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날 저녁 진수 배아파서 병원가신다고 연락이 왔길래 응아 마려운 배거나 매실먹으면 낳을 배, 아니면 엄마보고 싶은 배일거라고 했더니 샘이 곧 문자보내주셨어요. '관심끌기작전 배^^'... 오는 기차편에선 영상전화까지 해가며 엄마보고 싶다하고...
철암역에 내리는 진수얼굴이 발개요. 키 큰 형아들, 선생님이 아빠 셋이 되어 뒤에서 싱긋 웃어주어요. 손뼉과 함성이 절로 나와 호들갑스럽게 막내를 안았어요. 감사하고 또 감사했어요. 이제 일곱살 형이라고 자기는 말해도 그래도 엄마찌찌 못 끊은 아기가 대구에서 경주로, 또 자전거로 경주 이곳 저곳을 다녀오다니 기적같아요.
선생님께서 어린 진수가 모든 일정을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며 오히려 고마워하시고 칭찬많이 해주라 하셔요. 정말 정말 이상한 선생님들.... (어린 진수의 첫나들이를 염려하는 부모마음을 어찌 아시고 자주 문자를 보내주셨어요. 전철에서 앉아있는 진수 사진까지도 보내주시고...)
그 적은 여비로 그 길고 긴 여정을 어찌 감사만 하시는지... 진수 인생에 표현하지 못할 큰 밑거름이 될거에요.
진아는 토닥거리다 또 서로 챙기다 그렇게 남매처럼 다녀온 것 같아요. 장진우선생님, 윤준호선생님이야기를 많이 해요. 윤선생님 댁에서는 아마도 어머니와 친해진 것 같아요. 평소에 제 주변에서 재잘재잘 챙겨주는 진아가 친절하신 어머니께 반했나봐요. 다치셨는데 자기가 걱정해드려서 칭찬받았노라고... 추운데서 잠자는 자기를 따뜻한 곳으로 옮겨주셨다고... 저희 부부도 진아 옮겨 재우려면 대작전(?)인데 정말 많이 챙겨주고 사랑해주신것을 알았어요.
예쁜 휴대폰 줄도 사와서 얼마나 자랑하는지 풍족하지 않은 여비에서도 부모님을 생각하며 편지까지 써 온 우리 진아... 선생님들이 감사하게 하고, 보살피게 해주셔서 우리 진아의 장점이 더욱 커진 것 같아요.
(진아는 이제 남자들하고만 가는 모둠여행은 안가겠대요. 언니들이 한 명 정도 있었으면 훨씬 신나지 않았을까 싶어요. 집에서도 머스마들 한테 치여사는 진아여서...)
진성이는 들어서자 마자 " 나, 여름 모둠여행도 갈거에요. 꼭 보내주세요"합니다.
기차표 끊으려 줄서있다 눈 앞에서 기차를 놓쳤나봐요. 그래도 신났어요. 멀미가 심한데 멀미약 먹고 고속버스 타고 씩씩하게 도착했어요. 회계를 맡아서 신났고, 하헌호선생님 어머니께서 맛난 요리해주셔서 신났고, 대기 큰 대구를 봐서 신났고, 그냥 무조건 재미있었대요. 하헌호선생님 어머니 전화번호가 (선생님 전화를 잃어버리신 터라) 여행계획에 써 있길래 감사전화를 드렸더니
"헌호가 친구들이랑 올거라 했는데 갑자기 꼬마 아이들이 와서 놀랬어요"하시면서 오랜 만에 재잘대는 어린 아이들하고 지낼 수 있어 정말 즐거우셨다고... "안돼, 하지마!!"라는 말은 절대 하시면 안된다고 선생님이 그러셔서 13층아파트에서 뛰어다니는 꼬마친구들 보시면서 얼마나 안절부절 하셨을지 그려지더다구요. 다행히 한참 호기심많게 뛰어다니던 아이들이 금새 차분해지더라고하면서 한참 철암세상에서 만난 이상한(?)선생님들 이야기도 나누었어요.
따뜻하고 맑으신 하헌호 선생님 어머니께서 대구에 오면 꼭 오라고 초대해주셨어요. 혼나기만 하는 진성이를 영특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라고 칭찬해주셨어요. 저도 칭찬하고 강점을 살려주는, 아이들을 귀히 여기는 엄마가 되고 싶어요
결혼하고 처음으로 남편과 2박 3일을 보냈어요.
남편은 애들마냥 신이 났어요. 여행온 것 같다며 애들을 걱정하면서도 부부끼리 보내는 시간에 즐거워하고 설레어했어요.
돼지고기 볶아서 막걸리도 한잔하고 숙제로 받은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책이야기도 나누고요.
그래도 뭐니 뭐니 애들이 없는 허전함, 불안함에 무얼 할 지 몰라 허둥댄 시간이 제일 많은 것도 같아요. 애들 키우느라 그저 바삐만 살아온 우리의 모습. 부모이기 이전에 나를 잘 세우는 훈련을 평소에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진수맞으러 철암역에 갔더니 할머니 한 분이 계시더라구요. 혹시나 하고 여쭈었더니 호영이 할머니세요. 연락이 미처 닿지 않아 버스타고 오시는 걸 모르고 계셨어요. 수술하신 다리로 추운밤에 손주 맞으러 오신 할머니... 정말 사랑이 넘치시는 음성 지금도 생각이 나요. 진이네 어머니께서 모셔 드리고 도서관 앞에서 또 손주를 기다리셨을 호영이 할머니를 만나니 철암이 제가 사는 마을처럼 느껴졌어요.
모둠여행으로 아이들도 선생님들도 가족들도 모두 하나가 되는 것 같아요. 참 신나고 좋아요.
철암세상이 희안하게 좋아요.
첫댓글 김선경어머니 옆에 앉아 이야기 듣는 것처럼 생생해요. 와, 진수 대단해요. 어른 진수가 되어서도 7살 진수의 모습을 추억하며 어떤 일도 잘 해나갈 수 있겠어요. 도서관에서 진수, 진아, 진성이 보면 안아주고 잘했다 칭찬해줘야겠어요.
김선경 선생님이야 말로 참 좋은 부모님이고 이웃입니다. 진성, 진아, 진수 잘 다녀와서 고마워요. 동행한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배우고 감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