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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퇴진 정국과 국민주권시대를 열 2017년
백남주 사단법인 시화노동정책연구소 비상임연구위원
연간 1000만의 촛불이 타오르며 2016년이 마무리 됐다. 국민들은 촛불의 힘으로 국회, 정치권과 언론을 움직여내며 결국 박근혜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촛불은 탄핵안 통과에 멈추지 않고 박근혜 정권의 부역자들에 대한 처벌과 박근혜 정권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 꺼지지 않고 활활 타오르고 있다.
그동안 정치에 대해 부정적이고 회의적인 시각을 가졌던 국민들은 ‘내가 거리로 나오니 사회가 변화는 구나’하는 극적인 경험을 하고 있다. 이는 향후 한국정치와 민주주의 발전에 커다란 자산이 될 것이다. 2017년에도 국민들의 새로운 정치와 적폐청산에 대한 열망은 쉬지 않고 표출될 것이다.
박근혜 퇴진 정국의 배경 : 보수세력의 위기의식
2017년을 전망해보기 위해서는 현 정국에 대한 배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선 누적된 국민 분노에 대한 보수세력의 위기의식이다. 민주주의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경제 무능을 드러낸 박근혜 정권에 대한 전 국민적 분노는 결국 작년 4.13총선의 결과 새누리당의 참패로 고스란히 들어났다. 친박계는 4.13총선 결과에도 불구하고 어떤 반성도 없었다. 오히려 자신들이 살아남기 위해 새누리당을 장악하기 위해 열을 올렸고, 결국 친박 핵심 이정현 의원을 당 대표로 만들었다.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전 국민적 관심사가 된 데는 <TV조선> 등 보수언론의 역할이 있었다. 이는 친박계가 주도하는 보수로는 정권연장이 어렵다고 판단한 보수진영이 친박계를 공격하고 보수진영을 새롭게 재편해 차기 정권을 장악하려는 시도다.
하지만 민심에 놀란 보수진영의 이러한 움직임은 짜여진 구체적 계획 속에서 진행되기 보다는 급박하게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현재도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개혁보수신당 논의 과정에서 비박계의 좌장격인 김무성 전 대표는 빠르게 새누리당과의 결별을 추진한 반면 다른 한 축인 유승민 의원은 끝까지 새누리당 내에서의 개혁을 주장했었다. 비박계와 함께 탈당을 하겠다던 나경원 의원은 개혁보수신당 내 유승민 의원이 주도권을 잡는 것을 견제하며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의 공동행보에 나서려 하고 있다.
박근혜 퇴진 정국의 배경 : 미국의 이해타산
다음으로 고려해 볼 것은 미국의 박근혜 정권에 대한 입장이다. 그동안 한국의 정치역사에서 미국은 직간접적으로 많은 개입들을 해 왔다.
현재 미국은 북핵문제 대응과 중국견제, 동북아 패권을 위해 한미일 삼각동맹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중 핵심은 한일간 군사동맹을 강화하고 동북아 MD체제를 완성하는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권은 미국의 기대에 크게 부응하지 못해왔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차관이 2015년 “어느 정치 지도자도 과거의 적을 비난함으로써 값싼 박수를 받는 것은 어렵지 않다”며 박근혜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에서 볼 수 있듯, 미국 정부는 박근혜 정권이 한일간 군사동맹을 추진하는 속도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박근혜 정권은 한반도 사드(THAAD)배치에 대한 국내의 반대여론을 통제하지 못했다.
거기에다 박근혜 정권은 위기에 처하자 북한과의 전쟁불사 카드까지 거론했다. 작년 10월 1일 박근혜는 “북한주민 여러분들이 희망과 삶을 찾도록 길을 열어 놓을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탈북을 종용하며 강도 높은 대북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10월 4일, 국민의당 최경환 의원은 박근혜가 ‘한반도 전쟁’을 계획하고 있다며 한 예비역 장성의 문자메세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동북아 패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미국의 입장에서 핵무기체계를 갖춘 것으로 보이는 북한과 당장 전쟁을 하자는 주장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심지어 친박계 내에서는 미국이 극렬 반대하는 핵무장론까지 등장했다.
미국의 입장에서도 민심의 지탄을 받는 박근혜 정권을 버릴만한 유인이 충분했다고 볼 수 있다.
예상을 뛰어넘는 1000만 촛불
보수세력들의 정권연장 시도는 ‘친박’을 찍어내며 적절히 보수진영을 재편하려는 시도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들의 박근혜 정권에 대한 분노와 새정치에 대한 열망은 보수세력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국민들은 책임총리제니, 거국내각이니, ‘명예로운 퇴진’이니 하는 보수정치권의 정국수습 카드와 박근혜의 ‘거짓 사과’를 모두 거부하며 오로지 ‘박근혜 퇴진’을 요구했다. 보수세력들이 정계개편을 위해 시간을 벌어보려는 여러 시도들에 대해서도 단호히 거부하며 오로지 ‘즉각 퇴진’만이 민심이라고 선언했다.
박근혜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자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들은 일제히 촛불을 내려놓고 결과를 기다려야 할 때라고 했지만 광장의 촛불을 꺼지지 않았다. 오히려 박근혜 정권의 부역자들과 박근혜 정권의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며 그 요구가 더욱 구체화 됐다.
전통적으로 국민들의 정치적 진출을 막아온 북풍공작도 잘 먹히지 않았다. <조선일보> 등에는 “‘촛불사태’는 그 성격이 변질” 되었다느니, “촛불이 좌파 혁명의 길로 가고 있음을 확인해주는 것”이라느니 하며 촛불을 왜곡하는 주장들을 펼쳤다. 국정공백과 경제위기를 이유로 “이제는 자중할 때”라는 주장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하지만 국민들은 흔들림 없이 촛불을 들고 박근혜 즉각 퇴진을 요구했다.
이러 상황에서 헌법재판소 역시 쉽사리 탄핵소추안을 기각하긴 힘들어 보인다. 12월 30일 <리서치뷰> 여론조사에 따르면 ‘헌재가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의견이 72%로 압도적이었다. 지금까지 헌재는 재판준비 속도를 높이고 있으며, 이정미 대법관의 임기만료 전인 3월 경에 헌재의 판결이 내려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조기대선은 불가피해 보이며 2017년 정국은 상반기부터 대선 정국으로 빠르게 전환될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한국 정치의 방향도 크게 변할 것이다.
제3지대론으로 전열을 정비하려는 보수
물론 차기 정권을 쥐기 위한 보수의 노력은 2017년에도 계속 될 것이다. 박사모 등이 탄핵반대 집회에 조직적으로 사람을 동원하고 있는 것에서 보여지 듯 보수의 반격은 본격화 되고 있다.
이런 거리의 움직임과 더불어 정치권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 중 하나는 제3지대론이다. 이번에 국민의당 원내대표로 당선된 주승용 의원은 ‘친박’과 ‘친문’을 제외한 모근 세력과 연대할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특히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사실상 대권 도전을 선언하고 있는 상황에서 1월 반 총장이 국내에 들어오면 보수진영의 정계 개편 움직임이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저희들이 신당을 만들어서 귀국하는 반 총장이 우리와 같이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며 연대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
따라서 개혁보수신당-국민의당(혹은 국민의당 일부)-반기문으로 이어지는 보수연대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여기에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친이계 인사들 역시 가세할 수 있다. 이들은 다소 차이는 있으나 유승민 의원이 ‘안보는 오른쪽, 경제는 왼쪽’이라고 언급했던 것처럼 경제적으로는 어느 정도 개혁적인 입장을 추구하면서도 외교적으로는 친미-반북적 노선을 추구할 수 있는 세력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제3지대론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애당초 보수진영은 친박계를 제외한 비박계-국민의당-반기문 등 최대한 광범위한 보수세력을 규합하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이들 보수진영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국민들은 보수진영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전부터 제3지대론을 우려하며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박근혜 정권의 부역자들이 ‘신분세탁’을 하려는 것을 국민들은 가만히 보고 있지 않은 것이다.
그 결과 제3지대론은 원활하게 일관된 방향을 가지고 추진되기 보다는 좌충우돌하고 있는 모습이다. 새누리당 탈당을 고민했던 나경원 의원은 유승민 의원의 ‘안보는 오른쪽, 경제는 왼쪽’이라는 정책 기조를 견제하며 “이러한 부분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신당에) 합류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나 의원은 “반 총장으로서는 사실상 신당이 비박신당이라고 포장돼 있으면 선뜻 오기가 힘들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보수의 장기집권 시도, 개헌
제3지대론이 불안정하고 반기문 총장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뚜렷한 대선후보가 없는 보수진영은 한편으로는 개헌논의에 집착하고 있다. 반 총장이 대선 후보로서의 검증과정을 거취는 과정에서 부적합한 점이 발견되고 지지율 반등이 힘들어 진다면 개헌논의는 더욱 불붙게 될 것이다.
보수세력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생명을 이어가기 위해 개헌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지금 개헌 논의가 불붙게 된다면 자신들에게 쏠린 지탄의 목소리를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다. 박근혜도 최순실 게이트를 덮기 위해 개헌카드를 꺼내들었고 새누리당도 이에 동조해 나선 적이 있다. 개헌논의는 광장을 통해 분출한 민심을 정치권 안의 논쟁으로 흡수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친박계 입장에서도 개헌논의가 절실할 수 있다. 정치적 생명을 박탈당할 위기에 처한 친박계는 내각제개헌 등이 된다면 어떻게든 의회에서 권력을 일정정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전체 보수세력 입장에서도 ‘친박’세력들을 무조건 내친다면 보수분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는 점에서 이들에게 일정정도 개헌을 통해 퇴로를 마련해 줄 수 있다.
또한 개헌논의는 보수세력 입장에서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현재 대선국면이 보수진영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보수진영은 차기 대권 이후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개헌을 통해 임기단축 까지 포함해 차기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시키고 이후 권력을 장악하려는 그림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016년 12월 22일(현지시각) 새누리당의 충북 지역 의원들이 반기문 전 총장을 만난 후 언급한 것에 따르면 반 총장이 개헌은 반드시 필요하며, “개헌이 되면 유연하게 맞춰야 하지 않겠냐”며 차기 대통령 임기 단축도 필요하다고 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보수진영은 개헌을 매개로 광범위한 전선을 구축하려고 노력 할 것이다. 개헌에 찬성하는 세력들을 규합해 차기 정권을 견제하며 이후 권력유지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려 할 것이다. 실제 개헌을 찬성하고 있는 정치세력은 광범위하다. 반기문 총장과 새누리당은 말할 것 없고, 국민의당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개헌 국민투표를 진행해야 한다고 당론을 정했고,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도 적극적으로 개헌 추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런 점에서 결선투표제는 진보, 개혁진영을 개헌 전선에 끌어들이기 위한 좋은 미끼가 될 수 있다. 그동안 진보, 개혁진영은 결선투표제 도입에 적극적이었다. 결선투표제 도입이 헌법을 개정해야 하는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결국 결선투표제 도입 논쟁은 개헌논의와 맞물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렇게 보수진영은 대선 전후의 국면을 박근혜 정권 심판국면이 아니라 개헌에 대한 입장을 중심으로 정치세력들을 개편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야권이 국민들의 요구보다는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우선시 한다면 야권은 개헌 등의 입장에 따라 합종연횡하는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
물론 국민들은 국정농단의 주범들이 벌이는 꼼수를 정확히 가려 볼 것이다. <리서치뷰> 12월 정기여론조사에 따르면 ‘선(先)개헌론’과 ‘선(先)개혁론’ 중 ‘정치권이 어떤 과제에 더 집중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개혁이 55.7%, 개헌 32.3%로 나타났다. 2016년 1000만의 촛불로 국민주권시대가 활짝 열린 만큼 2017년은 국민들이 승리하고 그동안의 적폐를 바로잡는 토대를 마련하는 해가 될 것이다.
2017년 대선과 한반도
2017년 한국의 대선결과는 한반도 정국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차기에 어떤 지향을 가진 정권이 들어서느냐에 따라 남북관계 등은 많은 변화를 겪을 것이다. 특히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이 파탄 났다는 것이 중론인 가운데 한반도 정책의 공백을 메워야 하는 미국 입장에선 차기 한국정부의 입장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역시 커다란 변수가 될 수 있다. 현 시점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한반도 정책을 가늠하기란 쉽지 않다. 트럼프 당선자는 후보시절 김정은 위원장과의 직접대화를 언급했다가도 대북강경발언을 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당선자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정의 훈장’을 수여한 틸러슨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를 국무장관에 앉히는 등 외교안보라인을 친러 성향의 강경파들로 채웠다. 향후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중동에서의 러시아개입을 용인해 중동에서의 군사개입 부담을 줄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동북아시아에서의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1979년 미중 수교 이래 처음으로 타이완 총통과 직접 통화하며 중국의 핵심 이익인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건드리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러 간의 관계에 균열을 내기 위한 노력과 한미일 삼각동맹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을 상대로 한 보호주의 강화와 무역전쟁은 이미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 미국의 대북정책과 북핵문제 등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줄지는 아직 확정적이지 않다. 러시아를 활용해 대북압박의 강도를 높일 수도 있을 것이고, 북-중-러 간의 관계를 흔들기 위해 북미간의 관계를 일정정도 개선하려 할 수도 있다.
물론 트럼프가 자신의 이미지처럼 ‘막가파식’ 강경정책을 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미국내 경제난이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고, 중국의 경제와 군사력, 북한의 늘어나버린 핵능력 등을 고려했을 때 앞 뒤 가리지 않는 강경정책은 미국 역시 공멸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미국의 주류정치권의 통제 밖에서 좌충우돌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예단하기도 힘들다. 대선레이스 초기 국방비 감축을 주장하던 트럼프는 9월 7일 필라델피아 유세에서 ‘힘을 통한 평화’를 주장하며 “우리는 확실한 군사력 우월성을 토대로 갈등을 피하고 예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집권하면 의회에 예산 자동삭감 조치(시퀘스터) 폐지를 요구하고 “국방력을 증강할 새로운 예산안을 제출하도록 지시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군산복합체의 이익에 부응하려 한 것이다. 또한 힐러리와 월가와의 관계를 비판해온 트럼프는 당선이 되자 행정부 경제라인을 월가 출신들로 채웠다. 따라서 트럼프의 노선을 단순히 ‘고립주의’라고 평가하면서 전 세계에 대한 개입을 줄여나갈 것으로 보는 것도 일면적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2017년 한국 대선을 전후한 정국이 동북아 및 세계정세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점이다. 2017년 한국 국민들이 손에 든 촛불은 전 세계 평화의 초석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