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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세기,
새 밀레니엄은 지식과 정보가 개인 및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스위스 제네바대의 클라우스 슈바브 교수는 20세기말의 시대적 특징에 대해 "풍요와 빈곤의 경계선이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에서 '아는 자와 모르는 자' 사이로 옮겨 가고 있다" 고 규정했다.
지식과 정보의 시대는 교육이 주도한다.
시대적 패러다임이 바뀌는 이상 교육의 역할이나 방법론의 변화는 필연적이다.
선진국들이 새로운 교육의 실험에 총력전을 펼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교육과 지식의 다음 세기를 향해 그들은 국가의 명운을 걸고 맹렬하게 달려가고 있다.
선진교육의 현장에서는 지금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10회의 현장취재 시리즈로 알아본다.
페루 안데스 산맥의 해발 3천5백m 지점. 5천여m 고봉들에 둘러싸여 움푹해 보이는 고산지대다.
인적이 거의 없는 곳이지만 영국 케임브리지대 지질학과 3년생 로라 로빈슨 (21) 양에겐 소중한 교실이다.
고지여서 더욱 또렷했던 별빛이 점차 사그라들고 산양들의 울음소리가 고요를 깨뜨리는 새벽 4시. 동료 2명과 야영텐트 속에서 곯아떨어졌던 로빈슨은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 노트북 컴퓨터를 켜고 핸드폰으로 위성전화를 연결한다.
인터넷 화면엔 대서양 건너 지도교수의 사이버 교실이 나타난다.
이날도 탐사과정에서 생긴 의문을 놓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지도교수가 밀리는 형국이다.
교수는 "새로운 발견인데…. 다음주 화요일까지 관련자료를 찾아보고 답변해 주겠다" 며 1시간짜리 강의를 마쳤다.
그녀의 올 겨울방학 탐사 지역은 칠레 북부 아타카마 사막.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지역으로 꼽히는 이곳엘 가기 위해 이미 치밀한 계획을 짜놓았다.
케임브리지대는 세계의 특이지질 지역을 답사하려는 학생들을 위해 인터넷 현장수업이라는 새로운 강의방식을 도입했다.
로라 같은 지질학도들에게 자연현장은 최고의 강의실이자 실험실이다.
선진 각국의 교육현장에선 지금까지 정형으로 여겨오던 '교실수업' '1교실 1교사' 등 전통적 수업방식의 틀이 깨지고 있다.
최대의 교육효과를 찾아 교실을 떠나고, 여러 선생님이 동시강의를 진행한다.
특히 컴퓨터와 통신의 발달 덕택에 전파가 닿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교육현장이고, 언제라도 수업시간이다.
가용자원을 총동원한 '수업파괴' 는 선진국에서는 이제 일상적 현상이다.
"내 강좌에서 살아남는 법 12가지를 알려드립니다. " "LA타임스에 언어학 관련 기사가 게재돼 참고로 보냅니다. 꼭 읽기를. " "리포트 주제를 너무 막연하게 잡은 군의 학점은 엉망으로 나갑니다. 주제는 되도록 좁히세요. "
미국 UCLA대 응용언어학과 재닛 굿윈 (42.여) 교수가 매일 한두차례 학생들에게 띄우는 E - 메일의 일부다.
강의계획이나 숙제.참고도서 등도 모두 여기에 담겨 있다.
질문을 띄우면 교수는 가상공간에서 과외수업까지 해준다.
가상교실에서 군더더기를 소화한 덕분에 굿윈 교수의 수업은 언제나 시작과 동시에 토론과 세미나로 들어가게 된다.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 개설된 대통령학 강좌 - .백악관 수석보좌관을 지낸 로저 포터 교수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 대통령들의 정책결정 과정을 생생하게 묘사하면 '외도' 경험이 없는 다른 교수가 옆에서 한마디 거든다.
현실정치와 순수 정치이론 사이에서 불꽃튀는 설전이 전개되기 일쑤다.
학생들은 흥미진진하게 듣다가 때론 이쪽 편으로, 때론 저쪽 편으로 논쟁에 가세한다.
교수들의 말은 최종 결론이 아니다.
언제라도 비판을 받고, 또 이를 반박할 준비가 돼 있다.
미국 최초의 주립대학인 노스 캐롤라이나대. 이곳 생물학과엔 두 명의 교수가 동시강의를 하는 강좌가 6과목, 3명의 교수가 등장하는 과목도 3개나 된다.
세포생물학의 경우 월.수.금요일에는 앨런 영 교수와 새러 그랜트 박사가 단백질 구조와 효소를 가르치고, 화.목요일 수업에는 제이슨 리드 박사가 생물의 피막조직을 강의, 학생들의 이해도를 높인다.
"현대 생명과학은 많은 전문분야들의 종합적 이해가 요구된다" 는 게 학과장인 앨런 존스 교수의 설명이다. 노벨상 후보로 오른 대학자도 새파란 젊은 교수들과 교차수업을 진행하는데 군소리가 없다.
이 강의를 듣는 에이미 패티실 (20) 양은 "한 학기에 네번이나 시험을 봐야 하는 게 고역" 이라면서도 "등록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은 유일한 강의였다" 고 말했다.
깨지기 시작한 기존의 수업방식. 그 실험이 어디까지 나아갈지 현재로선 가늠키 어렵다.
새 천년을 앞두고 급변하는 시대조류에 발맞추려는 선진 각국들의 교육개혁 노력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교육은 모든 정책의 최중심에 서 있다. '
'낮은 성취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 '
'교육수준의 향상을 위해서라면 우리는 어떤 집단과도 협력할 용의가 있다.'
영국 토니 블레어 총리의 관저 벽에 붙은 정책구호다.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개혁을 향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결의가 가득하다.
- 중앙/99/5/27 -
- 세계의 교육개혁 - 이웃나라는 지금 2.
일본의 교육은 다양화 이전에 규제완화가 더 큰 일이었다.
나가노 (長野) 현의 고우미마치 (小海町) 마을. 이곳은 고소득 작물재배와 나가노 동계올림픽 개최 덕분에 세금이 많이 걷혀 지난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이 넉넉해졌다.
이 마을 학부모연합회 (PTA) 는 학교장과 지자체를 설득해 교육투자 확대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우선 독자적 예산으로 교사를 추가 고용하고 학급당 40명이던 정원을 절반으로 줄이기로 했다.
그러나 주민들의 꿈은 수포로 돌아갔다.
문부성이 "학급당 정원을 40명으로 규정해 놓은 정부기준에 어긋난다" 고 제동을 걸었기 때문. 문부성은 "학급정원은 정부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학생들이 적절한 범위의 친구를 사귈 수 있도록 정한 규칙" 이라며 "정원을 20명으로 줄일 경우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고 압력을 넣었다.
결국 고우미마치 초등학교는 학급정원은 40명으로 유지한 채 학급당 담임을 2~3명씩 배치하는 타협안을 택했다.
그러나 '고우미마치 파문' 은 일본 교육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규격화와 획일화' 로 특징지어지는 일본 교육현장에서 교육서비스의 소비자인 학생.학부모가 처음으로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문부성도 "학급당 40명 정원은 오래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현실과 맞지 않다" "미국.유럽의 초등학교는 이미 정원을 15~20명으로 줄인 지 오래다" 는 교육학자들의 지적을 받아들여 올해부터 학급분할을 신청해 올 경우 적극 수용키로 했다.
즉, 교육개혁이 탄력을 갖게 된 것이다.
- 세계의 교육개혁 - 한국은 지금 어떤가 3.
"교수님, 수업 좀 제대로 듣게 해주세요. "
A대 4학년 黃모 (25) 씨는 최근 '영국 소설' 과목 교수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같이 호소했다.
수강생이 1백20명을 넘어 대형 강의실을 쓰는데 마이크 시설이 없어 교수의 말소리조차 잘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학마다 학부제가 시행되면서 인기학과 전공과목의 경우 수강인원이 1백명이 넘지만 수업방식은 여전히 교수가 칠판에 적거나 강의 내용을 읽어주면 받아적는 일방통행식이다.
교수 1인당 학생수가 지난해 26.3명에 달해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가입국가 가운데 가장 많지만 붐비는 강의실을 벗어나 새로운 수업방식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연세대의 경우 강의 내용을 미리 교수가 인터넷에 띄워놓고 토론 위주로 수업을 진행하는 '사이버 수업' 은 전체 2천3백여개 강의중 31개 뿐이다.
이 학교 신방과 김영석 (金永錫) 교수는 "사이버 수업 역시 수강생이 1백명을 넘을 경우 학생들의 질문에 일일이 답변해주기 어렵고, 과제 채점에도 많은 시간이 든다" 고 고충을 토로한다.
학생들의 불만도 만만찮다.
학내 전산망에 접속할 수 있는 포트 수가 적기 때문에 게임방에 찾아가 사이버 수업을 들어야 할 경우가 많다는 것.
이런 가운데서도 한 강좌를 여러 명의 교수가 나눠맡는 '팀 티칭' 이나 소규모 토론식으로 진행하는 수업 등은 서서히 세를 넓혀가고 있다.
서강대 교양과목인 '현대사회의 이해' 는 언론.사회, 법학.정치학과 교수들이 나눠 진행하며 '역사란 무엇인가' 과목 역시 한국사.동양사.서양사 교수들이 출동한다.
이화여대 역시 올 1학기부터 철학.종교.과학의 논쟁 (蘇興烈교수) 등 4개
기초핵심 교양과목의 경우 담당교수가 75분 강의한 후 조교들이 75분을
소규모 토론반으로 나눠 운영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중앙/99/5/27 -
- 교육개혁 - 늘어나는 홈 스쿨링 4.
"알고 싶은 게 너무 많아 학교 갈 시간이 없어요. " 미국 알래스카주에 사는 케이틀린 스턴 (15) 양은 지난해 하반기의 대부분을 고향인 헤인즈에서 흰머리 독수리를 연구하며 보냈다.
평소 동물의 생태에 관심이 많았던 스턴은 자원해 한 생물학자의 조수가 됐다. 그녀는 요즘 6개월 이상 관찰한 독수리의 생태 보고서를 쓰느라 여념이 없다. 책으로 출판할 계획도 세워놓았다.
그렇다고 스턴이 다른 공부를 팽개치고 동물의 세계에만 빠져있는 것은 아니다.
학교에 다니는 것은 아니지만 대신 집에서 공부를 한다.
오전 9시부터 정오까지 공립고교 1년 과정의 정규과목 수업을 받는다.
선생님은 어머니. 전직 교사인 어머니 메건은 8년전 스턴이 학교 교과과정의 경직성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을 알고 그녀를 자퇴시켰다.
스턴은 50분 단위로 학습주제가 바뀌는 것을 못마땅해 했다.
새로운 것을 접하면 호기심이 충족될 때까지 매달리는 스타일이기 때문. 따라서 재택 (在宅) 교육은 교과목의 한 장 (章) 을 완전히 마칠 때까지 수업을 계속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1대1 수업방식이어서 학습효율도 높다.
교재는 학교에서 쓰는 것과 같은 교과서와 참고서. 재택교육을 위한 통신판매 서비스를 이용, 정기적으로 새로운 교재와 교습방법을 전달받는다.
선진 각국에선 스턴과 같은 재택교육 (홈스쿨링) 사례가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홈스쿨링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의 경우 부모에게 교육을 받는 청소년 수가 1백5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학자들은 추정한다.
10년전에 비해 5배나 증가한 수치다.
미국만은 못하지만 영국.일본 등지에서도 획일적인 제도교육의 대안으로 재택교육에 대한 관심이 점차 커지고 있다.
영국은 약 1만 가정, 일본은 6천~7천 가정에서 재택교육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에서는 '대안교육 (Education Otherwise)' 이라는 전국 규모의 재택교육 단체가 활동중이며 일본도 '등교거부를 생각하는 전국 네트워크' 등 10여개의 관련 모임이 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재택교육은 일부 종교적 원리주의자나 '왕따' 등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자녀를 둔 부모들만의 영역에 속했다.
그러나 요즘은 학생의 개성과 적성을 무시한 천편일률적 공교육에 맞서는 자녀교육의 한 방법으로 자리잡고 있다.
미국의 경우 몇년에 걸친 법정공방 끝에 93년 부모가 유치원에서 대학까지의 모든 교육과정을 집에서 가르치는 것이 합법화됐다.
특히 최근 교내 총기난사 사고나 마약.음주.섹스.폭력 등 학교생활의 어두운 측면이 부각되면서 많은 부모가 재택교육을 택하고 있다.
최근 들어 인터넷과 컴퓨터를 활용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많이 보급돼 학교교육과의 격차를 메우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재택교육 부모들간에 정보를 교환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한 협력모임도 많이 생겨났다.
홈스쿨링의 교육효과는 일반 학교교육에 비해 나은 것으로 나타났다.
메릴랜드 주립대 교육자료연구소가 지난달 홈스쿨링 학생들의 학력평가 성취도를 조사한 결과 평균 70%선으로 일반학생 성적 (평균 50%) 을 크게 웃돌았다.
그러나 재택교육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이 고운 것만은 아니다.
아이들에게 적절하고 체계적인 학문적 기초나 사회적 능력을 제공하지 못하리라는 우려도 있다.
특히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적어 사교성이 결여될 수 있다는 비판이 많다.
부모가 쉴 틈 없이 자녀교육에 매달려야 하므로 섣부른 재택교육은 가족관계의 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자신들이 역부족임을 깨달은 부모들이 자녀를 학교에 복귀시키는 사례도 있다.
하지만 많은 재택교육 부모들은 자녀들이 보이스카우트.4H.스포츠단체 등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사회성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한다.
재택교육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지역사회나 학교와 연계하는 경우도 많다.
재택교육이 늘자 대학들의 자세도 달라지고 있다.
미 하버드대는 최근 재택교육생들의 입학신청 사정을 위해 전담 직원을
배치했다. 다른 대학들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인다. - 중앙/99/5/31 -
- 세계의 교육개혁 - 홈스쿨링 우리는 어떤가 5.
우리나라의 경우 홈스쿨링은 아직 교육당국과 학부모 모두에게 생소하고도 이질적인 개념이다.
홈스쿨링의 장.단점을 떠나 이를 뒷받침할 만한 인프라가 전혀 갖춰져 있지 않다.
교육당국으로부터 홈스쿨링에 필요한 교안.교보재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관련 단체나 모임도 결성돼 있지 않다.
"어떻게 학교를 안보낼 수 있느냐" 는 따가운 시선을 이겨내기도 힘들다.
척박한 풍토에도 국내 홈스쿨링 가정은 현재 1천가구쯤으로 추산된다.
물론 이들이 겪어야 하는 어려움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중등교사 출신인 안영호 (安永皓.42.인천시부평구) 씨는 자녀들이 '쓸데없는 과제물 홍수' 와 '영악하고 맹랑한 아이들 틈에서 기죽어 지내는 게 싫다' 는 이유로 딸 지혜 (12) 양과 아들 태근 (9) 군에게 재택교육을 시키고 있다.
지혜양은 3년째로 접어들었고, 태근군은 이제 한달째다.
현행 초.중등교육법상 입학통지서를 받은 뒤 '특별한' 이유 없이 학교에 안보내면 안되기 때문에 安씨는 일단 입학시킨 뒤 자퇴수속을 밟으려 했다.
그러나 이게 쉽지 않았다.
학교에서 "나중에 생각이 바뀔 때를 대비해서라도 일단 학적을 보유하라" 고 강권한데다 주위 사람들도 "아이들 장래를 망치려고 이러느냐" 며 극구 만류했기 때문이다.
학적을 갖고 있다 보니 이만저만 불편한 게 아니다.
安씨는 자녀들의 장기결석이 계속되면서 학교측에서 계속 찾아오는 등 신경을 쓰는 게 민망해 지금까지 다섯차례나 이사.전학을 반복했다.
安씨는 현재 하루 3시간 가량 지혜양과 태근군을 직접 가르치는 한편 동네 도서관에서
독서교육을 시키고 인근 학원과 체육관에서 수영. 피아노. 그림. 외국어
등을 배우도록 하고 있다. - 중앙/99/5/31 -
- 세계의 교육개혁 - 美 '기독교 재택교육자聯' 신 회장 6.
미 코네티컷주 '기독교 재택교육자 연합회' 의 레이 신 (48) 회장은 "과거 소수 계층의 특이한 교육행태로 여겨졌던 재택교육이 이제는 교육의 한 방안으로 자리잡았다" 고 단언한다.
신 회장 자신도 세 자녀 모두를 재택교육을 통해 고교과정까지 가르쳤다.
미 공군사관학교를 나와 전투기 조종사로 활약하다 91년 예편한 뒤 기업 자문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그를 자택으로 찾아가 만나봤다.
- 일부 부모들이 재택교육을 선택하는 이유는.
"종교적 이유로 시작하는 가정도 있으나 대부분은 창의성이 무시되는 공교육에 실망한 부모들이 자녀의 적성계발을 위해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
- 부모가 갖고 있는 지식만으론 가르치기가 불충분하지 않은가.
"부모들이 교과서와 참고서 내용을 먼저 이해하고, 재택교육용 교재 등을 통해 교수방법을 터득한 뒤 아이들을 가르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고 본다. 전국 규모의 홈스쿨링 단체에서 각종 세미나.교재 박람회를 수시로 개최해 부모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
- 학생들의 사회성 결핍 우려는 없는가.
"홈스쿨링과 관련해 가장 잘못돼 있는 시각이 바로 그 대목이다. 꼭 학교에 다니며 친구들과 어울려야만 사회성이 길러지는 것은 아니다. 봉사활동.스포츠.동호인활동 등 대안은 얼마든지 있다. 다만 부모가 각별한 관심과 배려를 해야 하는 것만은 사실이다. "
- 상급학교로 올라갈수록 재택교육에 제약이 따르지 않는가.
"미국엔 재택교육생에게 차별없이 입학자격을 주는 대학이 2백50여개에
이른다. 그들은 재택교육생의 독립적 사고능력. 창의성. 학업수행능력을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대학진학을 위해서는 수학능력적성검사 (SAT).GED 등
수학능력 자격시험을 치러야 한다. " - 중앙/99/5/31 -
- 세계의 교육개혁 - '실전'으로 배운다 7.
오전 8시.
제니퍼 후버 (21.여.미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3년) 는 등교준비에 바쁘다.
방학이지만 가야 할 '학교' 가 있기 때문이다.
집에서 버스로 30여분 떨어진 채플힐 시내에 있는 '유니버시티 디렉토리스' 가 요즘 그녀가 다니는 배움터다.미 전역의 대학교 전화번호부를 제조하는 이 회사가 어떻게 그녀의 학교일까.
"대학에서 배운 것을 여기에서 응용하고 적용해보고 있으니 오히려 대학보다 더 좋은 학교지요. 저뿐만 아니라 친구들도 모두 현장에서 수업을 받고 있어요. "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하는 후버는 이곳에서 광고문안을 디자인하고 있다.
여름방학이 끝나는 9월까지 이곳에서 일한 모든 실적이 고스란히 대학에 보고되고 그것은 바로 성적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Columbia Missourian' 'KOMU - TV' 'KBIA' 'VOX' - . 미주리주 컬럼비아 지역에 가면 꽤나 이름이 알려진 신문.TV.라디오방송.잡지의 이름들이다.
특이한 것은 이들 언론사의 소유주가 다름아닌 미주리 주립대학이고 직원 모두가 이 대학 학생과 교수라는 점. '대학에서 언론까지 소유?' 라는 의구심은 저널리즘 스쿨의 딘 밀스 학장의 설명을 들으면 금방 사라진다.
"장차 언론에 종사할 학생들에게 보다 현실적인 교육을 시키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이론적인 지식만으로는 교육의 효율성도 떨어지고 사회에 나가 쉽게 적응하기도 힘들죠. " '컬럼비아 미주리안' 은 일반인 구독자가 수만명에 이른다.
KOMU - TV는 NBC방송과, KBIA는 미 공영 라디오방송인 NPR와 제휴해 방송의 질이 높다는 평가다.
시청자도 수십만명이다.
학생들은 이 매체들을 또 다른 강의실이라고 부른다.
저널리즘 스쿨 신문분야 석사과정에 있는 한국학생 이재희 (李哉憙.25) 양은 지난해 '컬럼비아 미주리안' 지에서 기자로 일했다.
그녀가 신청한 보도.편집과목 (3학점) 의 수업은 매주 3시간 강의에 20시간 지역뉴스 취재활동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부음기사 작성, 데스크 보조 등의 일상적인 업무 외에 1주일에 최소한 2건의 기사를 작성해야 한다.
편집국에만 1백여명의 학생기자가 있고, 데스크는 일반 언론인과 언론인 출신 교수들이 맡고 있기 때문에 피마르는 경쟁을 피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같은 교육의 결과로 미주리대는 미국에서 가장 많은 언론인을 배출한 대학이 됐다.
비단 노스캐롤라이나대와 미주리대만의 얘기가 아니다.
미국내 1만여개 대학 대부분에서 현장교육은 필수다.
현실과 동떨어진 이론교육을 용납하지 않는 교육문화가 성숙해 있다.
일본의 효고 (兵庫) 현 교육위원회는 올해 초 현내 중학생들의 교육지침에 '체험학습' 이라는 단어를 유난히 강조했다.
학생들에게 생명과 인권, 그리고 더불어 사는 심성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현장학습이 필수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예컨대 노인공경은 교실에서의 교육이 아니라 양로원을 직접 방문해 실제 체험을 통해 공경하는 마음을 갖도록 유도한다는 것. 일본 문부성이 2002년부터 초.중.고교의 이론교육을 30% 줄이는 대신 학생들의 창의력을 높이는 관찰.실험.토론 위주의 종합학습시간을 신설키로 한 것도 현장을 강조하는 교육방식과 맥을 같이한다.
일본의 대학들도 현장으로 달려가고 있다.
교토 (京都) 대는 비좁은 캠퍼스를 이전하기 위해 간사이 (關西) 지역 문화학술
연구도시인 기즈초(木津町) 부근을 후보지로 선정했다.
선정 이유는 그 지역 주변에 마쓰시타전기와 교세라 등 10여개 대기업과
국책연구소가 밀집해 있다는 것. 산학협동에 유리한 것은 물론 학생들이
자연스레 산업현장을 보고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겠다는 뜻이다.
- 세계의 교육개혁 - '실전교육' 우리의 경우 8.
"실습한 걸로 칠테니 그냥 집에서 쉬시죠. "
지난달 초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인 T사에서 현장실습을 하려던 D전문대 컴퓨터학과
2학년 金모 (20.여) 씨는 회사측의 친절한 배려 (?)에 아찔했다.
대학측으로부터 협조요청은 받았지만 마땅히 시킬 일도 없고, 자칫하면 다른 직원들의 근무 분위기가 흐려질 수도 있으니 굳이 회사에 나올 필요가 없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현장실습 2학점을 따려면 구체적인 실습보고서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金씨는 무슨 일이든 하겠다고 매달렸고, 결국 복사 등 잔심부름을 하면서 한달을 때웠다.
일은 틈틈이 어깨너머로 '커닝' 했다.
교육부는 지난 3월부터 실습교육 활성화 차원에서 실업계 고교.전문대.일반대의 농.공.수산학과를 대상으로 현장실습을 학점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측의 짐 떠넘기기식 태도와 기업측의 무관심으로 인해 내실있는 실습은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실업계 고교의 경우 사정은 더욱 열악하다.
서울 K공고 韓모 (52) 교사는 "고3학생들을 실습 내보낼 곳도 많지 않고, 설령 내보낸다 하더라도 업무미숙.사고위험 등을 이유로 잔심부름만 하다 돌아오는 수가 많다" 고 말했다.
정규직원들도 감원해야 하는 어려운 경제여건 때문에 졸업 예정자를 대상으로 한 인턴채용 문도 극도로 좁아졌다.
경총 조사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으로 전문대 이상 대학재학생 3만3천여명이 기업체에서 인턴과정을 밟고 있는데 신규인력을 이들로부터 사전확보하겠다는 기업체 (1백인 이상 9백56개)가 0.7%에 불과했다.
취업과 관련이 없는 초.중등학교의 경우 체험학습 형식의 현장교육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기는 하다.
지난해 서울시내에서 방학기간을 이용해 현장교육을 명목으로 농어촌 지역에 다녀온 초.중학생이 5만여명에 이를 정도다.
그러나 대부분 2~3일의 단기간에 걸쳐 놀이나 행사 위주로 치러지고 있어
'실습을 통해 배운다' 는 교육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 중앙/99/6/3 -
- 세계의 교육개혁 - 美 히크만高 현장학습실 'CASA'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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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 스리, 투, 원, 발사 - .'
통제실의 발사신호가 떨어지기 무섭게 우주선은 창공을 향해 솟구친다.
"우주선의 연료와 기압, 항로는 모두 정상. "
선장의 1차 보고는 성공임을 알린다.
그러나 지상 통제센터와 우주선에 탄 학생들은 한 순간도 자신의 컴퓨터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파란 우주인 복장의 학생들은 우주선이 궤도에 진입한 뒤에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쉰다.
미국 미주리주 컬럼비아시 북부에 위치한 히크만 고등학교의 현장학습실 'CASA (Columbia Aeronautics and Space Association)' 에서 진행되는 우주과학반 학생들의 학습광경은 미 항공우주국 (NASA) 의 시뮬레이션을 방불케 한다.
91년 만들어진 CASA의 목적은 한가지. 학생들이 우주공간을 이론으로만 인지하지 말고 가상공간이긴 하지만 직접 들어가 실체를 느껴보라는 것이다.
때문에 우주선 모형이 있고 여기에 통제실과 컴퓨터 자료실.의료실.침실.휴게실 등이 갖춰져 있다.
5박6일간 이뤄지는 실습교육의 전과정에는 우주분야의 지식이 풍부한 15명의 교사가 특별히 배치된다.
때때로 NASA의 직원들이 초빙돼 학생들을 지도한다.
10~20명 단위로 나뉜 학생들에게는 컴퓨터 소프트웨어 디자인, 조정훈련, 우주장비 수리 및 개선, 위기발생시 응급대처 등의 임무가 주어진다.- 중앙/99/6/3 -
- 세계의 교육개혁 - 평가가 두려우면 그만둬라 10.
미 중부의 명문 아이오와대.
숲이 우거져 아늑한 캠퍼스 분위기로 유명한 이 대학은 수년 전 한 대학원생의 총기난사 사건으로 발칵 뒤집혔다.
발단은 까다로운 박사학위 논문심사. 물리학 전공인 이 학생은 학장보 등 교수 4명이 자신의 논문에 이런저런 문제점을 지적하며 보완.재보완을 거듭하자 그만 히스테리가 발작했다.
교수들과 대화중 "잠깐 밖에 다녀오겠다" 며 집에서 총을 가져와 교수들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한 뒤 자신도 현장에서 목숨을 끊었다.
이 사건으로 3명의 교수가 현장에서 숨졌다.
극단적인 사례이긴 하지만 대학의 학위심사가 어느 정도 서슬 퍼렇게 이뤄지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학위심사뿐이 아니다.
선진대학들은 평소의 학업평가도 엄격.엄정하게 실시한다.
미 미주리대에서 이번 봄학기 '자연자원 정책' 을 수강한 23명의 학생들은 학기가 끝난 지금 녹초가 돼 있다.
버나드 루이스 교수의 빈틈없는 평가 때문이다.
그는 학기초 평가방법과 관련, '시험은 총 네번, 매주 리포트 제출, 학기말 논문형 리포트는 별도…' 라는 공지사항을 인터넷에 띄웠다.
그는 학기중 수시로 학생들을 호출, 현 시점에서의 성적 수준이 어느 정도이며, 이대로 가다가는 어떤 결과를 빚게 되고, 이를 모면하기 위해서는 어떤 항목에서 특히 분발해야 한다는 등 '중간평가' 도 아끼지 않았다.
학기가 끝날 때까지 계속 '들볶는' 것이다.
이 과목을 수강했던 엘리자베스 로저스 (23) 양은 "무척 힘들게 학점을 따냈지만 덕분에 많은 것을 배웠다.
교수님을 존경한다" 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미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의 학기말은 거꾸로 학생들이 교수를 평가하는 시즌.
"교수의 교재 선택에 문제는 없었는가" "강의 내용은 만족스러웠나" "강의중 질문을 자유스럽게 할 수 있었는가" 등. 모두 17개 세부항목에 학생들은 '매우 동의' '동의' '보통' '동의 안함' '매우 동의 안함' 의 다섯가지 답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물론 "답변에 성의가 없다" "연구실로 찾아가도 만날 수가 없다" 는 등의 주관적인 코멘트도 할 수 있다.
공정성 유지를 위해 해당교수에게는 학생들의 학점이 다 매겨진 후에 보여준다.
이 대학 저널리즘 스쿨의 토머스 바워즈 부학장은 "만약 10% 이내 학생들이 교수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면 크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지만 그 이상의 학생으로부터 부정적 의견이 나오면 그때는 특별회의를 열고 대책을 세운다" 고 설명했다.
학생들의 평가결과는 정례적인 교수평가 자료로 쓰이는 것은 물론 테뉴어 (종신임기제) 심사때나 부교수에서 정교수로 승격할 때도 활용된다.
프랑스 파리 근교 세르지 퐁트와제에 위치한 명문대 에섹 (ESSEC)에서는 최근 마케팅.재정학을 가르치는 교수 4명이 '퇴출' 됐다.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한다" "과제물은 많지만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 는 평가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서구 대부분의 대학에서 교수 평가의 여러가지 기준 가운데 30%가 학생들 몫이다.
교수들로선 강의의 수준관리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게끔 돼 있다.
평가에 시달리는 것은 대학사회 만이 아니다.
"테오군 아버님, 어머님. 오늘은 테오를 일찍 재우시고, 내일 등교 때는 테오가 좋아하는 옷과 신발을 착용시켜주세요. 가장 중요한 것은 내일 아침까지 테오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
전국학력평가시험 (Standardized Test) 을 하루 앞둔 지난 4월 13일 미 LA 클로버 초등학교의 마우린 멜볼드 (56.여) 교장은 전 학부모에게 일제히 이런 가정 통신문을 돌렸다.
캘리포니아주내 거의 모든 학교는 이 시험을 앞두고 몇주 전부터 '특별반' 까지 운영하면서 모의고사를 실시하는 등 야단법석을 떨었다.
교사들의 '목' 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시험결과에 따라 매겨지는 주내 8천여개 초.중.고교의 학교순위는 학교 예산증감은 물론 교장.행정 임원들의 교체 여부까지 가름한다.
상위권 학교에는 학생 1인당 1백50달러라는 당근이 돌아가지만 하위권 학교에는 인사.재정적 불이익이라는 채찍이 돌아간다.
50% 이내에 들지 못한 중.하위권 학교의 경우 '학업성취도 향상계획 (Underperforming schools program)' 을 세우도록 한다.
다음해에 이 프로그램을 잘 이행, 성적이 현저히 좋아진 학교에 대해선 총 1억5천만달러의 포상금을 지급한다.
영국의 경우는 이보다 더하다.
영국 교육 당국은 최근 교사들의 임금수준을 교사들의 성과, 바꿔 말하면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에 연동시킬 방침이라고 밝혔다.
교사들의 항의가 이어지고는 있지만 '교육의 질 제고' 라는 절대 명제를 위해서라면
다소간의 부작용쯤은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것이 영국 정부의 입장이다.
- 중앙/99/6/7 -
- 세계의 교육개혁 - 日 교사 고과제 11.
일본 도쿄 (東京) 도 공립학교 교사들은 요즘 바짝 긴장해 있다.
도 교육위원회가 지난 3월말 능력주의 인사고과제 도입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시행에 앞서 시범적으로 학생 지도력에 문제가 있는 교사 16명이 서무직으로 전배됐다.
보수적 교육시스템을 고수해 오던 일본 교육계에 실로 41년만에 획기적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새 고과제도는 교사들의 업적평가를 인사와 급여에 반영시키는 것이 골자다.
현행 제도는 교장이 교사를 별도의 평가기준 없이 A.B.C 3단계로 나눠 절대평가했다.
그 결과는 인사나 급여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교육위가 '평정결과를 교사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자료로 사용하지 않는다' 고 못박았기 때문이다.
반면 새 제도의 평가항목은 능력.열의 (의욕.태도).업적의 세가지로 나뉜다.
능력은 교과.생활.진로지도 및 학급운영을, 열의는 적극성.협조성.책임감을, 업적은 직무수행능력을 평가하게 된다.
평가방식도 3중으로 돼 있다.
먼저 교사는 학기 전에 교장.교감에게 교육목표를 설명한 뒤 학기 종료후 자신이 스스로 달성도를 평가한다.
이에 대한 1차 평가자는 교감. 교장은 마지막으로 절대평가와 상대평가를 섞어 교사들을 5단계로 분류한다.
교장은 평가를 위해 수업참관은 물론 학부모와 학생의 평판도를 들을 수 있다.
그리고 최종 평가결과는 예전과 달리 본인에게 통보된다.
이같은 방침에 일선 교사들은 반발하고 있다.
- 세계의 교육개혁 - 평가제, 한국은 아직도 12.
한국도 95년 교육개혁이 시작된 이후 교육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평가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고질적인 '온정주의' 로 여전히 형식에 그치거나 삐걱거리는 실정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 1백86개 대학 중 1백4곳이 교수업적평가를 실시해 그 중 94곳은 평가결과를 승진.재임용 심사에, 62곳은 연구비 차등지급에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업적평가로 연봉제를 실시하는 대학은 11곳뿐이고, 대부분이 평가결과를 단순히 참고하거나 최소 기준자료로 활용하는 정도다.
85개 대학이 학생의 교수강의 평가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서울대를 포함한 상당수 대학은 단지 강의개선을 위한 참고자료로만 활용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삼성경제연구소가 교육부 용역으로 서울대를 제외한 경북대.전남대 등 9개 국립대의 인력.조직관리 실태를 실사 (實査) 한 결과, 9곳 모두 연구 성과급을 연공서열로 배분.지급하고 있었다.
승진심사에서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과학논문인용색인 (SCI) 등록건수와 교내학술지 게재논문 수에 같은 배점을 부여하고 있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91년부터 대학의 교육여건을 판정하는 인증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지난해까지 평가받은 1백20대학 중 불합격한 곳은 한군데도 없다.
평가가 허술하기는 강의실 내에서도 마찬가지다.
규정을 어기고 수업을 자주 빠지는 학생에게 학점을 줬다가 교육부 감사에서 적발된 교수들이 아직도 많다.
빈약한 평가문화는 우리 대학의 국제적 지명도를 높이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초.중.고교의 경우도 비슷하다.
교육부가 96년 교사들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연말에 학교마다 교원의 10%에게
본봉의 50~1백%를 성과급으로 주도록 했지만 연공서열 순으로 나눠갖거나
교사들 회식비용으로 쓴 곳이 대부분이었다. - 중앙/99/6/7 -
- 세계의 교육개혁 - 텃새보다는 철새를 13.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 저널리즘 스쿨의 교수는 37명.
이 가운데 모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은 단 한 명 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미 전역의 다른 대학과 유럽.캐나다 등 외국 대학에서 공부한 사람들이다.
모교 출신 교수 역시 다른 대학에서 강의를 하다 최근 옮겨왔다.
교수를 채용할 때 타대학 출신 우대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대학의 생명은 학문의 발전에 있고, 학문의 바탕은 창의력이며,
그것은 새 바람. 새 아이디어를 필요로 한다. "
저널리즘 스쿨의 진슈 자오 교수는 지도교수로부터 물려받은 이론과 사상을 다음 제자에게 전달하는 '동종교배 (同種交配)' 의 반복으로는 학문적 발전이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같은 교수, 같은 학풍에서 곱게 길러진 순종은 약하며, 이종 (異種) 들이 섞여 서로 살을 부대껴야만 진정한 의미의 학문 경쟁력이 길러진다는 것이다.
하버드.스탠퍼드.버클리 등 미국 유수의 대학들에서는 학위 취득과 함께 모교의 교수로 자리잡을 수 없다는 불문율이 정착된지 오래다.
미국의 대학 교수들은 더 나은 연구환경과 행.재정적 지원을 좇아 활발하게 자리를 옮긴다.
'어느 대학 교수' 라는 타이틀보다 '어떤 분야의 권위자' 라는 사실이 우선시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대학간의 스카우트 경쟁도 치열하다.
반대로 연구실적이 없는 교수는 냉혹히 도태된다.
인도불교학 권위자로 유명한 그레고리 쇼펜 교수는 최근 텍사스 주립대 (오스틴)에서 스탠퍼드대로 연구실을 옮겼다.
텍사스대와 UCLA도 스카우트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고액의 연구기금과 연봉을 제시한 스탠퍼드대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미국의 경우 학위 외에 현장 경험을 중시하는 풍조에 따라 교수들이 캠퍼스를 떠나 실리콘 밸리 등에서 벤처기업을 창업해 운영한 뒤 수년만에 다시 돌아오는 경우도 쉽게 볼 수 있다.
텃새처럼 한자리에 머물러 텃세부리기를 거부하는 현상은 학생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적성에 맞는 전공을 찾아 전과를 하거나 대학을 바꾸는 사례가 매우 흔하다.
버클리대 4학년 킴벌리 노이스 (22.여) 는 1학년을 마치고 전공을 환경공학에서 자원관리학으로 바꾸었다.
앞으로의 전망을 보고 선택한 환경공학이었지만 다니다보니 도무지 적성에 맞지 않았던 것이다.
대학 카운슬러와의 면담을 통해 새로운 학문에 도전한 그녀는 현재의 전공에 대단히 만족해하고 있다.
버클리대의 경우 이처럼 전과를 하거나 대학을 옮겨다니는 바람에 4년 이상 재학하고 있는 학생이 전체의 절반이 넘는 56% (97/98학년도)에 이른다.
전년도에 비해 4%포인트 이상 늘어난 수치다.
2년제 전문대학 격인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하버드 등 명문대로의 편입도 비교적 자유롭다.
CCC로 불리는 캘리포니아 커뮤니티 칼리지는 모두 1백7개로 재학생 수가 1백70만명 (96/97학년도) 을 넘는다.
입학 자격은 캘리포니아주 거주자로 고교 졸업생이나 이에 준하는 자격이 있으면 된다.
CCC에서 최소 34학점을 이수하면 4년제 대학으로 편입 자격을 얻는다.
물론 경쟁이 치열해 평균 B학점 이상을 받아야하지만 매년 5만명 이상의 CCC 졸업생들이 UCLA를 비롯한 4년제 대학으로 편입하고 있다.
UCLA의 경우 전체학생의 30%를 커뮤니티 칼리지 편입생 정원으로 별도 편성하고 있다.
미국의 대학이 신입생을 선발할 때 반드시 고려하는 것은 신입생 전체의 잡종성 (?) 이다.
지역별.학교별.인종별.가정환경 별로 다양하게 섞이도록 노력한다.
하버드대 학부의 경우 특정 고교 졸업생이 절대로 20명을 넘지 못하게 하며, 부모의 소득수준도 최상류층에서 하류층까지 고루 반영되도록 한다.
특정지역.특정학교.특정환경 출신이 너무 많으면 거기서 성장하는 학생들이 균형감각을 지니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일부 명문대의 경우 같은 전공으로 학.석.박사 학위를 따내지 못하도록 제도화해 놓았다.
현재 미국의 석학들이나 행세깨나 하는 명사들의 이력서를 보면 대부분 2~3개 대학을 거친 것으로 돼 있다.
미국 대통령 클린턴만 하더라도 조지타운대에서 국제관계학을 공부한 뒤 영국 옥스퍼드대를 거쳐 다시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부통령 고어도 하버드대에 이어 밴더빌트대에서 공부했다.
유럽의 대학사회에서도 교수와 학생들이 다양한 학문경험 축적을 위해, 혹은 자기계발에 보다 유리한 곳을 찾아 다른 대학으로, 다른 대학원으로 떠나는 현상은 일반화돼 있다.
사정이 여의치 않은 사람들은 교환교수.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최대한 활용한
다.
파리 3대학 사회학과 3학년 잔마리 라로스 (21.여) 는 지난 한햇동안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15학점을 이수했다.
어학연수를 겸해 전공수업의 기초를 다지기 위해서였다.
외국문학 등 특정 학과의 경우 해당 국가 대학에서의 학점 이수를 의무화하는 경우도 많다.
선진 외국에서는 한국처럼 '한번 대학이면 영원한 대학' 이 되는 기현상은 없는
것이다. - 중앙/99/6/10 -
- 세계의 교육개혁 - 닫힌 국내 교수사회 13.
한국 대학들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가장 큰 걸림돌 가운데 하나가 교수사회가 닫혀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동종교배' 의 문제점이다.
동종교배란 한 대학 내에 본교 (학부기준) 출신이 지나치게 많음을 뜻하는 말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4월 현재 전체 교수 가운데 본교출신의 비율이
▶ 서울대 95.6% ▶ 연세대 80.3% ▶ 고려대 60.1% ▶ 경북대 60.1% 등이다.
전국 17개 대학이 40% 이상이다.
동종교배는 학문의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교수사회의 건전한 비판.경쟁 문화를 위축시킨다는 비판 여론에 따라 교육부는 지난해 교수임용 쿼터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대학의 반발이 거세 실효성은 의문시된다.
한국의 교수사회는 대학간 이동이 극히 저조한 가운데
▶ 지방대에서 수도권 대학으로
▶ 세칭 중.하위권 대학에서 상위권 대학으로의 이동 희망자만 많은 특징을 갖고 있다.
올해 서울대.연세대.경북대.전남대 등 4개 대학이 채용한 교수 1백33명 중
국내 타대학 교수 출신은 35명뿐이었고, 나머지는 외국대학 교수나 신임교수였다.
특히 서울대는 국내 타대학 교수 출신이 30.4%로 평균을 웃돌았지만 지방대학들은 15%선을 맴돌았다.
대학 교수들이 6개월~2년간 다른 대학에서 연구하면서 강의를 병행하는 '교류교수 제도' 도 부진한 실정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전국 교수 4천2백여명 중 교류교수 지원자는 97년 56명에서 올해에는 35명으로 줄었다.
이 가운데 수도권 대학에서 지방대로의 교류 지원자는 5명에 불과했다.
대학생들도 재수.편입학 이외에는 다른 대학으로 옮길 수 있는 길이 없다.
그나마 교육부가 96년 학생의 대학 선택권을 확대한다는 취지에서 대학 편입학
문호를 확대했으나 지방대의 반발이 거세자 올해 2학기부터 문호를 좁혀 학생들의
이동기회는 더욱 줄었다. - 중앙/99/6/10 -
- 세계의 교육개혁 - 24국 국경없는 교과과정 14.
독일 만하임대 경영대학원생 아보 숀봄 (23) 은 요즘 프랑스 고등경제상업학교
에섹 (ESSEC)에서 대학원 2년차 과정을 밟고 있다.
만하임대와 에섹 간 학생 상호 교환협정에 따라 학비는 면제되고 숙식은 에섹 기숙사에서 해결한다.
"1년 동안 54학점을 따면 양쪽에서 모두 석사학위를 받을 수 있어 취업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는 게 본인의 설명이다.
기회가 닿는다면 프랑스에서의 취업도 고려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이같은 대학간 학생 교환 프로그램이 87년부터 유럽연합 (EU) 차원에서 제도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15세기 네덜란드 출신의 철학.신학.인문학자 이름을 따 명명한 에라스무스 (ERASMUS) 프로그램이 바로 그것이다.
유럽통합을 위해서는 자유로운 인적 이동이 필수적이라는 판단 아래 장차 국경없는 취업과 경제활동의 토대를 만들자는 취지다.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을 통해 유럽내 다른 나라에서 학업 기회를 가진 학생 수는 지금까지 50만명에 이른다.
에라스무스에는 현재 EU 15개국과 스웨덴.아이슬란드.리히텐슈타인 및 동유럽 6개국 등 24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참여 대학은 모두 1천6백27개교. 프랑스가 3백16개로 가장 많고 독일 (2백40개).영국 (1백90개) 이 뒤를 잇는다.
EU는 98~99학년도 에라스무스 예산으로 1억1천6백만유로 (약 2조8천억원) 를 책정해놓고 있다.
전년에 비해 19% 증가한 액수다.
에라스무스 참가 절차는 아주 간단하다.
24개 대상국 가운데 자신이 원하는 나라.학교.학과를 확인한 뒤 신청하면 선착순으로 접수된다.
EU는 95년부터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을 유치원부터 대학원 이상까지 모든 교육기관의 학생.교사.교수.행정요원의 국가간 상호교류로 확대한 소크라테스 (SOCRATES) 프로그램으로 확대 시행하고 있다. - 중앙/99/6/10 -
- 세계의 교육개혁 / 대학은 기업의 연구실 15.
멜리사 바이러스가 미국 해병대의 중앙 컴퓨터까지 무력화시켰던 지난 3월말. 위기를 느낀 백악관은 카네기 멜론대의 컴퓨터 응급대응팀 (CERT)에 긴급구조를 요청했다.
CERT는 이틀만에 범인이 ALT - F11 서버 컴퓨터를 통해 처음 바이러스를 퍼뜨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미 연방수사국 (FBI) 컴퓨터범죄 전담팀은 이같은 단서를 토대로 결국 용의자를 뉴저지주 허름한 2층 방에서 체포, 재판에 넘길 수 있었다.
CERT는 미 정부와 학계의 최고 인터넷 보안 전문가들로 구성된 산학협동 연구팀. 이들이 수행하는 프로젝트와 구체적인 연구결과는 모두 극비로 분류된다.
인터넷 보안과 침투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아 자칫 악용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카네기 멜론대는 강철왕 카네기가 세운 대학답게 62개 부속 연구센터가 모두 외부 자금 지원으로 굴러가고 있다.
듀언 애덤스 연구담당 부총장은 "CERT의 1년 예산 3천8백만달러 (약 4백10억원) 가운데 2천6백만달러는 미 국방부가, 1천2백만달러는 마이크로소프트사 등 민간기업들이 대고 있다" 고 말했다.
독일의 자동차회사 BMW에는 자체 연구실이 없다.
이 회사의 연구실은 아예 뮌헨대 안에 들어가 있다.
대학과 기업의 손잡기가 '산학협동' 차원을 넘어 서로 한몸이 되는 '산학일체'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물리학과의 캐빈디시 연구소는 지난해말 기존 제품보다 훨씬 얇고 가벼운 발광 (發光) 플라스틱 디스플레이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냈다.
당장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이 1천2백만파운드 (2백40억원) 의
기부금을 들고 영국으로 날아왔다.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 와 유럽연합 (EU) 도 이 연구소에 돈을 대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케임브리지의 벤처기업 모임 대표 로리 반 소모렌은 "요즘 산학협동은 부익부 빈익빈으로 흐르는 추세" 라며 "캐빈디시 연구소처럼 될성 부른 나무에는 집중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고 말했다.
97년 비즈니스 위크의 경영대학원 평가에서 2위에 오른 미국 미시간대 경영대학원은 기업에서 기부금을 받는 대신 MBA 교수들과 대학원생들을 경영 컨설턴트로 파견한다.
이 대학원의 연간 예산 9천만달러 중 학생들의 등록금은 42.3%에 불과하고, 절반 이상이 기업 임원의 연수비 (27.1%) 와 기부금 (25.2%) 등 외부에서 수혈되는 자금이다.
자금운용 수법도 헤지펀드를 뺨치는 수준에 올라 이 대학원의 기부자산 시장가치는 1억2천4백80만달러이고, 매년 이자와 투자수익만 1천3백만달러에 이르고 있다.
일본도 21세기의 승부수를 산학협동에서 찾고 있다.
나가노 (長野) 현의 깊은 산속에 숨어 있는 초전도공학연구소 (SRL) . 고온 초전도체를 이용해 시속 5백74㎞의 자기부상 고속열차 개발이 한창이다.
SRL은 통산성의 주도로 83개 기업과 주요 대학들이 손을 잡고 산학관 (産學官) 협동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SRL 내의 히타치 (日立) 사와 도쿄 (東京) 대 연구팀이 전력 소비량을 1백분의1로 줄일 수 있는 초전도 소재개발에 성공할 경우 고속열차의 도쿄~오사카 (大阪) 왕복이 현재의 3분의1 비용으로 가능해진다.
일본에서 '기술 복덕방' 이 유망 비즈니스로 떠오르는 것도 새로운 추세다.
대학 연구실에서 잠자고 있는 바이오 기술.통신.신소재 등 첨단특허를 민간기업에 파는 기술이전기관 (TLO) 이 바로 그것이다.
기술 중매쟁이 격이다.
도쿄대는 지난달 12일 인재 소개업체인 리크루트와 TLO 설립계약을 했다.
리크루트는 당장 미국 스탠퍼드대와 MIT에서 기술특허권 관리를 담당하는 닐스 라이마스를 스카우트, 도쿄대에 파견해 돈 될만한 특허 분류작업에 들어갔다.
"산학협동은 더이상 기업측의 자선 (慈善) 이 아닙니다. 대학은 부족한 자금을 구하고, 기업은 유망한 기술을 찾을 수 있는 공존공생이며, 이로 인해 막대한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윈 - 윈' 게임이기도 하지요. " 라이마스의 이야기다.
일본 정부가 지난해말 TLO 설립을 합법화한 뒤 와세다 (早稻田) 대가 다이와 (大和) 종합연구소와 손잡았고, 쓰쿠바 (筑波) 대가 일본 최대의 벤처 캐피털인 자스코와 제휴하는 등 벌써 50여개의 TLO가 생겨났다.
지난 4월 미국 크라이슬러와 독일의 벤츠가 합병계약을 공식 체결한 직후 열린 첫 기자회견. 주르겐 슈렘프 공동회장은 "우리는 최우선적으로 대학을 만들겠다" 고 선언했다.
국적도 다르고 사풍 (社風) 도 다른 두 회사의 결합이 결국 파탄으로 이어질 것이란 시장의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대학을 통한 공동 연구와 연수를 꾀하겠다는 얘기였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이미 1천6백개의 미국 기업이 기업 관련 대학을 만들었고, 포천지가 선정한 미국의 5백대 기업 가운데 40%가 사내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선진국 기업과 대학들은 이제 한 울타리 속에서 본격적으로 융해되는 시대를 맞고 있다.
- 중앙/99/6/17 -
- 세계의 교육개혁 - 옥스퍼드大 대학평가 3위 전락 16.
"임피리얼 칼리지가 개방된 자세로 산학협동 등 꾸준한 자기개혁에 성공한 반면 옥스퍼드는 외부와 담장을 쌓고 학문의 '쇄국정책' 을 고집한 결과. " 영국의 권위지 더 타임스가 올해 대학평가에서 케임브리지를 1위, 임피리얼 칼리지를 2위, 옥스퍼드를 3위에 랭크시킨 뒤 내린 분석이다.
1168년 문을 연 영국 최고 (最古) 의 대학 옥스퍼드는 1209년 개교한 케임브리지와 함께 영국대학의 양대 산맥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오랜 '옥스브리지' 의 신화가 최근 옥스퍼드의 부진으로 흔들리고 있다.
더 타임스 평가에서 옥스퍼드는 런던대의 20여개 칼리지 중 하나인 임피리얼 칼리지에 2위 자리를 빼앗겼다.
1천점을 만점으로 한 이 평가에서 옥스퍼드는 4위인 런던 정경대보다도 불과 1점밖에 높지 않아 자칫하면 4위로 밀려날 뻔 했다.
영국총리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등 그동안 대영 (大英) 제국의 인재 양성소로 행세해온 옥스퍼드가 개교 이래 8백30년만에 최악의 성적을 낸 것이다.
옥스퍼드와 2위로 도약한 임피리얼 칼리지의 장.단점은 극히 대조적이다.
임피리얼 칼리지는 다국적 기업과의 적극적인 산학협동, 경영과 산업분야의 고급인력 확보 등을 통해 케임브리지에 필적하는 명문으로 성큼 발돋움했다.
반면 옥스퍼드는 캠퍼스 내에 주저앉아 학문의 근친상간에 골몰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해 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임피리얼 칼리지의 학장 론 옥스버그경 (卿) 은 "우리가 피나는 변신을 하는 동안 옥스퍼드는 개혁을 등한시했다" 고 잘라 말했다.
더 타임스는
"옥스퍼드가 기업과의 협력이라는 또 하나의 수레바퀴를 빨리 정비하지 않으면
영국은 앞으로 최고의 명문대학 가운데 하나를 잃게 될 것"
이라고 경고했다. - 중앙/99/6/17 -
- 세계의 교육개혁 - 한국도 '산학손잡기' 활발 17.
걸음마 단계이기는 하지만 한국에서도 대학과 기업간 산학협동이 늘어나는 추세다.
아주대는 최근 대우전자. 고등기술연구원. 테크라프 (전지생산 중소기업) 등과 차세대 전지를 개발하기 위해 교내에 공동연구소를 설립했다.
석.박사 과정의 학생과 기업체.연구소 직원 등 30여명으로 구성된 이 연구소는 충전시간이 1분이내고 10만번까지 충전할 수 있는 휴대용 전지를 3년 내에 개발할 계획이다.
삼성.LG.포철은 총 2백50억원을 투자, 내년 5월 완공목표로 한양대 내에 테크노파크를 건설 중이다.
교육부는 전문대가 기업체의 수요에 맞춰 교육하는 '주문식 교육' 을 확대할 방침이다.
산업자원부는 교수.학생의 벤처기업 설립을 지원키 위해 교내 기업의 공장등록을 허용했다.
그러나 내실있는 산학협동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다.
우선 대학 연구비 투자규모가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적다.
미국 대학의 경우 대학.정부.기업체가 투자한 연구비 규모 (95년 통계)가
▶ 존스 홉킨스 7억8천만달러
▶ MIT 3억7천만달러^스탠퍼드 3억1천만달러 등이었다.
그러나 97년 현재 국내 대학 중 연구비 투자가 가장 많다는 서울대도 존스 홉킨스대의 11%인 1천58억원에 불과하다.
연구능력 수준이 선진국 대학에 비해 상당히 뒤진다는 점은 더욱 문제다.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미국 과학논문 인용색인 (SCI)에 등록된 논문 수 (97년 통계) 를 보면 서울대.한국과학기술원 (KAIST). 포항공대. 연세대.고려대. 한양대. 경북대 등 7곳을 합쳐도 일본 도쿄 (東京) 대 한 곳의 70%에도 못미치는 실정이다. - 중앙/99/6/17 -
- 세계의 교육개혁 - 열등생도 만족해 한다 16.
미국 노스 캐롤라이나주 오렌지 카운티의 이스트 채플힐 고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오준호 (16) 군. 노스 캐롤라이나 대학에 2년간 객원 연구원으로 파견된 부친을 따라 지난해초 이 학교로 전학왔을 때만 해도 걱정이 태산 같았다.
영어도 못하고 한국 고교와는 교과목에도 차이가 많아 진도를 따라갈 자신이 없었던 것. 그러나 이같은 걱정은 모두 기우였다.
교사와 급우들은 한결같이 친절했다.
말이 안통한다고 '왕따' 당하는 일도 없었고, 모든 학업플랜을 자신이 짤 수 있어 적응하기가 아주 쉬웠다.
영어는 ESL (English As a Second Language) 수업을 통해 처음부터 새로 배울 수 있었고, 교과목은 자신의 적성과 수준에 맞게 골라 들으면 됐다.
이 고교는 영어 4학점, 수학.사회.과학 각 3학점, 체육 1학점, 예술.보건.기술 각 0.5학점, 선택 (제2외국어 등) 4.5학점 등 20학점 (하루 한 시간씩 한 학기 배우면 0.5학점) 을 따면 졸업할 수 있다.
그런데 과목마다 여러개의 세부과정이 개설돼 있어 그중 어느 것을 들어도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게 돼 있다.
예컨대 예술의 경우 미술.음악.드라마로 과목이 나뉘고, 미술은 다시 디자인.회화.조각 등으로 세분화돼 있는 식이다.
음악도 음악이론.합창.밴드.재즈 등으로 나뉘어 있다.
학생들은 이 가운데 어느 하나만 선택해 들으면 된다.
수학도 약 15개 세부과목으로 분류돼 있다.
학생 스스로가 판단, 어렵거나 자기에게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안들어도 된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수준에 맞춰 과목의 난이도가 다르다는 점이다.
각 과목은 크게 ▶일반▶아너스 (Honors) ▶고급 (AP:Advanced Placement) 3등급으로 나뉜다.
'일반' 은 아주 쉽고 기초적인 것, '아너스' 는 보다 어렵고 가산점을 받는 수준, 'AP' 는 대학의 교양과목 수준이다.
아너스나 AP는 숙제가 많고 좋은 학점을 따기도 어렵지만 대신 유리한 점도 있다.
평균학점을 산정할 때 아너스 과목은 1점, AP 과목은 2점의 가산점을 받기 때문. 예를 들어 영어의 경우 일반영어 대신 아너스 영어를 신청한 학생이 C학점을 받으면 B학점을 받은 것으로 인정된다.
따라서 내신성적을 중시하는 미국 대학에 입학하려면 이들 과목을 수강하는 것이 유리하다.
또 고교때 AP 과목을 들으면 대학에 가 해당 교양과목을 면제받는 수가 많아 대학 조기졸업도 가능해진다.
그러나 모든 학생이 아너스나 AP에 연연하지 않고 학교도 이를 강요하지 않는다.
초등학교를 포함, 대부분의 학교가 서머 스쿨을 운영한다.
여름방학 중 매일 5시간씩 3주를 배우면 그 과목은 한 학기를 이수한 것과 같이 학점을 준다.
조기졸업 희망자와 학업미달자에게 다같이 매우 유용한 제도다.
서머 스쿨 등록여부 역시 선택사항이라 신청해도 되고, 하지 않아도 된다.
중요한 것은 우등생과 열등생을 다같이 만족시키는 제도가 활짝 열려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학교 개선법' 에 따라 설립이 허용된 '차터 (특별허가) 스쿨' 은 '우등생도 없고, 열등생도 없는 교육' 을 지향하는 대표적인 학교다.
우리로 치면 대안학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는 이 차터 스쿨은 최근 미국 사회에 거세게 불고 있는 '신 공교육' 바람의 진원지다.
차터 스쿨은 학부모.교사.지역사회가 합심해 교육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설정해 운영하며, 제 각각 '수학.과학 중심의 수업' '예술을 중시하는 교육' 등 독자적인 색깔을 강조하고 있다.
자기의 학업 취미와 적성에 맞춰 학교를 골라 가기 때문에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열등생이 되고마는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다.
차터 스쿨의 평균 학생수는 1백50명. 공립학교의 3분의1 수준이다.
학생수가 적다 보니 교사는 학생 하나하나에게 골고루 관심을 갖고 학업을 지도할 수 있다.
연방정부는 지난해 차터 스쿨 지원금으로 1억달러를 책정했다.
92년 미네소타주에서 처음 도입된 이래 현재까지 34개주에서 1천2백85개교가 문을 열었다.
총 인원은 2백50여만명.
입학을 위한 대기자가 1천명이 넘는 명문이 부지기수다. - 중앙/99/6/22 -
- 세계의 교육개혁 - 한국의 우열반 17.
경북 Y고교 2학년 成모 (16) 양의 올해 목표는 자신이 속해 있는 '평반' 에서 벗어나는 것. 이 학교는 지난해부터 성적에 따라 전교생을 '특반' 과 '평반' 으로 구분해 놓고 있다.
成양은 2학년 들어서도 성적이 나아지지 않다 보니 이른바 '못난이 반' 에 속해 있다는 자괴감으로 몹시 괴로워하고 있다.
교육부 홈페이지에는 이처럼 고교 우열반 편성 사실을 고발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글이 자주 올라온다.
지난해 여름에는 "우수반엔 에어컨이 가동되는데 열등반엔 선풍기도 없다" 는 학생.학부모의 신고가 서울시교육청에 접수된 일도 있다.
학생들의 개성과 다양성을 존중해주기 위한 교육개혁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또 다른 한쪽에서는 '수준별 교육과정' 이란 이름으로 포장된 우등.열등생 가르기가 여전한 게 한국의 현실.
서울 A고의 한 교사는 "한 학급 46명 가운데 수업을 따라갈 수 있는 학생은 상위 20% 수준" 이라며 "교육은 성적 우수자만을 위한 것이 아닌데 자포자기에 빠지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없어 안타깝다" 고 말한다.
'대입 관문 통과' 가 지상과제로 돼 있는 인문계 고교에서는 대학입시를 포기하고 일찌감치 사회에 나서려는 학생들을 위해 취업반을 만들거나 직업학교 위탁교육을 시키는 대안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낙오된 학생들의 '마지막 비상구' 라는 부정적 인식은 여전하다.
이런 가운데 정규 교육과정으로 인정되면서도 입시 위주 교육에서 탈피한 대안학교가 있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경남 거창군 거창고가 대표적인 학교다.
첫눈이 오면 전교생이 토끼몰이에 나서고, 3일간 수업을 전폐한 채 예술제를 갖는 등 파격적으로 공부를 시키면서도 전교생의 95%를 4년제 대학에 진학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들 대안학교의 문턱은 몹시 높다.
해마다 입학 경쟁률이 5대1이 넘는다.
공부에 취미가 없는 학생들에게는 입학이 꿈 같은 이야기일 뿐이다.
- 중앙/99/6/22 -
- 세계의 교육개혁 - 장애인도 고른 혜택 美 갤로뎃大 18.
교육 선진국들은 열등생은 물론 장애인에 대해서도 균등한 교육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최대한의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세계 최초의 장애인을 위한 대학 갤로뎃 (Gallaudet) 은 이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교육기관이다.
"이곳에서는 들리지 않는다는 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강의실이며 도서관.기숙사가 모두 청각장애인에게 불편이 없도록 세심히 설계돼 있습니다.
일반대학과 똑같은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친구들과 어울리기도 좋고요. "
교육학과 졸업반인 트리시는 갤로뎃이 청각장애 학생들에게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워싱턴 북동쪽 플로리다가 (街) 의 켄달 그린에 자리잡은 갤로뎃은 청각장애인을 위한 4년제 정규대학이다.
1857년 설립돼 1백50년 가까운 역사를 지녔다.
문학.물리학.전자공학 등 50여개 전공과정이 개설돼 있고, 교육학.특수언어학.심리학쪽으로는 석사 및 박사과정까지 갖추고 있다.
설립 당시 9명에 불과했던 학생수는 이제 2천명을 넘어섰고, 약 12만평의 아담한 캠퍼스에는 부속 초등학교와 고교까지 들어서 있다.
이 대학의 모든 강의는 기본적으로 수화 (手話) 를 통해 이루어지며, 문자방송을 포함한 보조 시각자료들이 총동원된다.
교수진과 교직원은 채용 후 집중적인 수화교육을 받는다.
총장을 포함, 교수진의 35%가 청각장애인이어서 학생들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이를 교육현장에 반영한다는 게 마이크 카이카 홍보처장의 설명이다.
강의실 좌석도 전면을 향해 있는 일반대학과 달리 교수 - 학생간, 혹은 학생간 수화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대면식 또는 이동식으로 배치돼 있다.
갤로뎃 대학은 최근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달에 힘입어 청각장애 학생 교육에 획기적인 전기를 맞고 있다.
컴퓨터를 활용한 강의 및 정보수집 교육이 최우선시되고 있으며, 자체 근거리통신망 (LAN) 을 통해 학생들이 강의실은 물론 기숙사와 휴게실에서도 컴퓨터통신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1만3천명에 이르는 이 대학 졸업생은 대부분 전문직으로 진출,
정상인 못지않게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 중앙/99/6/22 -
- 세계의 교육개혁 - 바람직한 치맛바람 19.
지난달초 오전 8시쯤 미국 웨스트 로스앤젤레스 초등학교 정문 앞. 학생들의 등교가 한창인 이 시간 교문 한켠에서는 학부모 너덧명이 노점을 차려놓고 있다.
파는 물건은 인근 대형 슈퍼마켓과 쇼핑몰의 상품권. 학부모들은 당번제로 돌아가며 연중 등.하교 시간에 학생들을 데려다 주고, 데리러 오는 동료 학부모들을 상대로 상품권을 판매한다.
상품권 가격은 50달러짜리가 70달러, 1백달러짜리가 1백10달러다.
이 학교에 1학년 아들과 3학년 딸을 보내고 있는 학부모 크리스 영 (45.회계사) 은 "자녀들이 보다 질 높은 교육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선 학교재정이 튼튼해야 한다.
이에 관한한 학교와 학부모가 똑같은 입장이라고 본다.
주정부 재정지원이 부족하다니 학부모들이 팔걷고 나선 것" 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학부모가 지난 1년간 상품권 판매로 벌어들인 수익금은 약 1만달러. 전교생이 1천2백여명이니 1인당 평균 1백달러 안팎의 상품권을 산 셈이다.
수익금은 모두 컴퓨터 기자재 구입 등 이 학교의 교육서비스 향상에 투자된다.
학부모들의 기금모금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함께 모여 춤을 추는 '스윙 댄스' (5월) , 학부모들이 직접 케이크와 캔디를 만들어 파는 '스위트 드라이브' (9월) , 연말연시용 선물 포장지를 파는 '랩핑' (wrapping.10월) , 세차 (洗車) 를 해주는 '카 워시' (11월) 등을 통해서도 돈을 모은다.
학부모들은 대부분 기꺼운 마음으로 행사에 참여한다.
대신 개인적으로 교사에게 건네주는 촌지라든가, 부유층 학부모들에게 강요되는 찬조금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다.
방과후 학생들과 같이 하는 애프터 스쿨 프로그램 역시 학부모들의 몫. 보이스카우트 유년부 '타이거 컵스' 대장인 데이비드 클라우드는 2주에 한번씩 학부모 미팅을 주관한다.
모형 비행기와 로켓 만들기, 소방서.경찰서 등 관공서 방문, 캠핑.보팅 등 갖가지 행사를 학부모들이 직접 참여해 자녀들의 현장교육에 일익을 담당한다.
캘리포니아주내 우수 중학교로 선정된 64개 학교중 하나인 샌티아고 중학교에는 학부모 봉사단이 결성돼 있다.
전 학부모가 단원인데, 학부모 1인당 연중 12시간의 학교 자원봉사 활동이 의무로 돼 있다.
역할은 운동장 청소.컴퓨터 교실관리.학생들의 파티지원 등 수십가지다.
영국 런던의 캠던 자치구 교육연수소엔 매일 초.중등학교 교사와 학부모들로 가득 찬다.
'마약 바로 알기'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들이다.
자녀들을 마약으로부터 지키기 위해서는 학교든 가정이든 똑같이 마약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것이 이 교육 프로그램의 설립 취지. 지난해엔 자치구내 7개 초등학교에서 교사와 학부모들이 참여했다.
일본 도쿄의 에도가와 (江戶川) 소학교 1년생 다카하시 마코토 (高橋誠) 는 매일 학교에서 담임교사로부터 연락장 (連絡帳) 을 받아 아버지 다카하시 토모야 (高橋知也)에게 전하고, 다시 아버지의 답신을 받아 교사에게 전한다.
최근 그의 연락장에 들어있는 내용. "오늘 급식시간에는 야채가 많이 나왔는데 아이가 제대로 먹지를 않는군요. 무슨 일이 있나요. " (담임) "어제 아침부터 감기 기운이 있어 몸이 안좋은 것 같습니다. 체육시간에는 쉬게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부모) 방학기간을 제외하고는 담임과 학부모의 서면연락은 매일 이같이 계속된다.
- 중앙/99/6/24 -
- 세계의 교육개혁 - 美스펜스 초등교 학부모 대표 립닉 20.
미국의 학부모들이 학교운영 및 자녀교육과 관련,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미 뉴욕 맨해튼 스펜스 초등학교 학부모 대표인 유니스 립닉 (50) 여사에게 들어봤다.
그녀는 23세 된 큰 딸에 이어 느지막하게 본 막내 딸 올리비아 (8) 를 이 학교에 보내고 있다.
- 미국에도 자기 아이를 잘 봐 달라며 담임교사에게 촌지를 건네는 학부모가 있나.
"그런 일은 상상도 할 수 없다.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내 아이만 잘 챙겨달라는 식의 이기적 행동은 해서는 안되는 게 상식 아닌가. 지난해 우리 아이 학급에서는 학년을 마치면서 아이들이 정성껏 만든 세라믹 그릇을 선생님께 선물로 드렸다.도자기를 굽기 전 학생들이 각자 이름을 써넣어 선생님이 자기들을 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했다. 전부 50여달러가 들었는데 학부모끼리 공평하게 분담했다. 학년을 마치면서 개인적으로 선생님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나 인형.필기구 등 20달러를 넘지 않는 게 보통이다. "
- 미국의 학부모는 보통 1년 동안 담임교사를 몇 번이나 찾아가는가.
"우리 아이 학교의 경우 공식적으로 학부모와 교사가 만나는 시간은 두번에 불과하다. 그러나 교육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한쪽, 혹은 양측의 요청에 따라 수시로 면담을 한다. 학업성취도.학교생활 적응여부 등은 물론 특별활동 프로그램.숙제량 조절. 급식메뉴 선정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얘기를 주고받는다. 학부모끼리는 1년에 다섯번 정도 만난다.
주로 교통정리 당번을 정하는 것과 방과후 친구 집 방문횟수를 대략 몇 차례로 통일하자는 것 등에 대한 얘기가 오간다. "
- 미국 학부모들은 기금모금.교내 자원봉사 등에 적극적이라는데.
"내 자식을 가르치는 학교를 위해 학부모들이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것은
학부모의 기본 도리라고 생각한다.
우리 아이 학교에서는 학부모회 주관으로 학교 지원금 마련을 위한 바자회나
발표회 등을 자주 갖고, 이를 통해 얻어진 수익금을 학교에 기부한다.
이런 행사에 자주 빠지면 학부모 사이에서 따돌림 당한다."
- 중앙/99/6/24 -
- 세계의 교육개혁 - 우리는 어떤가 21.
이달 초 서울 강남 K중학교에서는 수업시간에 난데없이 교실 유리창이 박살난 적이 있었다.
이 학교 2학년 학생이 복장불량으로 교사의 지적을 받자 이를 전해 들은 학부모가 학교에 찾아와 자녀를 포함해 다른 학생들이 보는 자리에서 "왜 내 아이를 심하게 대하느냐" 며 행패를 부린 것이다.
이 학교 교장은 "다음날 학부모가 학교를 찾아와 사과를 해 더 이상 문제삼지 않았으나 학교와 학부모간 신뢰가 완전히 깨져 있는 현실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고 말했다.
부산의 한 고교에서는 자녀 체벌에 분노한 학부모가 학교에 찾아가 교사를 쇠파이프로 폭행하는 사태가 빚어지는 등 학부모의 교사폭행도 빈번히 발생하는 추세다.
학부모와 학교간의 이같은 관계악화는 일부 교사의 촌지수수에서 비롯된 교사들의 권위 추락, 학부모들의 빗나간 교육열이 복합적으로 빚어낸 결과라는 게 일선 현장의 목소리다.
현재 교육계에서는 학부모들의 관심이 철저히 '자기 자녀' 라는 좁은 울타리에 집중돼 있을 뿐 학교 공동체로 확산되지 못한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표시하고 있다.
한국교총이 지난 4월 초.중.고교 학부모 3천6백6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부모들의 바람직한 학교참여를 목적으로 설립된 학교운영위원회에 대한 일반 학부모들의 관심은 빈약하다.
학교운영을 학교측에 일임하거나 정보만 제공받는 수준이다.
학교운영위원회 역시 '돈 걷는 기구' 로 전락해 간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현재 학부모 단체를 중심으로 과거와 같은 치맛바람이 아닌 진정한 학부모 역할 찾기 노력이 시도되고 있으나 아직은 초기 단계다.
학부모 단체인 인간교육실현 학부모연대의 전풍자 공동대표는
"자기 자녀가 대학에만 들어가면 교육에 관심을 끊는 학부모가 많다,
학부모들이 관심의 폭을 학교 전체, 나아가 지역사회로 넓히려는 포용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고 말했다. - 중앙/99/6/24 -
- 세계의 교육개혁 - 대학도 개성시대 22.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있는 루이스 앤드 클라크 (Lewis & Clark) 대학. 빌 클린턴 대통령의 성추문 사건 주인공 모니카 르윈스키가 졸업 (심리학과) 한 곳이라 최근 언론에 많이 등장했지만 한국인들에겐 낯선 이름이다.
서부 '촌동네' 의 이 대학은 그러나 환경법 분야에선 미국의 최고봉으로 꼽힌다.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지 대학평가에서 96.97.98년 3년 연속 환경법 강좌 최우수 법과대학으로 선정됐다.
심지어 '미국의 환경범죄 법정은 루이스 앤드 클라크 법대 동창회' 라는 우스갯소리까지 생겨났다.
기소하는 검찰관이나 방어하는 변호인이 모두 이 대학 졸업생인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법학은 다른 어떤 학문보다 하버드.예일 등 동부 아이비리그 명문대학들이 주름잡고 있는 분야. 루이스 앤드 클라크가 아이비리그의 아성을 뚫고 환경법 분야의 군계일학 (群鷄一鶴) 으로 우뚝 선 것은 일찌감치 이 분야에 특성화를 꾀한 덕분이다.
61년 포틀랜드 법대를 인수한 이 대학 (1867년 설립) 은 70년대 들어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일찌감치 법대를 환경법 전문으로 특화시키는 작업에 착수했다.
최고의 환경전문 변호사를 대거 스카우트하고,가능한 모든 환경관련 강좌를 개설했다.
현재 강좌 수는 42개. 제네스 위스 (환경법 프로그램) , 수전 맨더버그 (환경범죄) , 마이클 블럼 (해양오염) 등 교수진도 명실공히 미국내 1인자들이다.
학생들에 대한 담금질도 가혹하기로 이름높다.
루이스 앤드 클라크의 강의실은 실제 법정을 방불케 한다.
도서관에서 밤새 뒤져온 판례를 근거로 10분 이내에 동료학생들의 항복을 받아내야 한다.
이같은 실전적 교육 덕분에 이 대학은 전국 환경법 모의 법정대회에서 30년만에 처음으로 3년 연속 우승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미국의 대학은 각기 주특기가 있다.
설립 취지 및 지역적 특성 등에 따라 몇몇 주력학과를 간판으로 집중 육성한다.
이를 위해 서로 중복되는 학과나 경쟁력 없는 학과는 과감히 떼어낸다.
이들 주력학과는 해당 대학을 명문으로 육성하는 견인차 역할을 한다.
흔히 명문 공대라면 메사추세츠 공대 (MIT) 나 UC버클리.칼텍 (캘리포니아 공대) 등을 떠올리지만 전공 분야별로 따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세라믹 공학은 앨프리드대, 임학은 워싱턴대, 해양학은 UC샌디에이고, 지질광산학은 콜로라도 스쿨 오브 마인스가 랭킹 1위다.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는 경영대학원 (MBA) 종합 랭킹서 늘 1~2위를 다투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노스 웨스턴 (마케팅 분야) , 벱슨 칼리지 (기업가 정신 분야) 를 최고로 쳐준다.
서울대가 모든 학과.과목에서까지 랭킹 1위를 독식하는 우리나라와는 다르다.
일본 대학들도 특성화에 주력하기는 마찬가지. 조지 (上智) 대와 도지샤 (同志社) 대는 국제화의 선두주자다.
조지대의 경우 전체 교수 5백25명 중 1백1명이 외국 국적 교수다.
지난해 12월에는 외국인인 윌리엄 캘리 비교문화학부장을 새 총장으로 선출하기도 했다.
전체 1만여명의 재학생 가운데 외국인 유학생의 숫자가 5%를 넘는다.
도지샤대의 경우 일본 대학 및 대학원 진학을 희망하는 외국인 학생들을
위해 1년 코스의 유학생 과정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 중앙/99/6/29 -
- 세계의 교육개혁 - 한국은… 종합대 홍수 23.
우리나라 대학의 주요 특징 중 하나가 백화점식 운영이라는 점이다.
웬만한 대학은 모두 종합대학이고, 무조건 많은 학과를 거느리려고 한다.
한국의 대학에는 독문학과가 68개나 된다.
재학생수 1만2천여명에 연간 학사 졸업생이 2천3백여명. 정작 독일에서도 독문학과 졸업생은 연간 2천명이 안된다.
미국에서는 물리과목 교사가 되려면 일반대 물리학과에서 물리를 배우고 사범대에서 교직과목을 이수하면 되지만 우리는 사범대와 일반대에 모두 유사과목이 개설돼 있다.
여러 대학 같은 학과간 학문적 차별화를 찾아내기 힘들 정도다.
국가적으로 보면 대학간 중복투자라는 낭비다.
대학으로선 가뜩이나 열악한 재정이 사방으로 분산돼 경쟁력 있는 학과의 집중육성이 어려워진다.
한국의 대학들은 그동안 대외적 체면치레와 모집정원 증원을 위해 무리하게 학과를 신설해 왔다.
진학 희망자가 모집인원보다 훨씬 많았기 때문에 그래도 학생들은 몰려들었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대학 모집정원이 진학희망자 수에 육박한 데다, IMF사태로 진학 희망자가 줄면서 대학들도 특성화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교육부도 올해부터 7년동안 1조4천억원을 투입하는 '두뇌한국 21' 사업을 통해 대학들의 특성화를 적극 유도하고 있다.
특성화의 최대 걸림돌은 대학사회의 집단 이기주의.
대학간 특성화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지난해부터 강원.
경남 등 일부 지역에서 대학간 유사학과를 '빅딜' 하자는 논의도 있었으나
관련학과 교수들의 반발로 진척이 없는 상태다. - 중앙/99/6/29 -
- 세계의 교육개혁 - '뿌리깊은 나무'로 키운다 24.
미국내 교육의 질 (質) 평가에서 2위를 차지한 라이스대학은 공부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 학교 3위이기도 하다.
어쩌다 맞이하는 '13일의 금요일' 은 해방의 날. 평소 워낙 공부 부담이 많다 보니 그 발산도 볼 만하다.
얼굴에 면도 크림만 바른 채 나체로 뛰어다니고, 옷을 입고 풀장에 뛰어드는 학생들로 캠퍼스는 난장판으로 변한다.
신혼 초 이 대학에 유학했던 김모 (39) 교수는 "4년 동안 공부 스트레스 때문에 부부생활을 거의 하지 못했다" 고 털어놓았다.
캠퍼스 바로 앞의 정신과 병원에는 스트레스를 상담하려는 학생들로 항상 만원이다.
노스캐롤라이나대가 있는 인구 4만5천명의 채플힐시는 대학생이 2만4천명을 차지하는 전형적인 대학도시. 도심을 관통하는 이스트 프랭클린 스트리트에 술집은 불과 세곳. 그나마 오후 9시면 문을 닫는다.
학생들이 독서실처럼 이용하는 카페가 네곳이 있고 나머지는 교회.우체국.책방.복사문구점이 눈에 띌 뿐이다.
우리 대학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당구장이나 오락실.비디오방.여관.미용실은 찾을 수 없다.
저널리즘 스쿨의 토머스 바워즈 부학장은 "공부 이외에 다른 데 눈을 돌릴 수 없게 분위기가 차분하고 안정돼 있다" 고 말했다.
미국 대학들에는 학문적 기초 없이는 응용도 불가능하다는 공감대가 넓고 깊게 깔려 있다.
필사적으로 공부하지 않으면 배겨낼 수 없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놓고 있다.
한 과목을 이수하려면 분기별로 4개의 리포트와 중간.기말고사 2~4차례는 기본이다.
매주 초 퀴즈식 테스트가 실시되고 확실한 이유없이 2~3차례 결석하면 아예 잘린다.
여기에다 문답식 강의에서 쫓겨나지 않으려면 교수가 지정하는 매주 3권 이상의 참고도서를 읽어내야 한다.
혹독한 교육 때문에 미 쿠퍼 유니언대 학생들은 "예습량을 줄여달라" 고 시위를 벌일 정도. 대학측은 학문 연구의 마라톤에서 끝까지 견뎌낼 수 있도록 학생들에게 유독 체력단련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 교육의 저력은 한국의 고3 수험기간을 능가하는 강도 높은 대학교육을 통해 다져지고 있다.
고교 때까지는 세계 학력평가에서 늘 하위를 맴돌던 미국이 대학졸업생 평가에서는 예외없이 톱 랭킹을 휩쓰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미 인문과학의 전당으로 꼽히는 애머스트대학은 대학만 있고 대학원은 없다.
학문적 기초를 단단히 다진 뒤 자신에게 맞는 전공을 찾으면 그 분야 최고의 대학원을 찾아 떠나라는 게 이 대학의 원칙이다.
이 대학 신입생은 1년만에 10%가 캠퍼스에서 쫓겨난다.
4년만에 졸업할 확률은 50%를 밑돈다.
졸업에도 논문제출과 함께 3시간에 걸친 '죽음의 관문' 이 기다리고 있다.
4명의 교수 앞에서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밑바닥까지 보여주어야 한다.
애머스트대 스테이시 슈마이텔 (37) 홍보실장은 "기초가 튼튼해야 급변하는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며 "우리는 전문가보다 제너럴리스트를 지향한다" 고 말했다.
이런 덕분에 학생수 1천6백명의 초미니대학이지만 역대 18명의 미 중앙정보국 (CIA) 국장 가운데 3명이 애머스트대 출신이다.
본토 반환 2주년을 맞는 홍콩에는 '우질 (優質) 교육기금' 이란 게 있다.
50억 홍콩달러 (약 8천억원) 로 출발, 경제위기 속에서도 유일하게 60억 홍콩달러로 늘어난 기금이다.
전적으로 영어교육에 사용되는 이 기금은 중국에 귀속돼도 영국식 영어의 근본을 잃지 않아야 생존할 수 있다는 홍콩의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이다.
이 기금은 최근 1백50명의 외국인 영어교사를 채용하면서 연봉 80만 홍콩달러 (약 1억2천8백만원)에다 주택수당 등 1인당 1백만 홍콩달러 이상을 약속했다.
파격적인 대우를 좇아 당연히 세계 최고의 영어교사들이 몰려들었다.
영국 런던에 주재원으로 파견나간 S기업 尹모 (46) 부장은 지난해 초 IMF위기로 철수하면서 고민 끝에 고교 2년생인 딸을 혼자 현지에 남겨놓았다.
연간 1만2천달러의 학비.생활비가 큰 부담이었지만 한국의 과외비를 떠올리며 눈을 감았다.
과외를 통해 편법을 가르치는 것보다 학문의 기초를 튼튼히 다져주는 영국 교육이 딸의 장래에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이 결정적인 작용을 했다.
尹부장이 믿는 것은 영국의 교육원칙이다.
영국 집권 노동당이 내건 정책공약은 "2류 교육 위에서 1류 경제를 운영할 수 없다" 로 시작되고 있다. 교육원칙 1조는 더욱 구체적이다.
"16세 이전의 모든 학생들에게 읽기. 쓰기. 말하기와 산수학습을 반복시킨다.
철저한 기초학습을 통해 교육의 뿌리부터 확실하게 다져놓겠다는 것이다.
- 중앙/99/6/30 -
- 세계의 교육개혁 - '한국의 대학생' 25.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올 봄 '한국의 대학생' 이란 책자를 내놓았다.
우리나라 대학생의 학습량.인생관 등 의식구조를 폭넓게 조사한 이 책자의 결론은 '공부를 너무 하지 않는다' 였다.
주당 평균 학습시간을 보면 우리 대학생의 58%가 2시간 이하였다.
1주일에 2시간밖에 공부를 하지 않는 학생이 미국은 13.3%, 일본은 12%에 불과하다.
전공서적 독서량에 있어서도 우리 대학생의 47.4%가 3권 미만을 읽고 1권 미만을 읽는 대학생도 15.4%나 됐다.
미국 대학생의 53.3%가 8권 이상을 읽는 것과 너무 대조적이다.
반면 우리 대학생의 57%는 이틀에 한번 꼴로 술을 마시는 것으로 나타나 도서관보다는 술집을 찾는 학생들이 더 많다는 해석도 가능해진다.
국가 경쟁력의 기본이 대학임을 감안하면 상당한 위기인 셈이다.
국내에 있는 외국인 교수나 학생들도 "한국 대학은 선진국에 비해 교육시설이 빈약한데다 학습량도 적고 토론문화.경쟁문화가 없다" 고 입을 모은다.
한마디로 기본기가 안 돼 있다는 것이다.
교환학생으로 Y대에 재학중인 해외동포 羅모 (24.여.캐나다 앨버타 주립대 졸업) 씨는 "한국에서는 캐나다대학의 20%만 노력해도 따라갈 수 있다" 고 말했다.
남명수 인하대 기획처장은
"세상이 급격히 변하는데 우리 대학은 이 변화를 능동적으로 수용할만한
시스템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
라고 지적했다.
아직도 과거 문화에 젖어 있다는 뜻이다.- 중앙/99/6/30 -
- 세계의 교육개혁 - '창의력 키우는 선진교육 부럽다 26.
- 시리즈를 마치며 - 전문가 좌담 -
중앙일보는 선진국들의 새 천년에 대비한 교육개혁 실험현장을 점검하고, 이를 우리 교육의 현주소와 대비해 보는 '새 천년 대계, 현장취재 - 세계의 교육개혁' 시리즈를 5월 28일부터 지난 1일까지 총 10회에 걸쳐 연재했다.
지식과 정보가 주도할 새 시대의 개막을 앞두고 우리 교육도 어떻게 달라져야 할 것인지, 전문가 좌담을 통해 알아본다.
◇참석자
노건일 인하대 총장
오정환 롯데 연수원장
이승무 교육부 교육정책기획관
사회 = 국제부 김동균 차장
▶사회 = 이번 시리즈를 보신 소감을 한말씀씩 해 주십시오.
▶盧총장 = 우리 사회 모든 분야가 변화의 길로 줄달음치고 있습니다만 교육은 60년대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별로 없습니다.
인재에 대한 기대와 현실 사이에 괴리현상이 점점 커지고 있어요. 우리 교육은 무엇보다 창의력.사고력.상상력을 키워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번 시리즈에서 잘 드러난 것처럼 우리 교육은 단선적 지식위주 교육인데 반해 외국은 창의력 계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吳원장 = 동감입니다. 특히 신입사원 교육을 담당하는 입장에서 보면 우리 교육이 의사 결정을 이끌어내기까지의 사고 과정이라든가,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법을 가르치는 데 상당히 소홀했다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李기획관 = 중앙일보의 교육시리즈를 보고 상당한 자극을 받았습니다.
이제 우리 교육도 세계와 겨뤄 이길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우기 위한 새로운 시도가 필요한 때라고 봅니다.
▶사회 = 21세기는 지식기반 사회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21세기가 요구하는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우리 교육이 가장 개선을 서둘러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盧총장 = 기초학문을 육성하고, 유능한 인재들이 사회 각 분야에 고루 진출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똑똑한 젊은이들이 법대나 의대에 편중되는 현상을 방지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국가의 불균형 성장을 초래하게 됩니다.
▶李기획관 = 학교교육이 창의성을 키우는 교육,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교육, 인간을 사랑하는 교육으로 자리잡아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가정과 사회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합니다.
▶吳원장 = 기업의 관점에서 바라본 21세기형 인재는 회사일에 능동적이고, 조직원간 협력하면서 건설적으로 경쟁하는 사람입니다.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자질은 물론 한국인의 정체성 (正體性) 도 갖춰야 합니다. 외국어.컴퓨터 등 도구과목과 함께 문학.예술 등 소양과목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가 필요합니다.
소양과목은 창조와 상상력의 근원이며, 외국과의 원활한 거래에 큰 도움이 되지요. 21세기 정보화 사회에서는 지식을 어떻게 획득하고, 어떻게 저장하느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획득한 지식을 분류하고 결합하는 능력도 중요합니다. 이 모든 것은 학교가 올바르게 가르치는 데서 시작해야 합니다.
▶사회 = 외국 대학생은 졸업 후 곧바로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지만 우리는 1년 이상 연수해야 가능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盧총장 = 현재 대학교육이 현장과는 동떨어진 공허한 이론교육의 장 (場) 이 돼있기 때문입니다. 대학의 인재육성 철학 부재, 산업계의 비협조, 대학간 몰개성 등이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대학간 차별화가 이뤄져 어떤 대학은 어떻게 가르쳐 어떤 사람을 배출하겠다는 목표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 대학들은 그런 게 뚜렷하지 않습니다.
▶李기획관 = 대학의 해당학과 교수들만이 교육과정 편성의 주체라는 점도 문제입니다. 사회의 수요보다 자기가 가르칠 수 있는 내용 위주로 교육과정을 짜기 때문이지요. 교육과정 편성에 학생.기업.지역사회가 두루 참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같은 참여를 교권침해로 받아들여서는 안될 것입니다.
▶吳원장 = 기업측에서는 바로 써먹을 사람보다 오래 잘 써먹을 수 있는 사람을 원합니다. 따라서 아까 말씀드린 대로 기본소양이 튼실하고 품성이 바른 사람을 희망합니다. 현재 각 부문에서의 기술진보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어차피 재교육은 필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비유가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부실한 완제품' 보다 '충실한 반제품' 을 더 원합니다.
▶사회 = 교사와 학부모는 교육계의 중요한 두 축입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는 둘 사이에 불필요한 긴장이 있고 불신감이 팽배합니다.
관계개선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李기획관 =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 어떤 문제점이 드러났을 때 획일적인 조치를 취하는 등의 조치를 지양해야 한다고 봅니다. 예컨대 교사의 가정방문 과정에서 사소한 잡음이 있었다고 해서 가정방문을 전면 금지시키는 것 등은 잘못이라는 것이지요. 대증요법식으로 사안별 조치를 해야지 전체 시스템을 고쳐야 한다며 과민반응을 보여서는 둘 간의 관계가 악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학교운영위원회가 도입돼 있습니다. 학교운영위가 당초 취지대로 잘 운영된다면 이런 문제는 해결될 수 있습니다.
▶사회 = 우리 교육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대학평가.교수평가 등 다양한 평가제도가 정착돼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교육계 일각에서는 평가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盧총장 = 사회 전반적으로 개개인의 책임한계가 모호하고 평가를 받는 훈련이 돼있지 않아 그렇다고 봅니다. 교육계는 사회에서도 특히 보수적인 곳이 아닙니까. 그러나 이제는 기업체에서도 연봉제라든가, 성과급 제도가 착근단계에 있고 하니까 앞으로 나아지겠지요.
▶李기획관 = 과거 교육부에서는 시.도교육청 평가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행 첫해 결과가 나오자 야단이 났습니다. 1등을 한 교육청 외에는 모두가 불만이었습니다. 당장 지역사회에서 우리 교육청이 이 정도밖에 안되느냐는 비난이 비등하는 바람에 교육청 관계자들이 초주검이 됐지요. 이런 상황에서 계속 교육청 평가를 밀고나가기가 힘들었습니다.
▶사회 = 우리 교육정책이 근시안적인데다 너무 자주 바뀐다는 지적이 많습니다만.
▶盧총장 = 중요한 교육정책은 최소 10년 단위의 장기계획을 세우고, 근간은 바뀌지 않는 상태에서 간간이 보완해나가는 선으로 일관성이 유지돼야 합니다. 따라서 장기 교육정책은 아예 구속력이 있도록 법제화를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吳원장 = 특히 대입제도는 중등교육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얼마간 단점이 노출된다고 하더라도 한번 틀이 짜여지면 그대로 밀고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 이제 마무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결어 (結語) 를 부탁드립니다.
▶吳원장 = 제가 사범대학에 다니던 시절 "인류의 문화유산을 후세에 물려준다는 엄숙한 마음가짐으로 교단에 서라" 는 가르침을 받은 바 있습니다. 우리 교육의 앞날이 결국 선생님들의 손에 달려 있다는 점을 우리 모두가 명심야 할 것입니다.
▶盧총장 = 대학에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하는 풍토를 조성하는 것이 가장 급선무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엄격한 학사관리와 철저한 교수 업적평가제가 정착돼야 합니다. 다음으로 대학의 자율성이 보장되고 다양성이 강화돼야 합니다.
각 대학이 비교우위에 있는 분야를 특성화해 나가야 하며, 교육당국도 이를 최대한 지원해야 합니다.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께 무엇보다 '교육 대통령' 이 돼주시기를 당부합니다.
▶李기획관 = 집권자들이 볼 때 교육부문의 투자는 다른 부문에 비해 당장 큰 성과가 안나타난다는 '단점' 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투자효과는 다른 어떤 부문보다 크다고 봅니다. 과거 문민정부는 실정도 많았지만 교육투자를 국민총생산 (GNP) 의 5%까지 확대하고 이를 지켜나간 공로는 평가할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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