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워하며 살자
오늘을 살되 그리움을 간직하고 살자
아름답고
신비롭고
순수한 것을 그리워하며 살자
우리가 저 달을
그리워할 때
달빛은 그리움으로 다가옵니다
우리가 저 별을
그리워할 때
별들은 그리움으로 반짝입니다
마음의 창을 열면
물처럼 흐르는 하얀 그리움
그리운 만큼만
순수한 모습으로
순수한 만큼만 아름다운 모습으로
봄이면 피어나는
저 들꽃들처럼
순수한 모습을 간직하고 살 순 없을까
모든 것을 비우고 길 떠나는
낙엽들처럼
한 점 그리움이 될 수는 없을까
어둠 속에서 속삭이는
저 별들처럼
신비스런 모습을 간직할 수는 또 없을까
그리움은 문득
왔다가는
저 홀로 쓸쓸히 떠나 가는 것
아름다운 사연들이
그리움으로 남는다는 건
얼마나 다행한 일이냐
우리의 참 모습이
그리움으로 남는다는 것은
또 얼마나 자랑스런 일이냐
오늘을 살되 그리움을 간직하며 살자
아름답고
신비롭고
순수한 것을 그리워하며 살자
🌺내린천 연인
평생을 마음 속에서 찾던 일이다
맑은 눈에서는
상냥한 빛 구르는 소리가 들리고
백합 향기가
뒷모습을 따라다니는
가녀린 여인이
내린천 어디에 산다는 소문을 들었다
물결 고운 날
산들바람을 데리고 다니며
이산 저산에
산새의 메아리를 심는다는 여인
내린천 맑은 물에
웃음을 던지면
물의 허리를 휘감고 돌아
그 메아리가 멀리
합강리 모래사장까지 들린다고 했다
지금은 침묵의 시간
가녀린 님의
산울림을 만나러 가는 시간
도대체 그대는
어느 메아리에 숨은 것이냐
침묵 속 어디까지 걸어간 것이냐
목숨이 사랑인 사람아!
불러도 대답은 없고
강물의 날개 소리만
철썩철썩 귓가에 앉았다 간다
*합강리:인제 내린천과 내북천 합류 지점의 마을
🌺 회상
행길하나 지나 내를 건너면
구름 드리워진
느티나무만 보여도 반가웠다
오랜 외출에서
돌아오는 길이 그리도 멀었던가
옛 정취가 고여 있는
고샅에 들어서면
아! 그 옛날 가난이 부르는 소리
너무도 다정하여
말없이 바라보는
저 무지개도 고운 하늘
아름다운 소녀는 배시시 웃고
추억에 잠겨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너무나도 흘러버린 몸짓으로
출렁이는 저 강물
날 부르는 소리는
다시 또
하늘 가득히 그리움이 되고.....
※고샅 : 시골 마을의 좁은 골목길
- 소양 서효찬 시인의 시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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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흔적없이 밀려왔다
밀려가는
너를 안고싶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발자국 위에 또다시 그려지는
너의 무늬를
만져보고 싶지만
마음뿐이다
수평선을 가두고
하늘을 가두고
마음을 가두면 될까
파도야 날 어쩌란 말이냐.
🏕 옛동무
부르고 싶은 이름이 있다
어린 날에 놀던 놀이터에서 뛰어놀며
학교 가는 길 코스모스 늘어진 길을
함께 걸었었다
신작로에 늘어진 버드나무에서
울어대던 매미 소리를 같이 듣고
칠월 칠석날 밤
별들의 이야기로 밤을 지새우고
물장구 치며 놀던 시냇가와
겨울이면 연 날리며 보리밭 밟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썰매를 타고 얼음판 위를 쌩쌩달리던 날
군고구마 호호 불며 달게 먹던 날
포근하고 순수한 시골 인심으로
하루 하루가 행복했던 그 시절의
옛 동무가 그립다 ~~~
🏕 한 세상
울고 웃다가
집으로 갑니다
아버지 어머니
"너희 아버지는 농부이시다" 라는 말씀에
옛 살던 고향집 그리워 새겨봅니다
시냇물 가에
뽕나무,배나무, 단감나무
왕감나무가 울타리치고
한마당 뜨락에 펼쳐지는
여유로운 표상들 자유롭습니다
소가 여물을 되새기고
닭이 모이를 쪼며 병아리떼 이끌고
꾸꾸 하다가
둥지에 낳고 꼬꼬댁 꼬꼬 울면,
반겨 맞는 장닭의 울음도 듣는
꿀꿀거리는 돼지의 배고픔도,
배불러 씩씩거리는 풍만함도
꼬리 치며 달려오는 개의 몸짓도,
오곡의 과실들이 제빛깔을 내는 울긋불긋함도,
알알이 여문 당신이 일군 산실이었음을,
이 또한 은혜로구나 생각합니다
첩첩이 쌓인 가라지를 솎아내고
상처없이 바람결에 흩어버리는 겨를 보며
아버지의 거룩한 삶을
이제는 볼 줄 압니다
-융성 이길수 시인의 시집에서-
< 옮긴이 / 옥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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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16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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