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마우스 보호법이라니
2017.7.8.
2017년 4월 28일 자 <<밴쿠버라이프>>에는 솔크 박사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이 기사를 읽고서야 이 분이 소아마비 백신을 만든 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이 병으로 1952년 미국에서만 5만 8,000명이 감염되어 3,000여 명이 사망하고 2만 1,000명이 중증 마비로 평생을 불편한 몸으로 살아야 했다. 또, 한국에서도 1950년대까지 한 해 소아마비 환자가 2,000명 정도 됐다고 한다. 솔크 박사가 소아마비 백신을 만든 덕택에 이제는 예방주사만 맞으면 소아마비는 더는 두려운 질병이 아니다. 솔크 박사가 나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이 분이 백신 특허로 부자가 될 기회를 거부하고 백신 기술을 무료로 공개했다는 사실이다. 그는 “태양을 특허로 신청할 수 있습니까?” 라고까지 말했다고 한다.
미키마우스 보호법(Mickey Mouse Protection Act 또는 Sony Bono Act)이라 조소 받는 저작권 기간 연장법(Copyright Term Extension Act(CTEA) )이 있다. 로버트 라이쉬 교수에 따르면 월트 디즈니가 1928년 만든 미키 캐릭터와 구피, 플루토 등 다른 캐릭터들이 창작자 사후 75년인 2003년부터 줄줄이 저작권이 만료된다. 그래서 디즈니는 많은 영화와 연주 악보에 대한 저작권을 가진 타임 워너가 했듯이 이 법을 제정토록 의회에 로비를 벌여 저작권을 연장한 것이다. 이로 인해 1790년 대 30년도 못 되던 저작권 보호 기간이 100년이 넘게 연장되었다. 2)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이 저작권을 사회의 공유 창작물로 활용하지 못하도록 저작권 보호 기간을 지속해서 연장해왔다. 이러한 저작권 연장의 목적은 당연히 저작권자의 사적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오랜 기간 저작권을 보호하고 연장하는 것이 왜 필요한지 의문이 든다.
인류 최고의 발명품으로 <<디스커버리>>는 바퀴, 달력, 시계, 도자기, 칼, 페니실린, 도르래, 나사, 문자, 종이를 선정했다. 이 외에도 학자나 사람에 따라 불, 나침반, 증기기관, 전구, 세탁기, 컴퓨터, 인터넷 등을 뽑는다. 이 중 어떤 것도 현재 원래 발명자에게 저작권이나 특허권 사용료를 내고 만들거나 사용하는 것은 없다. 인류에게 가장 유익한 발명, 발견인데도 말이다. 우리의 가장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자 우리 감정과 사고를 표현하는데 최고의 수단인 훈민정음을 세종대왕과 그 후손이 저작권료를 받고 사용하게 했다면 어떨까? 우리나라의 문화와 산업 발달에 도움이 됐을까? 도리어 보급과 문화 발달을 늦추었을 것이다. 저작권이나 특허권을 보호해 주었기 때문에 인류에게 커다란 도움이 된 위대한 과학 발명, 발견이 이뤄진 것은 아니다.
미키마우스 보호법 덕분에 지적 재산권을 소유한 개인과 기업은 더욱 큰 수익을 오랜 기간 올릴 수 있게 되었다. 로버트 라이쉬의 말대로 “소비자가 내야 할 비용은 늘어나고 대중이 작품에 다가갈 수 있는 길은 좁아졌다”. 아이작 뉴턴은 “내가 더 멀리 볼 수 있었던 것은 거인들의 어깨에 올라탔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인류가 쌓아 올린 지식과 지혜에 더할 “한 개의 조개”를 주었다고, 그 공을 지나치게 과장하고 큰 부를 모으려고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나는 미국 등 선진국들의 저작권과 특허권 등에 대한 기간 연장과 강화가 사실은 그들 기업과 국민, 국가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뒤늦게 산업화에 나선 개발도상국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싸움터를 만들려는 속셈이라고 본다. 장하준 교수는 그의 저서 <<사다리 걷어차기>>에서 이런 특허를 이용한 불공정 경쟁을 비판한다. 영국,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은 과거에 하나같이 타국의 특허를 인정하지 않고 보호무역을 하면서 경쟁력을 키워 선진국이 되었다. 이제는 그런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이 이런 방법을 쓸 수 없게 '사다리를 걷어찬다'는 말이다.
제임스 와트가 증기기관을 발명하고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한 것처럼 개발자, 연구자의 시간, 노고로 이뤄낸 성과에 대한 보상이 주어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과도한 디자인, 상표, 실용신안, 저작권, 저작인접권 보호는 잘못된 자본주의제도라고 본다. 산업 혁명 당시 영국은 적극적으로 특허를 보호하여 산업 발전을 유도하였다. 특허를 뜻하는 영어 patent는 공개를 의미하는 말이다. 즉, 독점 배타권인 특허권을 부여함으로써 발명의 보호·육성에 따른 기술진보를 촉진해 결국 산업발전을 이루는 것이 목적이다. 이를 위해 출원 공개 제도를 통해 발명을 비밀상태에서 해제하여 누구라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문헌정보를 통한 공개) 기술발전에 이바지한다. 1) 는 것이다. 공개를 통한 기술발전이라는 특허 출원 공개 제도의 목적을 고려하면 현재와 같이 갈수록 선개발자의 독점권만을 보호하는 것은 특허 제도의 바른 활용이 아니다. 예를 들어 애플과 삼성의 스마트폰 디자인 분쟁은 결국 기술의 공개를 통한 발전이 아니라 디자인, 실용신안에 트레이드 드레스까지 내세워 경쟁자를 견제하려는 것이다. 즉, 기술 발전이 아니라 경쟁을 막기 위해 특허 제도가 왜곡되고 있다는 말이다. 이제는 특허 사냥꾼까지 활개를 치니 특허 제도를 활용한 기술 발전의 저해라고 할 판이다.
나는 저작권에 대해서도 같은 논지를 견지하고 싶다. 톨스토이, 셰익스피어, 모차르트, 베토벤 등의 작품이나 소크라테스, 공자, 노자, 간디 등의 사상과 가르침이 법적 보호를 통해 세상에 도움이 되고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다. 우리가 선인들의 창의와 발명, 발견을 통해 커다란 도움을 받았듯이 우리의 작은 기여도 일반 대중에 공개해 인류 발전에 쓰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창작의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상업적 이익을 중시하면 사회 기여의 정도나 창작의 가치보다 경제적 이익이 더 중요하지만, 창작하는 이는 자기 작품의 창의성, 작품의 완성도, 표현의 기쁨과 사상 자체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해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누가 나의 작품을 읽어주고 낭송해 주는 것만으로 행복하다. 인터넷에서 우연히 나의 시를 낭송한 것을 발견하고 어찌나 반가웠던지. 경제학자 미셸 볼드린(Michele Boldrin)과 데이빗 케이 레빈(David K. Levine)이 비판한대로 특허 및 저작권 시스템이 시장에 발명품이 진입하지 못하게 막고 3)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1) https://ko.wikipedia.org/wiki/%ED%8A%B9%ED%97%88
2) https://en.wikipedia.org/wiki/Copyright_Term_Extension_Act
3) https://ko.wikipedia.org/wiki/%EC%A0%80%EC%9E%91%EA%B6%8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