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원
한국문인선교회 회장, 현대시인협회 회원, 한강문학회 회원, 국제PEN한국본부 회원, 세계여행작가협회 감사,
시전집:《빛과 사랑과 영혼의 노래》, 시집:《물방울 꽃들은 바다로 흐른다》,
연작시집:《한강》, 《광화문 전설》, 《농무》, 《지구인에 대한 견해》, 한용운문학상 수상
열쇠 35 외 2편
서촌 김 원
폭설 쌓인
미래의 문을 두드린다
무엇이 날 기다리는 걸까
청포도 깨무는 물여치 우는
한 여름날의 처녀일까
우울한 사거리 신호등 앞에
장승처럼 선 빈궁한 선머슴일까
푸른 새벽을 은빛 칼로 가르던
어느 철새들의 날갯짓일까
하얀 쌀밥을 일상의 제물로 삼던
위선의 종을 팔뚝 걷어 치던
전무후무한 희대의 성자들일까
꽃향기 흘리며 애욕의 황금을
흠모하고픈 어린 창부의
새파랗게 질린 작은 얼굴일까
살아있고 기어이 죽어있는
말도 없는 거칠은 땅일까
환희의 바다를 헤엄치는
거룩한 물고기들의 자유일까
증오와 기쁨과 빛들의 길을
홀로의 나그네로 걸었던
수많은 인연의 눈동자일까
바람 잔잔한 산허리 춤에
이별도 모르고 슬픔도 잊은
빛나는 너의 열쇠 하나
고요히 반짝인다.
열쇠 36
사족도 풀어헤친
나른한 현기증의 봄이여
못다한 싹을 틔우는 것이뇨
치자빛 저고리 풀어
하얗게 울던 동상의 겨울을
님 인양 포옹하는 것이뇨
종탑의 이끼도 함성 지르며
하늘쪽 움막을 향해
외출의 기쁨을 전하는 것이뇨
찬 바람은 옷깃을 여미고
놀빛 흐르는 침묵의 사립문은
길고 긴 애증의 꼬리표다
골짜기에 숨은 봄의 전령이여
푹푹 썩어서 익어버린
푸른 알몸의 활을 당기어
속사포의 꿈으로 질주하라.
열쇠 37
문을 열고 싶다
아무도 없는
그런 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