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년이 넘는 안틱 클럽을 모으다 보면 가장 큰 문제가 헤드 커버입니다.
제작 당시만 해도 커버 개념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찾을 수도 없는데다
뭔가 다른 커버를 씌워 봐도 어울리지 않아요. 그래서 직접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곡괭이 처럼 생긴 옛날 퍼터들에 맞는 커버를 찾기 참 어렵습니다.
여기저기 다 뒤져 봤구요. 이베이도 열심히 뒤졌지만 어울리는 제품이 없었습니다.
어떤 커버들은 동그라미 안에 T자 한 글자 그려놓고 100만원이 넘는 돈을 받더군요. 허걱...
저기... 저도 회원입니다. 써클티 무지 사랑하구요.
클럽 카메론 여러분 손에 드신 돌 내려 놓으시고 제 말씀 끝까지 들어 보세요. ㅠㅠ
처음에는 펠트지를 오려서 바느질로 납작한 커버를 만들어 볼까 생각하다 문득 뜨개질이 생각났습니다.
골프 코스도 많지 않고,
회원과 캐디분들이 자주 얼굴을 접하던 20년 전만 해도
뜨개질로 작은 소품들을 만들어 선물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티에 달아 쓰는 장식품도 있었고, 캐디분들이 뜨개질로 우드 커버를 만들어 주시기도 했습니다.
그 때 생각이 났습니다.
간단히 도안을 그려 어머니께 부탁드렸어요.
'엄마, 이렇게 생긴 것 만들어줘. 모양은 어쩌고... 치수는 어쩌고...'
하루만에 이런 녀석이 생겼습니다. ^^
단순한 모양이지만 씌워 놓으면 꽤 예쁩니다.
헤드가 통통해서 아기 신발을 신겨볼까 했는데 헤드가 나무라 긁힐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낸 디자인입니다.
씌워서 묶어주면 헤드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어요.
점점 욕심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비록 스코틀랜드에서 만들기 시작한 외래 스포츠 용품이지만
커버라도 한국의 미를 접목할 수 없을까 고심하던 중에
우리의 전통 버선이 떠올랐습니다.
어머니께서 자수 작가시라 집에 남는 자수 작품 조각들이 많습니다.
그 조각들을 사용해서 버선 모양의 퍼터 커버를 만들었습니다.
라운딩 때 들고 갔더니 반응이 좋더군요.
그래서 색상별로 몇 개 더 만들어 주변에 선물했습니다. 받고 좋아하는 모습에 제가 더 흐뭇... ^^
뭐 하나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이라 퍼터 커버에 만족할 수 없었습니다.
다음은 우드 커버였어요.
버선 목을 약간 짧게 줄이고 통통하게 만들었더니 스플라이스 헤드 안틱 우드에 꼭 맞았습니다.
커버 없이 쓸쓸하게 지내던 녀석이었는데...
이런 모자를 선물했어요.
씌워 놓으면 꽤 예쁩니다. 아무래도 우드 커버이다 보니 내부에 솜을 넣어 보강했습니다.
한 번 시작했으니 끝을 봐야죠?
460CC 티타늄 드라이버용 헤드 커버까지 욕심이 났습니다.
크기도 커야하고 헤드 모양이 반달형이다 보니 버선으로는 견적이 안나오네요.
잠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복주머니였습니다. ^^
클럽 14자루 중 주장인데 선심 써야죠. 어머니께서 자수도 큼직하게 해 주셨습니다.
전면에는 술병을 새겨 넣었고...
뒷면은 동전입니다.
'라운딩 중 상대에서 술을 먹이고 돈을 따라' 하는 의미가 담겼을까요?
460CC 헤드도 충분히 들어가고 내부는 솜으로 보강해서 안전하게 헤드를 보호합니다.
복주머니에 싸가지고 다니면 복이 듬뿍 담긴 티 샷을 날릴 수 있겠죠?
한 자리에 모두 모았습니다.
뭔가 필요하면 일단 찾아 보시고, 없다 싶으면 과감하게 만들어 보세요.
나만의 뭔가를 직접 만들어 쓰는 재미가 꽤 쏠쏠합니다.
그립 갈기는 기본이고, 헤드가 부러지면 간단히 수리하며 마음에 드는 클럽이 없으면 만들어 씁니다.
헤드 커버까지 성공했으니 다음에는 뭘 도전 해볼까요? 가방? 골프 카트?
잠시 고민하고 과감하게 시도하면 골프장 빼고 뭐든 직접 만들 수 있습니다. ^^
함께 도전해요!
재미난거 같아서 올렸습니다
첫댓글 커버가 너무 이쁘고 좋으네요....
욕심나는데요,,,,, 남는거잇음 하나 주심....깜사히 받을건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