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10:30분
목포를 13km 앞두고 대형사고가 났습니다.
'해군기지 결사반대' 행렬의 뒤를 따르던 조정시인의 차를 추월하려던 탑차 한대가
1차선을 달리던 승용차를 들이받으면서 전복되고 그 승용차 또한 뒤짚어진 채 조정시인의 차와 충돌하고
작가회의 행렬을 덮쳤습니다.
'돌멩이 하나 꽃 한송이도 건드리지 마라' 현수막을 들고
앞 뒤로 걷든 김해경 시인을 스치고 송태웅시인을 치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입니다. 조정시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신의 각도'로 전복된 차량이 돌진해 왔습니다.
한 발자욱만 뒤에 있었서도 앞에 있었어도 다시는 이 세상에서 보지 못할 뻔 했습니다.
갈비뼈 3개가 대신 힘들어 합니다.
다들 정신적 충격이 컸습니다. 잠시 혼이 나갔죠.
하지만 다시 재정비해 1번국도 기점에 마침내 도착했습니다.
목포 순천작가회의와 함께 마지막 목포구간을 걸었습니다. 임진각을 떠난 지 스무두날 만입니다.
이제 날이 새면 제주섬으로 가서 다시 걷습니다.
구럼비 까지.
제주를 앞두고 지난 10일 태인 정읍을 지나던 사진을 올립니다.
붕어빵만 보면 환장을 하던 다우리는 다시 천안으로 돌아갑니다.
제주섬을 밟지 않겠다는 군요.
언젠간 다시 보겠죠.
남도의 들녘 푸른 안개 사이로 눈부신 햇살이 쏟아졌습니다.
남으로 남으로 발걸음 따라 연두빛 초록도 따라옵니다.
전북작가회의, 박남준, 안상학, 신귀백....과 함께 갑오농민혁명의 고을들을 지나왔습니다.
길을 걷는 내내 안도현의 '서울로 가는 전봉준'과 신동엽 시인의 '금강'이 머리속에서 멤돕니다.
서울로 가는 全琫準
/안 도 현
눈 내리는 萬頃 들 건너가네
해진 짚신에 상투 하나 떠가네
가는 길 그리운 이 아무도 없네
녹두꽃 자지러지게 피면 돌아올거나
울며 울지 않으며 가는
우리 琫準이
풀잎들이 북향하여 일제히 성긴 머리를 푸네
그 누가 알기나 하리
처음에는 우리 모두 이름 없는 들꽃이었더니
들꽃 중에서도 저 하늘 보기 두려워
그늘 깊은 땅 속으로 젖은 발 내리고 싶어하던
잔뿌리였더니
그대 떠나기 전에 우리는
목 쉰 그대의 칼집도 찾아 주지 못하고
조선 호랑이처럼 모여 울어 주지도 못하였네
그보다도 더운 국밥 한 그릇 말아 주지 못하였네
못다 한 그 사랑 원망이라도 하듯
속절없이 눈발은 그치지 않고
한 자 세 치 눈 쌓이는 소리까지 들려오나니
그 누가 알기나 하리
겨울이라 꽁꽁 숨어 우는 우리 나라 풀뿌리들이
입춘 경칩 지나 수군거리며 봄바람 찾아오면
수천 개의 푸른 기상나팔을 불어제낄 것을
지금은 손발 묶인 저 얼음장 강줄기가
옥빛 대님을 홀연 풀어헤치고
서해로 출렁거리며 쳐들어 갈 것을
우리 聖上 계옵신 곳 가까이 가서
녹두알 같은 눈물 흘리며 한목숨 타오르겠네
琫準이 이 사람아
그대 갈 때 누군가 찍은 한 장 사진 속에서
기억하라고 타는 눈빛으로 건네던 말
오늘 나는 알겠네
들꽃들아
그날이 오면 닭 울 때
흰 무명띠 머리에 두르고 동진강 어귀에 모여
척왜척화 척왜척화 물결소리에
귀를 기울이라
이제 제주로 갑니다.
구럼비에서 만납시다. 우리.
첫댓글 다들 무탈하고 건강하시길....
시인님, 고생하셨습니다!!
사람들이 그러네요~
한진 김진숙언니는 노사문제라 그래도 풀 실마리가 있는데...
4대강은 가카가 미쳐서~~ 안되고...
강정은 단순 우리 해군이 아니라 미국과의 관계라 쉽지않을 거라고...
군사독재 시절에도 없던... 수녀들을 연행해가고...
강정의 평화도, 세상 모든 일이 쉽지않지만 이젠 나도 희망이라는 단어를 생각하고 사용하려 합니다.
그리고 언제나 꿈도...
희망과 꿈이 있다면......언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