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톡톡] 3.1절이기도 했던 지난 3월 1일, 파는 이도, 사는 이도, 모두 이웃사촌들인 상설벼룩시장이 강서구에 개장했다. 우리 집에는 더 이상 필요 없는 물건을 필요한 가정에 싸게 판매하는 나눔장터로 작년 10월 중순께 강서구 지하철 5호선 발산역 앞, 원당근린공원에 문을 열었다. 올해 들어 처음 문을 연 '강서까치나눔장터'를 찾아 나섰다.
원당근린공원의 산책로를 따라 둥그렇게 돗자리 좌판이 꼬리를 물고 이어져 있다. 옷과 신발, 장난감, 책, 소형 가전제품 등을 갖고 나온 주민들이 일일 장꾼이 되어 목청을 높여 손님을 불러 모으고 있었다. 어림 세어보아도 좌판 수는 60개가 넘는다. 봄이 왔다고 하기엔 아직 이른 쌀쌀한 날씨였지만 좌판에 진열된 형형색색의 물품과 왁자한 인파는 꽃샘추위를 누그러뜨리기에 충분했다.
'강서까치나눔장터'에 좌판을 펼친 주민 대부분은 주부들이었다. 엄마를 따라 나온 아이들도 물품을 만지작거리며 장터를 오가는 손님들을 주시하고 있는 모습들이 제법 의젓해 보였다. 개장 한 시간째인 정오를 지나면서 장터 분위기가 조금씩 무르익어가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읽혔던 유아용 전집과 역시 작아서 못 입게 된 아이들의 옷가지를 가지고 나와 가격표를 달고 있던 유상림(40) 씨는 작년 10월 장터 개장이후 자신은 "두 번째 좌판"을 벌였다고 말했다. 오매불망 '강서까치나눔장터'를 기다렸다는 유 씨는 그 말을 뒷받침하기라도 하듯 준비해 온 물건이 다양했다. 파스텔톤의 퀼트 아기용품가방은 3,000원, 세탁해 비닐 커버까지 씌운 사내아이 한복 한 벌은 1만 원, 다른 옷가지는 대부분 1,000~2,000원 수준이다. 유 씨의 옆에선 플라스틱 딱지를 잔뜩 들고 나온 김승모(9) 군이 딱지색깔을 맞춰 돗자리에 진열하고 있었다. 승모 군은 처음 딱지를 살 때 1개에 500원에 샀기 때문에 오늘 장터에선 200원에 팔 것이라고 야무지게 말했다. 반면 물건을 사러 나온 아이들은 갖고 싶은 장난감을 100원만 깎아달라며 흥정을 벌이는 등 꼬마 살림꾼들의 면모를 보여 장꾼들을 즐겁게 했다. 이처럼 '강서까치나눔장터'는 아이들에게 절약정신은 물론 경제관념까지 심어줄 수 있는 산 교육장이 되기도 한다.
장터 한쪽엔 기부금 모금함이 놓여있다. 지역상권에 영향을 주는 신제품이나 농수산물을 제외한 중고 물품이 판매대상으로 재사용과 경제 원리를 익히며 나눔을 실천하는 가족 단위 참여의 장터로 판매 수익금 10%의 자율기부를 통해 소외 어린이들과 어려운 이웃을 도울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강서교구협의회에서 기획운영을 주관하고 강서구청, 강서교육지원청 NC백화점, 강서상공회 부민병원 등 관내 기관들이 협력지원하고 있는 '강서까치나눔장터'는 강서구민은 물론이고 서울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갑자기 장터 한쪽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는데 바로 딱지좌판이었다. "한개 200원짜리를 이제부터 100원에 팝니다." 어린 초등학생의 야무진 말솜씨에 사람들이 웃으며 다다가 "귀엽고 똑똑하다"며 칭찬의 말들을 건넨다. 순식간에 딱지 스무 개가 팔려나가면서 승모 군의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장터가 끝나갈 시간이 가까워지자 승모 군의 어머니인 공주영(38) 씨가 아들에게 넌지시 일러준 것이 효과를 발휘한 것. 그런가하면 판매는 뒷전이고 이웃과 어울려 싸온 도시락을 먹으며 아이들의 사진을 찍어주면서 유유자적 장터를 즐기는 이웃들도 눈에 띄었다.
아이들 옷이 무척 저렴해 몇 벌 샀다는 한 주민은 "한해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들 옷은 앞으로 이곳 장터에서 사 입히고 싶다"고 했다. 백화점 옷 한 벌 값으로 열 벌은 살 수 있을 정도로 저렴한 가격이 이곳 장터의 매력이라고.
'강서까치나눔장터'는 11월까지 운영된다. 개장시간은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오후3시이다. 참가신청은 매주 목요일까지 이메일(gsfleamarket@naver.com)접수를 받고 있으며 강서까치나눔장터 까페( http://cafe.naver.com/gangseofleamarket)에서 정확한 참가사항을 알아볼 수 있다.
문의 02-2602-2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