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 in Biz] 듀엣 가수에게 배우는 기업 `성공 방정식`
매일경제신문 : 2016.09.30
우리나라 가수들이 노래를 잘하기 시작했다. 가수가 노래 잘하는 게 당연한 얘기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확실히 요즘 가수들의 가창력이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음반을 통해 데뷔한 프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가수들의 입을 다물 수 없게 만드는 소름 끼치는 가창력을 가진 일반인, 즉 아마추어 가수들의 숫자가 놀랄 만큼 많아서일지도 모른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최근 실시한 지상파 3사 음악 예능 순위의 1위는 복면가왕, 2위는 판타스틱 듀오다. 이 두 프로그램의 공통되는 특징이 바로 듀엣이다. 최근 음원차트에서도 듀엣곡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그렇다면 둘이 만들어 내는 하나의 소리 듀엣에서 오늘날의 기업들이 참고할 만한 지혜는 무엇일까?
1. 의외의 조합으로 새로움을 창조하라
거친 탁성의 임재범과 박정현의 청아한 고음, 가녀린 미성의 마이클 잭슨과 폴 매카트니의 특유의 비음. 이질적인 뜻밖의 만남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결과물이다. 오늘날 급부상하는 신흥혁신 기업들이 보여주는 예상할 수 있는 결합을 넘어 미지의 영역을 창조하는 사례들에서 듀엣과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2. 공개되고 회피할 수 없는 책임
필립 델브스 브러턴은 저서 '훌륭한 관리자의 평범한 습관들(Management Matters)'에서 현대 비즈니스에서 이상적인 팀의 형태로 테니스 복식조를 모델로 삼았다. 테니스 복식조에서는 두 팀원의 플레이가 모든 사람에게 극명하게 드러나며 자율적 관리를 바탕으로 움직이지만 자기가 해결해야 할 공을 팀 동료에게 보냄으로써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음악에서의 듀엣 또한 피하거나 숨을 곳 없이 자신이 책임을 다해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3. 명확하게 계산된 역할분담
오페라와 뮤지컬의 클라이맥스에는 대부분 듀엣 곡이 연주되고 절정으로 치닫는 극에 폭발적인 감동을 선사한다. 하지만 자세히 관찰해보면 작품이 지닌 감정선을 따라 정교하게 계산된 멜로디의 체계를 통해 유기적이고 완벽한 역할 분담을 두 명의 탁월한 성악가들이 이끌어 냄을 볼 수 있다. 스티브 워즈니악이 공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고안해낸 기발한 상품을 스티브 잡스가 훌륭하게 포장하여 비싼 가격에 팔았다는 애플 공동 창업주의 역할분담은 듀엣과 매우 닮아 있다.
4. 경쟁적 협력 체계를 구축하라
듀엣은 실적이 극명하게 현장에서 드러나는 형태의 가창 형식이다. 시청자들은 은연중에 두 사람의 실력을 비교하게 되고 가수 스스로도 노래를 하면서 상대방과 경쟁하고 있다는 느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두 사람이 함께 노래한다는 것은 단지 협력 혹은 양보만이 강조되는 작업으로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치열한 경쟁에 협력을 더해야 상향 평준화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작업인 것이다.
5. 공동 가치의 창조
최근 TV 음악 예능 프로그램 중 커다란 감동을 선사하는 방송은 듀엣 가요제다.
일반 참가자들이 최고의 가창력을 지닌 가수와 함께 무대를 만드는 음의 탄생 과정을 개인의 스토리보다 음악 자체에 집중해서 만들어내는 이 방송의 주인공은 일반 참가자들이다. 감정이 폭발하는 중요 부분이나 노래의 최고음 등의 절정을 일반인 가수에게 양보하고 가수 본인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지지 않도록 배려하는 무대는 대중에게 뭉클한 감동을 선사함은 물론 가수 본인의 독무대보다도 빛나는 경관을 연출한다.
이석우 전 카카오톡 대표는 "카카오는 너, 나, 사용자, 파트너의 구분 없이 우리라는 틀 안에서 가치 창출을 위해 노력해 왔다"고 말했다. 카카오톡의 플랫폼으로의 진화는 사용자와 파트너사의 공통 가치 창조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두헌 경희대 포스트모던 음악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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