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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 인삼으로 건강을 챙겨보세요”
8월29일부터 9월7일까지 열흘간 금산인삼관 광장 일원에서 개최
지난 여름은 정말 더웠다. 이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부니 살 것만 같다. 그렇지만 그동안 무더위와 싸우느라 고갈된 체력은 어떻게 보강할까. 물론 체력을 키우는 데는 등산이 최고다. 하지만 이번 가을엔 보약으로도 몸보신을 해보자. 보약 가운데는 인삼이 으뜸 아닌가. 인삼 하나만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충남 금산에선 인삼 수확철에 맞춰 인삼축제가 펼쳐진다. 인삼축제장 기웃거리다 인삼향 맡은 뒤 충남 최고봉인 서대산을 올라보자. 이만한 체력 보강이 어디 또 있겠는가.
충청남도 남동쪽 끄트머리에 자리한 금산은 인삼의 고장이다. 국제인삼시장, 수삼시장, 인삼전통시장 등 전국 최대 규모의 인삼 집산지이며 세계 최대 규모의 인삼약초시장이 여기에 있다. 이렇듯 고려 인삼의 종주지로서 우뚝 서있는 금산에서는 매년 인삼 수확철이 되면 인삼축제가 열린다.
‘대장금’에서 힌트 얻은 ‘장금이의 금산수랏간’
금산 인삼축제는 예로부터 전해오던 고장의 민속제인 인삼제가 기원이다. 1999년 이후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하는 전국 최우수 축제 5연패를 했고, 2006년엔 금산인삼엑스포로 확대개최하면서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2007년엔 최우수 축제에 뽑히며 한국을 대표하는 산업형 문화관광축제로 자리 잡았다.
올해 금산 인삼축제는 8월29일(금)부터 9월7일(일)까지 열흘간 열린다. 벌써 28회를 맞는 이번 축제는 ‘금산에서의 하루, 당신의 미래가 건강해집니다’라는 주제로 건강한 삶을 위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우선 한국적인 건강테마체험(장금이의 금산수랏간, 건강체험관)과 전국단위행사(전국팔씨름천하장사대회, 전국창작동요대회, 전국건강댄스큰잔치, 전국N세대축제), 세계교류행사(국제인삼교역전, 외국인 축구동아리초청 축구대회, 타이완 관광진흥청 초청 민속공연), 인삼테마체험(금산인삼관, 인삼캐기, 인삼씨앗고르기, 인삼효능로드쇼, 인삼푸드자킷쇼) 등 흥미로운 이벤트가 한 보따리다.
이 중에서 올해 금산 인삼축제의 백미는 ‘장금이의 금산수랏간’이다. 이는 인기 드라마 ‘대장금’에서 소개된 인삼요리를 중심으로 임금님 수랏상, 7첩반상 등 전통 인삼요리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이벤트다. 조선시대 궁궐의 수랏상으로 올렸던 인삼 보양식도 함께 전시된다. 이와 더불어 ‘대장금’의 장금이가 만드는 대장금 요리교실과 더불어 약초공부도 함께 하고 식사예절도 배워볼 수 있는 체험 이벤트도 준비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전통을 기초로 한 한식과 퓨전요리 시연, 몸에 좋은 요리, 식사예절, 테이블 연출법 등의 다양한 체험도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축제장 곳곳에서는 인삼으로 즐길 수 있는 체험거리가 다양하다. 인삼민속촌을 찾으면 전통저울로 인삼 무게 재보기, 인삼 깎기, 인삼 말리기, 인삼 씨앗 고르기 등 인삼의 재배·유통과정을 알 수 있는 이색체험을 할 수 있고, 금산인삼약령시장에서는 인삼주만들기, 약초썰기, 인삼티그리기 등도 체험할 수 있다.
특히, 인삼축제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이벤트 중 하나인 인삼캐기 체험은 인삼밭에서 실하게 자란 인삼을 관광객이 손수 캐볼 수 있는 행사다.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들 중에서도 매년 이 행사에 참여하는 마니아가 있을 정도로 인기 만점이다. 체험하며 캔 인삼은 구매도 가능하다. 또 금산인삼, 인삼대왕 등 각종 인삼의 맵시를 뽐내는 인삼왕 선발대회는 특이한 모양의 인삼, 잘 생긴 인삼 등 다양한 모양의 인삼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 축제기간 동안 금산인삼관 1층에 전시된다.
한편, 축제기간 중엔 전국 인삼제조업체의 인삼제품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마켓인 제10회 국제인삼교역전도 열린다. 이 행사는 해외 바이어 초청, 수출 상담회를 함께 진행함으로써 금산인삼의 해외수출에 일조하고 있다.
과음과 욕심 경계하는 ‘계영배 체험관’ 운영
이번 축제기간 동안 금산군은 과음과 욕심을 경계하는 ‘계영배 체험관’을 운영한다. 인삼무역을 통해 조선시대 최고 거상(巨商)이 된 임상옥(林尙沃·1779-1855)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금산인삼관 3층 상도관에서 관광객들에게 현장 체험 기회를 제공한다.
계영배(戒盈杯)는 ‘넘침을 경계하는 잔’이란 뜻으로, 술이 70% 이상 차면 잔 밑에 있는 구멍을 통해 흘러내리도록 설계된 술잔이다. 인간의 끝없는 욕심을 경계해야 한다는 ‘과유불급’의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일명 절주배(節酒杯)라고도 불린다. 계영배는 소설과 TV드라마 ‘상도’에서 인간의 욕망을 다스리는 신비의 잔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임상옥은 항상 계영배를 옆에 두고 과욕을 다스리면서 어려운 사람을 돕고 큰 재산을 모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계영배 체험관에선 연인과 부부 등 커플이 참여해 계영배 따르기에 도전하고, 동시에 자신의 잔을 상대방에게 먹여 주는 게임도 열린다고 하니, 술 때문에 갈등한 적이 있는 커플이라면 놓칠 수 없는 행사다.
축제를 즐기다 보면 자연스레 인삼약초시장을 들르게 된다. 이 금산인삼약초시장은 서울의 경동시장, 대구의 약령시장과 더불어 전국 3대 시장 중 하나이자 전국 인삼의 80%가 유통되는 국내 최대 인삼유통시장이다. 43,000평 규모로 국제인삼시장, 수삼센터 등과 함께 약 1,200개의 인삼상가가 밀집해 있어 향토색 짙은 모습을 보여준다. 시장 주변엔 장터국밥과 인삼튀김집들이 늘어서서 오가는 관광객들의 입맛을 다시게 한다.
수삼센터는 인삼가공품이 아닌 수삼만을 전문적으로 유통시키는 수삼 단일품목 취급센터다. 연일 140여 상점엔 전국의 수삼이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며, 그 활기는 관광객들을 즐겁게 만든다. 연근별, 크기별, 품질별로 다양하게 선택해서 구입할 수 있다. 농민이 직접 밭에서 재배하여 수확한 삼을 이곳으로 수송하여 판매하므로 믿어도 좋다. 다량구입을 원할 경우는 장날(2, 7일)이나 장날 하루 전에 수삼도매시장을 이용하면 된다.
약 1,50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금산 인삼
금산인삼은 약 1,500년 전 금산의 진악산 관음굴에서 어머니의 쾌유를 빌던 강씨 성을 가진 선비에게서 비롯되었다는 전설이 전한다. 어느날 선비의 꿈에 나타난 산신령이 말했다. “암벽에 빨간 열매가 3개 달린 풀이 있으니 그 뿌리를 달여 드리도록 하여라.” 선비는 계시를 받고 그 풀을 찾아 약으로 달여 어머님 병을 치료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씨앗을 개안리(지금의 남이면 성곡리) 마을에 심어 재배하게 된 것이 금산인삼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인삼은 생육환경과 지리적 조건, 그리고 채취기간에 많은 영향을 받는데, 금산은 일교차가 심하고 모든 기후여건이 인삼재배에 천혜의 조건을 지녔다. 금산인삼은 여느 지역 인삼에 비하여 몸체는 작지만 단단하고 순백색을 띠고 있다. 1,500년의 역사를 지닌 금산인삼은 약리작용 상 최고 수준에 있는 7월 상순에 채취하기 시작하여 10월 하순까지 가공하기 때문에 여름인삼이라고 한다.
인삼의 주요성분인 사포닌 함량이 금산인삼(여름인삼)은 5.2%로 다른 지역의 인삼보다 월등히 많다고 한다. 인삼은 간기능 회복, 항암작용과 면역기능 증진, 당뇨병, 항스트레스, 고혈압 및 저혈압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금산을 빛내는 칠백의총과 보석사
금산의 정신적 지주는 옛 무덤인 칠백의총(七百義塚·사적 제105호)이다. 여기엔 임진왜란 때 풍전등화의 위기에 몰린 조국을 지키다 산화한 조헌(趙憲) 선생과 영규(靈圭) 대사를 비롯한 700의병들의 시신이 안치되어 있다.
무덤 옆의 ‘중봉조헌선생 일군순의비’는 칠백의사가 청주성을 수복하고 금산싸움에서 순절하기까지의 사적을 기록한 비문으로 1603년에 건립되었다. 일제강점기에 말살정책 때문에 폭파되었던 것을 주민들이 땅속에 묻어 보관했다가 해방 후 비각을 세우고 보존하고 있다. 종용사(從容祠)는 조헌 선생과 영규 대사가 이끌던 칠백의사들의 위패와 금산의 눈벌싸움에서 순국한 의병장 고경명, 횡당촌싸움에서 전사한 변응정과 사졸들을 모시고 있는 사당.
기념관엔 칠백의병과 관련된 유물 20여 점이 전시되고 있는데, 조헌 문과급제 교지, 조천일기, 조헌교서, 조헌 선생이 의병대장으로 활약하면서 금산싸움에서 순절할 때까지 사용하던 전통(箭筒) 등 6종 7점은 보물 제1007호로 지정되었다.
금산의 대표적인 절집은 진악산 남동쪽에 있는 보석사. 886년 신라시대에 세워진 역사 깊은 절집으로 주위 경관도 뛰어나다. 일주문을 들어서면 200m 남짓 이어지는 전나무 숲길이 마음을 차분하게 해준다. 1,100년 수령을 자랑하는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265호)가 절집의 오래된 내력을 증명하고 있다.
여행정보
숙박 금산 읍내에 인삼호텔(041-751-6200~1), 거북장(752-1107), 궁전장(753-3457), 산장여관(751-0581), 세종장(751-2400), 이화장(752-1580), 황금장(753-2828), 칠백의총이 있는 금성면에 그랜드모텔(754-1586), 자연파크(754-0063), 체리의 향기(751-2667), 한사랑파크(751-2341) 등의 숙박시설이 있다.
별미 금산에서 삼계탕을 맛보지 않을 수 없다. 삼계탕은 마늘, 대추, 인삼, 찹쌀을 영계 뱃속에 넣어 푹 고아 먹는 한국인의 대표 보양식. 인삼의 본고장이니만큼 삼계탕 전문점도 많다. 그중에서 수삼센터 맞은편에 있는 원조삼계탕(041-752-2678)이 유명하다. 1인분 9,000원.
또 물 맑은 금강줄기에서 잡아 올린 민물고기에 금산인삼을 넣고 끓인 인삼어죽도 영양식으로 손꼽힌다. 부리면 적벽강가든(041-753-3595)이 맛있다. 1인분 6,000원. 2인분 이상 주문 가능.
교통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영동 나들목→19번 국도→영동 / 경부고속도로→중부고속도로(구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금산 나들목→68번 국지도→영동 <수도권 기준 3시간 소요>
서울→금산 강남터미널에서 1시간30분 간격 8회(07:00~18:40 운행. 2시간30분 소요. 일반 10,100원, 우등 14,700원.
대전→금산 동부터미널에서 10분 간격 수시(06:15~22:00) 운행. 40분 소요, 요금 3,400원 / 서부터미널에서 5회(07:18~19:30) 운행. 1시간 소요, 요금 3,400원.
전주→금산 공용버스터미널에서 5회(06:40~15:50) 운행. 2시간10분 소요, 요금 6,900원.
인삼보다 더 보배로운 충남의 최고봉
드림리조트~제2코스~정상~제4코스~드림리조트 4시간 소요
대전에서 중부고속도로(대전-통영간 고속도로)를 타고 통영 방면으로 방향으로 잡으면 이내 대전의 명산인 식장산(598m) 너머로 크고 듬직한 산이 눈에 쏙 들어온다. 바로 충남에서 가장 높은 서대산(西臺山·904m)이다.
기암괴석과 바위벼랑 어우러진 풍광 좋아
우리 전통 산줄기로 보면 서대산은 금남정맥의 기운을 받고 있다. 금남정맥의 인대산(662m) 직전에서 북동으로 가지를 친 식장지맥은 금성산(439m)에 이르면 두 갈래로 나뉜다. 이어 금성산에서 북으로 향하는 산줄기는 식장산~계족산(423m)으로 이어지고, 금성산에서 계속 북동으로 뻗은 산줄기인 장령지맥은 금산군 추부면과 군북면 경계에 우뚝한 암산을 빚어놓으니 바로 서대산이다.
서대산의 산세는 충남의 최고봉답게 우뚝 솟아 의젓하며 장중하다. 또 산자락 곳곳엔 깎아지른 절벽과 기암괴석들을 들어올린 험준한 암릉들이 부챗살처럼 퍼져있다. 따라서 대전 근교와 충북 남서부 어느 지역에서도 이 산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계룡산을 ‘충남의 어머니 산’이라 하고, 이 서대산을 ‘충남의 아버지 산’이라 부르기도 한다.
서대산은 겉에서 보면 푸른 숲이 감싸여 큰 특징이 없이 평탄한 것처럼 보이지만 일단 산속으로 들어서면 곳곳에 기암절벽과 암봉과 바윗덩이, 그리고 벼랑들이 펼쳐져 있다. 그래서 대충 꼽아 보아도 장군바위, 옥녀탄금대, 마당바위, 선바위, 사자바위, 북두칠성바위, 용굴, 서대폭포 등 볼만한 명소가 아주 많다.
이렇게 험준한 산세 때문에 삼국시대엔 백제와 신라가 서로 차지하기 위해 전투를 벌이기도 했고, 동학운동 때엔 동학군들이 몰래 숨어들었다. 또 6·25전쟁을 전후해서는 옥천·금산·무주 일원에서 활동하던 빨치산이 서대산 곳곳에 있는 동굴을 아지트로 삼아 경찰서와 군청 등을 습격하는 활동지역으로 삼기도 했다. 산길 능선에서 만나는 묵묘는 당시 전투에서 희생당한 켈로 부대원들의 무덤이라 한다.
서대산 드림리조트 주차장에서 산행 시작
서대산은 어느 코스든지 주능선으로 오르려면 기암절벽 급경사의 바위협곡과 험준한 암릉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쉽게 보면 안 된다. 여러 코스 중 제2코스와 제4코스를 이으면 중급자 이상의 원점회귀 산행으로 아주 알맞다. 만약 일행 중에 초보자가 있다면, 굳이 정상까지 오르기보다는 제1코스와 제2코스를 연결해 구름다리까지 만이라도 다녀오기를 권한다.
서대산은 전체가 개인 소유라 한다. 그래서 금산군에서도 크게 관심을 두지 않은 듯 산행 편의시설이 부족한 편이다. 특히 주차장에 있는 입간판은 오래 되고 낡아 코스가 잘 보이지 않는다. 다만 산길 갈림목마다 산림청 소속 등산안내인인 송인호씨가 설치해 놓았다는 코스 안내도가 있어 산행에 도움을 주고 있다.
서대산 드림리조트 주차장에서 펜션·수영장 등 리조트 시설물을 통과해 약 10분 걸으면 몽골캠프촌 정문 앞 삼거리에 이른다. 여기서 왼쪽 길로 약 30m 오르면 ‘←1·2코스, 3·4코스→’라는 팻말이 설치되어 있는 대광장(운동장) 삼거리다. 그러니까 이곳이 바로 서대산 4개 코스의 출발점이요, 종점인 것이다.
삼거리에서 왼쪽 길로 곧장 오르면 콘크리트로 지은 극기훈련 체험실을 지나고, 이어 침목계단을 밟고 올라서면 간이휴게소 오른쪽으로 용바위가 보인다. 왼쪽 석굴은 서대산전적비 밑으로 통해있고, 오른쪽 굴은 맑은 계류가 흐르는 샘터다. 제1코스, 제2코스 어느 산길을 선택했든 이곳에서 식수를 떠가는 게 좋다.
수통에 식수를 받은 뒤 용바위 왼쪽 계단을 오르면 곧 삼거리가 나온다. 이곳엔 ‘←제비봉 430m, 마당바위 360m→’라는 푯말이 붙어있다. 즉 왼쪽 산길은 능선길인 제1코스, 오른쪽 산길은 계곡길인 제2코스다. 제1코스쪽 나뭇가지에 표지리본이 많이 매달려있으나, 곧장 구름다리로 이어지는 제2코스를 선택하는 등산인들이 많다.
오른쪽 제2코스로 들어서자마자 서대산전적비가 보인다. 6·25전쟁을 전후해 서대산에서 빨치산 토벌작전이 치열했었다는 사연을 들려주는 비석이다. 전적비에서 가파른 계곡길로 20분쯤 오르면 왼쪽으로 높이 5~6m에 길이 12m에 이르는 널찍한 마당바위에 닿는다.
마당바위를 뒤로하면 계곡길은 더 가팔라진다. 산길은 울퉁불퉁 거칠다. 하지만 큼직큼직한 통바위가 자주 나타나 지루할 틈이 없다. 또한 계곡이라 숲이 짙어 햇살이 비집고 들어오지 못하니 햇살 따가운 초가을 인삼축제 때 찾았다고 해도 굳이 모자를 쓰지 않아도 좋다. 녹음 짙은 숲에 걸린 다래 덩굴을 지나면 어느덧 계곡 상단부에 걸쳐 놓은 구름다리 앞이다.
구름다리 앞엔 평평한 바위가 있는데, 굽은 노송과 계곡 건너의 선바위가 어우러진 풍광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대부분의 등산인들은 이곳에서 꼭 증명사진을 한 장 찍고 간다. 산행 후 우연히 만난 등산안내인은 단풍 들었을 때 이곳 풍광은 서대산 최고라고 귀띔했다.
제1코스는 이곳 노송전망대에서 사자바위가 있는 능선으로 곧장 오르지만, 구름다리를 건너는 재미를 빼놓을 수 없다. 발판의 폭이 약 70cm, 길이가 60m 가량 되는 이 구름다리는 30년이 넘은 낡은 다리다. 그래서 다리 양쪽 입구엔 오래되어 안전성 검사 중이므로 통행을 금지하며, 만약 사고 발생시엔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경고판이 붙어 있다. 하지만 다리 입구를 봉쇄해 놓지는 않았기 때문인지 대부분의 등산인들은 무심하게 이 구름다리를 건넌다. 그렇다 해도 여러 명이 한꺼번에 건너는 것은 위험하다. 한 사람씩 천천히 건너는 게 그나마 안전할 듯하다.
구름다리를 건너 5분쯤 오르면 제1코스 갈림길과 만난다. 여기서 10분쯤 더 오르면 ‘←재말재, 정상 1,200m→’ 푯말이 있는 북동릉 삼거리에 닿는다. 왼쪽 길은 재말재와 장룡산 자연휴양림으로 가는 길이다. 오른쪽 산길로 들어선 뒤 855m봉을 지나면 사자바위 앞에서 제2코스 갈림길과 만난다. 사자바위 조망은 좋다. 북동으로 옥천 일대, 남동으로 장룡산~매봉~대성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막힘없이 펼쳐진다.
이어 북두칠성바위가 있는 제3코스 갈림길을 지나면 헬기장과 전망바위를 거쳐 장군대에 이른다. 바위 절벽에 둘러싸여 아늑하고 독특한 경관의 장군대는 견우탄금대, 또는 견우장연대 등으로도 불리고 있다. 산 아래 마을에 전하는 전설에 따르면, 견우는 1년 내내 탄금대에서 거문고를 타며 공부하고, 옥녀는 1년 내내 직금대(직녀탄금대)에서 견우의 옷감인 비단을 짰다 한다. 이들은 1년 중 7월 칠석날 하루 정상에서 만나 정을 나누었다 한다. 그래서 이 장군대를 견우탄금대라고도 하는 것이다.
장군대는 또 충북 영동 출신으로 고구려의 왕산악, 신라의 우륵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악성으로 추앙 받고 있는 조선의 난계 박연이 공부한 곳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장군대에 이렇게 여러 이야기가 전하는 까닭은 주변 풍광이 아주 좋기 때문일 것이다. 이 장군대 위쪽은 위가 평평하고 넓은데, 주변이 모두 기암괴봉과 바위절벽으로 되어 있어 경관은 물론 조망도 빼어나다.
장군대에서 내려와 비밀스런 관문 같은 석문을 지나면 산길은 정상으로 이어진다. 정상엔 큼직한 케언과 스테인리스스틸제 정상표지비가 있다. 정상에 서면 주변 산세가 한눈에 들어오고, 멀리 북서쪽으로는 대전 시내가 보인다.
물을 구할 수 있는 정상 근처의 옥녀탄금대
정상에서 하산은 오른쪽으로 해도 좋지만, 옥녀탄금대를 들렀다 가려면 서대사로 가는 산길로 들어서야 한다. 2~3분쯤 걸으면 남서릉 안부에 닿고, 여기서 5분쯤 더 내려가면 해발 870m에 자리한 옥녀탄금대(옥녀직금대) 마당으로 들어선다.
병풍처럼 둘러진 바위벽 아래 마당엔 스님이 기거하는 움막과 상추 등 야채를 심는 자그마한 텃밭도 있다. 석굴엔 치성단(致誠壇)이 있고, 오른쪽 암벽 아래엔 수량 넉넉한 약수터도 있다. 처녀가 이 물을 마시면 시집 가게 된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약수다. 옥녀탄금대에서는 멀리 완주 방면 대둔산과 북서쪽 계룡산 방면이 막힘없이 펼쳐진다.
여기서 제4코스로 계속 가려면 옥녀탄금대 마당을 가로질러 가야한다. 옥녀탄금대를 벗어나 3분쯤 걸으면 정상에서 내려오는 제4코스와 만나는 갈림길이다. 왼쪽 내리막길을 따르면, 산길은 물이 있는 쉼터와 돌무덤을 지나 서대폭포까지 이어지는데, 이 코스의 산길도 전체적으로 가파르고 조금 거친 편이다.
서대폭포 위쪽에서는 물소리와 함께 성심사 경내가 바로 발밑으로 보이지만, 곧장 이어지는 산길은 사찰측에서 막아놓았기 때문에 제법 돌아가야 한다. 따라서 시간이 여의치 않다면 폭포 물소리만 듣고 리조트쪽으로 발길을 재촉해야 한다.
성심사 갈림길에서 드림리조트로 이어지는 산길은 조금 오르락내리락 하지만 산길은 널찍하다. 도중에 두어 개의 아담한 계류를 건너는데, 모두 물이 한 없이 깨끗하고 시원해 산행 중 흘린 땀을 씻기에 더없이 좋다. 이렇게 쉬엄쉬엄 걷다보면 제3코스 갈림길과 만난 뒤 어느덧 산행 시작지점인 드림리조트 주차장에 이른다. 충남의 최고봉에서 시원하게 펼쳐진 주변 조망을 실컷 즐긴 덕에 마음은 한 없이 뿌듯하다.
여행정보
산행길잡이 충남 최고봉인 서대산(904m)엔 여러 개의 코스가 있는데, 이 중에서 북서쪽의 성당리 서대산드림리조트 주차장에서 시작하는 제1코스(드림리조트~제비봉~신선바위~정상)는 3시간, 제2코스(드림리조트~구름다리~사자바위~정상)는 2시간30분, 제3코스(드림리조트~부모대기바위~장선대바위~정상)는 2시간30분이 걸리고, 성심사에서 시작하는 제4코스(성심사~서대폭포~옥녀탄금대~정상)는 3시간이 소요된다. 서쪽의 서대사 코스(서대사~옥녀탄금대~정상)는 1시간30분 소요. 이번에 다녀온 제1코스~정상~제4코스는 걷는 시간만 총 4시간이 걸린다.
서대산은 높이에 비해 전체적으로 코스가 짧은 편이지만, 주능선으로 오르려면 급경사 바위협곡과 험준한 암릉으로 코스가 이어지기 때문에 쉽게 보면 안 된다. 산길은 대체적으로 조금 거친 편이다. 입장료는 예전엔 1,000원이었으나 지난 6월부터 받지 않는다. 주차료 3,000원.
숙박 입구에 있는 서대산드림리조트(041-753-2662)를 이용할 수 있다. 가까운 추부면에 신데렐라파크(753-8262), 태봉산모텔(041-754-8102) 등의 숙박시설이 있다.
별미 서대산 아래의 추부면은 추어탕으로 유명하다. 자그마한 면소재지에 추어탕집이 무려 40여 곳이나 된다. 이중에서 할머니인삼추어탕(041-752-5049)이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이 집의 추어탕은 비린내와 흙내가 나지 않고 구수하다. 가까운 대전에서 찾아오는 손님이 많다.
교통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중부고속도로(구 대전-통영간 고속도로)→추부 나들목→37번 국도(옥천 방면)→5km→성당리 입구(우회전)→서대산레저타운 주차장 <수도권 기준 2시간30분 소요> / 금산읍내→37번 국도(옥천 방면)→16km→성당리 입구(우회전)→서대산레저타운 주차장 <20여분 소요>
첫댓글 ~~가파른 구름다리가 인상적으로 보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