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극기 휘날리며]
# 1. 프롤로그
무언가 화면을 뒤덮고 있는 듯.
짙은 어둠
불규칙한 기계음들이 환청처럼 들린다.
... 하나씩 떴다 사라지는 타이틀..
조금씩 가까워지는 기계음. 사람들 소리
어둠이 조금씩 움찔대며 옅어지는 느낌
잠시 후 흙 걷어내는 소리가 화면 좌우를 오가더니
흐릿한 구멍이 뚫리며 곧 선명히 드러나는 땅 바깥쪽 상황
어떤 작업자가 솔질로 흙을 털어내고 있다.
진중하게 반복되는 솔질
(밖에서 본) 점점 형태를 드러내는 해골
솔질 중인 작업자 뒤편으로 보이는
능선을 따라 빼곡이 박힌 발굴팀들 (군인 합동)
깃발 경계선들에 맞춰 조별로 작업 중이다.
그 옆 한켠에서는 다음 발굴을 위해
중장비들이 땅을 걷어 내며 기초 작업이 한창이다.
작업장 한 곳
발굴팀들에 의해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는 유골, 유품들
반쯤 깨진 철모, 녹슨 수통, 너덜너덜 썩은 신발, 숟가락
하모니카에 새겨진 글씨 ‘미선아 보고 싶다’
팔목 뼈에 주렁주렁 매달린 시계들, 탄피
개머리판 한 곳 희미한 글씨... ‘어머니’
수첩 속에서 나오는 사진, 어린 아들과 찍은 가족사진..
속속 모습을 드러내는 유골들, 놓여지는 국화
즉석 현장 사진들이 찍혀지고 신원이 확인된 유골들은 차례로 명판들이 꽂힌다.
‘제1사단 ##연대##중대#소대 김 승 호’
/##지구 전몰 유해 발굴 사업‘ 현수막이 붙은 천막 캠프
유골 발굴팀과는 별도로 발굴된 유해의 신원 확인, 유품 분석,
유전자 감식 등을 진행중이다.
임시 가설된 컴퓨터와 전화기 앞의 사무팀원들, 각기 바쁘다.
팀원 1 (발굴팀에게 넘겨 받은 자료 보며)
## 연대 ## 중대 ##소대 박명석, 내 자료에는 없어.
은정씨 쪽 자료에서 찾아 볼래?
팀원 2 (은정) 박명석요?
팀원 3 (통화중) 아직은 신원이 확인된 분에 한해서만 연락드리고 있습니다.... 네, 곧 연락이 갈 겁니다.
팀원 4 (현장 자료와 모니터 번갈아 보며, 갸우뚱)
B 38호 이진석 자료 누가 받았어?
팀원 5 왜? 현장사진하고 유품 목록 다 확인 했는데
팀원 4 사망자 실종자 명단에 없어.
팀원 5 참전자 명단에도 없어?
다시 컴퓨터를 두드리는 팀원 4
화면에 뜨는 ‘이진석’
간단한 신상 소개와 함께 마지막 전투지등이 적혀 있다.
잠시 내용 보던
팀원 4 (어이없는) 생존 중이래. 어떻게 된거야 이거.
팀원 6 입력된 자료가 잘못 됐겠죠.
팀원 5 동명이인일수도 있잖아.
팀원 4 ....?
#2. 진석의 집
낮은 진열탁자 위로 다양한 크기의 액자들
어린 시절 진석, 진태의 낡은 흑백 사진
당시 어머니와 함께 찍은 가족사진에서 최근 진석의 가족 사진까지
그 위로 전화벨 소리.
욕실문 콰당 열리고, 티셔츠에서 머리를 빼며 요란스레 달려오는 유진
유진 여보세요?...(젖은 머리를 털며) 네, 저희 할아버진데요
....(놀라는) 네? 어디라구요?
/정원
진석(70대), 호수를 끌어와 나무에 물을 주고 있다.
유진 (E, 격앙된) 할아버지! 할아버지!
돌아보는 진석
유진, 마루 끝에 서서 손을 모아 외친다.
유진 전화 왔어요! 보훈처래요!
진석 (못 알아 들었다. 호수를 잠그는) ?
유진 (다급한) 국가 보훈처라니까요! 빨리요, 빨리!
진석 (그때야 알아 듣고)!
/거실
수화기를 드는 진석, 다소 긴장돼 보인다.
진석 여,여보세요?
팀원 4 (F) 안녕하세요, 여긴 육이오 유해 발굴 사업단입니다.
이번에 ##지구 발굴 작업중인데 확인할 게 있어서
전화 드렸습니다.
진석 (조심스레) 네...
팀원 4 (F)선생님이 ## 지구 전투에 참전한 ## 연대 소속
이진석 일병님 맞습니까?
진석 그, 그런데요
팀원 4 (F) 저희 쪽에 발굴된 유해 중에 이진석님이 계셔서 말이죠.
진석 그, 그래요? 내가.. 이진석인데
팀원 4 (F)...
진석 저, 혹시, 이.. 진, 태. 아닌가요?
팀원 4 (F) 아닙니다. 분명 이진석입니다.
진석 (얼떨떨한) .... !
# 3. 다시 발굴 현장
팀원 4 (통화중) 혹시나 해서 연락드린 건데 죄송합니다.
동명이인인데 명단에서 누락됐거나
저희 쪽에 착오가 있는 것 같습니다.
다음에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 4. 진석 집 거실
맥없이 수화기를 놓는 진석
유진 뭐래요? 큰 할아버지 얘기 아니에요?
진석 (고개 젓는)
유진 (미안해 져서) 전 또, 보훈처라 그래서 큰 할아버지
찾았다는 건줄 알았어요.
물끄러미 흑백 가족 사진을 보는 진석
다소 어색하게 웃는 어머니와 양쪽 어깨를 감싸고
환하게 웃고 있는 어린 진석, 진태 형제
유진 제가 마당 청소 좀 도와 드릴까요?
진석 너, 운전 좀 해야겠다.
/손수건 다림질 하는 유진, 무선 수화기 목에 끼고 통화 중이다.
유진 말렸는데두 안 들으셔... 몰라, 그 발굴현장에 가보셔야겠대... 그래 운전은 내가 할거라니까... 걱정 마 엄마
/진석의 방
양말 신는 진석
종아리에 총상으로 보이는 커다란 두 개의 흉터가 선명하다.
손수건 접으며 들어서는 유진
유진 엄마가 걱정이세요.
산길이라 길도 험한데다 다리도 불편 하시니까.
진석 (손수건 받아 넣으며) 이따가 전화하마
유진 작년에두 큰할아버지 찾는다고 연변 갔다 오신 담에 많이 편찮으셨잖아요
진석, 마음이 앞서는 듯 부산스럽다.
지갑, 열쇠, 모자도 챙겨 들고
진석 (두리번) 너, 혹시 내 안경집 못 봤니?
유진 (한 숨) 여기 있잖아요.
바로 앞 티테이블 위로 올려져 있다.
머쓱해져서 집어드는 진석
유진 혈압약도 챙기시구요
진석 너, 먼저 나가서 차 좀 빼 놓거라 (차 키 건네준다)
신분증은 있니? 군사지역이라 필요할 거다
유진 (키 받아들고 나가며) 면허증, 주민증, 학생증, 종류별로 다 있으니까 염려 마세요
서랍장 쪽으로 가는 진석
여닫이 문을 열어 혈압약 챙긴다.
현관 쪽 유진의 소리
유진 (E) 할아버지 운동화 신으실 거 아니죠?
구두 좀 닦아 놓을게요
진석 (잠시)...
진석, 일어섰다 다시 앉으며
서랍장 깊숙한 곳에서 뭔가 끄집어 낸다.
아담한 크기의 색 바랜 상자
진석, 물끄러미 보다 뚜껑을 연다.
몇 겹의 보호지를 걷어내자 그 속에 보이는 낡은 구두 한 켤레
진석, 조심스레 구두를 꺼내든다.
윤기없는 가죽에 투박한 디자인, 엉성한 바느질
구두 곳곳을 어루만지는 진석의 눈가가 금새 촉촉하다.
그 얼굴 위로 아련히 들리는 축음기 소리
# 5. 종로 거리 일가 (낮)
짐칸에 꼬질꼬질한 인부들을 태운 목탄 트럭, 매캐한 연기를 뿜고 지난다.
연기가 흩어지며 보이는 1950년대 거리 풍경
인도를 오가는 양복 신사, 치마 저고리 여인, 교복 학생들
비포장 차도에는 우마차, 지게꾼, 자전거 배달부가 지나가고
(자막) 1950년 6월 24일. 서울 종로
전파상 축음기에서는 박향림의 “오빠는 풍각쟁이야” 가 흘러 나온다.
신기한 듯 보는 고수머리 여자 아이들
“~오빠는 풍각쟁이야 뭐, 오빠는 심술쟁이야 뭐
난 몰라 난 몰라 내 반찬 다 뺏아 먹는 건 ~“
장단에 맞춰 탁탁 구두를 치며 잰 걸음으로 오는 진태
진태 구두 따 --윽! 구두 따 --윽!
진태, 얼굴 곳곳에 묻은 구두약, 영락없는 딱새 폼
그 옆으로 우스꽝스레 솔을 잔뜩 매단 땜장이 지나가고
진태의 ‘구두따윽’ 소리와 맞물러 주변 가까이서 들리는 누군가의 목소리
(E) 구두 ~ 따윽 ~ !
왠 소린가 싶어 두리번 주변 살피는 진태
진태 구두 따--윽!
(E) (연이어) 구두 ~ 따윽~ !
놀리려고 작정한 목소리
기분 나빠진 진태, 벼르면서 천천히
진태 구두 따 --윽!
(E) (똑같이) 구두 따 -- 윽!
걸음 늦춘 진태, 낌새를 챘는지 “구두 따 --” 하고는
바로 옆 전봇대 향해 뛴다.
같이 “구두 따--” 하며 전봇대 뒤 고개 내밀던 교복 차림 진석
진태 보고는 화들짝 달아난다.
사람들 사이 요리조리 장난치며 뛰는 진석, 진태
# 6. 전차길 옆 구두방
달려와 유리창에 돼지코 만들어
내부 들여다보는 진태, 진석
진태 저기 가운데 있는게 이태리 소가죽인데
이번에 새로 들어온 거래
진석 멋있다.
진태 구두가 아주 짱짱한 게 잘 빠졌어.
뒷굽도 높고 바느질도 촘촘하고
진석 근데, 난 굽 높은 건 싫어 낮은게 좋아
편안해 보이잖아.
그 소리에 무슨 연유에서인지 약간 당혹하는 진태
진태 그, 그래?
이때 얼음통 매고 그들 뒤 지나는 빡빡머리
아 ! 이스 껙 ~ 아이스 껙
진석, 물끄러미 쳐다보다 꿀꺽 군침 삼키며
진석 어디서 들었는데 얼음과자 먹으면 이빨에 바람 든대
저런 거 왜 사먹나 몰라
진태 (빡빡머리 부른다) 이봐요. 꽝꽝 얼은 놈으로 하나 주쇼
빡빡머리, 네 하고 잽싸게 달려와 하나 꺼내준다.
진태 받어
진석 (좋지만) 뭐하러 돈 쓰고 그래?
진태 (내밀며) 어서
진석 (받으며) 형 껀
진태 이빨에 바람 들까 싫다
진석 (씨익) 형 먼저 한 입해
진태 너 먹어
진석 어..어? 이거 녹는다. 얼른
억지로 입에 대자 한 입 깨무는 진태
진석도 한 입 깨물며 황홀한 표정
땡땡 소리내며 지나는 전차
진석 (얼음 때문에) 형, 던타 강다!
전차 쫓아 달리기 시작하는 진태와 진석
진태 야, 더 빨리!
진석 달리며 아이스 캐키 베어문다.
앞서서 진행 중인 전차
진태, 진석 더욱 힘껏 달린다.
진태 전처럼 차장한테 붙들리면 안돼!
오기 전에 뛰어 내려!
진석 알았어!
땡땡 소리 내며 커브 길 도는 전차
진태, 먼저 훌쩍 손잡이 잡고 올라탄다.
아이스케키 문 채 달리는 진석, 진태의 민 손을 잡고 뒤따라 오른다.
씩씩대며 색소 번진 입가 닦는 진석
히죽 웃는 진태
길 중앙 달리는 전차
두사람, 전차 밖으로 몸 내밀고 좋아한다.
# 7. 시장 / 국수 좌판
시끌벅적한 시장통 한구석, 진태모의 국수 좌판
진태모와 영신이 땀을 뻘뻘 흘리며 국수를 담아 낸다.
솟구치는 허연김
국수그릇을 들고 앉은뱅이 의자에 촘촘히 모여 앉은 손님들
진석 엄마
진태모 (반색하며 어이 거리는)
진태 (다가오며) 아직도 이러고 있으면 어떡해
영신 눈은 왜 달았수? 손님이 빠져야 말이지
(진석 향해선 다정하게) 진석이두 왔구나
진석 응, 누나. (사리를 한 주먹 집어 후루룩 삼킨다)
영신 아유! 가만 있어봐. 그릇에 담아 줄게
진석, 한 사리 집어서 진태 입에 넣어준다.
후루룩 받아 우물거리던 진태, 좌판 구석에 보리쌀 자루를 본다.
진태 (들여다보고) 왠 보리쌀이야?
영신 뭐라드라?
보도 연맹인가 뭔가 가입하면 준다길래 받아 왔어
이름 석 자 써주고 보리쌀 한 되가 어디야?
진작 알았으면 아줌마도 모시고 가는 건데
진태 공짜 밝히다가 공친다더라
영신 (장국 솥 들려고 낑낑대며) 거저라는데 양잿물은
못 마실까봐
진태 슬쩍 밀어내고 솥 들어내 준다.
손님쪽 “아줌마 김치하고 물 좀 더 주쇼”
진석 네! 가요!
곧바로 주전자 하고, 김치통 들고 가자
설거지 하던 진태 모, 손 내저으며 말려 보지만
이미 물 따르고 김치 덜어준다.
그들 옆 새로 와 앉는 손님들
손님 여기 국수 둘요!
꽉꽉 좀 담아 줘요!
영신 잠깐만 기달려요!
(담아낸 국수에 물을 담는다)
진태 어서 파장해, 아버지 배 곯겠네
영신 그래도 삶아 놓은 건 팔고 가야지
양념 올리고 기름 뿌리는 손놀림이 다부지다.
싫지 않은 듯 보는 진태
# 8. 진태의 집 (밤)
영신 동생들 (영국 - 8세, 영자 - 7세, 영민 - 5세)
마당에서 누렁이와 장난치고 있다.
툇마루에 서 있는 영신, 조용하라고 종주먹을 쥐어 보인다.
방안에는 진태, 진석이 제를 지내고 있다.
소박한 제상 앞에서 절하는 진태, 진석
반절 마치고 서는 진태
진태 아버지, 우리 석이 이번 셤두 일등 했어요
용하죠? 내년에 서울 대학 들어가게
아버지가 좀 거들어 주세요
그리고, 우리 진석이 건강도 좀 보살펴 주시구요
지난번에도 일 날 뻔 했어요
진석 아녜요, 아버지. 저 이제 괜찮아요.
진태 모, 진석에게 뭐라 웅얼댄다.
진석 (내다봄) 누나, 들어와서 절 하래
영신 나?
진석 누나두 이제 우리 식구잖아
영신 (진태 보면)
진태 (머쓱한지) 술이나 한 잔 올려라
영신, 쭈빗거리며 들어와 정성스레 술을 따라 올린다.
그 모습 보는 진태 모,
영신, 앉은 채로 깊숙이 머리 조아리고
진석 아버지, 영신이 누나 아시죠?
가을에 형이랑 결혼해요
어머닌 금붙이 같은 색시 데려 와서 고생만 시킬까봐
벌써부터 걱정이세요.
아버지 계셨음 좋아하셨을텐데...
진태 모 ...
순간 자신도 모르게 눈물 맺히는 영신
분위기 가라앉자 진태 괜히 큰소리로
진태 엄마, 애들 배고프겠어요. 석아 제상 챙기자
(영신에게) 너도 나가서 엄니 도와라.
영신, 일어나 나가고
진태, 문 앞 마루에 있는 광주리 가져와 제사 음식 옮겨 담는다.
거드는 진석
/평상에 빙 둘러 모여 밥 먹는 진태, 영신 가족들
반바지만 입은 영민 (5), 얼마나 먹어 댔는지 볼록 올챙이 배.
물 바가지를 내려 놓으며 쌕쌕 숨을 고른다.
진태 영민이 배 터지겠다.
영민 (히 웃으며 배를 툭툭 친다)
영신 이제 그만 먹어
영자 (입 쩍 벌리며 하품하고)
진석 우리 영자 졸립구나
(영국 머리 만지며) 영국인 오늘 뭐가 제일 맛있었어?
영국 약과
영민 난 고기전
진태 모 귀여운 듯 엉덩이를 툭툭 친다.
영국 형님아, 우리 밥먹고 멱 감으러 가자
영신 늦어서 안돼. 우린 얼른 집에 가서 자야지
영자 내일 일요일이잖아. 학교도 안 가는데...
영민 (거든다) 더워서 잠도 안 외
서로 눈 마주치는 진태, 진석, 영신
#9. 개울가
제법 넓은 냇가
서로 엉켜 깔깔대며 물장구 치는 진태, 진석, 영국, 영자, 영민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신이 났다.
누렁이도 컹컹 대며 주위를 뛰어 다닌다.
아래쪽 물가, 이들 보며 제기 닦는 진태모, 영신
진태모, 흥얼흥얼 찔레꽃 가락
영신 기분 좋으신가 봐요?
진태 모 (끄덕)
영신 더도 말고 오늘만 같았으면 좋겠어요.
진태 모 (뭐라 어어 ~ 거리며 손짓)
영신 알아요, 진태씨 무뚝뚝해도 속 깊은 거.
진태 모, 영신 어깨 토닥여 준다.
이때 불쑥 나타난 진태, 진석
영신을 번쩍 들고 물 가운데로 달려 간다.
영신 (버둥대며) 아이구 오빠! 진석아! 내려줘!
어지럽단 말야! 아줌마! 아줌마아!
풍덩! 옷 입은 채로 빠지는 영신
허우적대다 일어나 진태, 진석 향해 물장구 퍼 붓는다.
같이 맞받아치는 진태, 진석
질세라 영신 돕는 영국, 영자, 영민
껑충껑충 뛰고 달리며 마냥 증겁다...
흐뭇하게 보는 진태 모
몰래 물밑으로 다가온 진석, 불쑥 모습 드러내며 엄마에게 물세례
음찍 놀라며 같이 물 퍼붓는 진태 모
진석과 잔태 모도 같이 물장난을 친다.
달빛 아래 물장구치며 어우러진 가족들 모습에서
# 10. 거리 일각, 구두 좌판
건물 담벽 구두 좌판
구두 (프롤로그의) 마무리 손질을 하고 있는 진태 주위로
나이 어린 구두 닦이 소년들, 호기심어린 눈으로 지켜 본다.
(자막) 1950년 6월 25일
진태, 능숙한 손놀림으로 높은 굽을 떼어 내고
낮은 굽으로 교체한다.
소년 1 (감탄) 야! 진짜 양화점 구두 같다.
소년 2 높은 굽이 더 멋있는데
진태 알 거 없어
소년 1 형 이거 팔거에요?
진탭 왜, 팔 거면 니가 살래?
소년 1 값만 맞으면 못 살 것도 없죠
한뼘 떨어져 국어책 (소학교 1학년) 보고 있던 용석
용석 야야 구두 아무나 신냐? 니 발고락이 웃겠다.
소년 1 (눈 흘긴다)
용석 (기지캐 켜고 일어서며) 아-! 어젯밤 꿈에
똥깐에 신발이 떨어지더니 재수가 없을라나
왜 이리 손님이 없지?
진태 그 시간에 한바퀴 돌고 오겠다.
용석 (눈치 보며) 갈려고 그랬어요
(구두 통 들고 나서며) 구두 따 --윽 !
이때 황급히 이쪽 향해 다가오고 있는 진석
용석 (반가워) 형!
진석, 상기된 얼굴
용석 (모른 채 자랑) 나 육단까지 다 외웠다.
동생이 온 걸 본 진태, 숨기듯 헝겊에 말아 구두 치운다.
진태 도서관 안 갔어?
진석 (헉헉대며)... 형 아무 얘기도 못 들었어?
진태 ... ?
진석 전쟁이 .. 났대
그들 위로 한 차례 흙먼지가 일어나며
군용 찝차와 트럭들이 줄줄이 지난다.
# 11. 거리/시장 입구
거리 지나는 관용 차량
확성기 마이크를 통한 다급하고 격앙된 목소리
(E) 외출, 외박, 휴가중인 장병들은
지금 즉시 소속부대로 원대 복귀 하십시오
빈 국수 그릇들을 담은 쟁반을 이고 오는 영신
걸음을 멈추고 본다.
(E) 다시 한번 알립니다.
외출, 외박, 휴가중인 장병들은
지금 즉시 원대복귀 하십시오!
영신 앞으로 “호외요, 호외! 외치며
호외지 뿌리는 신문팔이 소년
가던 길 멈추고 앞다퉈 주워보는 행인들
영신도 쟁반 내리고 본다.
‘25日 未明, 北韓傀儡 徒黨 38線 全城 全面南侵!
# 12. 시장 / 국수 좌판
시장 사람들도 곳곳마다 삼삼오오 모여 수근대고 있고
진태 모도 시장 옥외 스피커 방송을 들으며 안절부절 어쩔 줄 모른다.
방송 오늘 25일 미명, 38선 전역에
북한괴뢰도당이 불법 남침 하였습니다
이에 용맹무쌍한 우리군은 불퇴전의 기상으로
북한괴뢰도당에 대한 대대적 소탕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 여러분들께서는 모략적 유언비어에 현혹되는
일 없이 생업에 종사하시기 바랍니다.
진태 모, 수심 가득한 얼굴로 큰 길 쪽 보면
사람들 제각기 어디론가 바쁘게 움직이고
간간이 보이는 군인들
지나는 차들에 서둘러 올라탄다.
시장 곳곳에 삐라처럼 흩날리는 호외지들
초조하게 좌판 사이를 오가며
앞치마에 손을 닦고 또, 닦는 진태 모
# 13. 진태의 집
밤
책가방 옆구리에 끼고 달려오는 진석
땀 쏟으며 마당으로 들어선다.
진석 엄마!
하던 일 멈추고 얼른 부엌에서 나오는 진태 모
세수하던 진태도 얼굴 닦으며 다가 온다.
진태 선생님은 뭐라고 그래?
진석 (숨 고르며) 이대통령 벌써 수원으로 피신했대요
장관, 국회의원 할 것 없이 힘깨나 쓴다는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구요
진태 택도 없다. 방송에서 오늘 의정부 탈환했다 하든데
진석 파주, 일산쪽은 벌써 넘어 갔대요
수유리는 포천 쪽에서 넘어오는 피난민들 땜에
발디딜 틈도 없대요
진태 유언비어 쑥닥이는 위인은 죄 빨갱이라든데
듣고 보니 니 선생도 조심해야 겠다.
진석 (답답) 선생님도 오늘 피난 가신대!
진태모, 급한 마음에 손을 크게 내저으며 어-어 거린다.
진태 외, 외삼촌이 어떻다구요?
진석 밀양 외삼촌댁으로 피난 가재
진태 거기가 어딘데 가요
영신이 동생들 데리고 거길 가자구요? 엄니도 참
진태 모 (다시 진태 가리키며 손짓) 어...어
진석 형 군대 끌려 가면 어떡하녜
진태 나 같이 무식한 놈 데려가서 딱새나 시키면 모를까
(무마하듯 진석 잡고) 이제 들어가. 괜한 일
신경 쓰지 말고, 엄니도 부엌일 그만하고 들어가요
진태, 마루 쪽으로 간다.
개운치 않은 진태 모
진석, 마지 못해 뒤따라 가는데
순간 집채를 뒤흔들만한 요란한 굉음
꽈 -- 앙 --중심을 잃고 비틀 쓰러질 뻔 하는 진태 모
진태, 진석 역시 순식간에 너무 놀라 움찔!
연이어 또 한번의 폭발음
엉거주춤 서 있던 진태
대문 밖으로 달려나가 소리 난 쪽 본다.
조금 떨어진 마을 전방 한 켠
불길에 휩싸인 집채가 시뻘건 불기둥을 만들며 타오른다.
뒤따라 나온 진석과 진태 모도 본다.
기막힌 듯 믿기지 않는 표정
누렁이도 따라 나와 컹컹! 짖어댄다.
진태 (돌아보며) 어머니 모시고 들어가 있어.
불길 쪽으로 달려 간다.
이집 저집 소리에 놀라 뛰어 나온 사람들 역시
두려움에 어쩔줄 몰라 우왕좌왕
# 14. 마을 한 켠 불타는 집
훨훨 불타는 가옥
불길이 바람을 타고 하늘로 솟구친다.
몇 집 뒤에서도 시커먼 연기와 함께 불기둥이 치솟고 있다.
단숨에 달려 온 진태
더 이상 다가서지 못하고 머뭇
사방 곳곳에서 들리는 비명소리, 고함소리
불길 아래, 동네 청년들 죽은 시체 끌어 나오고
실성한 듯 통곡하는 가족들
양동이로 물 나르는 이웃, 놀라 도망치는 황소
불길 피해 도망쳐 나오는 사람, 꼬마들 ...
진태 (할 말 잃고) ...!
다시 시작되는 포성, 이번엔 한두 발이 아니다.
멀리 남쪽 한켠과 산 너머 북쪽에서 거의 동시에 개시된다.
집중 포격
허공을 사이에 두고 빗발치는 포탄들
주변 하늘이 대낮처럼 밝아진다.
아차 싶은 진태, 서둘러 빠져 나온다.
나오다 걱정스레 주변 살피던 영신과 마주친다.
반가움에 달려와 덥석 안기는 영신
영신 진태씨 괜찮아?
진태 동생들은?
영신 진석이랑 아줌마랑 같이 있어
진태, 영신의 팔 잡아 끌고 뛴다.
# 15. 진태의 집
보따리를 싸는 진태 모
손이 떨려서 매듭이 잘 묶이지 않는다.
책상 서랍에서 뭔가 찾고 있는 진석
잡동사니들 속에 은색 만년필 (이진석이라 써진) 찾아 주머니에 넣는다.
그리곤 빼놓은 책들을 등짐 상자에 쑤셔 넣는다.
부엌 짐 챙겨서 나오는 진태
진태 금방 돌아올 꺼에요
필요한 것만 대충 싸요. 진석이 너두.
진석, 넣었던 교과서들을 다시 꺼내 놓고는
영어 단어장 하나만 주머니에 넣는다.
/바로 옆 작은 쪽방으로 들어서는 진태
구두통에서 헝겊에 싼 구두를 꺼낸다.
잠시 마땅한 곳을 찾아 장롱 서랍장 깊숙이 넣는다.
# 15. 진태집 마당 / 앞길
단단히 차비를 한 영신, 동생들과 안으로 들어선다.
막 나오는 진태, 진태 모, 진석
진태 모, 얼른 다가가 영신과 영민을 토닥이며
진태와 진석에게 어, 어-- 한다.
진석 절대로 헤어지면 안된다고, 애들 잘 챙기래요
진태 (지게진 채 앉으며) 영민이 위에 올려
진석, 영민을 번쩍 들어 등짐 위에 올린다.
영신과 진석도 알아서 영국과 영자의 손을 잡는다.
진태 (앞장서며) 어서 가요!
문 앞 나서는 진태 일행
이때 컹컹 대며 달려 오는 누렁이
문에 걸려 바둥댄다.
다가 선 진석, 손 내밀어 만져 주며
진석 조금만 참아, 곧 올꺼야
밥 아껴서 먹구...
혀 내밀며 껑껑대는 누렁이
진태 어서 가
재촉하며 자리 뜬다.
진석, 어쩔 수 없이 가면서도 짠해서 본다.
/벌써 앞 큰길은 피난민들로 꽉 들어찼다.
달구지, 자전거, 지게에 이불 보따리, 가재도구들을 실은 긴 행렬
포대기 속의 젖먹이는 자지러지게 울고
곳곳에 아무개야, 여기요 서로를 찾는 소리들
그들 속에 합류한 진태와 영신 가족들
뒤쳐질세라 서둘러 걸음을 재촉한다.
진태 모, 걸음 맞춰 가면서도 지나온 집 찡하게 본다.
진석 역시 누렁이 탓에 마음이 더 무겁다.
계속되는 포성
놀란 닭들이 지붕 위에서 퍼득이고
서로 걸음이 빨라지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서로 엉켜 부딪히고 넘어지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피난 행렬
# 17. 대구**역사
대합실 안을 가득 메운 피난민들, 창구를 두들기며 소리친다.
그 속에 간신히 목을 빼내 창구 쪽 보려고 애쓰는 진석
피난민 1 (악에 바친) 엠병할놈의 기차는 언제 오는겨?
피난민 2 땡볕에 이틀 째 이라고 있는데 정말 이칼끼요!
피난민 3 제발 좀 태아 주이소!
마누라가 만삭이라 몬 걸어 간다 말이요!
역무원 1 이미 여러번 얘기했듯이
민간인 열차는 운행하지 않습니다!
돌아 가세요!
피난민 4 그라몬 아침부터 저게 와 있는 열차는 뭐꼬! 똥폼이가!
역무원 2 그 열차는 군용 열차에요. 곧 전방으로 떠날 겁니다!
어서 돌아들 가세요!
피난민 1 니미럴, 워디루 돌아가?
빨갱이들이 대전까지 내려 왔다는데
걸음도 못 걷는 노모 모시고 워디루 가?!
피난민 5(여) 우리도 못가요!
애들 발이 다 부르터서 걷지도 못해요!
역무원 1 있었으면 내 새끼부터 먼저 태웠을거요
없는 걸 어떡합니까!
낙담하는 진석 표정
# 18. 동 역사 부근 길
대로변, 죽 늘어선 가게
꾀죄죄한 몰골의 진태, 바쁘게 어딘가를 찾고 있다.
거리에서 들려 오는 스피커 방송
(E) (목이 쉰)사랑하는 청년 학도 여러분!
무자비한 공산 괴뢰군은 우리의 수도 서울을 점령하고
대전까지 침량의 총칼을 뻗쳤습니다
진태, 지나가는 사람에게 다가가
진태 저, 근방에 약국 어딨는지 아세요?
행인, 손 내젓고 간다.
길 건너는 진태
그 앞으로 방송 트럭 지나간다.
학생모에 흰 띠 둘러 맨 호국 단장 학생
단장 누란의 위기에 처한 조국을 위해
피 끓는 애국학도 여러분!
분연히 일어나 총을 잡읍시다!
다 같이 전선으로 나가 괴뢰도당을 쳐부수고
조국 대한을 지킵시다!
박수치며 환호하는 시민들
불끈해져서 트럭에 올라타는 학생들
격앙된 거리 분위기 아랑곳없이 약국 찾느라 이리저리 뛰는 진태
# 19 동 역사 앞 광장
기차를 기다리는 수많은 피난민들이 진을 치고 있다.
영신 품에 안겨 식은 땀 흘리며 끙끙 앓는 영민
진태 모, 안쓰럽게 땀 닦아주다 다가오는 진석 본다
진태 모 (손잡고) 어..어..
진석 기차는 포기해야 될거 같애요
영신 아침에 기차가 왔다던데
진석 군용 열차래, 곧 전방으로 떠난대. 형은?
영신 아직 안 왔어
진석 (영민, 이마 짚어 보며, 얼굴 가까이) 진태 형이 금새 약
사갖고 올거니까 조금만 참어
이때 군용트럭 한 대가 광장 앞에 급정거 하다.
짐칸에서 뛰어 내린 군인들
일사불란하게 일렬로 펼쳐 선다.
의아해서 보는 피난민들
그들 앞에 서는 모병관 (대위)
모병관 잠시 조사할 사항이 있습니다.
만 18세에서 30세 까지 남자들은 앞으로 나와 주십시오!
만 18세에서 30세 까집니다
영문을 몰라 웅성웅성
모병관 (사람들 사이 걸어가며) 별일 아니니까 염려 말고 나오세요. (피난민 A) 아저씨 몇 년생입니까?
피난민 A 나, 신유년 닭띠요만..?
모병관 그럼, 나오셔야죠
자,자! 금방 끝나니까 협조해 주세요!
18세에서 30셉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불안한 진태 모
진석, 어떡해야 좋을지 몰라 주춤
여기저기서 일어나 나가는 남자들
군인들, 일일이 나이 묻고 데리고 나간다.
마침 진석 앞에 와 서는 모병관
모병관 몇 살이야?
진석 열.여덟입니다
모병관 앞으로 나가게
진태 모 (가지 말라고) 어..어..!
영신 (따지듯) 무슨 일인데 그래요?
모병관 (무시하고) 저 뒤에 계신 분들도 어서 나오세요!
떠밀리다시피 나오는 남자들
영신 가지 마, 지들이 뭔데 오라 가라 해
진석 걱정 마, 조사할 게 있다잖아.
(진태 모에게)금방 갔다 올게요
진석, 앞으로 나간다.
어어.. 뒤 따라 나서는 진태 모
가로 막는 군인
군인 곧 돌아올 겁니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진태 모, 안절부절
영신도 왠지 편치 않다.
# 20. 역사 수화물 창고
경직된 표정의 사내들, 불안감에 수군수군
모병관, 상자 위에 올라선다.
모병관 (종이쪽지 펼치고) 포고령!!
작금의 국가적 위기 사태에 처하여 1950년 7월 18일부로 만 18세 이상 30세 이하 장정들을 국가 비상 동원령에 의거, 전원 현역 소집한다.
듣고 있던 사내들, 순간 찬물을 끼얹은 듯 싸늘하다.
모병관 법령이 정한 결격사유 외 모든 장정들은 즉각 소집에 응해야 하며 이를 불복하거나 기피할 경우 전시비상 조치에 따라 즉결 처분에 처해진다.
(종이 접으며) 아셨습니까?
하얗게 굳은 진석
모두 할 말을 읽고...!!
모병관 여러분은 이 순간부터 대한민국 군인이며
신원 파악 및 간단한 서류 절차를 마치고..
# 21. 다시 역사 앞 광장
초조하게 역사 안 쪽 바라보며 기다리는 가족들
진태 모와 영민을 안은 영신도 목이 탄다.
바로 옆 광장 한 쪽에서는 악대가 동원된 학도 의용군들이
학도 지원병 노래를 부르며 역사 안으로 들어 선다.
노래 무궁화 금수강산 대한의 학도~~
화랑도 그 애국정신 내 몸에 내려다오...
하얀 칼라 교복의 여학생들, 태극기 흔들며 따라 가고
손에 손에 든 피켓, 현수막들
‘장하다 애국 학도 의용군’
‘지키자 금수강산, 막아내자 공산당’
불안감 더욱 가중되는 진태 모, 눈물 훔친다.
영신 너무 걱정 마세요
분명히 나올 꺼에요
이때 허겁지겁 달려 오는 진태
진태 무슨 일이야?
영신 진석이가..(말문 막힌다)
진태 진석이가 왜?
영신 군인들이 와서.. 여기 있는 젊은 남자들 하고 같이 데리고 갔어
진태 (꼭지 돌아) 이런 제기
(약 봉투 건네주며) 영민이 약부터 먹여
군인들이 막고 서 있는 역사로 달려 간다.
저지하는 군인들을 뚫고 달리는 진태
# 22. 역사 안 승강장
선로에 서 있는 기차
장정들과 학도병들의 환송 행사중이다.
악대가 군가를 연주하고
여학생 대표가 ‘學兵‘이라고 자수 뜬 손수건을 학도병에게 전달하자
일제히 환호하며 피켓 흔든다.
열기에 들떠 만세 외치는 학도병들
훌쩍대는 여학생
일렬로 늘어서 손가락 깨물고 혈서 쓰는 지원 청년들
대/한/민/국
그들 사이, 다급해진 진태가 서둘러 진석을 찾고 있다.
열차에 오른 학도병들
길게 늘어선 객차들 마다 군가 부르고 박수와 함성소리 가득하다.
점점 마음 급해지는 진태
황급히 주변 살펴 보지만
낯선 학도병, 지원 장정들...
진태, 안 되겠는지 중간 객차에 올라 탄다.
# 23. 객차 내부/다른 객차 내부
선동자에 의해 목청껏 군가 외치는 학도병들
복도를 따라 오는 진태
일일이 얼굴 확인하며 주위 살핀다.
혹시나 싶어 지나친 곳 되돌아 본다.
다음 칸으로 이동하는 진태
기대를 걸어 보지만 마찬가지
맥 빠지는 진태
다음 칸으로 이동하려다
입구에 선 두 명의 군인에 의해 저지 당한다.
군인 1 어디 가십니까?
기웃거리며 안을 보는 진태
조금 전 다른 객차들과는 달리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
진태 동생 찾으러 갑니다
군인 2 여긴 못 들어 갑니다. 돌아갓..
하는데, 진태 기습적으로 군인 떠밀고 들어 간다.
# 24. 객차(3) 안
콰당, 문이 열리고 들어 서는 진태
소리에 놀라 진태 쪽 보는 징집병들
진태, 성큼성큼 다가가며
진태 진석아!
이름 부르며 찾는다.
중간 지점 차장 쪽, 일어서며 돌아보는 진석
진석 형
반가움에 달려가는 진태
진석의 팔을 잡아 끌며
진태 가자, 외삼촌 집에 가는 기차는 이게 아냐
데리고 나간다
막아서는 모병관과 군인들
모병관 곧 출발한다. 자리에 앉아
진태 우린 그 전에 내릴 겁니다
밖에 식구들이 기다려요
모병관 앉아
진태 군인 선생이 뭐 잘못 아셨나 본데, 우린 피난민이요
군대 갈 사람이 아니라니까
모병관 너도 징집 대상자다
진태 (어이없는 웃음) 그럼 울 엄니는 어쩌고?
댁이 뫼실 거요?
모병관 (버럭) 앉아! 이건 명령이다!
진태 (웃음기 가신다)...명령은 당신 부하한테 해
우린 내릴 거야(지나치려는데)
모병관 (다시 막는다)
진태 이 양반이 더위를 자셨나아...
한쪽으로 밀어 붙이며 빠져 나가려고 한다.
허나, 밀리지 않고 역공하는 군인 1, 2
거친 몸싸움
진태, 안간힘으로 그들을 떠밀며
진태 석아! 빨리 나가!
진석 (겁에 질린) 형!
진태, 돌아 보면 반대쪽에서 온 군인 3, 4
개머리 판으로 그의 턱을 날린다.
퍽!
입술이 터지며 흐르는 피
진태,지지 않고 맞받아 치며
군인 3을 발로 걷어 찬다
나가 떨어지는 군인 3
엉겨 붙은 군인 1
악에 받쳐 치고 받는 난투극
진석, 형이 맞을때마다 음찔음찔!
모병관이 그 앞을 막고 서 있다.
진태, 끝까지 발악해 보지만 역부족
군인 2, 총신으로 진태의 목을 조이자
에워싸는 군인 1, 3, 4
얼굴, 복부 가릴 것 없이 무자비하게 걷어 찬다.
무방비 상태로 얻어 맞는 진태
# 25. 역수 후면/ 열차 승강장
삐익--!! 기적소리
기차가 떠나려하자 눈이 뒤집힌 (징집된 가족이 있는) 피난 가족들
저지하고 있는 군인들을 뚫고 나간다.
물 밀 듯이 밀려 나오는 가족들
군인들은 속수무책
사방으로 흩어져 열차 쪽으로 달려가는 가족들
무엇보다 영신과 진태 모, 앞 다투어 달린다.
/열차 승강장
승강장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사람들
객차 앞을 지나며 제각기 징집된 가족들을 찾는다.
환송 중인 학생들을 헤치며 진태, 진석을 찾는 진태 모, 영신
다시 한번 삐이익--!! 떠날 듯 울어대는 기적소리
진태 모, 영신, 눈이 빠져라 차창 안 들여다 보며 기웃기웃
# 26. 다시 열차 안
군인들에 의해 팔이 뒤로 꺾인 채 끌려 오는 진태
그 뒤로 상기된 진석, 모병관이 따른다.
차창 밖으로 가족 찾는 이들의 모습이 보인다.
끌려가며 안타깝게 보는 진태
진석, 혹시 하는 마음에 눈을 떼지 못한다.
# 27. 동 밖 승강장
몇 차례 반복되는 기적소리
이윽고, 바퀴 움직이며 출발한다.
더욱 세차게 손 흔드는 학도 의용군, 지원 장정들
정신없이 뛰어 다니는 영신, 진태 모
애타게 찾는다.
# 28. 다시 열차 안 (3) /승강장
조금씩 빨라지는 열차
열차 내 징집 장정들도 혹시 가족들을 볼까 목을 빼고 본다.
차장 밖, 가족들의 절박한 외침
멋 모르고 더욱 열심히 태극기 흔드는 환송 학생들
객차 뒤 쪽으로 끌려 가던 진태, 진석
(진석 시야) 인파 속 얼핏 보였다 사라지는 진태 모
두 눈이 휘둥그레져서 뿌리치고 달려가는 진석
차창에 붙어 마구 창문을 두드린다.
진석 엄니!! 엄니!!
진태 모, 못 듣고 다른 쪽으로
진태도 군인 떠밀고 진석 옆으로
진석 엄니, 여기에요 ! 여기!!
창문을 열고 하지만 꼼짝 않는다.
진태, 옆 사내의 모자를 창에 대고 주먹으로 친다.
유리창 깨지는 소리에 돌아보는 영신
진태와 진석을 발견한다.
영신 (달려모여) 석아! 진태씨!
영신 보는 진태, 진석
진석 누나!
소리를 듣고 되돌아온 진태 모도 진태, 진석을 보고 반가워 “어..어..”
진석 엄니, 엄니..!
눈물이 그렁그렁 손을 내민다.
손을 뻗어 진태, 진석 손을 잡는 진태 모
진태 금방 뒤따랄 갈 꺼니까 먼저 외삼촌댁에 가 계세요!
진석인 내가 곧 데리고 갈 거니까 걱정 마시구요!
진태 모 (불끈 손 잡으며 눈물 맺힌다)
영신 (같이 눈물 글썽) 얼굴 왜 그랬어?
진태 엄니하고 애들 잘 챙겨!
점점 속도 내는 열차
손 잡은 채 같이 뛰는 진태 모, 영신
앞 칸들에서 부르는 군가 소리 더욱 커지고
화통은 시커먼 연기를 뿜어낸다.
잡은 손 놓친다.
점점 멀어지는 진태 모, 영신
아쉬움에 계속해서 달려 온다.
진석 엄니--!
진석도 눈물 흐른다.
질끈 어금니 깨무는 진태
허탈감에 서 있는 영신과 진태 모
까마득히 멀어진다.
# 29. 동 객차 안
무겁게 가라 앉은 분위기
징집병 모두 침통한 표정
진석, 채 눈물이 마르기 전이다.
모병관 지금 장병들의 심정이 어떤지 안다.
나 역시 가슴이 아프지만 우리군의 입장을
조금은 이해하기 바란다.
여러분들의 가족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추후 개별통지를 할 것이다.
훈시 끝내고 돌아서자 막아서는 진태
진태 저, 제 동생은 환잡니다.
심장이 안 좋아서 심한 운동도 못해요. 얼마 전에도...
모병관 (말 끊으며) 팔 다리 없는 사람, 못 듣고 못 보고,
말 못하는 사람, 전쟁터에선 그게 환자다.
진태 밀어내고 간다.
그 옆, 깐깐하게 생긴 하사 앞으로 나오며
하사 장병들 머리 위로 (짐칸) 군복과 신발, 철모가 있다.
30초 내 탈의하고 군복으로 갈아 입는다!
징집병들 서로 눈치 살핀다.
진태, 앉아 있는 진석에게
진태 입지 마
진석 (진태 보고)
진태 절대로 입지 마
하사 (뒤에서 하는 소리 듣고, 돌아서며)
너 지금 뭐라고 했어?
진태 (노려보는) 입지 말라고 했소
하사 ..!
진태 군복은 군인이나 입히수
우린 다음역에서 내릴 거니까
하사, 짐칸에서 군복과 철모를 꺼내
진태, 진석 앞에 던진다.
하사 즉시 탈의하고 군복으로 갈아 입는다.
(등 뒤 허리에서 조용히 곤봉을 꺼낸다)
진석 (떨리는) 형..
숨 죽이며 보는 징집병들
진태 입지 마
순간 퍽, 날아드는 곤봉
어깨 감싸쥐고 주저 않는 진태
다가가 진태 붙드는 진석
진석 형!
진태 너 그거 입으면 집에 못 가, 입지 마
다시 잔인하게 날아드는 곤봉
사정없이 두들긴다.
하사 이런 꼴통 새끼!
하사를 붙들고 말리는 진석
진석 하지 마요, 제발 때리지 마요!
진태, 바닥에 쓰러져 기진 맥진
진태 입으면 안...
하사, 다시 깐다.
퍽! 진태의 머리가 돌아 간다.
무지막지하게 패는 하사
진석, 있는 힘 다해 하사의 팔 잡고 떠밀며
진석 우리 형 때리지 말란 말예요!
씩씩대며 노려보는 하사
진석 입, 입을게요!
입으면 되잖아요.
부들부들 떨며 바지를 벗는다.
진태 (고개 푹 꺾인 채)입지..
내려칠 듯 보는 하사
진석 (군복 바지 입으며) 형, 형도 어서 입어.
(하사 눈치 보며) 형도 입을 꺼에요... 입을 꺼에요.
서둘러 상의 벗고 군복 집어 든다.
곤봉 내리고 돌아서는 하사
하사 30초가 세월이지?
쥐 죽은 듯 조용했던 차내가 순간 우당쿵쾅!
징집병들 앞 다투어 군복 갈아 입는다.
대부분 속옷도 없는 알몸
바지에 발 잘못 껴 넘어지는 남자
옷 거꾸로 입는 남자
발에 맞는 신발 찾으러 뛰어 다니는 남자...
하사 동작 그만!
전부 엎드려 뻗쳐!
옷 입다 말고 좁은 통로에 엎드려 뻗치는 징집병들
서로 머리 부딪히고 포개지고 아수라장
하사 하나에 내려 가면서 정신, 둘에 올라 오면서 통일, 하나!
일동 (팔 굽히며) 정신!
하사 둘
일동 (올라오며) 통일!
하사 복창 소리 봐라, 하나!
일동 (악 쓰며) 정신!!
하사 둘!!
일동 통일!!
자욱한 옷 먼지 속 발악하듯 소리치는 징집병들
요란한 기적 소리와 맞물리며
처연하게 내부를 진동한다.
# 30. 비포장 낮은 능선길
(자막) 1950년 8월 11일, 경상북도 군위
가깝게 들리는 포소리, 총소리
휘장없이 개방된 트럭 짐칸에 빼곡히 앉은 병사들
낡은 전투복에 꾀죄죄한 몰골
잔뜩 긴장한 표정들이다.
진태와 진석도 말없이 굳은 얼굴
진석은 초조감에 만년필을 만지작거린다.
짐칸 앞 쪽에 서 있는 지휘관
지휘관 전방 두시 방향에 보이는 능선 너머
아군의 방어선이 있다.
작전 목표는 가산 일대로 직통되는 감제고지 방어다.
우리는 이곳에 투입되어 최대한 지연전을 펼쳐
적 전력을 소모시켜야 한다. 알겠나?
병사들 (악으로) 녜!
줄줄이 꼬리를 물고 오는 트럭들
천둥치듯 요란한 포성!
능선 쪽 보는 진석, 깊이 숨을 들이킨다.
파르르 떨리는 입술
진태, 만년필 쥔 진석 손 잡으며
진태 내 말 잘 들어
무슨 일이 있어도 나한테서 떨어지면 안돼
적이 보이면 적도 널 보는 거야
무조건 낮춰, 총 쏠 생각 말고 무조건 낮추란 말이야
알겠어?
진석 (끄덕)
진태 소대장, 중대장이 어떤 개소리 해도 신경 쓰지 마
너만 무사하면 돼
땅을 진동하는 포소리와 함께 흔들리는 트럭
진석 ...엄니하고 영신이 누나, 잘 갔겠지?
진태 (끄덕)...
진석 (갑자기 글썽) 형..
진태 ?
진석 무, 무서워
핑 눈물이 돈다.
어깨 감싸는 진태
진석 진짜... 무서워
진태 괜찮아, 형이 있잖아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해
아버지가 우릴 지켜줄 거야
휘이융 - 날아온 포탄에 앞에 가던 트럭이 작살난다.
급정거하는 진태 트럭
뒤집힌 채 화염에 휩싸인 트럭
어떤 병사, 몸에 불 붙어 버둥대고
곳곳에 비명소리, 피!
차 밑에 깔린 시체들..
실로 순식간의 일
진태, 진석을 잡고 뛰어 내린다.
앞 뒤 트럭들에서 쏟아져 내리는 병사들, 허둥지둥 어쩔 줄 모른다.
여기저기 지휘관들의 외침소리
지휘관 1 뛰어! 뛰어!
연이어 주변 곳곳에 터지는 포탄들
임시 설치된 막사들에 불이 붙고
지휘관 2 야! 탄약계원! 실탄 지급해!
지휘관 1 1소대! 1소대는 이쪽으로 와!
우왕좌왕 정신 못 차리는 병사들
호루라기 불며 닭 쫓듯 모는 하사관
마닥에 엎어져 떨고 있는 병사들 발로 걷어차며
하사관 1 일어나 새 꺄!!
그의 뒷목을 잡아 끌고 달린다.
진석을 잡고 뛰는 진태
탄약 계원으로부터 실탄과 수류탄을 지급 받는다.
하사관 2 1소대 3분대! 3분대 이쪽으로 와!
달리는 진태 진석 옆으로 위협적으로 떨어지는 포탄
비명소리와 함께 솟구치는 바로 옆 병사들
쏟아지는 흙더미와 화염!
너무 놀라 휘청! 쓰러질 뻔 하는 진석
진태, 더욱 다그치듯 잡아 끈다.
진태 정신 차려!
진석 총에 실탄 장전해 주며
진태 장전! 조준! 발사!
진석 (끄덕 끄덕)!
앞서 달리는 지휘관
지휘관 1 흩어지지 말고 분대별로 진격해!
하사관 1 너 몇 분대야?
어디로 갈지 몰라 정신 못 차리는 병사
병사 모, 모르겠습니다!
뒷목을 후려처며
하사관 1 아무 데나 붙어서 올라가! 새꺄 !
하사관 2 (떨어진 철모 집어주며) 빨리 빨리 뛰어!
서로 걸려 부딪히고 쓰러지면서도
전력 질주하는 병사들
#31. 능선 너머 전투지/ 계단식 논 밭
낮은 능선을 넘어 달려오는 병사들
그들 앞에 펼쳐진 계단식 논 밭
국군 병사들, 논두렁과 둔덕에 만들어진 임시 참호 앞에서
힘겹게 응사 중이고
야포등 중화기의 지원을 받은 인민군들은
위협적으로 전진해 오고 있다.
숨이 턱 막히는 진석
진태도 순간 아찔
퍼퍼퍼펑! 논바닥이 뒤집히고 쉴새 없이 날아오는 총알들
총알 맞고 논바닥에 픽픽 고꾸라지는 병사들
논으로 떠밀려 내려오는 진태, 진석
하사관 2 자세 낮춰!
논바닥에 푹푹 빠지는 발
진석, 죽어라 진태 등만 보고 달린다.
지휘관 1 참호 앞으로! 진격!
지휘관 2 야,거기 뭉쳐 있지 말고 흩어져!
거의 동시에 그 무리 속에 떨어지는 포탄
날아가는 병사들, 사방으로 튀는 피
휘청, 미끄러져 쓰러지는 진석, 진흙탕 속
코 앞에 죽어 있는 아군 병사, 뒷목이 꺾여 접혀 있다.
움찔 고개 돌리는 진석
되돌아온 진태, 틈 주지 않고 일으켜 세워 뛴다.
참호 한 곳 무전병
무전벙 적은 중대가 아니라 연대 병력입니다!
중화기 지원 없이는 이대로 전멸입니다!
/다른 참호
엉금엉금 기다시피 들어서는 진태, 진석
채 자리를 잡기도 전에 참호 벽에 박히는 총탄
진태, 반사적으로 진석을 감싸 안는다.
쉼 없이 뿜어대는 적진의 기관포, 박격포, 야포
거덜 나는 논바닥, 논두렁, 참호들!
진태 쪽도 한방 맞았다.
흙더미에 떠밀려 내동댕이쳐지는 진태
우박처럼 쏟아지는 진흙더미
포연 속, 진흙탕 뒤집어 쓴 진태, 진석 찾는다.
진태 석아,... 진석아!
참호가 뭉개져 주위 분간이 어렵다.
주변 한 곳
포복으로 기어오는 진석
드드륵 타타타..!
쉬지 않고 떨어지는 돌더미, 흙더미
헉! 하는 소리와 함께 진석의 얼굴 뒤덮는 핏덩이
이미 총 맞고 뒷목으로 피 뿜는 병사
한발 더 얼굴 정 중앙을 맞고, 진석 앞에 꼬꾸라진다.
온 몸을 떨며 심한 경련
진석의 가슴을 쥐어 잡고 무슨 말을 할 듯...
순식간 바닥 적시는 피
같이 바르르 떠는 진석
쌕쌕 갑자기 가빠지는 호흡, 혼미해지는 시야
두리번 진태 찾는다.
진석 혀..엉..!
/엄호 사격 받으며 전진해 오는 인민군들
/참호 한 곳
떨리는 손으로 수류탄 안전핀 뽑는 병사 1, 투척
저만치 툭 떨어지는 것, 안전핀이다.
참호 바닥에 떨어져 있는 수류탄
병사 1, 놀랄 틈도 없이 쾅!
/양 손에 화염병 들고 적 참호 향해 달리는 병사 2
던지려는 순간 적 총격에 폭발하는 화염병
온몸에 옮겨 붙는 불길
/자리 이동하며 진석 찾는 진태
더욱 거세진 총격
욱! 어깨 움켜 쥐는 진태, 피가 흥건하다
아랑곳 앉고 응사하는 진태, 철컥철컥
총알(탄창) 찾아보지만 없다.
누군가 옆에서 탄창 두 개 던져 준다.
보면 실탄 장전중인 영만
영만 여기선 총알이 쌀이요, 아껴 쓰쇼
진태 (고맙다는 눈인사)
탄창 갈아 낀다.
/퍽, 뒤통수 날아가고 푸대자루처럼 자빠지는 병사
피와 함께 흐르는 뇌수
바로 옆 진석, 헉헉 기진 맥진
여기저기 비명소리, 고함소리!
“총알이 안 나가요” “의무병, 의무병”
“씨방 총알도 없이 어떻게 싸워, 무전병!”
눈물 콧물 줄줄 흘리며 탈진 상태로 포복하는 진석
호흡 곤란이 오는 듯 가슴을 움켜 쥔다.
그의 시야로 갈라진 배를 철사로 꿰매고 있는 의무병
포복하며 다가오는 인민군들
날아 들어오는 수류탄, 펑!
진석 옆의 병사들과 시체들의 살점들이 사방으로 튄다.
피와 흙더미로 범벅된 진석
헉헉! 더 이상 막혀오는 호흡을 가누지 못하고
가슴을 쥐어틀며 일어선다.
흔들리는 시야, 초점을 잃고 흐느적!
때를 놓치지 않고 불을 뿜는 적의 자동화기
몸을 날려 진석을 안고 뒹구는 진태
간신히 위기 모면하고 시체 더미 위로
진석의 상체 일으키는 진태
진태 (버럭) 내 뒤에만 있으라고 했잖아!
진석 (호흡 걸려 컥컥)!
진태 (놀라) 진석아
진석 (숨 삼키려고 안간힘)..!
진태 정, 정신차려! 진석아!
숨을 되삼킬뿐 내뱉질 못한다.
다잡아 흔드는 진태
진태 (절박한) 진석아!
헉헉, 거의 숨이 넘어갈 듯 하더니
기침하듯 크게 숨을 토해낸다.
눈물 쏟으며 가쁘게 숨 몰아쉰다.
진태 (여전히 긴장) 괜찮아?
진석 (힘겹게 끄덕)...!
가까스로 안도하는 진태
파파팡! 훨씬 가까워진 자동화기들이 무섭게 불을 뿜는다.
완전 거덜나는 참호
진석 안고 움츠리는 진태
한층 더하는 포격
짙은 화염 속, 한치 앞도 분간하기 어렵다.
멀리 환청처럼 들리는 소리
“퇴각, 전원 퇴각해!”
진석 보는 진태
진태 (다짐) 뛸 수 있겠지?
진석 (끄덕) 해, 해볼게
진태 전차 탄다고 생각해
진태, 진석을 붙잡아 일으켜 세운다.
전후방 살피는 진태
앞으로 인민군 조여들고 뒤로는 논바닥으로 포탄이 작열한다.
이판사판, 진태, 진석 부축하고 달리기 시작한다.
빗발치는 총탄, 사방으로 진흙들이 솟아 오른다.
다른 곳에서도 일제히 퇴각하는 병사들
앞 뒤 가릴 것 없이 죽어라 달린다.
쓰러지는 병사들
신발이 벗겨지고 철모 떨어지고
어떤 이는 총까지 벗어 던진다.
시체에 걸려 쓰러질 뻔 하는 진태, 진석
악착같이 달리고 또 달린다.
# 32. 개천/퇴각로
넓은 개천
첨벙 첨벙! 우후죽순 흩어져 도망치는 진태 부대원들
지칠 대로 지쳤지만 멈출수 없는 상황
끊임없이 날아드는 포탄, 솟구치는 물기둥!
완전 초죽음된 진석
진태 부축 받고 기진맥진 달린다.
고함치는 지휘관 소리
(E) 전방 10시 방향! 민가 쪽으로!
(E) 무전병! 집결지 확인해!
내딛는 걸음 곳곳에 죽어 있는 병사들
(물 속) 흐르는 핏물
시체 밟고 지나는 발들이 다시 시체가 되고
밟고 밟히는 치열한 발, 발들...
# 33. 낙동강 방어선/교통호
전방 교통호를 따라 걷는 시야
심한 전투가 있은 듯 곳곳에 부서지고 무너진 흔적들
매캐한 연기, 수북하게 쌓인 탄피
팔 다리 잘린 시체들이 들것에 들려 나오고
참호들 마다 채 마르지 않은 피
에코우 되며 들리는 적의 선무 방송
(E) 이제 곧 며칠 뒷면 우리 인민 해방군이 항도 부산을 점령하게 될 것입네다.
사랑하는 구군 동지 여러분, 이 땅에 미군 오랑캐를 몰아내고 우리와 함께 조국통일의 대과업에 동참합세다.
고향에 두고 온 부모님을 생각하십시오.
과연 누굴 위해 꽃다운 청춘을 버리시려는 겁매까?
인솔 장교를 선두로 걸어오는 진태, 진석
한 무리 충원병들
분위기에 눌러 무거운 표정들
인솔 장교 (챠트보며) 이동원, 서진철, 임종태!
호명된 병사들은 빠져나와 참호 쪽으로
나머지는 미로처럼 연결된 교통호 따라 계속 걷는다.
파죽음 되어 자고 있는 병사
불태워지는 인민군 시체들
위생병 치료 받고 있는 피범벅의 병사
대검에 묻은 피 닦는 병사...
숨 죽이고 보는 진석의 시선들 위로 계속되는 호명
“서상수, 차용진!,.,”
# 34. 방어선/소대 참호
나머지 소대원들은 참호 복구 중이고
새로 충원된 진태, 진석, 영만이 소대장 훈시를 듣고 있다.
깡마르고 다부진 체구
소대장 여기는 국군 최후의 전선, 낙동강 방어선이다.
여기가 밀리면 부산, 부산이 밀리면
해운대 앞 바다에 빠져 죽는 길 뿐이다.
후퇴는 없다. 퇴각하면 내 손에 죽는다.
죽어도 여기서 죽고, 살아도 여기서 살아 나간다.
옆에 있던 허중사, 봉투 나눠준다.
소대장 유서는 각자 알아서 쓰고
남기고 싶은 유품이 있으면 봉투 속에 넣어라. 이상.
약식 경례하고 되돌아간다.
손에 들린 봉투 보는 진태, 진석
서로 시선 마주친다.
# 35. 소대 참호 일각
삼삼오오 참호에 기대 앉아 주먹밥 먹는 진태, 진석, 영만, 병사들
진석, 목이 멕히는지 제대로 못 먹는다.
영만 (힐끗 보며) 나 기억하수?
진태 ...
영만 기억은 못해도 좋은데, 꿔간 쌀은 꼭 갚으슈
진태 (알아 채고) 아, 그때 감사했습니다.
영만 서로 비슷해 보이는데, 말 놓고 지냅시다.
건너 편에 앉은 양주사
양중사 난 양길섭이야
보급이 시원찮아서 하루 이틀 굶는 건 다반사니까
억지로라도 챙겨 먹는 게 좋을 꺼다.
허중사 만나서 반갑다.
잘 때 철모 벗지 마라
자다가 포탄 파편 맞고 골 깨져 죽는 놈 많다.
임일병 난 임일병이야
빨간 건 다 싫어해, 특히 빨갱이 새끼들...
입안에 밥 가득한 학도병 승철 (16세)
승철 나는 성철이라 합니더
보성중학 다니다 나라 구하러 왔심더
(바로 옆)조 일병님도 인사하이소
조일병 인사는 무슨, 얼마나 볼 거라고
잠시 서로들 어색한 침묵
조용히 밥 먹는다.
휘이유으 --쾅!!
진태, 진석 정면 쪽에 날아와 박히는 포탄
순식간, 집채 만한 흙더미가 참호를 뒤덮고‘
몸날려 피하는 병사들
와중에도, 기어가서 떨어뜨린 주먹밥 챙기는 승철
얼이 빠져 바닥에 웅크리고 있는 진석
진태, 진석 잡아 끌고 참호 벽쪽으로
틈 주지 않고 날아드는 포탄
임일병과 허중사는 이력이 났는지 참호 벽에 붙어 앉아 꼼짝도 않는다.
참호 지붕 날아가고 소대배식 밥통, 물통 까지 거덜난다.
무전기 쪽 다가가는 조일병(인사 거부 했던)
무전기 잡기 직전에 폭발음과 함께 산산히 찢겨 솟구친다.
고개 돌리는 진태, 진석
교통호 위 날아와 쳐박이는 병사
무너져 내리는 흙더미에 깔려 죽는 병사
진태, 진석 향해 찌를 듯 덮치는 파편더미
더미에 쏠려 패인 구덩이 속으로
간신히 몸 추수리는 진태
다시 진석 잡고 참호 벽 쪽으로
뒤집힐 듯 진동하는 참호
그칠 줄 모르는 포격
끊임없이 쏟아지는 흙더미, 파편들...
# 36. 소대 교통호 (밤)
층층이 이어진 참호와 교통호가 뱀허리처럼 길게 산중턱을 휘감고 있다.
적진의 선무 방송 계속되고 복구 작업 중인 부대원들
진태, 진석도 모래주머니 쌓고 있다.
조용히 진석 옆으로 다가서는 진태
진태 (은밀한) 낮에 올 때 강 옆에 난 큰 길 따라 계속 가면 밀양이야.
진석 ...?
진태 새벽에 가자
여깄음 죽어
진석 (놀라) ..형
진태 취침 시간 되면 눈 좀 붙여, 내가 깨울게
진석 (도리질) 안돼
잡히면 어떡 할려구?
진태 여기서 개죽음 당하는 거보단 나아
진석 밀양까지 간다 해도 결국 잡히고 말 거야
진태 죽이기야 하겠어?
진석 (답답) 형, 아까 얘기 모..
진태 (자르고) 수통에 물 가득 채워 둬.
사흘은 꼬박 걸어야 할 거니까
진석 ...
진태 (다짐하듯 본다)
이때, 정착 초소쪽 다급한 소리
(E) 거기서! 멈춰!
하늘 치솟는 조명탄
환해지는 능선 아래
두명의 아군 병사 적진 향해 달리고 있다.
탕, 탕, 드르륵!
연이어 피 뿜고 거꾸러지는 병사 1, 2
너무 갑작스런 상황에 할 말 잃고 보는 진태, 진석
병사들 모두 그 쪽으로 시선 집중
보고 있던 소대장, 허중사에게
소대장 가서 잡아 와
주위 둘러보는 허중사
허중사 고영만, 이진태, 이진석 따라 와
내키지 않는 듯 미적대며 일어서는 영만
진태와 진석도 어쩔 수 없이 따라 나선다.
# 37. 교통호 아래 한 곳
어두운 길을 사주경계하며 내려가는
허중사, 영만, 진태, 진석
허중사가 먼저 시체 한 구를 발견한다.
허중사 여기다
그쪽으로 움직이는데 덜컥 발에 밟히는 무엇
진석, 내려다 보면 얼굴 한쪽이 날아간 병사 1
파드득 경련 일으키며 숨 넘어가기 일보 직전
섬칫, 한 발 물러 선 채 호흡 가빠지는 진석
컥, 컥, 숨 넘어 가는 병사 1 들릴락 말락
병사 1 엄니.. 엄.. 니..
떨며 보는 진석
인기척에 되돌아 서서 거총하는 진태, 병사 1 확인한다.
진태 (담담) 여기 한 명 더 있습니다.
다가오는 허중사, 고통스럽게 헐떡이는 병사1을 보고는
망설임 없이 배에 대고 총을 쏜다. 탕 -!
#38. 방어선 한 곳/ 임시 묘지
구덩이 파고 있는 진태, 진석
뒤쪽에서 허중사와 영만도 작업 중이다.
쉬지 않고 파고 또 파는 진석
땀이 비 오듯 흐른다.
시뻘겋게 터질 것 같은 눈동자
눈물 뚝 뚝 흐른다.
힐끗 진석 살피며 흙 퍼내는 진태
허중사 (멈추며) 이제 시체 묻어
허중사, 영만과 함께 시체(병사2)를 들어 구덩이 속에 던진다.
주춤주춤 밖으로 나오는 진석
진태와 함께 시체 (병사1)을 들어 던진다
굴러 바닥에 처박히는 병사 1의 시체
피와 흙이 범벅되어 처참한 몰골
삽으로 흙 덮기 시작하는 진태
진석도 다시 삽 들고 흙을 뜬다.
병사 1. 뒤덮는 흙더미
삽질 도중 삽 놓치는 진석
곧바로 집어 들고 다시 한다.
반복되는 삽질
어금니 깨물고 또 깨문다.
바로 옆 진태도 표정 없이 삽질만 해댄다.
# 39. 대대 지휘 본부 막사
세찬 바람에 막사가 심하게 흔들린다.
차렷자세로 서 있는 진태
대대장, 허리춤에 손 얹고 꼿꼿이 마주 서 있다.
진태 조금 전 동생과 탈영하려고 했습니다
이유는 동생이 심장병 환자기 때문입니다.
동생을 후방병원으로 보내 주십시오.
대대장 ....
진태 저더라 탱크를 까라면 까고
김일성 목이라도 따오라면 따오겠습니다.
적 진지에 폭탄 매고 들어가 자폭이라도 하라면
기꺼이 하겠습니다.
대대장, 탁자 위에 놓인 서류 들고 펼치며
대대장 1중대 1소대 이용찬 간질, 1소대 최준호 폐결핵
1소대 나영길 퇴행성 관절염, 1소대 여진철 만성신부전,
1소대 허인호 폐결핵, 2소대도 필요해?
진태 ...
대대장 이 친구들 다 후방보내?
여긴 누가 싸워
멀쩡한 놈 하루아침에 병신되고
비실비실 다 죽어 가는 놈 멀쩡해지는 데가 전쟁터에
탈영할 용기로 싸워
탱크 까고 김일성 목따고 진지 까부순다면
동생 후송이 아니라 제댄들 못 시키겠어?
진태 ...!
대대장 얼마전에 우리 옆**연대에
아버지하고 아들이 한 소대에 있었는데
아버지가 무공훈장 받는 바람에 아들 제대 했어
자네 지금같이 동생 생각하는 마음에 그 배짱이면 뭔들 못하겠나?
진태 동생만 보낼 수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습니다.
대대장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싸우게
내친 김에 우리 대대도 최고 무공훈장
한번 받아 보게 말이야.
진태 ...!!
눈이 반짝 빛나는 진태
#40. 방어선 소대 참호
태풍이라도 불 듯 드센 바람
주머니에서 만년필 꺼내 뚜껑 여는 진석
낮에 준 봉투를 보며 뭔가를 쓸 듯
다가와 봉투 나꿔채는 진태, 북북 찢는다.
진석 ...
진태 어머니가 유서 쓰라고 만년필 사준 거 아냐
털석 진석 옆에 걸터 앉는다.
진태 유서는 죽을 놈들이나 쓰는 거야
약해지면 안돼
진석 (만년필 뚜껑 닫고는) .. 이게 다 꿈이었음 좋겠어
이따 눈 뜨면 우리집 안방이구
난 아침 먹으면서 형한테 얘기할 거야
정말 진짜같은 이상한 꿈을 꿨다고..
난 가방 챙겨서 학교 가고 형이랑 엄니는 가게 가고.
이게 다 꿈이면 얼마나 좋을까?
진태 ...
진석 ... 형이 사준 아이스케키 참 맛있었는데
진태 돌아가면 이빨에 바람 들도록 실컷 사줄게
진석 (글썽 눈물 맺힌다) 아까 투항병 죽으면서
..엄니, 엄니, 그랬어
난, 난 그렇게 안 죽을꺼야
그렇게 비참하게 안 죽을꺼야
더 이상 바보 같이 기어다니지도 도망치지도 않을꺼야
살아서, 끝까지 살아서 엄니한테 갈꺼야
엄니한테...
진태 (등 토닥이며) 걱정마, 그렇게 될 꺼야 반드시.
#41. 방어선 초입쪽 교통호
이른 새벽, 멀리서 포 소리, 총 소리 들린다.
허겁지겁 안개 속 달려오는 정찰병
능선길 달려오다 교통호로 뛰어 든다.
# 42. 대대 본부 벙커
쉴 새 없이 무전기 빡빡대며 긴박한 분위기
대대장 아직 여긴 잠잠합니다.!
2대대 3대대에 집중 공격하는 것 같습니다.
상황병 1 3대대! 3대대! 응답하라!
상황병 2 (대대장에게) 관측병 상황 보곱니다!
2대대 칠, 둘, 하나 고지 정상에 인공기가 떴습니다
대대장 뭐야? 2대대 병력들은?
상황병 2 산발적으로 퇴각 중이랍니다.
상황병 1 3대대에서 긴급 지원 요청입니다!
대대장 (버럭) 무슨 소리야, 새꺄!
3대대 후방 지원하면 여긴 누가 지켜!
급히 벙커 안으로 들어서는 (전씬) 정찰병
작전장교 무슨 일이야?
정찰병 (경례) 정찰 상황 보고!
적 포격으로 후방 보급로가 끊겼습니다.
# 43. 소대 교통호/참호
수통 물로 얼굴 닦는 소대장
허중사, 다급하게 다가와
허중사 대대 벙커에서 긴급 호출입니다
소대장 (철모 쓰며) 무슨 일이야?
허중사 2대대 3대대가 당한 거 같습니다.
소대장 (재빨리 나가며) 제기랄
병사들, 교통호 참호 벽에 쪼그린 채 아직 자고 있다.
허중사 소대 전체 기상!
일일이 돌아가며 철모 두들기고 깨운다
잠에서 깨는 진태, 진석
허중사 일어나, 일어나!
비상이야! 비상!
# 44. 대대 본부 벙커
창고들로 꽉 들어찬 벙커 안
작전 장교가 중앙에 걸린 지형도 앞에서 브리핑 중이다.
작전장교 이곳이 저희가 위치한 육, 오, 공 고집니다.
2대대가 있던 칠, 둘, 하나 고지 (빨간 색 깃발 꽂고)
3대대가 위치했던 칠, 삼, 넷 고지가
적의 수중으로 들어 갔습니다. (빨간 색 깃발)
그리고, 우리측 후방 보급로가 적 포격으로 차단된 상태이기 때문에 사실상 우리 대대는 고립상황입니다.
대대장 현 상황을 당장 사단 본부에 알리고
각 중대 별로 식량 및 탄약 잔량 파악해서 보고해
1중대는 정찰조 투입해서 적 동태 파악하고
2중대는 방어선 전방에 병력 투입해서
지뢰매설 최대한 늘리도록
그리고, 3중대는 모든 중화기 재점검하고
대대 및 중화기 진지 강화해
긴장한 채 듣는 장교들
대대장 어떠한 경우에도 퇴각은 없다
겅계 태세 더욱 강화하고 24시간 전투 대기 하도록!
# 45. 소대 교통호
허중사 (교통호 위를 오가며) 팔 수 있는 데까지 파라
한 삽 더 파면, 그만큼 오래 산다.
주위에 아직 돌들이 남아 있다.
마빡 깨지기 싫으면 치워라
교통호, 참호 파고 있는 소대원들
수군수군 어수선한 분위기
장일병 2대대에 3대대까지 넘어 갔으면 끝장이야
영만 고양이 쥐 몰 듯이 밀고 오겠구만
양주사 이번엔 시체 치워 줄 사람도 없겠네
임일병 다 오라 그래, 시팔 새끼들!
다 갈아 버릴테니까!
작업 중인 참호 위에 올라서는 소대장
소대장 소대 주목!
(둘러 보며) 허중사, 고영만, 양길섭, 장민호, 이승철, 완전 무장하고 앞으로 나와
승철 무슨 일인데예?
소대장 방어선 진입로 지뢰매설 작전이다.
양주사 진입로면 적진 코 앞인데
듣고 있는 진태, 불쑥
진태 저도 가겠습니다.
바로 옆 진석, 형의 돌출 행동에 당혹해 한다.
진석 ...!
소대장 좋다. 이진태까지 포함해서 간다.
나머지 대원들은 일절 동요없이
진지 구축에 만전을 기하도록!
진석 (얼떨떨) 형...
진태는 이미 탄띠 차고 수류탄 챙겨 맨다.
# 35. 방어선 진입로
탱크가 다닐만한 제법 널따란 길
장일병과 승철이 사주 경계를 하고 있고
진태와 영만, 허중사, 양주사는 대전차 지뢰를 묻고 있다.
손에서 손으로 전달되는 지뢰
동작 하나 하나에 긴장이 배어 있다.
진태의 콧등을 타고 흐르는 땀
경계 중인 승철도 극도의 긴장에
마른 침 삼키며 전방 주시
뜨겁게 솟구치는 지열
정적
지뢰 위로 떨어지는 땀, 땀...
진태와 허중사 어렵사리 마지막 진뢰를 묻고 있다.
전방 숲 속 살피는 장일병, 손바닥에 난 땀을 옷에 문질러 닦는다.
진태, 흙을 다 덮자
허중사, 뒤편 영만과 양주사에게 사인 보낸다.
총과 장비를 챙겨 일어서는 허중사 일행
허중사 (낮게) 발자국 잘 보고 따라 와
허중사를 선두로 이동 시작한다.
신중하게 내딛는 발걸음
승철도 같이 한 걸음씩 빠지며 허중사 쪽으로 가다가 멈칫
뭔가를 본 듯 두 눈 똥그래진다.
숲 속, 가지가 흔들리며 뭔가 움직인다.
총구 겨낭하고 뚫어지게 보는 승철
나무 사이 두 곳으로 나뉘어 내려오는 인민군들
승철 허,..허. 중사님...
달막 달막
모른 채 조금 씩 빠져 나오는 허중사 일행
타탕!
승철보다 먼저 적의 총구가 불을 뿜는다.
얼떨결에 응사한 승철
이미 관통한 배에서는 피가 줄줄 흐른다.
놀라 돌아보는 진태, 허중사 일행
자신들 주위로 파편이 튀며 위협적인 사격
사방이 지뢰밭이라 몸을 날리지 못하고 우왕좌왕
비틀거리며 물러서는 승철
펑! 발목 지뢰가 터지며 거꾸러진다.
허중사, 먼저 지뢰 무시하고 달리며
허중사 무조건, 달려!
길을 벗어나 구덩이에 몸 날린다.
반격하며 내달리는 진태, 영만, 양주사, 장일병
잘 비켜 가는가 싶더니
퍼벙! 폭음과 함께 터지는 지뢰
몸이 솟구치며 떨어져 죽는 장일병
적의 집중 사격
있는 힘 다해 엉금엉금 기어오는 승철
간신히 길 옆 웅덩이에 몸 날려 숨는 진태, 영만, 양주사
허중사 나하고 이이병이 엄호할 테니까
고이병 양이병이 승철이 데리고 와1
진태와 허중사, 엄호 사격한다.
영만과 양주사가 다가가 보려 하지만
쏟아지는 기관총탄
영만 기관총 때문에 어렵습니다.
오도가도 못하는 승철
잘린 다리에서는 울컥울컥 피가 솟구치고
사격 멈추고 전방확인하는 진태
갑자기 일어나 낮은 자세로 달린다.
쏟아지는 총격
위험 무릅쓰고 달리는 진태
가까스로 기관총 위치와 훨씬 가까운 둔덕에 몸을 날린다.
더욱 요란하게 불울 뿜는 기관총
수류탄 안전핀을 뽑는 진태
힘껏 전방을 향해 던진자.
길게 포물선 그리며 날아간 수류탄
꽝!! 기관총 주위를 박살낸다.
기회 놓치지 않고 승철에게 접근해 가는 영만, 양주사
엄호해주는 허중사
어렵사리 승철을 길 아래로 끄집어 내린다.
허중사, 전방 둔덕 진태 향해
허중사 (다급한) 이이병! 우리가 엄호할테니까 어서 뒤로 빠져!
... 퇴각해
진태 몇 놈 안 남았는데 작살 내 버리죠!
허중사 바로 지원부대 올꺼야!
빨리 가야 돼!
진태, 대답 대신 수류탄 던지고
상체 내밀고 조준 사격
허중사 어서 퇴각해!
진태 두 놈 남았어요!
허중사 이 새끼가 (영만, 양주사 쪽) 빨리 승철이 데리고 빠져!
허중사, 잽싸게 몸 날려 진태 쪽 향해 달린다.
끈질기게 쏴 대는 진태
산 위 쪽에서 내려오고 있는 인민군 지원병들
진태 옆 달려 들어 온 허중사
죽일 듯이 멱살 잡아 끌며
허중사 죽고 싶어 환장 했어!
진태 거의 다 잡았단 말예요!
허중사 (멱살 당겨 올리며) 똑똑히 봐, 새꺄!
보면, 전방 숲 사이 몰려 내려오는 수 십명의 지원병들
김이 확 새는 진태, 발을 내 지른다.
허중사 나까지 죽일래?
어서 퇴각해!
마지못해 물러나는 진태
지원병들의 총격이 시작된다
서둘러 둔덕 빠져 나가는 진태, 허중사
진태, 도망가면서도 아쉬움에 힐끗힐끗 돌아본다.
# 47. 대대 의무 막사
다급히 들어서는 진태 일행
영만의 등에 업힌 승철을 간이 침대에 옮긴다.
허중사 다리하고 복부 관통상이야!
의무병, 먼저 잘린 다리에 지혈대 댄다.
허중사, 상의 뜯어 젖히자 피범벅된 배
몸 밖으로 창자가 쏟아져 나와 있다.
자기 손과 찢긴 배에 알콜 붓고는 창자를 밀어 넣는다.
발작하며 경련 일으키는 승철
허중사 어서 잡아!
진태와 영만, 양주사, 팔 다리 움켜쥔다.
끈으로 다리 끝 동여매는 의무병
승철 (부르르)..내 다리 좀 찾아 주이소..
양주사 형,.. 퍼뜩 좀 찾아 오이소
양주사 (진정) 승철아, 괜찮다. 괜찮아!
의무병 2 지금 당장 후송 안하면 위험합니다.
허중사 이 새끼가 사방이 적진데 어디로 후송해!
어서 배부터 꼬매!
비명 지르는 승철
승철 아퍼.. 아프..
창자 사이로 불컥불컥 피가 솟구쳐 오른다.
차마 보지 못하고 고개 돌리는 진태
/막사 앞 마당
철모 벗어 팽개치는 진태
그래도 내키지 않은 듯 총머리로 바닥 내려친다.
참호 쪽에서 달려 온 진석, 진태 발견하고는 멈춰선다.
가쁜 숨 몰아쉬며 순간 안도
막사에서 나오는 허중사
허중사 (진태) 내 말 잘 들어
오늘 같은 행동 두 번 다시 용서 안해
조금만 늦었으면 저 새끼(승철) 죽었어, 알아?
진태 (못 마땅한)...
# 48. 소대 교통호 가는 길
각 교통호로 연결되는 뒷 길
바로 진태 뒤에 붙어서 오는 진석
진석 (다소 흥분된) 지뢰 매설 작전 왜 나갔어?
진태 .....
진석 얘기 좀 해봐
호명 되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자원해서 갔잖아?
이유가 뭐야, 난 형이 갑자기 왜 그랬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가
진태 신경쓸 거 없어
내가 판단해서 한 일이야
진석 형이 배 터지고 다리 잘려서
지금 저기 (뒤쪽) 누워 있다고 생각해 봐!
진석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나하고 약속해
진태 ...
진석, 진태 앞 가로 막아서며
진석 약속해!
진태 (어쩔수 없이, 끄덕) 알았어
# 49. 고립 상황 몽타주
/작열하는 태양
교통호 곳곳에 지칠대로 지쳐 있는 병사들
진석, 수통을 털어 보지만 비었다.
자기 수통 건네주는 진태
흔들어 보면 역시 마찬가지
그 위로 적의 선무 방송
방송 (남) 저는 어제까지 여러분들과 같은 연대 소속이었고,
바로 옆 부대였던 2대대 김춘식 일병입니다
불과 하룻밤을 보냈지만 조선인민의 품이
이렇게 푸근할 줄 몰랐습니다.
1대대 장병 여러분, 더 이상 이승만 도당의 거짓말에
속지 말고 지금 당장 달려 오십시오.
/의무 막사
아무렇게나 널부러진 부상병들의 신음소리
한 곳에 앙상한 몰골의 승철, 누런 토사를 쏟아낸다.
부축하고 등을 쓸어 내리는 양주사
승철 (헉헉) 행아, 배가, 배가... 아푸다..
영만 옷을 걷어 아랫배 보면
이미 썩어 있는 붕대
손으로 붕대 걷어 내자 구더기들이 득실득실하다
두 눈 뒤집힌 양주사
위생병에게 달려가 멱살 잡아 끈다.
양주사 저기 뱃속에 구더기 안보여?
니들은 뭐하는 새끼들이야?
위생병 니미, 약은커녕 붕대 쪼가리 하나 없는데 뭘 어떡하라고?
쾅!
포성과 함께 막사 주위를 뒤덮는 흙더미
/소대 교통호 (밤)
하늘을 가르는 불꽃들, 집중 포격
엉금엉금 기어서 피하는 병사들
잠을 못자 쾡한 눈으로 벽에 웅크린 진석
그 옆 진태는 악에 받쳐 참호 벽에 머리를 친다.
불쑥 일어나 미친 듯이 총을 갈기는 임일병
괴성 지르며 발악한다.
임일병 덤벼어! 올라와 새끼들아! 올라와! 한판 붙어!
다가가 총 빼앗는 허중사
허중사 총알 아껴, 새끼야!
두 사람 앞에 터지는 포탄, 허중사, 임일병 끌어 안고
참호 아래로 구른다.
/대대 본부 막사
무전 교신 중인 중대장, 무전기 박살낼 기세다.
중대장 항공 보급해 준다던게 언제야?
시팔 진짜 1대대 송장 치는 꼴 볼려고 그래?
대대장, 수화기 뺏어 들고
대대장 사단장 바꿔!
기다려라 기다려라 애새끼 장난 치는거야 뭐야!
낙동강 포기한 거야!
쾅, 발로 무전기 걷어찬다.
# 50. 소대 교통호
먹구름이 밀려 든다.
교통호 위, 빗물을 받으려고 촘촘히 벗어 놓은 철모
갈라진 입술 벌린 채 하늘 보는 병사
긴 교통호
초점 잃은 쾡한 눈, 움푹 팬 볼, 옷을 찢어 동여 맨상처 상처들...
귀신처럼 널부러진 병사들
누군가 시체 다리를 끌고 간다.
진태와 진석, 영만, 임일병... 앞으로 지난다.
그 위로 임니 여가수의 구성진 노랫말이 낭랑하게 깔린다.(선무방송)
“~아 산이 막혀 못 오시나요. 다 같은 고향 땅을 가고 오건만
남북이 가로 막혀 원한 천리길, 꿈마다 너를 찾아!! “
타탕!! 한차례 노래 소리 뚫는 강렬한 총성
# 51. 대대 의무 막사
팔 잘려 누워 있는 병사 (거의 죽어 있는)
탕! 가슴 위로 솟는 피
기둥에 기대 앉은 승철, 이번엔 총구를 돌려 자신에게 향한다.
기겁하고 다가오는 양주사
양주사 승철아!
탕! 뒷목 꺾이며 쓰러지는 승철
당혹감에 어쩔줄 모르는 양주사
연이어 들어서는 진태, 진석, 영만, 임일병...
승철 주위로 몇 명의 사상자 (팔 다리 없는 중환자) 피들로 흥건하다.
충격 받고 떠는 나머지 환자들
기막힌 듯 보고 있는 진태, 진석, 허중사...
누구 하나 먼저 말을 못한다.
양주사 (승철 눈 감겨 준다)...
허중사 해산해
모두 다 침묵
미동도 없다
허중사 어서 참호로 돌아 가
영만 우리 이대로 다 죽는 겁니까
일동 ...
양주사 굶어 죽든 포 맞아 죽든 둘 중 하나겠지.
임일병 죽기는 누가 죽어 씨팔!
영만 밥 구경 물 구경 한지가 언젠데 안 죽습니까
임일병 죽을 때 죽더라도 군인답게 죽어 새끼야!
영만 군인은 사람 아닙니까?
(비꼬듯) 굶어 죽어도 고상하게 죽어라?
허중사 그만들 해!!
임일병 이 새끼 밥 한 그릇에 군복 바꿔 입겠네
영만 죽는거 보다야 낫것지
임일병 그래 올라 가! 항복하고 가봐!
누구 손에 먼저 뒈지나 보자
소대원 차라리 항복해요. 이대로 죽을 순 없잖아요!
임일병 이 새끼들이...
소대원과 영만의 턱을 연거푸 날린다.
휘청하는 영만, 철모 벗고는
영만 그래 씨팔, 계급장 떼고 한판 붙어!
(웃통 벗는다)
허중사 (버럭) 그만들 해!
임일병 이 개새끼!
서로 엉겨 붙는데
탕! 권총 쏘는 허중사
주춤하는 임일병, 영만
허중사 권총 들이댄 채
허중사 다들 돌아 가, 명령이다.
뿌리치듯 잡은 팔 놓는 임일병
영만도 삭이며 노려본다.
진태 (대뜸) 갑시다.
시선, 진태 쪽으로
진태 쳐들어 가자구요
일동 ... ?
진태 가만히 앉아서 죽을 순 없잖아요
가서 모가지 비틀자구요!
임일병 소총 들 힘도 없는 애들 데리고?
진태 하루만 더 지나면 시체라도 파먹을 겁니다.
아니면 자진해서 앞 산을 넘든지
허중사 .. !
# 52. 소대 교통호
불쑥 일어나는 소대원 1
그 뒤 소대원 2도 일어선다.
그 옆의 소대원 3. 그 앞 소대원 4, 5 ... 하나같이 결연한 표정
“가겠습니다. 저도 가겠습니다. 저도 ...
점점 가속도가 붙으면서
미적대며 눈치보던 소대원까지 가세한다.
..진석, 영만, 양주사 ...
믿기지 않는 듯 보는 소대장, 임일병
옆에서 지켜보는 진태, 허중사
소대장 아차하면 몰살이다.
다 죽는거야!
아랑 곳 없다.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소리
“갑시다. 가자구요!...”
급기야 와 --!! 총 치켜들고 함성 지른다.
불끈 주먹 쥐는 진태
# 53. 대대 막사
지휘관 비상 소집 회의
소대장(진태소속) 기습조는 저희 소대가 맡겠습니다.
대대장 ... !
소대장 우리가 치고 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할 겁니다.
중대장 위험 부담이 크긴 하지만 해 볼만 합니다.
소대장 2 이판사판입니다.
소대장 3 지금이라도 적들이 먼저 치고 들어오면
우린 전멸입니다.
소대장 4 가시죠!
대대장 ... (시계보며) 지금 시간 17시 20분
기습작전은 22시 정각에 한다.
기습조가 적진지 후방에 잠입완료때까지
본대는 3.1.3 능선에서 대기한다.
각 소대는 육탄전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기습조는 1소대가 맡는다.
소대장 녜!
대대장 이번 작전의 승패는 기습조에 달렸다.
모두 죽는다는 각오로 싸우자 !
일동 녜!
# 54. 대대 교통호 (밤)
어둠 속
교통호를 따라 대이동 하는 대대병사들
은밀하고 민첩한 발걸음
자세 낮추고 같이 이동하는 진석
앞에 가는 중대장 옆으로 따라 붙으며
진석 제가 기습조에서 왜 빠졌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중대장 자넨 결격 대상이라 얘기했잖아
진석 지금은 아무 문제 없습니다.
보내 주십시오. 전 형과 같이 있어야 합니다.
중대장 기회는 앞으로 얼마든지 있다.
앞서 가버리는 중대장
진석 (더 이상 말 못하고),,,!
# 55. 적진 가는 길
/잡초 지대
숯검정으로 위장한 기습조
진태를 선두로 달린다.
조금 떨어진 곳으로는 허중사가 다른 기습조와 이동한다.
큰 길에 다다른 허중사
엎드려 신호 보낸다.
신속하게 숙이는 기습조들
인민군들 탄 트럭들이 나란히 지난다.
길 아래 긴장한 채 지켜보던 기습조
트럭들이 코너를 돌자
일어나 도로를 가로질러 간다.
/산 아래 농가
인민군 관소로 쓰고 있는 농가들에 인공기가 꽂혀 있고
앞 마당에서는 배식 준비를 하는지 돼지를 잡고 있다.
바로 뒤 흙담길
적 시선을 피해 이동중인 기습조
양주사를 포함한 한 그룹은 담 끝에서 대기중이다.
신호 보내는 진태
신호 받고 움직이는 양주사 일행
담과 담사이, 볼 일 보러 불쑥 나타나는 인민군 장교
양주사 발견하고 권총 꺼내려는데 그의 입막고 심장 가르는 진태
휴 안도하는 양주사
담 끝 지나 뒷산 쪽으로 이동 계속한다.
/사주 경계하며 가파른 산길 오르는 기습조들
진태, 마음이 앞서는지 저만치 앞서 있다.
# 56. 적진 산 정상
일정 간격으로 떨어져 있는 정상 초소
주위를 오가며 근무중인 인민군 경계병
조용히 다가선 진태, 영만, 임일병, 허중사
순식간 그들의 목을 딴다.
거의 동시에 쓰러지는 네 명의 경계병들
허중사, 신호 보내자 일제히 모습 드러내는 기습조
민첩하게 움직여 빈 초소들 쪽으로 정상에서 아래쪽 본다.
비교적 완만하고 넓은 산 중턱을 따라 대대규모의 병력이 흩어져 있고
중화기 및 자동화기들은 대부분 정상쪽에 배치되어 있다.
조용히 기관포 조립하는 기습조
수류탄을 끈으로 연결하고
준비한 화염병들을 손에서 손으로 전달한다.
스스로 각오 다지는 진태
# 57. 인민군 고지 아래쪽 한 곳
구렁 아래 대기 중인 대대 병력
모두 숨 죽인채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시계보는 중대장
중대장 .. 착검
대대원, 일제히 총열 아래 대검 끼운다.
착검하는 진석
송글송글 맺힌 땀, 대검 위로 뚝뚝 떨어진다.
착검이 끝난 뒤 다시 무거운 정적
...
일순 정적을 깨는 섬뜩한 폭발음
중대장 고개 들어 고지쪽 보면
화염에 휩싸여 불 뿜고 있는 적의 자동화기 벙커
# 58. 적 고지 (기습작전)
끈에 묶인 수류탄이 포물선을 그리며 벙커 외곽을 감고 안으로
끈 잡고 엎드리는 진태
연이어 폭발하는 중화기 벙커
동시에 기습조들의 총격이 개시된다.
거침없이 방아쇠 당기는 영만, 허중사, 양주사, 임일병 ...
적병들, 너무 뜻밖의 공격에 정신 못차리고 이리 뛰고 저리 뛴다.
총을 채 잡기도 전에 나가 떨어지는 적병들
진태, 다시 한번 (끈 달린)수류탄 두발을 로프 돌리듯 돌리고는 날린다.
아래쪽 벙커가 박살나며 튕겨져 나오는 적 시체들
불 뿜는 우리 측 기관포
줄줄이 나가 떨어지는 인민군들
너무 기습적으로 당한 후방공격이라 속수무책
총구 돌려 후방 공격 시작하는 인민군들
/전방에서 대기중이던 (우리측) 본대 병력들
일제히 적 고지 향해 달려간다.
벌떼처럼 밀고 올라오는 본대 병력들
그 속에 같이 달리는 진석
위 아래 갇힌 꼴이 된 적 병력들
우왕좌왕 오합지졸 ...
/조금씩 근접해 화염병 날리는 기습조들 (영만, 허중사, 임일병...)
불 붙는 참호, 소대 벙커
몸에 불 붙어 버둥대는 인민군..
전진. 전진!
집중사격 하며 압박해 들어가는 진태, 영만, 허중사..
코너에 몰린 적 병력, 죽기 살기로 반격한다.
/거의 무방비로 근접해 오던 본대에도 적의 반격이 시작된다.
포문을 여는 적의 중화기 벙커, 시뻘겋게 불을 뿜는다.
본대 주위로 박히는 포탄들
치솟는 화염에 몸을 움츠리는 진석, 멈추지 않고 계속 달린다.
돌격, 돌격!을 외치는 중대장
엎드려 있다 다시 일어나 달리는 본대 병사 ...
/더욱 치열해진 기습조와 적과의 접전
쉴 틈 없이 뿜어대는 총구
튀는 파편, 파편들!
적 병력들과 기습조가 번갈아 쓰러지고
퍼펑! 반복해서 치솟는 조명탄
순간순간 사방이 대낮처럼 훤하다.
조준 사격 받고 피 뿜는 기습조
기관포 사수와 부사수도 적 저격수에 의해 거꾸러지고 만다.
기세등등해진 적 병력들 진지 밖으로 나와
더욱 적극적인 공세를 펼친다.
수류탄 투척!
언덕 위에서 기총사격중이던 기습조 3명이 한꺼번에 당한다.
기관포가 저지당하자 순식간에 사태가 역전된다.
진태, 사태 파악하고 기관포 향해 달려간다.
빗발치는 총알
몸 날려 시체 사이 뒹구는 진태
알아 채고 엄호 사격해주는 영만, 양주사
가까스로 기관포 잡는다.
진태 겨냥하는 저격수
한발 앞서 불뿜는 기관포
저격수 머리 날아가고
주위 밀고 오던 인민군들도 교통호 아래로 굴러 떨어진다.
사방으로 튀는 탄피, 피 뿜으며 날아가는 철모...
진태, 사정없이 갈겨댄다.
/와! 함성과 함께 교통호 덮치는 본대
육탄전이 시작된다.
착검한 총을 휘두르고 찌르고 막고
좁은 교통호에서 서로 격럴하게 뒤엉킨다.
떠밀리다시피 밀려들어온 진석
곧바로 대검 든 적의 공격을 받는다.
총을 쳐내며 위기 모면
그러나, 뒤에서 엉겨 붙는 적 목을 감고 비튼다.
컥컥 대는 진석
더욱 거칠게 몰아 붙이는 적
버둥대며 안간힘
힘겹게 총을 반대로 되잡고 뒤로 내친다.
우직끈! 개머리판 (뒷모서리) 맞고 나가 떨어지는 적
/교통호 향해 돌진하는 진태 포함한 기습조들
몸을 날려 인민군 덮친다.
맞받아치는 인민군
단박에 처절한 몸싸움
비명소리...
오로지 찌르고 찔리고, 사방에 난무하는 피
무섭게 밀어 붙이는 진태, 영만, 허중사, 임일병
텅텅 -! 몸싸움 도중 근거리 격발
얼굴이 뭉개지고 목젖에서 피가 솟는다.
총신 휘두르며 내리치는 인민군
한 발 먼저 복부 찌르는 진태
다시 참호 위에서 진태 놓는 인민군
칼날 들이 대고 덮친다.
밀고 당기는 거친 몸싸움
진태 밀리지 않고 개머리판으로 턱 날린다.
얼굴에 범벅되는 피
/본대 쪽
피튀기는 접전
교통호를 넘나들며 집요하게 계속된다.
바닥에 쌓이는 시체들
지칠대로 지친 진석, 거구의 인민군과 힘든 몸 싸움을 벌이고 있다.
총 잡고 후려치는 거구
참호에 처 박히는 진석
이번엔 착검날을 세워 찌르자 총신으로 막는 진석
그러나, 되잡아 찌르는 거구
무방비로 찔릴뻔한 상황
동시에 거구의 배를 관통하는 대검
바로 뒤의 중대장 (진석과 얘기했던) 거구 걷어차며 칼 뽑는다.
돌아서며 중대장과 진석 향해 개머리판 휘두르며 달려오는 인민군
중대장과 엉겨 붙고
간신히 엎드려 몸 피하는 진석
공교롭게 시체 사이 기어가는 인민군 위를 덮친다.
화들짝 놀라 주춤하는 어린 인민군
반사적으로 총신 잡고 내려치는 진석
아슬하게 총구 끝을 잡은 어린 인민군
있는 힘 다해 칼 끝을 밀어낸다.
짓누르는 진석
인민군 사,살려주세.
다리에 총상을 입었어요
목숨만 살려주세요
(눈물) 저 이제 열다섯살이에요. 형
흔들리는 진석, 짓누르는 손이 머ant한다.
인민군 형, 제발...!
괴로운 듯 질끈 눈 감는 진석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 틈을 타 진석의 턱을 강타하는 어린 인민군
총을 놓치고 뒤집히는 진석
위에 올라탄 어린 인민군
진석의 목을 조른다.
조금 전과는 전혀 다른 섬뜩한 살기
어린 인민군의 콧등을 타고 흐르는 피가 진석 얼굴로 떨어진다.
인민군 죽어 .. 죽어!
일그러지는 얼굴, 새파랗게 굳어 버둥대는 진석
짓누르는 어린 인민군, 끝장 낼 기세
컥.. 컥..!
힘겹게 손 뻗어 총 끝 잡는 진석, 있는 힘 다해 잡아 챈다.
어린 인민군의 옆구리를 파고 들어가는 착검
거칠고 짧은 호흡!
스륵 손에 힘이 풀린다.
가쁘게 호흡 삼키며 고통스럽게 보는 진석
/자동화기 벙커
기습당한 벙커, 아직 불길이 남아 있다.
인민군 장교 하나, 기다시피 사력 다해 중기관총 쪽으로
/도망치는 인민군
임일병, 악착같이 쫓아가 등을 찍는다.
그 뒤에서 임일병 치는 다른 인민군. 휘청하는 임일병
위기, 교통호 위에서 나타난 영만 한방 날린다
위기 모면한 임일병, 영만과 짧은 시선 (고맙고 멋쩍은)
기세는 기습조로 기울었다.
수세에 몰린 인민군들 마지막 발악
도망치다 총맞고 쓰러지는 인민군
참호 밖으로 나가려다 찔려죽고
수류탄 까고 우리 병사와 자폭하는 인민병사
걸레처럼 찢기는 병사
몸 날려 피하는 영만
맞은 편, 착검총으로 작정하고 달려오는 인민군
몸 굴려 간신히 위기 모면, 다시 칼 뽑고 덤비는 인민군
바로 옆 대검 던져주는 진태
받아 든 영만, 총검으로 내려치는 인민군의 복부를 찌른다.
두두두두!
갑자기 시작되는 요란한 총격
적 아군 가릴 것 없이 무차별 공격
교통호 아래 몸 숨기는 진태, 영만
퍽, 퍽 총 맞고 쓰러지는 아군 병사
고개 들어 보면 전방 언덕 쪽 벙커
시커멓게 그을린 중기관총 총문에서 미친 듯이 불을 뿜는다.
쑥대밭되는 주변 교통호
소리치는 소대장 (진태 소대)
소대장 다들 조심해!
언덕 12시 방향!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유탄 맞고 쓰러진다.
주변 살피는 진태, 수류탄 찾는 듯
교통호 한곳, 헝겊 가방 속 버려진 화염병
진태, 화염병 들고 교통호 밖으로 나가 뛴다.
영만 안돼!
막무가내 달려 올라가는 진태
불타는 박스를 지나며 심지에 불 붙인다.
저지하려 총 쏘는 인민군
핑, 핑, 위협적으로 날아와 꽂히는 총탄
엄호 사격 해주는 영만
꺼꾸러지는 인민군
벙커 바로 아래까지 다다른 진태
적탄에 어깨를 맞고 화염병 놓친다.
아래로 구르는 화염병
몸 던져 아슬하게 잡는 진태, 있는 힘껏 벙커를 향해 던진다.
붕... 날아가서 운좋게 총문 안으로 박히는 화염병
연이어 비명소리와 함께 총문 밖으로 나오는 불길
총성도 멎는다.
헉헉대는 진태
일순 거대한 폭발음!
벙커 안 화약고가 터지며 주변 사방이 허물어질 듯 진동한다.
거대한 파도처럼 총문 밖으로 터져 나오는 파편더미
진태 위로도 우박처럼 쏟아져 내린다.
/기진맥진, 떨어진 총검 들고 진석
찌르려 하자 부르르 떨며 손드는 인민군
여기저기 쓰러져 있던 인민군들도 일어서며 손든다.
양주사와 싸울 태세였던 인민군도 총 버린다.
머리에 손 얹고 참호 밖으로 나오는 인민군들
총 들고 한쪽으로 모는 허중사, 임일병
어느새 여명이 밝아온다.
힘겨운 승리, 찢길 대로 찢겨 온통 피투성이
동료 부축 받으며 일어나는 병사
무릎 꿇은 채 멍하니 앉아 있는 병사
정신 차리고 주위 살피며 올라오는 진석
즐비한 시체, 시체들 ...
진석 형.. 형.. !
병사들 사이 지나며 진태 찾는다.
교통호들을 지나 고지쪽으로
병사들, 총 챙겨들고 고지로 향한다.
병사들 사이 들리는 진석 소리
소리 듣고 거슬러 내려가는 진태
올라오는 진석과 만난다.
진석 형!!
달려와 안기는 진석
힘껏 껴안는 진태
다시 한번 힘주어 끌어안는 진석
# 59. 고지 정상 (아침)
창고에서 꺼내 온 보급 식량들
옥수수알, 미숫가루등을 털어 넣으며 아이들처럼 좋아하는 부대원들
영만, 수통 들어 얼굴에 물 뒤집어 쓰고는
물 마시는 양주사 엉덩이 걷어 찬다.
코로 물 들어간 양주사
엣취! 영만 잡으러 뛰어 간다.
부대원들의 들뜬 분위기
달려와 멈춰서는 대대장의 지프
대대장, 본네트 위에 올라 서며
대대장 우리 대대의 승전보를 전함과동시에
기쁜 소식 하나를 더 전하겠다.
오늘 새벽 미 5해병 연대가 인천 상륙에 성공했다는 소식이다.
와, 환호하는 병사들
대대장 오후에 2차 상륙 작전이 있을 것이고
낙동강 전선의 우리 군도 총 반격에 나선다.
만세 외치는 병사들, 영만, 양주사, 허중사...
서로 얼싸 안고 뛰고, 철모 던지고..
대대장 본네트에서 내려와 진태 앞으로 다가간다.
주머니에서 태극기 꺼내 진태의 총에 묶어주며
대대장 이번 기습작전에서 보여준 이이병의 용맹무쌍은
우리 대대 전체의 귀감이 됐다.
이 태극기를 백두산 정상에 꽂아주기 바란다.
대대장과 악수하는 진태
주위에 서 있던 소대원들, 우루루 몰려와
진태 번쩍 들고 헹가래친다.
박수치고 함성 지르는 소대원들
우두커니 서서 보는 진석
계속되는 헹가래
쉬이익- 하늘 가르는 굉음
연기 꼬리 그리며 미군 전투기 편대가 빠르게 날아간다.
손 흔들며 열광하는 병사들
# 50. 관공서 앞 마당
임시 연대 본부 막사
동료 대원들 지켜 보는 가운데
진태를 비롯한 몇몇의 대대원들 포상중이다.
대로 쪽으로는 악대 소리와 함께 행진 중인 국군들
(자막) 1950년 9월 28일 서울
진태 신고합니다!
이병 이진태는 1950년 9월 28일부로
이병에서 하사로 2계급 특진을 명 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경례)
대대장, 경례 받고 하사 견장 달아준다.
대원들 힘차게 박수친다.
같이 박수치는 진석, 썩 개운치 않은 표정
대대장 (어깨 쳐주며 귓속말) 잘하면 최고 훈장 받겠어
진태 ...!
돌아서 단상으로
대대장 우리는 오늘 역사적인 서울 탈환을 했다.
충심으로 여러 장병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바이다.
오늘 포상을 받은 동료 장병들의 전과를 거울 삼아
통일의 그 날까지 힘차게 진군하자!
휘파람 불고 소리치는 장병들
참보 (시계보며) 4시부터 구청 강당에서 군예대 공연이 있다.
희망자는 가서 보도록 하고 보급품 지원이 필요한
대원들은 본청 건물 뒤편...
# 61. 행정반 사무실
복도 앞까지 꽉 메운 장병들
서로 밀고 밀리며 북새통
책상 위에 올라선 행정하사
손에 도토리 봉투 들고 소리친다.
잔뜩 기대하고 보는 진석
행정하사 김일호! 조성진! 서동학!
녜! 녜! 여기요! 여기! 접니다! ..
편지 잡으려고 버둥대는 손
받아들고 어쩔 줄 모르는 병사
소리치며 환호하는 병사
“백철수! 오석구! 이장춘!”
3소대 이장춘! 3소대!“
/칸막이 앞까지 바싹 밀려 온 장병들
행정병 일어나 큰 소리로
행정병 1 자, 자! 이제 돌아들 가세요!
다 끝났어요!
행정병 2 편지 보낼 사람들은 문 옆 통에 넣고 나가세요!
병사 1 내 께 없을 리가 없어요!
잘 좀 봐요!
병사 2 장재원! 장재원 없어요?
행정병 3 우체소에 불났다고 얘기 했잖아요!
행정병 1 우리도 장담 못하니까 웬만하면 인편으로 보내요!
행정병 3 난리 통에 이 정도 받은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아세요!
왁자지껄 정신이 없다.
편지 들고 망설이는 진석
# 62. 본부 막사 한 곳
진태를 포함한 포상자들, 기자들에 둘러 싸여 인터뷰 중이다.
외국 기자도 섞여 있다.
셔터 누르는 사진 기자들
영만을 비롯한 동료들도 부러운 듯 보고 있다.
진태, 다소 얼떨떨 경직된 얼굴로
준비한 쪽지와 카메라 번갈아 보며 쩔쩔 매고 있다.
기자 (마이크 대며) 자, 다시 갑시다.
어떻게 형제가 함께 참전하게 됬어요?
진태 (힐끔 쪽지 보며) 배.. 백척 간두에 처한.. 나라를
구하려고, 동생이랑 자원, 입대.. 했습니다.
기자 낙동강 방어선에서 활약이 대단했다던데 말이죠
진태 (다시 보며) 공산당아래 신음할.. 내 가족들을. 생각하며 싸웠습니다.
찰칵찰칵, 계속해서 셔터 누르는 기자들
# 63. 동 본부 앞 큰 길
아직 행진중인 다른 부대 군인들
거리에 줄지어 선 시민들, 환호하며 태극기와 피켓 흔든다
모두 들뜨고 감격스런 표정
그들 앞으로 다가오는 진석
손에는 집에 보낼 편지, 꼭 쥐고 있다.
진석 여기 혹시 만리동 사시는 분 안계세요?
(길 따라 걸으며) 만리동 사시는 분 안 계세요!
(길 건너편) 만리동 사시는 분!
이리저리 뛰어 다니며 소리치는 진석
# 64. 본부 앞 마당
마당 한 켠에 허연 연기를 뿜어내고 있는 가마솥들
취사병들이 밥과 국들을 듬뿍듬뿍 담아 준다.
도란 도란 모여 앉아 식사중인 장병들
김치 쭉 찢어서 입에 넣는 영만
영만 이이병은 화면 발 잘 받을 거야
허중사 이이병이 뭐야? 이 하사님이지
소대원 1 국방부 뉴스에도 나온대요
소대원 2 아까 서양기자도 있었잖아.
소대원 3 말도 잘 하더라고.(흉내) 공산당 아래 신음할 내 가족들을 생각하며 싸웠습니다.
임일병 그러니까 니들도 밥 값 하려면
빨갱이들 많이 죽여, 새끼들아
조금 떨어진 곳, 먹으면서 듣고 있는 진석, 양주사
양주사 학도병 승철이도 안 죽었음 오늘같은 날 실컷 먹었을텐데
진석 ...
양주사 진석인 집이 어디야?
진석 만리동요
양주사 가고 싶겠다.
편지는 보냈니?
진석 부탁은 했는데, 모르겠어요
양주사 전쟁이 빨리 끝나야 집에도 가고 학교도 다시 다닐텐데
진석 미군도 참전하고 했으니까 잘 되겠죠
양주사 .. 대대 본부에 내 친구가 있는데
진석 .. ?
양주사 니 형 얘기다.
오해 말고 들어라
진석 .. !
# 65. 동 구청 강당 안/ 앞
조그만 강당 안
조악한 간이 무대 앞에 간드러지게 노래하는 여성 뚜엣
노래 해방된 역마차에 태극기를 날리며
사랑을 싣고 가는 서울 거리냐, 울어라 은방울아!!
꽉 들어찬 병사들, 흥에 겨워 휘파람 불고 소리치고 같이 춤춘다.
출입구 쪽 영만, 임일병, 허중사도 풀어져서 같이 노래하고 박수친다.
사람들 사이 헤치고 두리번 들어서는 진태, 진석 찾는 듯
영만, 먼저 진태 발견하고
영만 친구야! 아니 이하사님, 축하합니다!
허중사 축하해, 이리 와 같이 놀아
임일병 (경례) 이하사님 잘 부탁합니다.
진태 (멋쩍은) 오히려 제가 잘 부탁 드립니다.(두리번)
허중사 동생 찾아?
진태 네.
허중사 조금 전까지 막사에 양주사하고 같이 있던데
# 66. 소대 막사
군장 꾸리고 있는 진석, 굳은 얼굴
뒤에서 다가오는 진태, 반가움에
진태 (환환) 혼자서 뭐해?
진석 (보지 않고)...
진태 (초코렛 꺼내며) 이게 뭔지 알아?
진석의 윗 주머니에 넣어준다.
진석, 다시 꺼내 진태 주머니에 도로 넣는다.
진태 ...?
진석 ... 같이 탈영하자던 형이
몽둥이 맞으면서도 군복입지 말라던 형이
돌변해서 왜 이렇게 열심히 싸우나 했어
진테 ... !
진석 형이 최고 무공훈장 받아서
우리 둘 제대 시켜 주면 얼마나 좋을까?
날아다니는 총알이 형을 다 피해가서
형 훈장 받는거 도와주면 얼마나 좋을까?
진태 어디서 무슨 얘길 듣고 그래?
진석 사실인지 아닌지만 얘기해.
진태 ... !
진석 한가지만 알아둬
설사 무공훈장을 받아서 제대시켜준다 해도 난 안가.
남들 다 싸우는데 내가 왜 가?
진태 넌 환자고 학생이야
진석 지금은 군인이야
앞으로 윗사람한테 사정하고 구걸하지마
기습작전때 기습조에서 뺀것도 형인거 다 알아.
더 이상 형에게 짐 되고 싶지 않아
진태 우리 소대만 벌써 스무 병 죽었어.
언제 누가 죽을지 모르는 판에 그깟 짐되면 어떻고
사정하고 구걸 따위가 뭐가 중요해?
진석 남들에게 피해 주면서
비겁하게 목숨 구걸하고 싶지 않아.
진태 너도 한가지만 알아둬
탈영 포기한 후에 내가 지금 니 옆에 있는 이유는
하나 뿐이야. 너 살려서 집에 보낼 거야
진석 무공훈장 받기 전에 형부터 죽겠지
진태 나 역시 우리 두 형제 살아서 돌아갈 거라는 요행따윈 바라지 않아
단지 우리 둘 다 죽지 않길 바라고 하나가 산다면 너이길 기도하고 노력할 뿐이야
진석 제발 그딴 생각 좀 버려. 그렇게 해서 나 혼자 살아서 가면, 무슨 낯으로 엄니 보고, 영신이 누나 봐?
형은 우리 집 가장이고 내게 하나뿐인 형이야.
그리고, 영신이 누난..
진태 내가 구두 닦으면서 왜 항상 즐거웠는지 아니?
엄니가 하루 종일 시장통에서 허리 한번 못 펴도 왜 힘든 내색 한번 안 하셨는지 아니?
넌 우리 집의 희망이야
엄니의 꿈이고 전부야
진석 ...
진태 역에서 엄니와 헤어지면서 백번 천번 다짐했어
무슨 일이 있어도 너만은 살려서
엄니 품에 보낼 거라고.
진석 .... !
# 67. 북진 몽타주
길가에 박힌 이정표 ‘3.8선/
흰 페인트로 그려진 선을 넘는 병사들
기세 좋게 행군한다.
같이 진군하는 탱크, 장갑차, 야포. ...
/대동강변
나룻배들을 이용해 도강한 병사들
모래사장 지나며 진격
진태를 선두로 영만, 진석, 양주사, 한 조가 되어 달린다.
우응 ...! 지축을 울리는 소리
수 십 여대의 ,B-29가 하늘을 가득 메우며 날아온다.
달리며 환호하는 병사들
# 68. 평양 시가 일각
두두두두 - 불을 뿜는 적군의 기관총
발 빠르게 움직이는 군화발
국군 서 너명이 건물 담벽으로 붙으며 주위를 경계한다.
건물 대부분은 대파되어 뼈대만 남아 있고 곳곳에 불길과 함께 치솟는
검은 연기, 무전, 총성..
(자막) 1950년 10월 19일 평양
부서진 담 아래 집중사격 퍼붓는 국군들
자동화기로 거칠게 저항하는 반대편 인민군들
다른 쪽의 병사, 자세 낮추고 빠르게 이동하고
몇몇은 총 쏘며 건물 안으로 진입해 달려간다.
쾅! 불을 뿜는 아군 전차포
가옥 한 곳이 무너져 내리며 인민군 튕겨 나온다
/ 전복된 짚차 뒤
교신 중인 중대장과 무전병
그 옆으로 중대원 몇 접전중이다.
중대장 1소대! 계속 중앙 통로로 밀고 들어가!
(E) 칙.. 반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중대장 밀어 붙여! 3소대! 후방 도주로 차단해!
인민군 대좌 아직 못 빠져 나간게 확실해...
무조건 생포하란 말이야!
...2소대!...2소대!
# 69. 일각 2
갈림길.
담벽에 붙어서 대기중인 진태, 진석, 영만, 분대원들
“치익...! ” 무전 밖으로 계속되는 중대장의 거친 목소리
허중사, 진태에게 손짓하자
분대원들, 건물 사이길로 빠르게 이동한다.
/건물과 건물 사이
좁은 통로를 따라 달려오는 진태, 진석, 영만, 분대원 1
길 전방을 보면 건물 곳곳에 박혀 완강히 저항하는 인민군들
곳곳에 삼삼오오 흩어져서 대응하고 있는 1소대, 열세다.
타타타탕 .. !
바로 진태 얼굴 옆 벽에 박히는 총탄
음찔하며 물러서는 진태, 진석, 영만, 분대원 1
다시 한 차례 위협적인 총격
네 사람, 몸 날려 맞은 편 기둥 뒤로 숨는다.
영만 제기랄, 어디서 쏴 대는지 알 수가 있나?
주위 살피는 진태
대각선 옥상 위 아래를 향해 사격중인 인민군 병사
영만 내게 맡겨
바닥에 깨진 거울 조각을 들어 옥상 상황을 본다.
계속 총격 가하는 인민군 병사
잠시 후 난간 뒤로 물러나며 탄창 갈아 낀다.
곧바로 몸 내밀고 옥상 겨낭하는 영만
탄창끼고 돌아 나오는 인민군 병사 향해 탕!
정통으로 맞고 아래로 떨어진다.
진태, 잠시 생각
영만의 가슴에 달린 수류탄 두 발을 걷으며
진태 두 알만 빌리자
영만 ... ?
진태 엄호 해
얼핏 전방 한번 보고는
총격 뜸한 틈을 타 길 가로 질러 달린다.
갑작스런 행동에 당혹해 하는 진석
견제사격 해주는 영만
옥상 있는 건물 아래 도착한 진태
반파된 현관 안으로
# 70. 일각 3/ 옥상 건물 /일각 2
안으로 들어선 진태, 주위 살피며 곧바로 계단 오른다.
부서지고 불에 타 거의 뼈대만 남은 내부
옥상 쪽 올려다 보며 걸음 재촉한다.
/전방 향해 총 쏘는 영만
인민군들, 곱절로 쏘며 거친 반격
진석, 진태 들어간 건물을 불안하게 본다.
건물 옥상, 다른 인민군 병사 나타나 아래 쪽으로 수류탄 던진다.
상점 앞 교전중이던 아군 두명이 날아간다.
다급해지는 진석, 안절 부절
진석 위에 놈들이 또 있어요!
영만 봤어!
진석 (자세 고쳐 앉으며) 아무래도 가봐야 겠어요!
엄호 좀 해줘요
영만 안돼! 지금은 위험해
바로 앞에 날아와 박히는 총탄
진석 (일어서려 하며) 형이 위험하단 말예요!
영만, 잡아 끌어 내린다.
영만 앞쪽 저 새끼들 안 보여!
/황급히 달려 올라오는 진태
위로 구멍 뚫린 옥상 보인다.
계단 코너 도는 진태, 옥상 향하는 철문이 잠겨 있다.
힘껏 몸으로 밀어 보지만 쉽지 않다.
아슬한 난간을 밟고 문잡고 올라선다.
(옥상 입구) 몸을 숨겨 보고 있는 인민군, 총을 들고 겨눈다.
미끄러운 난간
간신히 난간 끝에서 계단 쪽으로 발 들여놓는 진태
인민군의 완전한 표적
방아쇠 당긴다.
쾅!!
(건물 외부) 아군이 쏜 박격포
한 발은 진석과 영만 앞쪽, 또 한발은 (옥상) 건물 모서리를 박살낸다.
건물 전체가 흔들리며 휘청하는 인민군
주루룩 미끄러지며 간신히 난간 붙드는 진태
자세고쳐 잡으며 재조준하는 인민군
탕!
다른 한손에 잡힌 진태의 총이 먼저 불을 뿜는다.
아찔한 난간 아래
진태, 힘을 다해 매달린 몸을 추슬러 올린다.
/진석, 먼저 일어나 (옥상) 건물 쪽으로 달려 간다.
어쩔 수 없이 뒤따라 뛰는 영만과 분대원 1
진석 일행에게 쏟아지는 총알세례
엄호사격 해주는 허중사와 소대원 몇몇
가까스로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진석, 영만, 분대원 1
/옥상에 오른 진태, 자세 낮춰 적진 쪽 본다.
(부감) 곳곳에 흩어져 교전 중인 적병들, 훤히 한눈에 보인다.
수류탄 까서 힘껏 던지는 진태
(아래)(슬로우) 빙글빙글 돌며 적병 속에 박히는 수류탄
쾅!!
적들의 공격
엄호 사격!
다시 다른 쪽 던지는 진태
(아래) 쾅! 무력화 되는 인민군 중기관총
자동화기 기세에 눌러 움추려 있던 임일병, 양주사
진태 향해 수류탄 굴려주며 돌격 앞으로
다시 날리는 진태
조금 떨어진 의원 앞의 기관총도 보기 좋게 당한다.
진태, 마지막 남은 수류탄을 던지려는 순간
의원 뒷문 통해 빠져 나가는 대좌 무리 (참모, 호위병) 발견한다.
눈이 번쩍 하는 진태
진태 그래 그래
황급히 돌아서며 계단 쪽으로
막 옥상에 다다른 진석, 영만, 분대원11, 진태와 마주친다.
진태 고일병, 최이병 따라 와
그 앞 막아서는 진석
진석 무슨 일이야?
진태 대좌가 빠져 나가고 있어
진석 형이 나설 일이 아냐
3소대가 처리 할꺼야
진태, 아래 도망치는 대좌쪽 본다.
분대원 1 저절로 3소대 포위망에 걸릴 겁니다.
답답한 듯 분대원 1 뿌리치고 달려 내려가는 진태
계단 밖으로 보이는 앞 건물 옥상 (지름길)
달려 내려온 탄력으로 주저 없이 도움닫기
엎어지고 뒹굴면서 잽싸게 일어나 달린다.
일그러지는 진석
어쩔 수 없이 뒤 따라 달리는 영만
# 71. 일각 4
건물들 사이 황급히 빠져 나오는 대좌무리
연달아 불 뿜는 아군 박격포, 전차포
무너져 내리는 관공서, 상가...
비 오듯 쏟아지는 건물 파편
퇴각하는 인민군들
/ 옆 블록 길
전력질주하는 진태
뒤 쫒는 영만
건물 사이로 얼핏 앞서가는 대좌 일행 보인다.
방향 바꿔 뒤쫓는 진태
/의원 옆길
진태 찾으러 달리는 진석
/시커먼 연기 뚫고 달리는 대좌 일행
뒤쫓아 오는 진태와 영만 발견하고 쏜다.
아랑 곳 않고 뒤쫓는 진태
/커브길 돌아 나오는 대좌 일행
서둘러 사무소 앞에 세워진 짚차에 오른다.
시동 걸고 곧바로 출발
맞은 편 골목에서 튀어 나오는 진태
탕탕!! 동시에 서로 총질 해댄다.
운전병의 머리 관통하면서 꺾이는 핸들
벽돌 더미를 치고 붕 날아 바닥에 부딪히며 전복
참모와 호위병은 튕겨 나가고
대좌는 차 사이에 껴 신음하다.
총 겨눈 채 달려오는 진태
피 흘리며 신음하는 대좌를 끌어 낸다.
튕겨 나간 참모, 억지로 상체 일으켜 총 겨눈다.
대좌에 정신 팔려 모르는 진태
바로 뒤 골목에서 나온 영만 참모 향해 쏜다.
등 중앙 맞고 쓰러지는 참모, 진태 간신히 위기 모면
곧장 주위 경계하며 다가가는 영만
진태 옆으로
탕!
멈칫하는 영만
차 옆에 쓰러져 총 쏘는 호위병 발견한다.
진태 향해 총구 돌리는 순간 방아쇠 당기는 영만
털썩 바닥에 쓰러지는 호위병
놀라 보는 진태
주춤 한걸음 다가와 손잡는 영만
진태 손으로 핏물 번져 온다.
진태, 아찔해 보면
가슴 중앙에서 피가 울컥 쏟아진다.
풀석 앞으로 꺼꾸러지고 마는 영만
들춰 안는 진태
진태(얼어 빠진) 여, 영만아...
골목 앞
믿기지 않는 듯 숨죽이며 보는 진석
...일순 박제처럼 하얗게 굳어버린 영만
진태, 할 말 잃고 영만 끌어안은 채 어쩔 줄 몰라 한다.
주변 골목들에서 나온 국군들
진태 대신 대좌 끌어낸다.
허중사, 임일병, 양주사의 모습도 보인다.
무전병 (칙..) 여기는 갈매기 셋!
두더지 작전 종료 !
여기저기 포로들 끌려 나오고
대로 쪽으로는 산발적으로 총 쏘며 추격 계속한다.
# 72. 평양 외곽 공지 한 곳
비가 내린다.
철모에 영만의 가족 사진 꽂는 허중사
철모를 가묘 앞 비목에 올린다.
환하게 웃고 있는 영만과 아내, 갓난쟁이
한걸음 물러서는 허중사
허중사 소대 경례
소대원들 일제히 경례한다.
차갑게 굳은 표정들
쾡한 눈으로 무겁게 보는 진태
진석, 울음 참으려고 자꾸 어금니 깨문다.
허중사 바로
대원들 향해 돌아서다.
허중사 우리는 이곳 평양을 떠나 순천, 양주, 운산을 거쳐
압록강으로 진격한다.
이후 단 한명의 이탈자나 사상자가 없길 바란다. 출발
앞장서 걷자 뒤 따르는 소대원들
영만 탓에 빗길 걷는 발걸음들이 무겁다.
주위로는 동료 시신 묻는 병사들
한 쪽 길로는 트럭과 병사들이 줄줄이 진군중이다.
말없이 걷는 진석, 진태
철모 아래로 빗물이 줄줄 흐른다.
진석 ... 형을 용서할 수가 없어
진태 ...
진석 영만 형 가족들.. 평생 형하고 나 원망하고 저주할 거야
어떻게 살아야 돼. 어떻게 해야 돼
진태 ...
진석 ..(울먹) 바보같이, 바보같이 왜 그랬어
내 말만 들었어도 영만 형 안 죽을수 있었잖아.
그깟 훈장이 뭐라고..
진태 ..
묵묵히 걷는다.
# 73. 농가 마을
비 내리는 마을
허중사를 선두로 길 따라 들어서는 진태 소대원들
인기척 없이 쥐죽은 듯 조용하다
주위 경계하며 진입로 지나 우측 꺾인 담길을 따라 돈다.
길 중앙, 비 맞고 우두커니 서 있는 할아버지, 손에 인공기 들었다.
다가서는 소대원들
실성한 듯 우스꽝스레 인공기를 흔든다.
대원들, 할아버니 지나 좌우에 있는 집들 들여다보면
곳곳에 처참하게 죽어있는 동네 주민들
아이들, 노인 할 것 없이 아기 껴안고 죽은 아낙도 보인다.
얼굴 찌푸리는 소대원들, 숨죽인 채 마을 길 따라 걷는다.
마을 중앙 우물가
흘러 내리는 핏물
배추 포기처럼 쌓인 시체들이 우물 밖까지 나와 있다.
그 주위로도 즐비한 시체들
간신히 목숨 부지한 몇몇 동네 노인 아낙, 아이들
넋 잃고 주위를 어슬렁거린다.
참혹함에 입을 다물지 못하는 진태, 진석, 양주사..
임일병 ... 개 새끼들..
얼어 붙은 채 우물가 주위에 서 있는 소대원들
무전병 (칙..)여기는 갈매기 하나.
동진에 민간인 사상자 100명 이상
퇴각 하면서 우익마을 소탕한 것 같다.
/우물 속 시체들을 끄집어 내는 소대원들
지게에 지고 들춰 업고..
우물 옆 공터에 차례대로 눕힌다.
가족 확인하고 숨 넘어가는 아낙, 통곡하는 할머니
시신 들춰 업고 오는 진태
임일병과 함께 어린 소녀의 시체 들고 오는 진석
어깨를 잡고 질질 끌고 오는 소대원, 양주사...
하나 같이 참담한 얼굴
울컥 솟구치는 감정들을 짓누른다.
굴비 두름처럼 사람들의 손등을 뚫어 엮어 놓은 전화줄
허중사, 선을 잘라 한 명씩 빼내고 있다.
양주사 주위를 졸졸 따라 다니는 꼬마
꼬마 아저씨 우리 엄마 좀 살려 주세요
.. 우리 엄마 좀 살려 주세요
시체 옮기며 보는 진태, 임일병, 진석...
# 74. 읍내 거리
온통 거리 전체가 불바다.
쉴 틈 없는 총성과 포성
맹렬히 쫒는 국군들
교전 벌이며 퇴각하는 인민군들
마을 회관 마당
등 돌려 세운 수십명의 마을 사람들, 타타타탕...!!
인민군의 집단 총격과 함께 나무 토막처럼 쓰러지는 사람들
제일 앞장 선 진태와 소대원들, 회관 쪽 향해 달려 온다
허중사 (독에 받친) 한 새끼도 남기지 마!
인민군들 사방으로 흩어져 도망치고
진태와 소대원들, 필사적으로 뒤쫓아 달린다.
불길은 하늘을 찌르고
마을 사람들은 가족들 찾아 소리치며 뛰어 다닌다.
집채 한 곳, 불 지르는 인민군
뒤쫒아 온 양주사, 개머리 판으로 머리통을 날린다.
퍽! 허공에 튀는 피
쫒기다 마루 밑으로 기어 들어가는 인민군
달려 온 임일병, 그 속에 불더미 밀어 넣고는
마루 위에 올라가 연거푸 방아쇠 당긴다.
무너져 내리는 불기둥
퇴각하며 피하는 인민군들
그 틈에 사격하며 밀어 붙이는 허중사와 소대원들
탕탕! 드르르륵!
피 뿌리며 스러지는 인민군들
악에 받쳐 죽은 뒤에도 쏘고 또 쏜다.
활활 불타는 농가
열린 문 틈으로 엄마 죽어 있고 안에서 들리는 아기 울음 소리
문 박차고 들어가는 진석
아기 구해 나온다.
다른 한 곳
반격하며 도망치는 인민군 장교, 막다른 길
불길 피해 허둥지둥
다가오는 진태, 장교 방아쇠 당겨 보지만 철컥철컥!
단숨에 달려가 대검으로 배를 찌른다.
버둥대며 손으로 막는 장교
진태, 찌른 상태에서 있는 힘 다해
찌르고 또 찌른다.
두사람 덮치는 불더미
휘청, 기둥 맞고 쓰러지는 진태, 장교
장교, 엉금엉금 기어서 도망친다.
불기둥 걷어내고 달려가 등 찌르는 진태
얼굴에 번질거리며 흐르는 피가 섬뜩하다.
불 타고 있는 사무소 건물
인민군 머리채를 잡아 끌고 오는 임일병
불길 속으로 떠 밀어 넣는다.
몸에 불이 붙은 채 기어 나올 때마다
발로 걷어차 밀어 넣는다.
사방 자욱한 연기
소대원들, 생포한 인민군을 사무소 건물 앞쪽으로 몬다.
진태, 자신이 끌고 온 인민군도 그들 속으로 떠민다.
진태 다들 뒤로 돌아
(총구로 쿡쿡 찌르며) 뒤로 돌아, 새끼들아.
겁에 질려 바르르 떠는 인민군들
주춤주춤 뒤로 돈다.
진태 니들도 똑같이 뒈져 봐야 돼
임일병, 총구로 머리 통 치며
임일병 돌아, 안돌아!
뒤로 돌란 말야 새꺄!
엉거주춤 서 있는 엉덩이를 깐다.
인민군들 사이, 반울음 섞인 소리
“사, 살려 주세요... 제발, 살려 주세요”
아랑 곳 않고 불 뿜는 진태와 임일병의 총구
돌아선 채 퍽퍽 쓰러지는 인민군들
무표정하게 지켜보는 허중사, 소대원들
차마 보지 못하고 고개 돌리는 진석
# 75. 탄광 촌
탄광초입 갈대 숲
휴-우-욱! 숲 위를 훑고 지나는 화염(화염 방사기)
순식간에 불길 솟구치며
숨어 있던 인민군들, 불 털어내며 도망친다.
주위 둘러싸며 거침없이 밀고 가는 진태, 소대원들
하나같이 적의에 찬 눈빛
타타타탕!
불길 속에 쓰러지는 인민군들
/터널 갱도 입구. 한 더미 민간인 시체
시체를 지나 입구에 붙어서는 진태
연이어 수류탄 두 발을 갱도 깊숙이 밀어 넣는다.
텅텅! 공명되어 울리는 폭발음
인기척 없자 신호 보내는 진태
작동하는 화염 방사기, 거대한 불길이 갱도 내부를 파고 든다.
잠시 후, 온몸에 불 붙은채 비명 지르며 뛰쳐 나오는 인민군
총 겨눈 채 지켜보는 진태, 소대원... 진석
갱도 안 절박한 소리
“살려 주세요. 항복! 항복입네다!”
멈추는 화염 방사기
콜록콜록 짙은 연기와 함께 밖으로 손들고 나오는 인민군들
모두 피골 상접한데다 nf까지 그을려 거지 꼴
진태, 한 놈 잡아 끌며
진태 안에 몇 놈 있어?
인민군 (공포에 질려) 다, 다섯 명이 답네다.
제발 살려 주시라요.
진태 (시체 쪽) 니들이 죽였지?
인민군 아, 아닙네다. 우리 올 때부터 죽어 있었시오!
진태 (총구 들이대며) 한번 더 헛소리하면 죽는다.
니들이 죽였지?
인민군 정, 정말 아닙네다. 우리가 안 죽였시오!
이때 뒤에서 들리는 소리
진석 (E) 용석아!
다가가는 진석
맨 뒤 잔뜩 겁먹은 용석 (구두닦이)
용석 (진석 보고) 형!
덥석 손 잡는 진석
울음이 북 받치는지 울컥하는 용석
진석 어떻게 된거야?
용석 (훌쩍이며) 의용군에 끌려 왔어요. 투항하면 죽인다길래
진석 이제 괜찮아, 울지 마
수통 뚜껑 열어준다.
벌컥벌컥 물 들이키는 용석
무전병 보고 할까요?
철컥, 총 장전 하는 진태
임일병도 알아서 노리쇠 당긴다.
진석 ...?
진태 교전 중에 전원 사살한 걸로 해
진석 (기막힌)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진태 데리고 가봐야 짐이야
진석 용석이야, 형이 데리고 있던 용석이라고!
진태 내 눈엔 빨갱이 다섯 놈만 보여
용석 진태 형! 저 용석이에요!
진태 딱쇠 용석인 알아도 양민 학살하는 빨갱이 새끼는 아는 놈 없어
총 쏠 기세
용석 (간절한) 형! 우리 빨갱이 아녜요!
진석 강제로 끌려 왔다 얘기 했잖아!
진태 (진석) 비켜!
진석 (시체 가리키며) 저 사람들 니들이 죽였어!
용석 아니야 형! 우리가 안 죽였어! 정말 아냐!
진석 제발 진정해! 얘들이 죽인 게 아니래잖아!
진태 저 새끼들 말을 믿어!
임일병 풀어 주면 바로 등 뒤에서 총 쏠 놈들이야!
진태 어서 비껴!
용석 형!
진석 안돼!
진석 밀어 내는 임일병
용석 진태 형!
포로들 살려 주세요
다리 붙들고 사정
걷어차는 임일병
진태 눈 감고 머리 숙여!
용석 형!
진석, 임일병 뿌리치며
진석 그래, 그래. 쏴, 쏘라구!
무장 안한 포로들 사살했다고 본대에 보고 하겠어
진태 ... !
진석 뭐가 달라!
죄 없는 민간인 학살하는 빨갱이랑 뭐가 달라!
다 똑같애.. 다 똑같애!
임일병 ... !
진태 노려보는 진석
진석 (눈물 글썽) 쏴! 씨팔 왜 안쏴! 쏘라구!!
진태 .....
쥐 죽은 듯 진석 보는 소대원들
# 76. 설원 고지 일대
/퍼퍼퍼펑!!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105미리 야포들
쉴 틈없이 불을 뿜어댄다.
포 탄피가 탄광석탄 만큼이나 쌓여 있다.
/눈 덮인 고지능선에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포탄
뒤집어지는 참호
도망치는 인민군들, 분수처럼 치솟는 눈발, 흙더미...
함성과 함께 치달아 올라오는 국군 병사들
제일 선두에 소총에 태극기 묶고 돌진하는 진태 모습 보인다.
하얀 눈밭을 뒤 덮는 시뻘건 선혈들
도망치다 거꾸러지는 인민군들
뒤쫓아 달려오는 진석
가슴 움켜쥐고 맥없이 주저 앉는다.
심장 압박이 오는 듯 가쁘게 숨 몰아 쉰다.
그러나 스스로 진정 시키려고 안간힘
고지 향해 달리는 진태
숨 몰아쉬며 보는 진석
(흐릿한 시야 사격하며 달리는 진태, 그 뒤로 임일병, 허중사, 양주사...
휘날리는 태극기
반격하며 도망치다 나뒹구는 인민군
총 쏘며 정상 향해 달리는 진태
부대기 든 병사, 총 맞고 쓰러지자 깃발 들고 달린다.
어느새 철모 스친 총탄에 얼굴은 피 범벅
아랑곳 않고 달리는 진태
(부감) 고지 너머 사방으로 흩어져 도망치는 인민군들
이윽고 고지 오르는 진태, 힘껏 부대기 꽂는다.
잔뜩 흥분된 얼굴, 턱 아래로 피가 뚝뚝 흐른다.
와--! 요란함 함성
같이 기뻐하는 허중사, 임일병, 양주사
펄럭이는 부대 깃발
멀리 진태 모습 보고 있는 진석.
# 77. 숙영지/ 대대 막사
눈이 올듯한 잿빛 하늘
막사 아래 소대원들, 고물 라디오에 귀를 바짝 대고 있다.
아나운서 (잡음 섞인) 공산 괴뢰 도당은 한만 국경을 넘어 속속 패주하고 있습니다.
국군 6사단은 압록강변 초산까지 진격하는 한편 맥아더 원수께서는 UN군 전 부대의 신속한 국경 이동을 명령하셨습니다.
야호--! 소대원들 격해져서 서로 손 맞잡고
부둥켜 안고 기뻐한다.
임일병 꼬라지들 좋다 괴뢰군 새끼들
양주사 전쟁이 끝나긴 끝날 모양입니다.
허중사 좀 더 지켜봐야지
소대원 1 (임일병에게) 고향 가면 뭐 할거야?
임일병 배나 타야지 뭐 하겠어.
기분 내키면 오징어나 한 축 보내줄게
소대원 2 전쟁 끝나면 고물 장사도 짭짤할텐데, 양주사 어때?
양주사 자네나 돈 많이 벌게나 난 땅이나 파먹고 살랜다.
허중사 이하산 뭐할거야?
총기 수입중인 진태, 돌아 본다. 이마에 붕대
이때 쏜살같이 신문 들고 달려오는 소대원
소대원 이하사님! 이하사님!
진태 앞에 국방신문 펴서 보여준다.
대문짝만한 진태 사진과 함께 헤드라인
“낙동강 승리 주역, 이진태 하사, 형제가 호국전선에 ~”
감탄하며 한마디씩
양주사 사진 잘 ! 자왔네
임일병 이하사님 고향 가면 안되겠네요
이번 기회에 콱 말뚝 박아 버리세요
소대원 3 (경상도) 야, 이기 바로 전쟁 영웅 아입니꺼
허중사 신문 잘 챙겼다가 고향 가면 잔치 한번 해야겠다.
조금 떨어진 곳
보급품 받아 옷 갈아 입고 있는 진석, 소대원들 소리 신경이 쓰이는 듯
(E) 여기 동생 얘기도 나왔네
형제가 호국전선에... 백척간두에 처한 조국 위해
동생 이진석 이병과 자원 입대~
불쑥 일어나 나가는 진석
# 78, 숙영지 일각
임시 화장실 작업장, 작업중인 용석과 포로들
진석 다가 온다.
용석 (밝게) 형!
건빵 두 봉지 던져 주며
진석 먹고 해라
신나해 하는 용석, 한봉지는 동료들 던져주고
바닥에 털석 주저 앉는다
진석 (같이 앉으며) 아픈데 없니?
용석, 봉지 뜯어 우걱우걱 씹지도 않고 삼킨다.
진석 천천히 먹어
용석 (끄덕끄덕)
진석 .. 진태 형 다른 사람 같애, 너무 많이 변했어
진석 ...
용석 아줌마는 잘 계셔. 영신이 누나랑 애들도 잘 있구
진석 (너무 반가워) 그, 그래? 건강하셔?
서울엔 언제 오셨어?
용석 형들 군대 간 담에 바로
혹시 군에서 나오면 형들이 집으로 올 거라고
밀양 안가고 돌아오셨대.
나보고 많이 우셨어, 형들 생각이 나셨나 봐
진석 (짠해져 말 돌린다) .. 가게는..?
용석 인민군들 등쌀에 할 수가 있어야지
아줌마도 부역 나가야 하는데
형들한테 영향 있을까봐 끝내 안 하셨어
대신 영신이 누나가 아줌마하고 동생들 챙기느라 고생 많았어.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부역 나가고 인민대회 같은데도 가고, 아마 배급 나오는데는 다 쫓아 다녔을거야
진석 (끄덕) 그랬을거야, 영신이 누난...
용석 지금은 다시 장사하시겠지
빨리 가서 아줌마 말아주는 국수나
한 그릇 먹었으면 좋겠다.
진석 ...
# 79. 숙영지/소대 막사
숙영지 저녁 전경
깨진 유리 조각보며 면도하는 병사
동료 머리 깎아주는 병사
큰 길따라 이동중인 미군 트럭에서는 캐롤송 흘러 나온다.
카메라 다운해 보면 막사 한 곳
램프불 아래 편지 쓰고 있는 진석
또박또박 써내려 가는 글씨, 일렁이는 램프불
‘보고 싶은 어머니께...’
저만치 요란스레 달려오는 진태
헉헉대며 진석 앞에 멈춰선다.
잔뜩 흥분한 상태
진태 진석아.. 됐어, 이제 됐어!
나 태극훈장 준대
내일 사단장님이 직접 와서 줄거래
넌 이제 집에 갈 수 있어
진석 ...
진태 (부산한) 엄니가 어디 계신지부터 알아봐야 겠구나
진석 서울집에 와 계신대. 용석이가 얘기해 줬어
진태 그래? 그래 다행이다. 잘 계신대?
이번에 가자마자 임시 학교부터 다시 다녀
대학 시험 준비 해야지
그동안 공부 많이 못했잖아.
진석 난 안가,서울 수복때 이미 얘기 했잖아.
진태 ... !
진석 전쟁 끝나기 전엔 안 가
가려거든 형이나 가
진태 왜그래, 너..?
이런 기회 두 번 다시 안와
진석 형은 가책도 안돼
영만형에게 미안하지도 않아?
대좌 잡은건 형이지만 형을 구한 건 영만형이야.
그렇게 받은 훈장으로 날더러 집에 가라고?
진태 누구 땜에 어떻게 훈장을 받든 그딴 건 관심없어
너만 가면 돼
진석 난 안가니까 형이 가
진태 고집 피지 마
진석 지금 엄마나 영신누나 도울려면 형이 더 필요해
진태 (버럭) 너 대학 안 갈거야?
진석 지금 그딴 게 무슨 소용이야!
퍽! 주먹 날리는 진태
진석 ...!
진태 ..훈장 받으려고 목숨 걸고 뛰었어.
널 위해 싸웠다고.
형 죽고 싶어 환장한 놈 아냐
걸어가는 진태
미동없이 서 있는 진석
# 80, 숙영지 공터
공터를 가득 메운 대대원들
단상 앞의 진태, 대대장이 시상 내용을 읽고 있다.
대대장 하사 이진태
위 병사는 평소 투철한 충성심으로 타의 모범이 되었으며 평양 전투 및 다수의 전투에서 혁혁한 무공을 세웠기에 그 공로를 치하하며 태극 무공 훈장을 수여합니다.
1950년 11월 1일 대통령 이승만 대독
진태 ,,,,!
대대장 대통령 각하를 대신해 사단장님께서 훈장을 수여한다.
훈장 들고 진태 앞으로 다가오는 사단장
의외로 담담한 표정의 진태
사단장, 진태 가슴에 훈장 달아준다.
셔트 누르는 종군 기자들
약식 군가 연주와 함께 우뢰 같은 박수 쏟아진다.
사단장 손 내밀자 악수하는 진태
진태 하사 이진태!
사단장 잘 싸웠다. 통일의 순간까지 군의 모범이 되기 바란다.
진태 ... 네!
썩 흔쾌하지 않은 대답
허중사,임일병, 양주사, 누구보다 더 크게 박수친다.
가만히 보고 서 있는 진석
# 81. 동 공터 일갈
군복 갈아 입고 있는 진태, 진석
진석, 못마땅한 얼굴
기자들 옆 의자에 앉은 사단장
사단장 이왕이면 철모도 바꿔, 너무 낡았어
소품통에서 철모 고른다.
사단장 이번 호 전우신문 제목이 뭐라 그랬지?
부관 통일의 형젭니다.
사단장 장관님께서도 특별히 관심 갖고 있으니까 잘 좀 찍어봐
기자 1 자, 두 사람 바짝 붙으세요
철모 고쳐쓰며 엉거주춤 서는 진태, 진석
기자 2 활짝 좀 웃어 보세요
부관 잠깐만요, 태극기 좀 걸구요
진태 총에 태극기 건다.
기자 3 자,자 찍습니다. 웃어요, 웃어!
웃으려고 애쓰는 진태, 진석
두 사람 어정쩡한 표정위로 펑펑 터지는 후레쉬
# 82. 동 대대 장교 막사
조촐한 축하 자리, 진태와 대대장을 비롯한 장교들
서로의 잔에 곡주 따른다.
대대장 자, 오늘 이진태 하사의 훈장수상을 다시 한번 축하하며
건배!
일동 건배!
진태, 잔 부딪히며 들이킨다.
대대장 필요한 게 있음 언제든지 얘기하게
우리 대대 보물인데 아쉬운 게 있음 안되지
진태 (기회다 싶어) 일전에 말씀드린 대로
동생을 제대시켰으면 합니다.
대대장 그 얘기 낮에 사단장님께 말씀 드렸다가
내 모가지 날아 갈 뻔 했네
진태 (당황스런)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대대장 허, 이친구 생각보다 답답하구만
최고의 전쟁 영웅답게 행동하란 얘기지
진태 제가 제대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대대장 훈장 받은 건 자네지만
다음 호 전우 신문 특집도 자네 형제잖아.
자네들은 우리군의 모범이고 얼굴이야
문제 생기면 우리 군의 사기가 뭐가 되겠나?
진태 (점점 안색 굳으며) 저희들이 왜 그런데 신경써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전 군 사기를 위해 싸운게 아닙니다.
대대장 물론 자신과 국가를 위해 싸웠겠지.
진태 그딴 건 애초부터 안중에도 없었습니다.
당혹감에 붉으락푸르락하는 대대장
대대장 허, 유머도 아주 훈장감이구만
진태 농담하는 거 아닙니다.
약속대로 제 동생 제대시켜 주십시오
대대장 대신 사단에서 장교 보직을 권했네
자네가 원하면..
진태 전 구두 닦던 놈입니다
다시 종로 가서 구두 닦을 겁니다.
이때 바쁘게 들어서는 상황병
상황병 대대장님, 사단에서 긴급전문입니다!
대대장 무슨 내용이야?
상황병 음어로 왔습니다
대대장 새끼야 그럼 해독해서 보고해야 될 거 아냐
상황근무 첨 서는 거야?
상황병, 음어함에서 쪽지 꺼내 상황판 쪽으로
대대장 어쨌건 사단장님이 안된다고 한 이상 어쩔수가 없네
진태 사단장님 만나게 해 주십시오
대대장 (버럭) 안된다면 안되는거야!
진태 왜 안된다는 겁니까, 저하고 약속하셨잖아요!
대대장 그때하곤 상황이 다르잖아!
자네 형제는 이미 ..
진태 언제 우리가 신문 내달라 했습니까?
적어 준 쪽지대로 앵무새처럼 읽은 거 밖에 더 있습니까?
대대장 너 그따위 밖에 말 못해!
이때 뒤에 서 있는 중대장
중대장 대대장님
대대장 그 정도 알아 듣게 얘기 했으면..
상황판으로 시선이 간다.
써내려가고 있는 상황병
“중공군 개입. 즉, 시, 전, 원, 철 수
명, 일, 09시, 제, 2, 집, 결, 지,
명, 령, 대. 기, 바, 람“
두 눈 휘둥그레지는 대대장, 빠르게 입구 쪽으로 이동하며
대대장 전 대대원들 지금 당장 퇴각 준비 시켜!
각 중대장 소대장, 참모들은 대대 막사로 집합해!
부관 네, 알겠습니다.
다급해진 진태, 서둘러 따라 나간다.
# 83. 동 막사 밖
막사 밖으로 나오는 대대장
입구에 서 있는 진석을 비켜 지난다.
대대장 (부관에게) 기밀 문서부터 챙기고
지휘부부터 빠져 나간다.
특별지시 있을 때까지 유선으로 상황 지시 하지마!
뒤 따라 나온 진태
진태 제발 부탁드립니다.
보내 주십시오.
대대장 자네 지금 정말 제정신이야!
중공군 새끼들 쳐내려 와서 다시 전쟁 시작된거 봤잖아.
이 판국에 동생 제대 시켜 달란 말이 나와!
진태 제가 직접 사단장님 만나겠습니다.
대대장 안된다면 안되는 줄 알아!
진태 제발 부탁합니다!
대기 중인 지프에 오르며
대대장 그만해!!
진태 대대장님!!
대대장 (혼자말) 저런 새낄 태극무공훈장을 주다니...
붕 떠나는 지프. 진태 차꼬리 붙들고 달려가며
진태 대대장님 제발!
대대장 (보지도 않고) 어서 꺼져!
진태 (가슴에 훈장 북 -- 뜯어내며) 그래, 난 이딴 무공훈장 필요없어! 내 동생 보내달란 말이야!
더욱 속도 내는 지프. 매달린채 질질 끌려가는 진태
진태 ... 보내줘! 왜 약속 안 지켜! 내 동생 보내줘!! ...
냉담하게 냅다 내빼는 지프
결국 차에서 떨어져 땅바닥에 뒹구는 진태
팔과 무릎이 까지고 온통 흙투성이 ... 흐느적대며 일어선다.
진태 ... 보내 주기로 했잖아! 보내 주기로...
넋빠진 듯 비틀거리며 돌아 선다.
시선 마주치는 진태, 진석
# 84. 소대 막사
막사 주위로 요란한 엔진 시동 소리
트럭들 시커먼 연기 뿜어내고 병사들의 부산한 움직임
막사 걷고 화약과 보금품들 서둘러 싣는다.
더욱 가까워진 포성
막사 사이사이 질주하는 지프
중대장 시간 없다! 빨리 빨리 서둘러!
군장 꾸리는 진태 소대원들
소대원 1 씨팔, 다 된 밥에 코 빠졌네
양주시 새해 떡국은 고향에서 먹나 했더니..
임일병 (총으로 바닥치며)
정말 이렇게 허무하게 도망치는 겁니까!
허중사 잔말 말고 빨리 군장이나 챙겨!
막사 뒤켠 꼼짝 않고 돌아 앉은 진태
허중사 이하사 뭐해! 어서 짐 꾸려!
진석, 진태 군장과 총 들고가 그 앞에 놓는다.
마지못해 주섬주섬 챙기는 진태
# 85. 숙영지 부근 길 /야산 근처
무섭게 쏟아붓는 포탄들
주변 나무들을 아작낸다.
진태 소대원들 밭을 따라 도주중이고
아래 큰 길로는 다른 부대원들과 각종 차량들이 바쁘게 빠져 나간다.
허중사, 용석과 포로들이 조금 처져서 따라 온다.
임일병 (돌아 보며) 니미, 저 새끼들 어디까지 데려 갈 겁니까?
쫓기는 마당에 아차하면 당해요
대꾸없이 달리는 진태
바로 뒤에서 한 발 터진다.
몸 날려 피하는 허중사와 포로들
서로 확인하며 다시 달리는 소대원들, 순간 탕!
일어서는 허중사의 권총을 뺏어 쏘는 포로 1
머리에 피 뿜고 쓰러지는 허중사
냅다 뛰는 포로 1, 야산 쪽으로 도망친다.
임일병 저 새끼 잡아!
당황하는 용석
소대원 1, 2, 총쏘며 뒤쫒는다.
반격하며 필사적으로 내 빼는 포로 1
허중사 향해 달려온 진태
진태 허중사님! 허중사님!
철모 아래로 피만 고여 흐를 뿐
이번엔 앞쪽이다. 쾅! 달려오던 임일병이 포염속으로
우두두 쏟아지는 파편들
진태, 간신히 고개 들어 보면
한쪽 손목과 무릎 아래가 날아간 임일병, 기어오며
임일병 (부르르) 이 새끼들, 이 새끼들, 다 죽여야 돼
... 내 손, 내 손 어디갔어, 씨팔!
바로 옆 비명소리 아악!
소대원 3의 목에 칼 들이댄 포로 2
너무 흥분한 나머지 이미 반쯤 찔렀다
포로 2 가까이 오지 마, 오지 마!
총 겨누는 진태, 양주사, 소대원들
임일병 (눈 뒤집혀) 뭐해 씨팔! 싸그리 다 죽여 버려!
어쩔줄 모르는 용석, 포로 3, 4
탕! 이미 소대원 3의 목을 다 찔러 버린 포로 2
소대원 3과 함께 쓰러진다.
다시 총 겨누는 진태, 탕! 탕!
연이어 피 뿜고 튕겨져 나가는 포로 3, 4, 너무 짧은 순간
하얗게 질리는 용석
앞쪽으로 달려 나오는 진석
진석 안 돼
용석 (절박한) 혀엉...
탕! 가차 없이 방아쇠 당기는 진태
얼굴에 피가 튄다.
형을 부른 얼굴 그대로 허물어지는 용석
입을 다물지 못하는 진석
진석 .. 용석아
이내 숨 거두는 용석
일그러지는 진석, 더 이상 울분 참지 못하고
일어나 진태에게 달려간다.
가로막는 양주사
진석 놔! 이것 놔! 놓으란 말이야!
미친 듯이 발광한다.
있는 힘껏 부둥켜 안고 저지하는 양주사
양주사 진정해, 진정해!
진석 어떻게, 어떻게 용석일 ...
표정 없이 음찔 떠는 진태
진석 (더욱 거친 몸부림) 이것 놔! 이것 놔!
제발 좀 놓으란 말이야!
다시 쾅! 그들 뒤에 꽂히는 포탄
소대원들 다시 앞 다투어 달린다.
소대원 4. 임일병을 들어 소대원 5의 등에 업힌다.
진석도 양주사와 소대원 6의 완력에 어쩔수 없이 끌려 간다.
가면서도 끝까지 버팅기며 소리친다.
진석 어떻게 이럴 수 있어!
.. 어떻게 이럴 수 있어!
한 걸음 한 걸음 뒤 따라 달리는 진태
# 86. 퇴주로 1
달리는 트럭 안
빵빵 여기저기 혼잡한 크락숀 소리
임일병을 비롯한 중상자들,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려 누워 있고
그 사이사이에 껴서 앉은 병사들
혹독한 추위에 눈썹마저 하얗게 얼어 웅크리고 있다.
임일병의 잘린 팔을 받치고 있는 양주사
임일병 (중얼).. 니미, 이렇게.. 도망만 가면 어떡해..
환자들 신음 소리, 표정 없이 허공에 시선 둔 진태
조금 떨어진 진석, 질끈 어금니 깨물고 밖만 보고 있다.
크고 작은 보따리 하나씩 껴안고 종종 걸음치는 가족
포대기로 아기 업은 소녀, 끈으로 묶은 찢어진 고무신
카메라 빠져 보면 길을 중심으로 좌우 논밭을 가득 메운 피난 행렬
걸을 수 있는 곳이면 다 사람들로 차 있다.
마치 땅을 뒤덮은 거대한 물결처럼 걸음들을 재촉한다.
계속되는 포성
# 87. **역사 앞
피난민들로 인산인해
곧 출발할 듯 요란하게 울어대는 기적소리
역사 한 곳 거지꼴에 가까운 군인들, 확성기 든 장교의 지시를 듣고 있다.
장교 13연대는 내일 18시까지 제 3 집결지로
5연대와 8연대는 11일 18시까지 제 5 집결지로!
지정 집결지에서 부대 재편성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적 공격을 피해 모든 병사는
최대한 산개해서 이동하기 바란다.
진태, 진석, 양주사 모습 보인다.
장교 지금부터 해당 집결지 향해 출발한다.
부대 해산!
웅성대는 부대원들
소대원 1 이러다 다시 낙동강까지 가는거 아냐?
양주사 (너덜너덜 군화 보며)
결국 이꼴로 서울까지 밀려 가는구만
소대원 2 이제 각자 알아서 가는 건가?
이때 그들 옆으로 다가오는 중년 아낙, 남루한 차림
아낙 (사진 보이며) 저 혹시 김수동이라고 모르십니까?
9사단인가 어디로 갔다고 하던데.
소대원 1 (사진 보며) 모르겠는데요
소대원 2 저희는 1사단이에요.
아낙, 지나치며 그 옆 다른 무리로
아낙 김수동이, 김수동이 아세요?
보고 있던 진석 먼저 광장쪽으로 걸음 옮긴다.
그 위로
(E) 양이병! 의료 호송반에서 찾아!
# 88. 동 역 광장
역 광장을 질러 오는 진석, 뒤 따라오는 진태
소대원들도 이동 시작한다.
철로 쪽으로 끊임없이 몰려드는 피난민들
열차는 이미 초만원
승강구 쪽은 물론이고 지붕까지 시루처럼 촘촘히 박혀 있는 모양이
가히 진풍경이다.
서로 떨어지지 않으려고 끈으로 묶고 이불로 감고 단단히 채비를 한다.
얼핏 보며 걸음 재촉하는 진석, 무슨 생각에선지 걸음 빨라진다.
모닥불 쬐는 피난민 가족
우유죽 배급을 받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
어린 아이들, 한 곳에 쪼그리고 앉아 깡통 후후 불며 우유죽을 들이킨다.
이들을 지나 대로 쪽 향하는 진석
# 89. 역 앞 길
길 옆에 즐비한 의료 차량들, 환자들을 옮겨 싣고 있다.
임일병 태우고 돌아서는 양주사
피난 행렬 사이 뛰어 오는 진석 본다.
양주사 (손 들어 다가가며) 이이병! 같이 가!
진석 집결지에서 뵐 게요
양주사 어디 가?
진석 잠깐 들릴 데가 있어요
양주사 (걱정스런) 늦지 않게 조심해!
벌써 저만치 앞서가는 진석, 인파속으로
뒤이어 달려온 진태, 양주사 발견하고
진태 진석이 못 보셨어요?
양주사 (방향 가리키며) 방금 갔어요, 어디 들릴 데 있다고.
놓칠까 서둘러 달리는 진태
# 90, 역 근처 길
제각기 흩어져 이동중인 병사들, 피난민들
달리는 진석
그 뒤로 허연 연기를 뿜어내며 움직이기 시작하는 열차
삐이익 --!!
뒤쫒아 달리는 진태
진석 발견하고 바로 뒤까지 쫒아온다.
그들과 나란히 달리는 피난민 열차
진태 각자 산개해서 이동하란 말이
집에 들러도 좋다는 뜻은 아냐
진석 (달린다)
진태, 어깨 잡고 세우며
진태 내 말 들어
진석 (거친 호흡, 빤히 본다)
진태 개별 행동은 위험해, 다른 대원들과 같이 움직여
진석 .. 나 막지 마
무슨 일 저지를지 모르니까
진태 ... !
진태, 비껴 지나며 다시 달린다.
잠시 멈춰서서 보는 진태
# 91. 집으로 가는 길
삭막한 바람 부는 시골길
걷다 뛰다를 반복하며 오는 진석
지칠 대로 지쳐 있지만 굽히지 않고 달린다.
멀리 대로 쪽으로는 피난 행렬 보이고
진석은 마을로 연결된 고개를 넘고 있다.
뒤 따라 오고 있는 진태
# 92. 동네 내려다 보이는 언덕
기진맥진 달려 온 진석, 언덕 끝에 멈춰선다.
언덕 아래 보이는 마을 전경
표정 바뀌는 진석, 옅은 미소
만감이 교차하는 듯
진태도 잠시 서서 마을 내려다 본다.
먼저 서둘러 내려가는 진석
# 93. 동네 어귀
동네 어귀는 피난 짐 지고 나오는 사람들로 북적댄다.
하나 같이 근심 가득한 얼굴
진석, 조급해진 마음에 걸음 빨리한다.
같이 걷는 진태
큰 나무 아래
시동 걸고 대기 중인 트럭 주위로 시끌시끌
지나다 기웃하며 보는 진석
완장 찬 청년단원 1, 할아버지 뻘 되는 노인을 질질 끌고 온다.
철사줄에 묶인 노인, 바닥에 뭉개며 버티자 사정없이 뺨 후려친다.
너무 극한 상황에 눈물 쏟는 노인
대기 중이던 청년단원들, 노인을 번쩍 들어 짐칸에 팽개치듯 던진다.
제법 많은 사람들이 짐칸에 다닥다닥 겁에 질려 쪼그리고 앉아 있다.
차에 오르는 (소총 든) 방첩 대원들과 청년단원들
무심코 그쪽 보고 있던 진석, 당혹감에 표정 굳는다.
짐 칸 사람들 사이 상기된 표정의 영신 발견한다.
진석 (놀라) ..여, 영신이 누나
그 소리에 두리번 보는 진태
멈칫 돌아보는 영신
출발하는 차
영신 (휘둥그레져서) 진석아!
차 쪽 보는 진태도 영신 발견한다.
트럭 쫓아 뛰는 진석, 진태
진석 누나! 누나!
영신 밖으로 고개 내밀려 애쓰며
영신 석아! 진태씨!
달리는 트럭, 진석 진태 애써 달려 보지만
이내 모퉁이 돌아 저만치 멀어지는 트럭
진석, 곧바로 되돌아와
주변 구경하던 사람들에게 다가 와
진석 (다급한) 저 트럭 어디로 가는지 아세요?
구경꾼 방첩대로 끌려간대지, 아마...
진석 (이해 할 수 없는) 방첩..대요?
# 94. 방첩대 정문
숨이 턱에 닿도록 달려오는 진태, 진석
진태, 샛문 박차고 들어가려는데 막는 초병
초병 무슨 일입니까
진태 비껴!
초병 (몸으로 막으며) 지금은 못 들어 갑니다.
주먹으로 초병의 턱 강타하는 진태
나가 떨어지는 초병
거침없이 달려 들어가는 진태, 진석
# 95. 방첩대 마당
안으로 들어선 진태, 진석 다급히 주위 살핀다.
철수 준비로 바쁘게 움직이는 방첩대원들
서류 상자며 무전기 등 끄집어 내와 트럭에 싣는다.
타타탕-- 섬찟하게 울리는 총성
흠칫 놀라는 진태, 진석
총 소리 나는 방첩대 뒤쪽으로 달려간다.
후미진 방첩대 뒷 건물
조금전 트럭도 보이고 건물 밖으로 바삐 끌려 나오는 민간인들
총 든 청년단원들 감시 속에 속속 뒤편으로 향한다.
아찔하여 서둘러 달리는 진태, 진석
# 96. 방첩대 건물 뒤
무릎 꿇고 고개 숙인 사람들
발사되는 총구, 타타탕 --!
아래 구덩이로 푸대자루처럼 굴러 떨어진다.
겹겹이 쌓인 시체들
청년단장 (명단 보며) 강기수, 배경오, 이정자, 정국섭, 김영신
한 곳에 몰려 바들바들 떠는 민간인들
청년단원들, 호명된 사람 끌고 나간다.
하얗게 질려 끌려 나가는 영신
영신 (사람들과 같이 버팅기며) 안돼, 놔, 이것 놔, 이런 법이 어딨어. 내가 뭘 잘못 했는데
몸을 비틀며 저항하자 머리 채 쥐어 잡는 청년
영신 (질질 끌려가며) 놔! 이것 놔!
청년 단원들, 호명자의 다리 걷어 차며 바닥에 꿇어 앉힌다.
영신도 강제로 꿇어 앉힌다.
이때 두 발의 총성
멈칫 놀라 돌아보는 청년단장, 단원들
달려온 진태, 진석, 그들 향해 총구 겨눈다.
영문 모르고 당황하는 청년단원들
영신 .. 진석아!
뒷걸음쳐서 다가가는 진석
얼른 영신 부축해 일으켜 세운다.
진석 누나 괜찮아?
영신 (파르르 떨며 끄덕끄덕)
진석 어떻게 된거야?
영신 나도 뭐가 뭔지 모르겠어.
엄니는 국수 사러 가고 난 동생들 밥 차려 줄려고 집에 오는데 갑자기 잡혀 온 거야.
진태, 총 겨눈 채 뒤쪽으로 오며
진태 괜찮아, 이제 집에 가면 돼
어느새 총 겨누고 뒤 쪽 막고 있는 방첩 대원들
청년단장 나라 법에 따라 적색 용공 분자를 처단하는 중이다.
괜한 말썽 피우지 말고 총 치워
진태 니들이 무슨 짓하건 관심 없어
이 여잔 내가 데려간다.
청년단장 빨갱이 편들다 같이 죽고 싶어?
진태 누가 빨갱이야?
청년단장 김영신, 23세, 1950년 6월 23일 국민 보도 연맹 가입
스스로 빨갱이라고 서명까지 했어!
영신 보리쌀 준다길래 이름만 썼지
난 보도 연맹이 뭔지도 몰라
청년단장 인공 시절에 부역만 35회, 인민대회 5회,
인민 노력 봉사, 자원 봉사만도 10회가 넘어
영신 그럼 굻어 죽어요?
배급쌀이라도 타 먹어야지
인공 때 나라에서 우리한테 쌀 줬어요?
우리가 무슨 잘못이야
청년단장 긴 말 할 것 없다
(진태, 진석) 너희 둘 여기서 나가
아님 다 같이 죽는다.
진태 빨갱이들 죽였어도 니들보다 열배 백배 더 죽였어
손 끝 하나 건드리면 다들 죽을 줄 알아
서로 총 겨눈 채 팽팽한 긴장
이때 후다닥 뒷문 향해 도망치는 사내
청년단원 1 멈춰!
탕! 총구 돌려 쏘는 단원 2
그틈에 (잡혀 온) 청년 1, 단원 2 덮치며 총 뺏으려 몸 싸움
당황하는 청년단원들
기회다 싶어 와 -- 일어나 단원들과 몸싸움 벌이는 (잡혀온) 사람들
진태와 진석도 개머리판으로 까며 엉겨 붙는다.
청년단원들과의 집단 난투극
혼란 틈 타 도망치는 사람들
놓치지 않고 쏘는 청년단원
안절부절 어쩔줄 모르는 영신
내리치는 개머리판을 피해 뒤통수 까는 진태
서로 뒤 엉켜 주먹 날리는 진석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져 나온다.
뺏은 총으로 청년단원 쏘는 청년 2
허나 곧바로 다른 단원에 의해 총 맞고 쓰러진다.
합세한 방첩대, 엉겨 붙은 남자의 등을 찌르고 곤봉으로 머리를 깐다.
탕탕 --!!
담을 타고 기어오르는 여자의 뒷머리가 터지고 피투성이 되어
땅바닥 기는 노인의 가슴에서 피가 솟구친다.
인정사정 없이 잔인하게 짓밟는다.
몸싸움에 부딪혀 쓰러지는 영신
바로 뒤에서 개머리판으로 영신 내리 찍는 방첩대원
몸 날려 막는 진태
서로 뒹굴며 구르는 두사람
허리춤에서 대검 빼낸 진태, 상대의 허벅지를 찌른다.
비명 지르며 나가 떨어지는 방첩대원
진태, 달려 영신의 손을 잡고 일으켜 세운다.
순간 얼음처럼 차가운 총성
진태, 얼굴에 피가 흩뿌려지며
손 잡은 영신, 맥없이 무너진다.
진태 손에서 떨어져 나가는 영신의 손
영신 보는 진태
몸싸움하다 영신쪽 보는 진석
바닥에 쓰러지는 영신
다시 총 겨냥하는 청년단장
가까스로 먼저 총 쏘는 진석, 탕!
어깨를 관통하며 청년단장, 총 놓친다.
진석 다시 쏘지만 총알 없자
눈이 뒤집혀 미친 듯이 달려가 얼굴 들이 박는다.
나뒹구는 청년단장
위에 올라탄 진석, 두 눈 뒤집혀 머리채를 바닥에 대고 찍고 또 찍는다.
영신 부둥켜 안는 진태
진태 ..영신아..
영신 (미소 띠려고 애쓴다)
진태 .. 이렇게 죽으면 안돼
.. 영신아, 내 말 들리지?
시뻘겋게 저고리 적시는 피
손으로 가슴 막는 진태, 미쳐 터질 것 같다.
영신, 자신의 두 손으로 힘겹게 진태의 손을 잡는다.
진태 영신아..!
영신 (눈물 가득 차올라) 살아와서 다행이다.
.. 얼굴 봐서.. 됐어.. 우리 동생들...
말을 채 못 잇고 파르르 떨던 손의 떨림이 멎는다.
울먹이며 달려오는 진석
진석 누나.. 누나!
죽어 있는 영신 확인한 진석
믿기지 않는 듯 고개 절래절래 흔든다.
영신을 꼬옥 끌어 안는 진태
그 사이 양 옆으로 나타난 방첩대원들
목에 로프를 걸어 뒤 팔을 묶고 결박한다.
몸부림치며 발악하는 진석
얼굴을 땅에 쳐 박고 단단히 줄을 죈다.
멍한 진태, 몸을 내 맡긴 채 잡아 끄는데로 끌려 간다.
영신의 시체 끌고 가는 청년단원들
트럭 쪽으로 끌려가며 영신 쪽 보고 또 보는 진태
버둥대며 오열하는 진석
진석 누나..!!
시신들을 구덩이 쪽으로 모은다.
구덩이 속으로 던져지는 시체들
진석 .. 누나아!!
절규하는 진석
끌려가며 끝까지 영신 쪽 보는 진태
# 97. 집결지 창고 (밤)
포로들이 갇혀 있는 침침한 창고 안
힐끗힐끗 보는 까까머리 인민군들
한쪽 귀퉁이, 바닥에 웅크리고 앉은 진태, 진석
감정 참으려고 애쓰는 진석, 결국 솟구치는 눈물 참지 못한다.
뚝뚝 흐르는 눈물
표정없는 진태, 초점없이 한 곳만 보고 있다.
소리 죽여 흐느끼는 진석
반복해서 눈물 닦아내며 진석에게 다가간다.
다가가 진태 어깨 끌어 안는 진석
순간 옅은 눈물 비치는 진태
어깨 들썩이며 우는 진석
진석 .. 영신이 누나,.. 불쌍해서 어떡해.. 어떡해
복받치는 울음 참지 못하고 소리내어 운다.
같이 껴안아 주는 진태
그동안 맺혔던 감정 덩어리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진석
하염없이 눈물 흐른다.
# 98. 집결지 대대 본부 일실 (밤)
반파된 건물 2층
앉아 있는 진태, 불안하게 왔다 갔다 하는 대대장
대대장 이 부대에 발령 받은지 네 시간 됐다.
태극 영웅이 있어 좋아 했더니 지금 꼴이 뭐야.
진태 ...
대대장 그쪽 대원 여덟 명이 중상을 입었어.
이유가 어찌됐던 아군들끼리 총질을 해
야 이 새끼들아 니들이 제정신이야! 니들이 군인이야!
무공훈장 받은 놈은 제멋대로
방첩청년들 그렇게 갈겨도 되는거야!
진태 ...
대대장 군대 꼴 잘 돌아간다.
씨팔 이런 놈들 데리고 전투를 해야 되니.
(상황병 1에게) 야! 사단 본부 연결 안돼?
상황병 1 (계속 시도)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대대장 니미 패잔병들 데리고 72시간을 무슨 수로 버텨!
진태 부탁이 있습니다, 제 동생 좀 풀어 주십시오
대대장 표정 보니까 안 풀어 주면 탈영이라도 하시겠구만
진태 정당방위였습니다. 제 동생은 아무 잘못 없습니다.
대대장 (참모 향해) 야! 이 새끼 다시 쳐 넣어!
어따 대고 개수작이야!
대가리 처박고 빌어도 모자랄 판에 정당방위..?
상황병 2 (다급한) 대대장님! 1중대 긴급 연락입니다.
투덜대며 무전 향해 가는 대대장
이때 쾅! 포격 맞고 대대장 전면 벽면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며 사방으로 파편튄다.
중심 잃고 쓰러지는 진태, 대대장
대대장 씨팔 뭐야 이거!
일제히 시작되는 총격, 포성
창문 산산조각 나고 피 토하고 쓰러지는 참모
대대장, 간신히 무전기 들고
대대장 1중대! 응답해! 나 대대장이다.
상황병 1 대대장님! 사단본부에서 기지 사수 명령입니다!
진태 주위 훑고 지나는 총탄 세례, 악!
팔 움켜 쥐고 구르는 진태, 기둥 옆으로
# 99, 동 건물 전방 일각
바리케이트 전방
어둠 속에 벌떼처럼 몰려 오는 중공군들, 숫자만 봐도 숨이 막힐 지경
기총사격하며 저지하는 아군들
중과부적
쓰러진 시체를 밟고 끊임없이 쇄도하는 중공군들
곳곳에 총 맞고 쓰러지는 아군 병사, 겁 먹고 도망치는 병사
작열하는 포탄
막사에서 뒤늦게 나온 양주사, 주변 정황 보고는 어디론가 달린다.
# 100. 다시 대대 본부 일실
2층 한 곳에 불이 붙었다.
무전기 들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대대장
대대장 당장 퇴각해! 니미 좆같은 새끼들 사단이고 나발이고
내가 책임질 테니까 퇴각 하란 말이야!
죽은 참모의 허리에서 권총 빼드는 진태
성큼성큼 대대장 앞으로
진태 지금 당장 창고 문 열어
기막힌 듯 보는 대대장
진태, 멱살 잡아 비틀며 이마에 총구 갖다 댄다.
진태 (무전기 대주며) 어서 지시해!!
지지 않고 노려 보는 대대장
대대장 포로들이 네 뱃대지에 총을 갖다 댈텐데..
진태 내 동생만 빼내면 돼!
대대장 니들의 사상 검증이 끝나기 전엔 곤란해
퍽! 총신으로 대대장의 얼굴 까는 진태
다시 잡아 채며
진태 어서!!
방아쇠 당길 듯 손가락 부르르 떨린다.
피 흘리며 노려 보는 대대장
폭발 직전의 진태
대대장 (실구, 무전기 잡으며).. 한가지 잊은게 있다.
포로들 전원 소각해
마이크 내 던진다. 하앟게 굳는 진태
진태 (이성 잃은) 다시 지시해
대대장 총 치워
진태 다시 지시해
대대장 명령이다. 총 치워!!
탕! 방아쇠 당기는 진태
탕탕 몇차례 반복해서 격발
# 101. 동 건물 앞
더욱 드세진 총격, 응사하며 도망치는 아군들
2층 계단 달려 내려 온 진태, 두리번
조금 떨어진 전방 창고 건물
몇 명의 병사들이 주위 돌며 기름 뿌리고 있다.
두눈 뒤집혀 달리는 진태
주위 퍼붓는 포탄, 총격
어느 한순간 화악 --! 불길 일어나는 창고
순식간에 창고 전체 옮겨 붙는다.
진태 (절망) 아, 안돼..
더욱 미친 듯이 달리는 진태
진태 안돼.. 안돼!
불길 솟구치는 창고
쾅! 바로 진태 뒤에서 터지는 포탄
진태, 공중으로 붕 떠올라 바닥에 처 박힌다.
# 102. 창고 뒤 편
거대한 불길 속에 휩싸인 창고
되돌아 달려가는 진석
같이 달려 와 필사적으로 잡는 양주사
양주사 정신 나갔어?
진석 안돼! 형 찾아야 돼!
양주사 죽고 싶어 환장 했어!
다짜고짜 잡아 끌고 달린다.
억지로 끌려가는 진석
진석 안돼, 형 찾아야 돼요.. 형! ,,, 혀엉..!
슈웅 -! 매섭게 바람 가르는 소리
나자빠지는 진석, 옆구리에서 검붉은 피가 배어 나온다.
부축해서 일으켜 세우는 양주사, 틈 주지 않고 달린다.
# 103. 대대 건물 근처
피투성이가 된 진태, 포연 속에서 벅벅 기어온다.
시야로 보이는 창고, 주위 밝히며 활활 타오른다.
진태 ..석아..석아!!
가물거리는 시야
일어나려고 애써 보지만 풀석 바닥에 떨어지고 만다.
와--가깝게 다가오는 중공군들의 함성
사력 다해 손 뻗는 진태
있는 힘 다해 보지만 다시 바닥에 얼굴 처박힌다.
음찔음찔 떠는 진태
# 104. 국군 병원 복도
시끌시끌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복도
(자막) 1951년 7월, 천안 임시 국군 병원
사람들 비집고 오는 양주사 (손에 봉투 들고)
전투 때와는 달리 제법 말쑥해 졌다.
# 105. 동 병실
안으로 들어서는 양주사
두리번 주위 살피며 걸어 간다.
발 디딜틈 없이 빼곡한 환자들
일손 부족한 의무병과 간호원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환자들을 치료하고 거든다.
진석을 찾는 양주사, 두루 살펴 보지만 없자 되돌아 나온다.
나오다가 안으로 들어서고 있는 진석과 만난다.
반가움에 덥석 손 잡는 양주사
양주사 잘 지냈어?
진석 (끄덕) 네, 답답해서 한바퀴 돌았어요
밝진 않지만 그런대로 안정이 돼 보인다.
양주사 (관통상 입은 채 들춰보며) 이제 다 나았구만
진석 덕분에요
/병실 한 곳
긴 나무 의자들이 놓인 간이 휴게실
앉아 얘기하는 진석, 양주사
양주사 아무래도 교전 때 퇴각을 못 한거 같애
우리 주변 부대까지 다 알아 봤는데
형 소식을 알고 있는덴 없어
진석 ...
양주사 너무 걱정 마
형은 꼭 살아 있을 거야
진석 (입술 깨문다.)
양주사 (말 바꾸며) 언제쯤 퇴원 한 대?
진석 .. 곧 할 거 같아요
양주사 전쟁이 끝나긴 끝나야 할텐데
휴전회담은 계속 하고 있는데 쉽지 않나봐
지급도 3.8선 부근은 고지전이 아주 치열해
휴전 되기 전에 한 뼘이라도 더 차지하겠다는 거지
오죽하면 톱질전쟁이라고 하겠어.
톱질 하듯이 밀고 밀리고
윗놈들 명분 싸움에 애꿎은 병사들만 죽어나지
진석 ...
양주사 (봉투 건네주며) 이건 교과서야
눈에 안 들어오겠지만 틈틈이 봐
봉투에서 꺼내보는 진석
진석 (뜻밖의) 고마워요
양주사 힘 내
툭툭 어깨 쳐주는 양주사
# 106. 동 병원 우물 / 빨래터
빨래터 주위에 모여 세수하고 빨래하고 신발 닦는 병사들
간호원들도 가운들 빨고 한가롭게 얘기들 나눈다.
개인용 담요 빠는 진석
빨래감 들고 인 되는 간호 장교, 진석 확인 하고는
간호장교 (미소) 편지 온 거 같던데?
진석 (놀라) 편지요?
간호장교 다음 주에 퇴원하고 왔으면 못 받았을텐데, 다행이지?
진석, 갸우뚱하며 일어나 달려간다.
가호장교 소인찍힌 거 보니까 몇 달전에 보낸 건가봐!
# 107. 동 병원 병실/간이 휴게실
조용히 휴게소 의자에 앉는 진석
손에 들린 하얀 봉투..겉봉에 쓰인 글씨 ‘김영신’
편지지 속에 껴 있는 사진 한 장
꺼내서 보는 진석
진석과 진태, 어머니가 함께 찍은 가족사진이다 (프롤로그의)
잠시 사진 보는 진석
편지 읽는다.
영신 (E) 니 편지 받고 너무 좋아서
어머니하고 밤새 몇 번이나 읽고 또 읽었다.
우린 다 편코 좋다, 걱정 안해도 돼
그렇잖아도 서울 수복때 진태씨하고 너 찾는다고
종로로 해서 광화문,서대문까지 갔었다.
(창 밖에서 본) 편지 읽고 있는 진석
영신 (E) 지금은 국수 한 솥 삶아서 온 가족이 둘러 앉아 먹었으면 하는 맘 뿐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기도하고 속 태우는 엄니 생각해서라도 조심 또 조심해야 된다.
글썽 눈물 맺히는 진석
영신 (E) 전쟁이 빨리 끝나야 할텐데
형에게 따로 편지 안 썼다.
대신 안부 전해 줘, 너무 보고 싶다고..
손으로 눈물 훔치는 진석, 잠시 멍하니 앉아 있다.
(E) 이이병!
못 듣고 가만히 있는 진석
휴게실 입구에 선 의무병
의무병 이이병! 장교 면회실에서 찾아!
# 108 동 병원 장교 며회실
다소 긴장한 채 의무장교와 함께 들어서는 진석
기다리고 있는 여러 명의 보안 군인들
그 중 보안 장교 1 앞으로 나오며
보안장교 1 어서 오게
의무장교 말씀하신 이진석 이병입니다.
보안장교1 (끄덕) 나가 있게
경례하고 나가는 의무 장교
보안장교1 앉게
진석 (경직된) 네
자리 앉는 진석
마주 앉는 보안 장교 1
보안 장교 1 난 보안대 정보과 김주혁 소령이다.
혹시 깃발 부대라고 들어 본적 있나?
진석 ... 없습니다.
보안 장교 1 인민군 6사단 예하 직할 수색 대대의 별칭이야
기습전이 탁월하고 육탄전에 강해 고지전투 아군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부대지
진석 ...
보안장교 1, 준비된 파일 속에서 삐라 한 장 꺼내 진석 앞에 내민다.
영문 모르고 삐라 보는 진석
... 조금씩 표정 굳는다.
보안장교 1 알겠나?
진석 (믿기지 않는 듯).. !
보안장교 1 인민군 깃발부대의 선봉장 이진태 소좌다.
빠라엔 “인민 해방의 동맹찬 영웅”
“국방군 과오 씻고 민족 해방의 깃발을 들다”...
숨이 멎을 것 같은 진석
보안장교 1 태극 무공훈장까지 받은 국군 영웅이 빨갱이가 됐어
우리로선 치명적인 골칫거리지만
저 놈들에겐 훌륭한 선전감이지
진석 (아찔)...
보안장교 1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자넨 알 거 아닌가?
진석 .. 믿을 수가.. 없어요
보안장교 2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야
진석 (도리질)..
보안장교 1 우릴 설득시키지 못하면
자네 역시도 의심 할 수밖에 없어.
진석 (골똘한 생각)..
보안장교 2 갑자기 이렇게 돌변한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거 아냐
보안장교 1 북쪽에 다른 가족들이 있나?
진석 (생각 끝에) 형은 내가 아마 죽은걸로 알고 있을 거에요
보안장교 1,2 ?
진석 집결지 전투 때 아군들이 퇴각하면서
내가 갇혀 있던 창고에 불을 질렀거든요
보안장교 1 김영신의 죽음도 무관하지 않았겠구만
진석 ..너무 견디기 힘들었을 겁니다
저희 형 지금 어딨죠? 제가 직접 가겠습니다.
가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데리고 오겠습니다.
보안장교 2 그걸 어떻게 보장해, 자네까지 넘어가면
진석 만리동 집에 어머니 혼자 저희들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보안장교 1,2 ...
진석 제가 살아 있다는 걸 알면 형은 분명히 돌아 올 겁니다.
(절박한) 보내 주십시오. 반드시 데리고 오겠습니다.
서로 표정 살피는 보안 장교 1, 2
# 109. **고지 아래 연대 야전 진지
하늘 뒤덮은 먹구름
진지 일대에 장대비가 쏟아진다.
비 속도 아랑곳 않고 작전 준비로
차량들과 병사들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흙탕물을 튀기며 달려오는 짚차
판초우의 차림의 진석과 보안대원 차에서 내려 진지 막사 쪽으로
진석의 시야로 보이는 을씨년스런 적 고지 전경
내용 알아 들을 수 없는 선무 방송이 웅웅거린다.
미묘한 기분의 진석, 조금 뒤처져 보안대원 뒤를 따른다.
# 110. 연대 작전 상황실 / 막사
연대장과 작전 참모, 예하부대 지휘관들이 모인 작전 회의
연대장이 직접 지휘봉 들고 작전 지시중이다.
연대장 14시 정각, 미공군 4개 편대와 우리측 포대가 후방 적 야포 진지 및 지원부대 무력화를 위한 대공세를 시작으로 14시 15분 총공격을 개시한다.
설명 도중 진석과 보안대원 들어선다.
열중하고 듣는 지휘관들
연대장 3대대 주력은 931고지와 851고지 중간을 차단,
적 증원 병력을 교란 시키고 포격이 끝나는 즉시 1대대는 931 동남측, 2대대는 851 서남측 사면으로 돌격한다. 앞서 얘기한 대로 이번 작전에서 어떤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기필코 깃발부대를 섬멸해야 한다.
모두 작전 시간 변경에 따른 착오 없도록, 질문사항!
보안대원 이진석 이병은 언제 투입됩니까?
연대장 이이병 투입 작전은 취소되었다.
미군 요청으로 작전이 24시간 앞당겨졌기 때문에
시간상 불가능하다. 대신 투항권고 방송으로 대체한다.
당혹한 표정 되는 진석
연대장 (시계 보며) 작전 개시 1시간 전이다, 건투를 빈다.
경례하자 일제히 경례하는 지휘관들
연대장 선두로 작전참모들 먼저 빠져 나간다.
서둘러 뒤쫓아 나가는 진석
# 111. 동 상황실 막사 앞
빠르게 지휘고 쪽으로 이동하는 연대장 일행
여전히 비가 드세다.
연이어 따라 붙는 진석, 어정쩡 따라가는 보안대원
연대장 (힐끗 보며) 무슨 일이야?
지석 전 이진태 동생 이진석 이병입니다.
연대장 인민 영웅의 동생을 보게 돼 영광이구만
진석 ... 방송만으로는 형이 믿지 않을 겁니다.
직접 가야 합니다. 보내 주십시오.
연대장 자넨 우리 포탄 맞고 전사하고 싶나?
한 시간 뒤에 공세가 시작된다고 들었을 텐데...
진석 상관없습니다. 기꺼이 가겠습니다.
연대장 무모한 짓이야, 그만 돌아가
진석 (간곡한) 연대장님!
연대장 한 가지만 대답해
작전을 위해선가, 형을 구하기 위해선가?
진석 (쉽게 대답 못하고)..
연대장 불행히도 지금 자네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어.
돌아가서 방송 준비나 해
연대장의 완강한 어조에 진석, 더 이상 할 말 못하고 멈춰선다.
진석 ... !
# 112. 연대 본부 막사 부근
속속 도착하는 지원 차량들
차에서 내린 병력들, 장교 인솔하에 신속히 이동하고
일부 대기중인 병력들은 도착한 차에서 탄약 상자를 옮겨 나른다
아래 개활지 쪽으로는 일정 간격을 두고 도열하는 탱크들...
그들 보며 본부 막사로 이동하는 진석, 초조한 기색
# 113. 연대 작전 지휘소/ 막사
여러 대의 무전기와 작전 지도가 펼쳐진 지휘소 안
긴장된 지휘부 참모들이 막사를 들락대며 각기 바쁘게 움직이고 있고
무전병들은 쉬지 않고 상황을 보고 받고 있다.
무전병 쪽으로 다가오는 연대장
연대장 (시계 보며) 작전 개시 40분 전, 현재 상황 보고 해
상황병 1 인민군 측 병력 이동 무, 화기 이동 무, 특이 상황 없음!
상황병 2 K-9 오산, 편대별 비행 대기, 이륙 10분전 이상무!
상황병 3 각 포대 및 중화기 공격 준비 완료!
# 114. 연대 본부 막사/한 곳
선무 방송 담당 병사, 탁자 위의 장비를 체크 한다.
마이크 잭을 연결하고 앰프 연결선들을 확인한다.
그 옆에 대기 중인 진석, 여전히 안절부절
보안대원 원고는 어딨어?
선무담당 제가 안 갖고 있는데요, 본부에서 안 주셨어요?
보안대원 (진석) 잠깐 기다려, 금방 가져올게
건너편 막사 쪽으로 뛰어 간다.
서로 교차되며 뛰는 완전 무장 병사들
우측 능선으로 투입된다.
하나같이 비장하고 결의에 찬 표정들
# 115. 공격 준비 몽타주
/야포 진지
일렬로 배치된 곡사포들
도르래 힘껏 돌려 포신 조정하는 병사
/능선 한 곳
탱크를 앞세운 병사들, 투입준비 완료하고 대기중이다.
/전방 고지 보이는 언덕, 기관총 거치하는 아군 병사
/작전 지휘소
복명복창하는 상황병들
상황병 1 각 중대 전원 배치 완료!
상황병 2 깃발 부대 특이 상황 없음!
상황병 3 K-9 오산 1차 편대 이륙 개시!
/전방 적 고지 뚫어지게 보는 진석
철모를 타고 떨어지는 빗물
/지휘소 연대장 “작전 개시 20분전!”
/병사들에게 지시하는 중대장
“마지막으로 개인화기 점검한다! 착검 상태 확인! 탄창 및 노리쇠 확인!”
# 116. 다시 연대 본부 막사 / 한 곳
원고 가지고 달려오는 보안 대원
두리번 진석 찾는다.
보안대원 이이병!..이이병!
마이크가 켜져 있는 상태로 에코 되며 크게 울린다.
# 117. 고지 완충 지대1
찢겨진 나무들과 포탄 구덩이
시체들이 널부러진 참혹한 개활지
아군 진지를 뒤로 한 채 이를 악물고 달려오는 진석
철모는 벗고 판초우의만 입은 상태
비에 젖어 사력 다해 뛴다.
# 118. 연대 작전 지휘소
연대장 선무 방송 시작 시켜!
이때 상황병 1의 다급한 목소리
상황병 1 (수신 확인) 이진석 이병 이탈! 행방 찾고 있음
(답신) 자세한 상황 송보 바람!
상황병 3 아군 1명 적진으로 투항 도주중! 이진석 이병으로 추정!
(답신) 정확한 신원 파악 요망!
당혹스런 연대장, 돌아나와 적 전방 주시한다.
타타탕!
한 곳에서 시작된 조준 사격 소리
# 119.아군 관측 소
멀리 적진 향해 달리는 진석 모습 보인다.
관측소에 설치된 경기관총, 매섭게 불을 뿜는다.
# 120. 고지 완충지대 2
달리는 진석 주위로 날아드는 총탄
바로 옆 진흙탕 튀기며 위협적인 총격
미끄러져 흙탕물에 빠졌다 다시 벌떡 일어나 달린다.
# 121 다시 연대 작전 지휘소
계속되는 총성
망원경으로 보고 있는 연대장
망원경 떼고 잠시 망설이다
연대장 사격 중지
옆에선 작전 참모 미덥지 않은 얼굴로 무전병에게 재차 지시한다.
작전 참모 사격 중지 시켜!
상황병 1 여기는 B-1, 사격 중지, 여기는 B-1
연대장 믿어 보는 수 밖에
(시계 본다) 작전은 예정대로 실시한다!
# 122 인민군 최전방 참호 앞
완만한 언덕 넘어오며 모습 드러내는 진석
지칠대로 지쳐 거친 숨 몰아쉬며 달려 온다.
다리가 풀려 비틀거리면서도 악착같이 안간힘
바로 앞 은폐된 참호에서 들리는 소리
(E) 거기 서! 손 들라우!
음찔 놀라 멈춰서는 진석, 엉거주춤 손 든다.
망태기를 걷고 참호 밖으로 나오는 인민군 1, 2
재빠르게 진석을 에워싸며 한명이 진석의 뒷목을 잡아 채 끌고 간다.
손들고 끌려가는 진석
진석 혀.. 형을 만나러 왔습니다
인민군 1 (총구로 거칠게 등 찌르며) 닥치라우!
# 123. 인민군 소대 벙커 안
지하 벙커로 진석 끌고 내려오는 인민군 1, 2
진석을 냅다 팽개친다. 나뒹구는 진석
보고 있던 소대장
소대장 뭐야?
인민군 1 투항병 입메다.
다가가 진석을 잡아 일으켜 세우는 소대장
멱살 잡아 끈다.
소대장 (목젖에 총구 대고)
한마디라도 헷소리 지껄이면 죽는다. 왜 왔어?
지석 형을.. 만나러 왔습니다.
깃발 부대장 이진태가 제 형입니다
소대장 (믿기지 않는 듯) 뭐라구?
진석 만나게 해 주십시오
소대장 (빤히 노려보며) 만약에 아니면 죽을 줄 알아라
(무전병) 연결해!
무전 연결하는 무전병
무전병 .. 부엉이 둥지, 여기는 까치 하나. (칙!)
어미 부엉이의 친동생을 자처하고 남쪽에서 담을 넘어온 황구가 있다. 사실 유무를 확인 바란다.
진석 직접 통화 해야 합니다.
형은 내가 살아 있는지를 모릅니다!
소대장 (버럭) 떠들지 말라우!
진석 (어쩔수 없이)..!
잠시 긴장된 정적
무전병 ... 동생은 없답메다.
얼마 전에 사망 했답메다.
진석 (소대장 뿌리치며) 저 좀, 저 좀 바꿔 주세요!
무전기 향해 달려간다.
개머리판으로 후려치는 인민군
고통스럽게 나뒹구는 진석
눈가가 찢겨 피가 흐른다.
다가와 진석의 머리카락 잡아 젖히는 소대장
소대장 이 간나 새끼! 뭘 염탐 하러 왔네?
대갈통 구멍나기 전에 무슨 꿍꿍인지 불라우!
진석 (답답해 미칠 것 같은) 제발 한번만 더 연결해 주세요!
내 목소리를 들으면 금방 알아 볼 겁니다!
소대장 (볼에 총구 대고) 셋을 세갔어! 하나!
진석 제발 부탁입니다.
소대장 둘!
진석 (절망적인)..!
쏠 것 같은 소대장의 얼굴 위로
무전병 (E) 소대장 동지!
힐끗 보는 소대장
무전병 지금 즉시 대대 보안대로 끌고 오라는 명령입니다.
못 마땅한 듯 팽개치는 소대장
소대장 끌고 가!
# 124. 동 인민군 교통호 1
꼬불꼬불 길게 연결된 교통호
비를 피해 참호 곳곳에 쪼그리고 앉은 인민군들
웃통을 벗고 몸을 닦는 이들도 있다.
대부분 철모와 야전삽 등으로 참호에 고인 물들을 퍼내고 있다.
인민군에게 끌려오는 진석
지날 때마다 힐끔힐끔 보는 인민군들
마음이 급한 진석, 서둘러 걸음 재촉한다.
진석 (눈치 보며) 깃발.. 부대는 어디쯤 있습니까?
인민군 (총구로 머리 치며) 보안대 가서 직접 물어 보라우!
진석, 혹시나 싶어 주변 주의 깊이 살피며 잰걸음
# 125. 동 인민군 교통호 2
로타리식으로 된 제법 넓은 교통호
흙탕물 질퍽대며 오는 진석, 인민군
진석은 거의 뛰다시피
인민군 천천히 가라우!(총으로 치며) 오른쪽!
오른쪽으로 난 계단 오르는 진석
서둘러 계단 밖으로 나와 보면
산 능선 아래로 보이는 몇 동의 대대 야전 막사
때 맞춰 웨에엥! 고지 일대 울리는 사이렌 소리
놀라 두리번대는 인민군, 진석
참호 여기저기서 들리기 시작하는 릴레이 함성
항공! 항공! 항공!
얼떨결에 우왕좌왕하는 인민군들
순식간에 비행기 굉음 가까워지더니
꽈쾅!! 폭력이 시작된다.
송두리째 날아가는 참호
비행편대가 한 차례 폭탄을 떨구고는 진석의 머리 위를 지나 곧바로 선회
진석을 잡아 끌고 다시 교통호로 내려가는 인민군
인민군 참호 벽에 붙어!
진석을 참호 구석으로 몬다.
혼비백산, 총 들고 전투 위치 향하는 인민군들
# 126. 국군 포병대
파파파팡!!
땅을 진동하는 굉음과 함께 일제히 불을 뿜는 아군 곡사포
# 127. 다시 인민군 교통호 2
교통호 곳곳이 한꺼번에 작살난다.
아수라장이 되는 참호들
동시에 인민군의 대공화기도 불을 뿜는다.
한바퀴 선회한 비행편대도 다시 폭격 자세
벽에 붙어 웅크리고 있는 진석, 인민군
진석 (다급한) 어서 가죠!
인민군 죽고 싶어 환장했어!
폭격 끝날 때까지 꼼짝 말고 있어!
연달아 터지는 포탄, 쑥대밭 되는 주변 사방
답답한 진석,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상황
다시 하늘 가르며 지나는 비행 편대
우룰 머리위로 떨어지는 폭탄들
시뻘건 화염과 함께 연달아 솟구치는 불기둥,
한 발은 진석 있는 곳으로
콰쾅!!
땅이 뒤집히며 진석과 인민군, 흙더미 파편에 쓸려 날아간다.
# 128. 인민군 진지 전방 개활지
/빠르게 돌진하는 탱크 부대
함성과 함께 같이 진격하는 아군 병사들
사정없이 불 뿜는 탱크 포신
/덤불 숲에서 일제히 뛰쳐나오는 대기 병력들
적 진지 향해 달려 간다.
# 129. 다시 인민군 교통호 2
흙더미에 뒤덮힌 채 바닥에 처박혀 있는 진석
간신히 흙더미 뚫고 상체 일으킨다.
온통 피와 구정물로 뒤범벅, 주위 살핀다.
본격적인 교전이 시작되었다.
응사하는 인민군들
중대형 자동화기도 요란하게 불을 뿜어댄다.
자리 박차고 일어나는 진석
자세 낮추고 달리기 시작한다.
모래주머니에 박히는 총탄, 허물어져 내리는 참호 벽
총 맞고 교통호 바닥에 처박히는 인민군들
달리는 진석과 부딪혀 엉킨다.
# 130. 진지 전방 개활지
가파른 경사 오르는 탱크
대전차 지뢰에 걸려 폭발, 허공에 전차포 쏘며 뒤집힌다.
아랑곳 않고 진지 향해 진격하는 국군들
화력 집중 시키며 완강히 저항하는 인민군들
비 구덩이 속으로 곤두박질 치는 병사들
빗 속으로 교차되는 무수한 총탄들
한 쪽에서는 철조망 절단하며 적 근거리까지 접근한다.
철조망 위로 머리통 뚫리며 쓰러지는 병사
국군의 수류탄 맞고 작살나는 적 기관총호
# 131. 인민군 교통호 3.
진석, 교통호 달린다.
더욱 드세진 총격
바닥의 시체들이 즐비하다.
소대 참호 쪽에서 충원되는 벙력들
날아드는 박격포탄
비명소리와 함께 사방으로 튀는 피
미끄러지고 부딪혀 쓰러지면서도 악착같이 일어서는 진석
두 눈 부라리며 진태 찾아 헤맨다.
# 132. 동 밖 교통호 일대/ 진지 전체
고지 상단
공중 사격 중인 2조의 중화기, 작정하고 갈겨댄다.
마지막 선회 중이던 미군 전투기
몸통 맞고 연기 뿜어내며 비틀거린다.
(비행기 시야) 조종간 돌려 중화기 쪽으로 방향 잡는다.
깜짝할 사이 중화기 들이 박고 폭발하는 전투기
하늘 찢는 폭음과 함께 불덩이 파편들이 온 사방으로 튄다.
어느새 아군 병사들, 교통호 코 앞까지 밀고 올라온다.
# 133. 인민군 교통호 4
기진 맥진 달리는 진석 위로도 파편들 쏟아져 내린다.
시체들 사이, 머리 막고 간신히 피하는 진석
점점 가까워지는 함성 소리
수류탄 던지고 필사적으로 반격하는 인민군들
어디선가 “착검! 착검!”을 외치는 소리
이윽고 교통호로 난입하기 시작하는 국군들
맞서서 총검 휘두르며 소총 갈기는 인민군들
각기 서로 뒤엉키며 치열한 접전 벌어진다.
인민군 배를 관통하는 총검, 등짝 내리 찍는 개머리판
얼굴이 돌아가고 피와 살점이 튄다.
어쩔 수 없이 소총 (착검된) 집어드는 진석
적 인줄 알고 달려드는 국군을 쳐낸다.
아찔했는지 판초우의 걷어낸다.
교통호 밖으로 나가려는 인민군들과 밀고 오는 국군들
아래서 찌르고 위에서 내리 찍는다.
교통호 아래 위 할 것 없이 처절한 백병전
총성과 비명, 절규가 뒤섞인 처참한 격전
중과부적인 인민군 병사들, 힘겹게 버티고 있다.
벌벌 기며 도망치는 인민군, 사정없이 내리찍는 국군
퍽! 개머리판으로 뒤통수 맞고 쓰러지는 인민군
국군, 소총 치켜 세워 총검으로 마무리
탕! 그러나 목울대 터지며 나자빠지는 국군
순간 와--! 하는 함성과 함께 몰려드는 붉은 띠의 인민군들
곳곳에서 들리는 소리 “깃발부대다! ..깃발부대다!”
교통호 안팍으로 투입되는 깃발 부대
무서운 기세로 국군을 밀어 붙인다.
두 눈 휘둥그레지는 진석, 우왕좌왕 주변 살피며 진태 찾는다.
바로 옆 자신 향해 총검 찌르는 깃발 부대원
어렵사리 피하며 내리치는 진석, 내리치는 총 맞잡은 깃발 부대원
거칠게 진석을 몰아 붙인다.
총신으로 목 짓누른다.
컥컥 대는 진석, 시퍼렇게 돋는 핏줄
뒤에서 나타난 국군, 총검으로 깃발부대원의 등을 찍는다.
헉! 간신히 떠밀어내는 진석
곧바로 다른 깃발 부대원의 총검을 맞는 국군 (진석 구해 준)
진석도 연이어 총검 세워 그 깃발 부대원의 옆구리 찌른다.
미친 듯이 찌르고 찔리는 와중에
깃발 부대원에게서 시선 놓치지 않는 진석
치열한 접전 속, 진태 모습 보이지 않는다.
교통호 측면 전방
뒤섞인 병사들 사이 힐끗힐끗 보이는 총신에 달린 인공 깃발
격한 싸움에 보였다 안 보였다 한다.
직감적으로 형이라는 생각에 그 쪽 향해 달리는 진석
앞을 가리는 장애물들을 피하고 막고 쳐내며 뛴다.
바닥에 구르는 수류탄
참호 쪽으로 몸 틀어 피하는 진석
격투 중이던 두 명의 병사와 교통호 위의 인민군, 파편 맞고 곤두박질
간신히 고개 내밀어 교통호 밖 보는 진석
바로 자신의 눈 앞 향해 다가오는 뒤엉킨 국군과 인민군
자신의 머리 위를 지나 교통호 바닥으로
가차없이 국군의 가슴을 찌르고 또 찌르는 인민
그의 총 끝에 묶인 피 흥건한 인공기
자뭇 흥분하며 한걸음 내딛는 진석
총검 뽑으며 휙 돌아서는 인민군
얼굴에 진 흉터, 초점없이 매서운 눈
진태다!
진석 (너무 큰 반가움에) .. 혀엉..!
곧바로 진태 덮치는 국군
그의 칼 끝이 진태의 어깨를 긋는다.
잠시 멈칫, 그러나 개머리판으로 국군의 몸통 날리는 진태
틈, 주지 않고 달려가 배를 찌른다.
허물어지는 국군
다가가는 진석
순간 진태와 시선 마주친다
진석 (애써 미소 지으며)..나야, 형..!
진태, 괴성 지르며 총검 날 치켜 세우며 달려든다.
내리찍는 총검, 아슬하게 피하는 진석
다행히 진석의 얼굴 옆 벽에 꽂힌다.
재차 삼차! 틈 주지 않고 밀어 붙이는 진태
간신히 총신으로 막고 벽에 몰린 진석
진석 (기막힌)..왜 이래 형!... 나야!...
진태, 무릎으로 아랫배 내지르며
개머리판으로 진석의 턱 가격한다.
총 놓치며 바닥에 처박히는 진석
채 일어나기도 전에 공격해 오는 진태
가슴 향해 찌른다.
간발의 차이로 피하는 진석
가슴 대신 옆 시신에 꼽힌 진태의 총을 잡아챈다.
총을 뺏으려는 몸 싸움
첨벙대며 밀고 밀리는 발! 살기 가득한 진태!
서로 발이 엉키며 뒹구는 진태, 진석
진석 위에 올라 맞잡은 총 짓누르는 진태
목을 죄여 오는 총을 간신히 밀어내고 있는 진석
진석 (눈물 글썽, 간절한) .. 저, 정말 왜 이래.
.. 미쳤어 형?.. 나라구!
진태 (갈라진 목소리).. 국방군 새끼! ..죽어.. 죽어!!
맞잡은 총을 미친 듯이 짓누른다.
진석 목 깊숙이 파고 드는 총
숨 넘어 갈 듯 컥컥대는 진석
진태, 끝장 낼 기세
진석 ... 혀..어..
진태 팔 움켜 쥔 진석의 손이 부르르 떨린다.
실룩대며 일그러지는 진태
교통호 위, 점프하며 아래로 내려오는 국군
개머리판으로 진태의 머리를 내려친다.
뒤로 나뒹구는 진태, 이마가 찢겨 피범벅
진석, 제대로 호흡 못하고 고통스러워한다.
다시 냅다 내리찍는 국군
진태, 일어나려다 등짝 맞고 쓰러진다.
이번엔 칼날 세우고 덤벼드는 국군
같이 부둥켜 안고 뒹구는 진태
착검된 칼을 뽐아 국군의 옆구리를 찌른다.
벽 잡고 비틀대며 간신히 일어나는 진석
칼 들고 다가오는 진태, 인정사정 없이 내려친다.
피하다 팔에 찔리는 진석
팔 움켜쥐고 비틀
다시 휘두르는 진태
어렵사리 두 손으로 팔 붙드는 진석, 주춤주춤 밀리며
진석 ... 제발.. !
진태, 다른 한 손으로 주먹 날린다.
손에 잡힌 칼과 함께 나가 떨어지는 진석
일어서는 진석을 다시 걷어차는 진태
쓰러져 비틀대는 진석
온통 찢기고 터져 피투성이
진태, 주먹 날리자 같이 가격하는 진석
서로 엉겨 붙는다.
치고 맞고.. 반복되는 주먹질
진흙탕 속 뒹굴며 혈전 벌이는 두 형제
주변 백병전도 지칠 대로 지쳐 있다.
있는 힘껏 주먹 날리는 진태
힘에 부쳐 진석과 같이 쓰러진다.
지지 않고 일어서는 진태, 옆에 떨어진 소총을 집어 든다.
헉헉 대며 노리쇠 전진 시킨다.
일어나려고 애Tm는 진석
간신히 총구 들어 겨냥하는 진태
쾅!!
어디선가 날아 든 포탄이 교통호를 덮친다.
튕겨져 날아가는 진태
허물어진 참호 한 쪽 귀퉁이에 처박힌다.
아찔한 진석, 엉금엉금 기어서 그쪽으로 간다.
사방 곳곳에 날아와 박히는 포탄
온 몸이 피투성이 되어 꿈틀거리고 있는 진태
다가와 들쳐 안는 진석
진석 형! . 정신 차려!.. 형!!
희미하게 눈 뜨는 진태
힘 없는 손으로 진석 멱살 잡는다.
진태 ... 개새끼들..!
진석 (참담한) 형.. 제발... 나 진석이야
형 동생 진석이라구!
진태 (들릭락 말락).. 국방군 새끼들..
점점 가까워지는 총성
북 소리, 꽹가리 소리..
교통호 위를 뛰어 넘으며 도주하는 국군들
“중공군이다!” “퇴각! 전원 퇴각!”
진태 들처 업는 진석
교통호 따라 뛴다.
휘청휘청 쓰러질 듯 하지만 이 악물고 달린다.
여기저기 교통호에 남아 있던 국군들도 밖으로 나와 도망친다.
# 134. 교통호 밖 진지 일대
계단 오르는 진석도 교통호 밖으로
어느새 비도 멎었다.
국군들과 함께 내리막길 달린다.
펑펑!! 주변 위협하며 터지는 포탄
멀리 고지 능선 너머로 모습 드러내는 중공군들
앞세운 총구에서 불 뿜기 시작한다.
악착같이 달리는 진석
달리다 총 맞고 쓰러지는 국군
시체들을 넘고 달리는 발, 주위로 튀는 파편!
도망치며 응사하는 국군
한차례 바닥 훑는 총격
달리는 진석의 종아리를 뚫는다.
바닥 구르는 진석, 진태
진석, 다리 보면 피로 흥건하다.
아랑곳 않고 널부러진 진태 쪽으로 기어 간다.
어깨 잡고 일으켜 세우며
진석 형, 일어나!.. 업혀!
의식 찾으려고 애쓰는 진태, 쉽게 몸을 가누지는 못한다.
진석, 다짜고짜 진태를 끌어 당겨 업는다.
안간힘 쓰며 일어나 뛴다.
절룩대며 서너 걸음 가다 금세 꼬꾸라지고 마는 진석
나뒹구는 두사람
포기하지 않고 다시 진태 잡아끄는 진석
진석 형!.. 우리 가야 돼! .. 가야 돼!
넋 나간 사람 마냥 미친 듯이 진태 끌어당긴다.
진석 일어나 형! .. 일어나!!
한 순간 불끈 진석 손잡는 진태
피칠갑된 눈 뜨며 진석 본다.
파르르 떨며 눈물 고인다.
진태 ... 너.. !
더욱 불끈 손 잡는다.
진석 .. 혀엉!..
진태 ... 너.. 정말 살아 있었구나..
진석 (목 메여) 형..
진태 (감격 스런) .. 살아 있었구나..
눈물 흘리는 진석
진태 .. 엄니 생각해서라도.. 넌 살아야 돼
.. 어서 가
진석 (도리질) 혼자선 안 가
진태 고집피면 둘 다 죽어
점점 좁혀 오는 중공군
진태 .. 형 마지막 부탁이다.
진석 형!
진태 어차피 지금은 같이 못 가
가슴이 찢어질 것 같은 진석
진태 너 대학가면 줄려고 구두 만들었는데
.. 아직 멀었어.
.. 그 구두 다 만들기 전엔 형 안 죽어
어서 가!
진석 (눈물 뚝뚝 흘리며).. 형 약속해
반드시 돌아 올 꺼라고.
진태 (끄덕) 그래 약속해
윗 주머니에서 불에 탄 만년필 꺼내 준다.
진태 불 탄 창고에 떨어져 있었어
진석, 다시 진태 주머니에 꽂아주며
진석 다시 나 만날 때 그때 줘, 꼭
진태 금방 갈게.
두사람 마지막으로 꼬옥 끌어 안고는 진태가 진석을 떠민다.
진태 어서 가!
눈물 닦고 돌아서는 진석
절룩대며 힘껏 달린다.
바라보는 진태
교통호까지 내려 온 중공군들
마지막으로 도망치는 진석과 국군들 향해 총 쏜다.
(이하 슬로우) 달리고 또 달리는 진석
슝슝 - 소리내며 지나는 총탄들
미끄러져 쓰러질 듯 하지만 거침없이 달린다.
주위 터지는 포탄들
진석의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
달리며 형 있는 쪽 본다.
어느새 형 모습 보이지 않고
화염속 어금니 깨물고 달리는 진석
저멀리 애코우되며 울리는 연발 총성
-F.O -
# 135. 야산 일각/ 유해 발굴 현장
하얀 천위에 올려진 갖가지 유품들
실판 띠, 탄창, 인민군 계급장, 숟가락..
그 위로 인되는 주름살 자글한 노인 손, 떨린다.
유품 속에서 불에 탄 만년필 (산화재질 아닌) 집어 든다.
떨리는 손으로 만년필 돌려서 뚜껑 열자
한 쪽에 새겨진 이름 ‘이 진 석’
만년필 위로 눈물 방울 떨어진다.
화면 넓어지면
망연자실한 진석 (70대), 유진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선다.
그 옆으로 발굴 팀장과 군 관계자들
그 중 한 명이 구덩이 벾에 덮어 놓은 방수포를 젖힌다.
부조(浮彫)처럼 흙에 박힌 유해
죽은 자세 그대로 앉아 있다.
넋 나간 듯 멍하게 보는 진석
부축 받은 손 치우고 다가간다.
천천히 무릎 꿇고 유해 만지는 진석
여기저기 부러지고 구멍난 다리, 팔, 갈비뼈..
해골도 총알 구멍으로 보이는 여러 개의 구멍이 뚫려 있다.
허망하게 보는 진석...
그 위로 생생하게 울리는 총소리
# 136. 135와 동일 장소
교통호 따라 밀려 내려오는 중공군 병사들
진석과 퇴각 국군들 향해 집중사격 한다.
다급해진 진태, 바닥 기어서 팽개쳐진 기관총 집어 든다.
헉헉 대며 구덩이 벽에 기댄 진태
중공군 향해 방아쇠 당긴다.
다다다다--!
예기치 못한 총격에 꼬꾸라지는 중공군들
마지막 실탄까지 다 소진하는 진태
철컥, 철컥!
진태 향해 쏟아지는 총탄
무방비 상태, 온 몸에 총 맞고 풀석
고개 떨구는 진태 ...
- DISSOLVE -
/ 다시 현재
고개 떨군 진태 모습이 유해 형태 그대로
해골 어루만지며 뜨거운 눈물 쏟는 진석
진석 .. 돌아와서.. 구두 완성하기로 했잖아요
.. 이러구 있음 어떡해요...
눈이 시뻘개진 유진, 손수건으로 눈물 닦아낸다.
진석 혀엉.. 돌아오겠다고. 약속했잖아요.
.. 왜 이러구 있어요?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뼈아픈 눈물 흘리는 노구의 진석
말없는 유골로 남은 진태
가슴 아프게 지켜 보는 유진, 발굴 관계자
# 137. 진태의 집 (과거)
장롱 서랍장 여는 진석
그 속에서 헝겊에 싼 구두 꺼낸다.
헝겊 펼치는 손
굽 낮은 다소 엉성한 구두
# 138. 에필로그
폐허 흔적이 가시지 않은 시장통길
군복 차림의 진석, 약간씩 다리 절며 걸어 온다.
걸어오다 자리에 멈춰 서는 진석
대파된 건물들 사이
벽돌 쪼가리로 대충 만든 아궁이에 국수 솥
진태 모, 땀 흘리며 국수 젓고 있고
영국, 제 키만한 물통 들고 와서 설거지통에 붓는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설거지 하는 영자
옆에서 흙장난하는 영민
영자더러 설거지 말라며 그릇 빼앗는 진태 모
이들 모습 보고 있는 진석
컹컹 짖으며 달려오는 누렁이
진석, 환해지며 꼬리치는 누렁이 안아준다.
와아--달려오는 영국, 영자, 영민
같이 얼싸 안는 진석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진태 모
진석, 아이들 손잡고 다가간다.
눈물이 그렁그렁 해지는 진태 모
앞에 서는 진석
떨리는 손으로 진석 손 잡는 진태 모
진석, 천천히 힘주어 어머니 끌어안는다.
등 토닥여 주는 진태 모
울음 참는 진석
사람들, 잿더미 된 시장통을 바쁘게 오간다.
쓰레기 치우고 목재 나르고 삽질하고..
이미 잡동사니 늘어놓고 장사하는 사람들
영자가 진석의 팔을 끌고 가판 의자에 앉힌다.
국수 준비하는 진태 모
진석 등에 올라 타 장난치는 영민
다시 물 길러 가는 영국
이들 모습 길게 보여지며
F.O
첫댓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