. 그래서 다른 사람은 잘 보이는데 정작 너는 보지 못하는 게야. 혹 너의 못난 모습을 보기가 두려운 것은 아니냐? 눈이 바깥으로 있으면 수련을 할 수가 없다. 어깨를 펴고 가슴을 펴고 모든 것을 수용한다는 마음으로 너를 한번 느껴 봤으면 하는구나.
(우리 모두를 둘러보시며)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눈이 바깥을 향해 있으면 절대로 수련을 할 수가 없다. 수련을 하다가 힘들 때면 언제든지 동해의 기운을 마음껏 가져다 써라.
감사합니다...
제공:본우도 원효秘氣전승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