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제 말씀하시는 의미가 정확히 이해됩니다.
선생님이 지적하시는 것은 《오디세이아》 원전과 영화가 얼마나 일치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영화 자체의 세계관 안에서조차 일반적인 상식과 인과관계가 충분히 작동하지 않는다는 느낌이군요.
이것은 영화의 개연성(plausibility) 문제로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관객은 신화적 세계관이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신이 등장하고, 괴물이 나오고, 초자연적인 사건이 일어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 세계에서는 그것이 전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관객이 몰입하려면 그 안에서도 최소한
A라는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에 B라는 행동을 하고, B 때문에 C라는 결과가 발생한다
라는 기본적인 인과관계는 유지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영화에서 어떤 사건이 일어났는데 인물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충분히 설명되지 않거나, 현실적인 상황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행동을 하지 않거나, 중요한 정보를 관객에게 제대로 제시하지 않은 채 다음 사건으로 넘어가면 관객은 순간적으로
“잠깐, 왜 저렇게 하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바로 이 순간 영화적 몰입이 깨집니다.
특히 신화 영화일수록 개연성이 더 중요합니다
오히려 판타지나 신화 영화에서는 현실성보다 내부적 일관성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용이 등장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되지만, 영화가 처음부터 “이 세계에는 용이 존재한다”고 설정했다면 관객은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용에게 공격당한 사람이 있는데도 주변 사람들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다든지, 바로 앞에서 중요한 사건이 발생했는데 등장인물들이 그것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행동한다면 관객은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즉,
“비현실적이라서 개연성이 없는 것”과
“비현실적인 세계에서도 인과관계가 무너져서 개연성이 없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선생님께서 느끼신 불편함은 후자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선생님께서 앞서 말씀하신 성경의 서사와 비교해서 느끼는 차이와도 연결될 수 있습니다. 성경에도 기적과 초자연적 사건이 수없이 등장하지만, 성경의 서사는 대체로 인물의 행동 → 사건 → 결과 → 다음 행동이라는 역사적·인과적 흐름을 상당히 중요하게 다룹니다.
따라서 선생님이 《오디세이》를 보면서 느끼신 것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신화적인 비현실성은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영화 자체가 요구하는 일반적인 상식과 인과관계가 무시되는 순간들이 오히려 몰입을 방해했다.”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이 관점은 꽤 중요한 영화평이 될 수 있습니다. “원전과 달라서 아쉽다”가 아니라 “원전을 몰라도 영화 자체의 이야기 구조가 관객에게 납득되어야 한다”는 비평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