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대 국회 때 한자혼용을 주장하는 학자와 정치인인 유정기, 김인식, 이상돈, 서영훈, 장을병, 김상구, 신국주 들이 1993년 3월 29일자로 <한글, 漢字混用에 관한 法律制定등에 관한 請願>을 김길홍(민자당 :안동), 황윤기, 장영철 의원들의 소개로 국회에 냈다. 김영삼 정권이 들어서고 바로 일어난 일이다. 한글전용법을 폐지하고 교과서와 공문서에 한자를 혼용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 당시 유정기 교수는 교과서에 한글만 쓰는 것은 위헌이라는 <한글 專用法廢棄 敎本改書法制定 請願書>도 헌법재판소에 낸 철저한 한자 숭배자이기에 빼고 다른 이들에게 내용증명으로 공개질의서를 보냈다. 답변을 듣고 공개토론을 제안하고 비판하려는 뜻이었다.
유정기 전 충남대 교수는 1969년 박정희 대통령이 한글전용정책을 추진하려고 할 때에 ‘民族文化守護大會’를 열고 반대하는 데 앞장섰다가 교수직에서 파면당한 이로서 이번에 국회에 한자혼용법을 만들자는 청원과 한법재판소에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를 혼용하지 않고 가르치지 않는 것은 헌법 제31조 1항 ‘균등교육 수혜권’ 위반이라는 헌법소원을 임원택(전 서울대 경제과 교수), 안병욱(흥사단 이사장) 들이 공동명의로 청구서를 제출했다. 그 때 그는 문화일보 인터뷰 기사에서 “한글전용 발상은 위험천만이다. 이론상으로 보면 그들은 소피스트(궤변자)이고, 실천상으로는 메피스토(악마)다. 광화문 현판을 한글로 쓴 것도 잘못”이라고 말했다.그런데 다음에 한글을 살리자고 광화문에 한글현판을 단 것이 잘못이라고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그 현판을 떼고 한자로 달게 한다.
일제로부터 해방되면서 일본말을 버리고 우리 한말글로 교과서도 만들고 공문서를 쓴 일과 한글이 태어난 경복궁 정문인 광화문에 한글문패를 달고 한글을 살리고 빛내려고 한 일은 참으로 잘한 일인데 청원 취지문에서 “한글전용을 하자는 것은 도적놈 심보요, 우리 민족을 盜用民族(도용민족)으로 만드는 것”이라는 등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그것은 유정기 교수 말이라고 보고 다른 청원자와 소개 의원들에게 그런 엉터리 주장에 동의하는지를 묻고 공개토론을 제안하고 다음 투쟁을 할 생각으로 나는 내용증명으로 질의서를 보냈다. 제헌의회에서 한글전용법을 만들었는데 제헌의원을 지낸 이상돈 제헌동지회 대표와 김인식이 한글전용은 도적놈 심보이며 제헌 국회 때 만든 한글전용법이 잘못된 것이라는 취지의 청원서를 냈다는 것은 놀라운 것이었다.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글자인데도 500년이 넘도록 쓰지 않다가 간신히 나라 글자로 자리를 잡으려는데 한 나라 지도층이라는 자들이 앞날을 내다보지 못하고 한글을 짓밟으니 기가 막혔다. 성균관대 장을병 교수, 동국대 신국주 교수는 한글을 천대하는 유교와 불교 분위기와 관련이 있어보였는데 서영훈 전 흥사단 이사장이 국회 청원에 이름을 올렸고 안병욱 전 흥사단 이사장이 헌법재판소 청원에 이름을 올린 것이 나에게 충격이었다. 내가 고등학교 때 이광수가 쓴 소설을 읽고 감동을 받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글학자 김윤경 교수와 편지를 주고받고 대학에 들어갔을 떼 도서관에서 주요한 선생이 쓴 ‘안도산전서’를 읽고 감동을 받아서 대학에 흥사단 모임을 만들고 한글운동을 하려고 마음을 먹었는데 이들이 흥사단 단원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렇게 청원자들과 소개의원들에게 공개 질의서를 보내고 그들 답변을 받은 뒤에 사회 문제로 만들고 법정 투쟁까지 갈 생각을 하고 내용증명으로 질의서를 보냈는데 서영훈 선생이 나에게 세종대왕기념사업회 박종국 회장을 통해서 만나자는 연락이 왔기에 문서로 대답하라고 했더니 박 회장이 또 부탁하기에 만나서 두 시간 동안 논쟁을 했는데 “한자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그 일에 이름을 올렸는데 한글이 실고 빛나야 이 겨레도 살고 나라가 빛난다는 네 말에 공감하고 네 애국심에 머리 숙인다. 앞으로 시민신문을 만들려고 하는데 너와 함께 일하고 싶다.”라며 자신의 스승인 유영모 선생이 토박이말을 살려서 쓰고 세종을 우러러본 것과 내가 닮았다며 그분 어록과 관련 책을 여러 권 주셨다. 그때 자식 또래 젊은이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자신의 생각이 짧았음을 인정한 것은 보통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기에 그분 인품과 인격에 감동했고 고마웠다.
그때 서영훈 선생이 나에게 시민운동을 함께 하자고 했지만 “저는 한글기계화운동과 한글전용운동을 하는 공병우 박사님을 존경하고 스승으로 모시고 있습니다. 앞으로 온 국민이 셈틀로 글을 쓰고 누리통신을 하는 세상을 만드는 일은 우리나라와 겨레에 그 어떤 일보다 중대하고 시급한 일입니다. 오늘 제 말씀에 공감하고 저를 좋게 본 것은 매우 고맙지만 두 분 어른을 모실 수 없습니다. 앞으로 한자단체 쪽 일에 이름을 올리지 않기 바랍니다.”라고 말씀드리고 그 일을 크게 사회문제로 만들려던 내 생각은 접고 한글 국회를 만들기 위해서 국회의원 이름패를 한글로 바꾸게 하는 일과 일본 말투 법률문장을 한글로 바꾸는 일들에 힘썼다. 공병우, 김동길 박사처럼 한글이 훌륭함과 나라의 앞날을 내다보고 한글을 빛나게 할 길을 열어주는 분들은 참된 지도자지만 이희승, 김종필, 유정기, 임원택처럼 한글이 훌륭함을 모르고 한글을 빛나지 못하게 하는 자들은 나라를 팔아먹은 이완용보다는 좀 낫지만 마찬가지 없어도 되는 쓰레기와 같은 자들이다. 더욱이 일본 식민지 교육으로 길든 일본식 한자혼용을 해방된 국민들에게 강요하는 이런 자들을 많은 국민이 우러러보고 훌륭한 자로 보고 있는 이 나라 현실이 서글프고 답답하다. 나는 아직도 한자도 우리가 오랫동안 썼으며 중국인들이 동이족이 만들었다고 하니 우리도 동이족이니 우리 글자라면서 한글을 못살게군 진태하 교수 같은 자들 말을 믿고 한글을 빛나지 못하게 하는 이들이 있어 나는 국어독립운동을 멈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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