雪海園 3박4일(2023.12.26)
어딜가야 만날수 있을까(2024.4.16)
집사람 80돌을 자축한다고 마음 먹고 여행 갔는데 취장암 수술받고 근5년 동안 병원을 들락날락하던 여동생이 위급하다고 연락을 해왔다. 한걸음에 달려 오구 싶었지만 교통사정으로 하루가 지나서야 병원으로 달려왔다.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고 병실로 갔다. 어제는 나를 찾았다고 하는데 오늘은 눈도 못뜨고 잠만 잔다. 평생을 같이 살아온 동생, 45년생이니 어려운 시절에 태어나 그때 그 시대룰 살았던 사람들의 대부분이 그랬듯이 이런 저런 이유로 부모사랑 한번 제대로 못 받고 학교한번 제대로 못가보고 고생만하며 산 지난 세월이 가슴 아팠다.
그 당시 시골 대부분의 여자아이들은 국민학교 졸업하고 집안일을 돕다가 나이 들면 결혼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좀 형편이 낳은 집은 중학교나 고등학교를 보냈지만 그런 집은 면에서도 손꼽을 정도였다. 아들인 나도 겨우 중학교 졸업으로 만족해야 했던 우리집에서 여동생의 중학교 입학은 언감생심이었다.
국민학교 졸업 후 당시 시골서 할 수 있는 돈벌이는 한정되어 있었다. 이른 봄에는 사방공사에 나가 잔듸씨나 아카시아 씨를 심었고 반대로 가을철에는 잔듸씨와 아카시아 씨를 채취하고 일당을 받았다.
그러다 5.16이후 정부에서 공업화와 수출에 힘쓴 결과 시골에도 파나마 모자를 만들거나 가발 만들기 등 가내 수공업이 보급되기 시작했다. 동생도 동네 다른 여자애들과 마찬가지고 모자를 만들거나 가발 만드는데 종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렇게 번돈은 푼돈에 불과해서 나이를 먹자 내가있는 영들포로 와 공장을 다녔고 단칸방을 빌려 같이 세를 살기도 했다. 그리고 그때 나는 고학하는 형편이라 여동생들을 보살필 형편은 못되었다. 그래도 내 몫을 다 못한 것 같아 여동생들을 생각하면 그냥 죄스럽다.
그저 눈을 감고 내가 온 것도 조카들이 온 것도 모르고 잠만 자는 동생을 바라보자니 옛날의 이런 저런 추억이 떠올라 혼자 쓸쓸히 웃었다.
그런 추억에 잠겨있는 동안 같이 간 집사람과 딸들이 비쩍 마른 고모손을 잡고 아는체를 했지만 눈도 못 뜨고 대답이 없다. 나도 손을 잡고 말을 걸었지만 대답이 없다. 어제는 오빠인 나를 찾았다는데....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힘든 숨을 쉬고 있는 동생의 손을 잡고 한참을 서있었다. 만감이 교차한다.
조금 있다 대기실로 나와 다른 식구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무래도 환자가 얼마 못 살 것 같다는 데에는 모두 동의를 하고 장례절차에 관한 이야기를 조심스레 나누었다. 그리고 침통한 표정의 조카들에게는 남들에 비해서 치매등의 못된 병으로 고생않하고 영면 하는것을 다행으로 생각하자고 침통한 표정으로 눈물이 그렁그렁한 조카들의 어깨를 얼싸안고 다둑거렸다.
그리고 몇일 후 동생은 그렇게 떠났다. 살아생전
이런 일 저런 일로 찾아 갈 때마다 계절 맞추어 하다못해 도토리묵, 고구마 하나라도 챙겨주려 애쓰던 너의 정성을 어디 가서 맛 볼 수 있으며 부족한 살림 속에서도 더 못해 주어 항상 아쉬워하던 그 정다운 눈초리를 어디서 볼수 있을까. 그리고 늘 부족한 오빠인데도 고마워하고 오빠가 있어 행복했다던 그 목소리를 어디 가서 들을 수 있을까.
허연 백발의 영정사진을 쳐다보면서 뭉게 뭉게 떠오르는 추억의 단상들을 이리저리 헤쳐가다 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단간 방에 세들어 살던 어려운 시절, 연탄불이 꺼져 아침밥을 못 먹고 출근하게 되자 200여미터 떨어진 고모네로 냄비를 들고 가 선 밥이 나마 해 먹여 보낼 려고 애쓰던 너의 정성을 내 어디 가서 값을 수 있을까.
제대 후 중학교 교사로 취직이 되자 애들 앞에 서는 선생님이 누추한 양복입고 나가서야 되겠냐며 새 양복 사 입으라고 工員으로 힘들여 모은 돈을 주저 없이 내손에 쥐어주던 비단 같던 너의 마음을 어디 가야 만날 수 있을까.
젊어서는 서로 살기 바빠서 마음은 있어도 허허롭게 웃는 자리를 자주 마련하지 못했는데 이제 나이 먹어서는 시간도 지갑도 여유로워 졌는데도 불구하고 자주 찾어 와 자리를 같이 못 한게 너무나 아쉬워 가슴이 메어진다. 그리고 4촌들이 미국등 해외에 거주해서 한번 갔으면 했다는데 그 흔한 해외여행 한번 못 데리고 간 것도 너무나 후회가 된다.
첫댓글 구구절절이 마음에 와 닿는 글입니다
우리는 그런 환경에서 살아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