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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사람의 얼굴과 관련된 글자에 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사람의 얼굴은 눈, 코, 입, 귀 등으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먼저 사람의 코는 위와 같이 생겼습니다. 인종간에 따라 약간의 모습 차이는 있어도 얼굴의 한 복판에 있으며 구멍이 두 개이고 숨을 쉬는 호흡기관인 것은 다 똑같죠. 이 코는 원래 중국에서는 아래와 같이 자(自)자로 나타내었습니다. 지금은 코라는 의미보다는 "스스로", "~에서부터" 등과 같은 뜻으로 많이 쓰입니다. "스스로 자(自)" 자의 갑골문-금문-금문대전-소전 옛날에도 해부학 지식이 상당히 발달했던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태아에서 코가 제일 먼저 생긴다는 것을 알았다고 하니까요. 실제 《홍서(鴻書)》라는 책에서는 「사람이 태기가 있으면 코가 가장 먼저 형성된다」(人懐胎鼻先受形)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래의 두 사진은 약 9주쯤 된 태아의 사진인데 코가 가장 두드러지게 발달하였음을 보여줍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코를 나타내는 자(自)자는 "~에서"라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를 한자 성어로 뭐라고 그러죠? 예, 자초지종(自初至終)입니다. 그래서 코를 나타내는 한자는 따로 만들어내어야 했습니다. 아마 코를 나타내는 말의 발음이 옛날에는 "비"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뜻을 나타내는 형체소인 자(自)는 그대로 살려두고 음소인 비(畀)를 첨가하게 되었습니다. "코 비(鼻)"자의 갑골문-금문대전-소전 그렇다고 해서 코를 나타내는 비(鼻)자에서 자(自)자처럼 "시작되다"라는 뜻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비(鼻)자가 시작되다라는 뜻으로 쓰인 대표적인 예는 바로 비조(鼻祖)가 있죠. "추리소설의 비조는 애드가 앨런 포우이다."라고 할 때의 뜻이 바로 그런 뜻입니다. 원조(元祖)라는 뜻과 같은 뜻입니다. 다음은 입을 나타내는 한자를 알아볼까요. 입을 벌리고 활짝 웃고 있네요. 이(齒)도 보이고 혀(舌)도 보입니다. 이와 혀에 관련된 한자는 다음에 알아보기로 하고 일단 넘어가겠습니다. 입은 원래 모양이 둥급니다만 처음에 한자를 기록할 때 거북 등이나 배딱지, 나무 같은 딱딱한 재료에 또 날카로운 송곳 같은 도구로 새겨야 했기 때문에 한자는 날카롭고 직선적이고 네모의 형태를 띠게 되었습니다. 아마 붓이 먼저 발명되었더라면 지금 쓰는 한자의 모양은 많이 달라졌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입 구(口)"의 갑골문-금문-금문대전-소전 저 "입 구(口)"자에 이빨 모양을 그려넣으면 "이 치(齒)"자가 됩니다. 원래 "혀 설(舌)"자는 뱀의 머리에서 갈라진 혀가 나온 모양을 표현한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의 혀는 갈라지지가 않았고 입 안에 있는 것이 뱀과 가장 다른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렇게 사람의 입에 혀를 나타내는 가로획을 첨가한 것이 "가로 왈(曰)"자입니다. "가로 왈(曰)"자의 갑골문-금문-소전 사람이 혀가 없으면 말을 못하기 때문에 왈(曰)자는 말하다의 뜻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혀의 기능이 말을 하는 것에 그치지는 않죠. 혀는 동시에 입안에서 음식을 섞고 맛을 보는 기능도 하는데 그런 형태의 한자는 "달 감(甘)"자와 "향기 향(香)"자에 표현되어 나타나고 있습니다. "달 감(甘)"자는 사실상 옛 글자의 형태가 "가로 왈(曰)"자와 같습니다. "향기 향(香)"자는 햇곡식(벼 禾)을 맛보는 입(曰)이라고 합니다. 다음은 눈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아마 눈동자이겠지요. 눈에다가 눈동자를 그려넣은 모양이 바로 "눈 목(目)"자입니다. "눈 목(目)"자의 갑골문-금문-금문대전-소전 눈은 원래 가로로 길게 생겼죠. 그런데 옛날의 필기구가 세로로 긴 죽간 목독이었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 가로로 긴 글자는 세워서 썼습니다. 원래 세로로 긴 글자는 그대로 적습니다. 그리고 "눈 목(目)"자의 갑골문자는 대각선으로 비스듬하죠? 약간만 더 세우면 아마 옆에서 본 모양이 될 것입니다. 사람의 눈을 옆에서 본 모양으로 표현한 한자는 이미 감(監)자의 예에서 보았었죠. 예 감(監)자에서 본다는 뜻을 가진 형체소는 신(臣)이고, 이 글자는 사람의 눈을 옆에서 본 모습에서 따왔습니다. 신하들은 임금을 대등하게 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눈을 치켜떠서 봐야하기 때문에 그런 모양이 생겨난 것입니다. 이런 눈 모양을 정면에서 표현하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신하 신(臣)"자의 갑골문-금문-금문대전-소전 참고로 감(監)자 외에도 신(臣)자가 들어가서 본다는 뜻으로 쓰이는 글자는 람(覽: 죽 둘러보다), 림(臨: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다)자 등이 있습니다. 수평 시선보다 높이 보는 것을 한자로는 망(望)이라고 합니다. 이 망(望)자는 옛날에는 망(朢)이라고 썼습니다. 언덕에 올라 달을 보는 눈(臣)을 그린 것이지요. 달을 보는 광경은 아무래도 시선 처리를 옆에서 본 눈으로 표현하는 것이 뜻이 명확하게 전달되겠지요. 그런데 망(朢)의 형체소인 신(臣)자가 지금은 음소인 망(亡)으로 바뀌게 된 것입니다. 눈 위의 털을 뭐라 그러죠? 예 눈썹입니다. 눈썹은 없으면 미관상 좋지 않을 수도 있지만 땀이 눈으로 들어가지 않게 잡아두고 옆으로 흐르게 하는 기능도 있습니다. 또 눈썹과 함께 먼지 등을 붙잡아두는 기능도 합니다. 이 눈 위의 털을 표현한 한자가 바로 "눈썹 미(眉)"자입니다. "눈썹 미(眉)"자의 갑골문-금문-금문대전-소전 갑골문과 금문대전의 미(眉)자를 보면 속눈썹을 나타낸 것 같이 보입니다. 금문은 완연한 눈썹을 모양을 띠고 있습니다. 눈썹은 기능 뿐만 아니라 외모에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눈썹 하면 가장 유명한 사람이 누구일까요? 아마 백미(白眉)의 주인공 마량(馬良)이 아닐까요? 《삼국지》에도 등장하는 마량은 형제들 가운데 학문이나 품성이 가장 뛰어났습니다. 형제들 중에 유일하게 눈썹이 희었기 때문에 "눈썹이 흰 그 사람"이라고 부르다보니 백미라는 말이 생겨난 것이지요. 원래는 가장 뛰어난 사람이라는 뜻으로 쓰였지만 나중에는 차츰 사물 중에서 가장 뛰어난 것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여인의 아름다운 눈썹을 누에나방의 검고 짙은 윤이 난다는 아미(蛾眉)라고 표현한 것을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다음은 눈과 관련있는 한자인 "볼 견(見)"자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볼 견(見)"자의 갑골문-금문대전-소전 "볼 견(見)"자는 눈에다 팔과 몸을 간략하게 그려놓은 것입니다. 만화나 영화에 등장하는 화성인처럼 말이죠. 목자가 세로로 길어지면서 지금의 "볼 견(見)"자 모양으로 되었습니다. 인체의 기능 중에서 본다는 기능을 가장 극대화시켜서 나타낸 문자인 셈이지요. 다음은 심심파적으로 우스개소리를 하나 소개할까 합니다. 어떤 사람 셋이 가장 키가 작은 한자가 무엇인가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첫 번째 사람이 "그거야 형(兄: 只자라고도 합니다)자지. 입 밑에 발이 달렸으니."라 하였습니다. 그러자 두 번째 사람이 대번에 반박을 하면서 "볼 견(見)자가 더 작아. 눈 밑에 발이 달렸잖아." 하는 것입니다. 첫 번째 사람이 고개를 못들고 있을 때 세번째 사람이 가소롭다는 듯이 웃으며 말합니다. "더 작은 글자도 있어." 둘이 이구동성으로 묻습니다. "뭐, 뭔데?" "구멍 혈(穴)자지. 갓 바로 밑에 발이 달렸잖아." 두 사람은 아무 말도 못했다고 합니다. 다음은 귀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귀는 사실 머리 안쪽에 있고 우리가 귀라고 부르는 것은 실제로 귓볼과 귀바퀴를 말합니다. 이 귀바퀴가 굴곡이 있는 것은 소리의 원근을 반사로 알아내기 위한 기능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귓볼의 굴곡진 부분을 석고 같은 것으로 다 채워서 평평하게 했더니 소리의 방향이나 원근을 거의 감지하지 못했다고 하는 실험 결과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눈이 두 개인 이유가 원근을 측정하기 위한 것과 마찬가지인 셈입니다. 귀는 당연히 귀바퀴의 형태를 그려서 만들어내었죠. "귀 이(耳)"자의 갑골문-금문-금문대전-소전 옛날에는 죄인을 형장까지 끌고 가는데 귀를 끌고 갔다고 합니다. 남학생들은 아마 한번쯤은 경험이 있겠죠. 떠들다가, 딴전 피우다가 선생님이 귀를 당겨 칠판 앞까지 끌고 가면 그 수치심이란... 이를 나타낸 글자가 바로 "취할 취(取)"자입니다. "취할 취(取)"자의 갑골문-금문-금문대전-소전 여기서 "또 우(又)"자는 오른손을 나타내는 글자입니다. 옛날 전쟁을 할 때는 상대방을 많이 죽인 사람이 가장 큰 공을 세우게 됩니다. 특히 진(秦)나라는 전공에 따라 하졸에서 장군까지도 승진할 수 있었습니다. 전쟁에서 적군을 죽였음을 입증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요? 그건 본인이 죽인 적군의 시체를 모두 가져다 보여주는 것이겠죠. 그러나 한창 전투가 치열한 전쟁 중에 그런 행동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다음 방법은 인식 가능한 신체의 일부를 잘라오는 것입니다. 아마 인체에서 취(取)하기가 가장 쉬운 부분이 귀였을 것입니다. 그래서 오른쪽 손으로 왼쪽 귀를 자르는 것이 바로 "취할 취(取)"자입니다. 임진란 때 왜군이 조선군의 귀를 잘라다가 귀무덤인 "이총(耳塚)"을 만든 것은 누구나 알 것입니다. 안정효의 소설 《하얀전쟁》을 보면 가까이는 월남전 때도 그랬다고 합니다. 이제는 마무리할 시간이네요. 참 잘 생긴 얼굴입니다. 이목구비(耳目口鼻)가 아주 뚜렷한 것이... 그러나 이는 한 사람의 얼굴이 아니고 중국 사람의 표준 얼굴을 합성한 것이라고 하네요. "얼굴 면(面)"자는 바로 얼굴을 나타내는 윤곽에 위에서 나온 얼굴에 들어 있는 부위를 표현한 것입니다. "얼굴 면(面)"자의 갑골문-금문대전-소전 제일 앞의 갑골문에는 얼굴의 윤곽선 안에 눈을 그려놓았습니다. 그러나 금문대전과 소전에서는 은근슬쩍 코를 나타내는 자(自)자로 바뀌어 있음을 알게 됩니다. 요즘 초상권 문제 때문에 얼굴에 모자이크 처리할 때 눈 부위를 가리거나 흐리게 처리를 하는 것을 보면 눈이 얼굴에서 가장 중요한 부위가 아닌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반면에 옛날 중국의 오형(五刑) 가운데 두 번째 형에 해당하는 의형(劓刑)은 코를 베는 형벌입니다. 옛날 중국 사람들은 얼굴에서 코가 잘리어 없어지면 가장 흉측해보였던 모양입니다. 얼굴 면자에 눈과 코가 들어 있는 것을 보면 위와 같은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
첫댓글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눈과 귀가 행복합니다!
머리는 언제 정화되어 선생님의 깊은 뜻에 반응 할 수 있겠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