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노바가 매일 40개씩 약처럼 꼬박꼬박 챙겨 먹었다는 이것. 프랑스의 대문호 발자크가 한번에 1,444개를 먹어 치웠다는 진기록을 남긴 이것. 바로 영양만점의 진미(珍味), 굴! 찬바람이 코끝에 시큰하니 다가올 때면 탱글탱글한 바닷내음의 굴로 우리 몸의 궁핍한 영양소를 마음껏 채워보자.
글 │ 최현정 · 사진 │ C&H studio
Eat Oyster, Love longer
‘굴을 먹어라, 사랑이 길~어진다’. 서양에서 나온 말이다. 로마 황제들이 힘의 원천으로 믿었으며, 나폴레옹이 전쟁터에서도 식사 때마다 빼놓지 않았다는 등 유럽의 호색가, 정력가들의 일화 속에 자주 등장하는 먹거리가 바로 굴이다. 이것이 남성의 스테미너에 좋다는 일설은 동서양을 가리지 않는다. 사위 사랑은 장모라고 처갓집에 온 사위를 위해 씨암탉을 잡는 것은 형편이 그리 좋지 않았던 여염집의 말이다. 옛날 한양 양반네들은 혼인을 치른 사위를 위해 밥상에 생굴을 올렸단다. 딸을 잘 부탁한다는 장모의 정성스런 밥상 앞에서 연지곤지 찍은 신부와 신랑의 얼굴이 발그라니 붉어진 것은 당연한 일. 그러나 굴이 어디 남성에게만 좋을까? 다이어트로 지친 현대 여성들에게 살찔 염려 없이 영양분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는 최고의 음식이자 뽀얀 피부를 찾고 싶은 욕망을 채워줄 수 있는 미용식품 또한 다름아닌 굴이다.
어류를 생으로 먹는 것을 혐오하기까지 하는 서양사람들의 식탁에 버젓이 날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굴이니 생굴이 몸에 좋다는 이치를 예로부터 자연스레 깨우친 것이다. 굴이 몸에 좋다는 의미는 어디에서 나온 걸까? 우선 영양학적으로 살펴보자. 우리 몸의 에너지원인 글리코겐과 단백질과 타우린, 글루타민산 등 필수 아미노산의 함유량도 쇠고기를 능가한다. 뿐만 아니라 미량영양소인 아연이 듬뿍 들어있으며, 비타민, 철분, 인, 칼슘 등의 미네랄도 풍부하다. 그래서 ‘바다의 우유’, ‘영양의 보고(寶庫)’, ‘완전식품’ 등 그를 칭송하는 말은 수도 없다.
싱싱함을 입안으로…. 굴의 계절!
좋은 것도 제철에 먹으면 그 효능과 맛이 배가 될 터. 바야흐로 영양만점 굴의 계절이니 겨울철 까슬까슬한 입맛을 되살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뽀얗고 하얀 속살이 적당히 씹히면서 멀리 바다내음까지 전해주는 감칠맛은 식탁을 준비하는 주부의 발걸음을 바쁘게 한다. 그렇다면 마음먹고 수산물 시장을 찾아가 보자. 이른 새벽부터 시작되는 이곳은 삼면 바다에서부터 빠르게 공수되어온 펄떡거리는 생선들로, 또 좁은 통로를 신속하게 오가며 뿜어내는 사람들의 에너지로 지친 나의 활기도 되살려 줄 것만 같다. 요즘 수산물 시장 효자 상품은 뭐니뭐니해도 굴이다. 억만년 전의 바닷가에서 살았음직한 모양의 우둘투둘한 석화 껍질, 그 속에는 살이 통통하게 올라서 제 맛을 내는 굴이 들어있다. 살이 너무 하얀 것은 피하고 밝고 선명한 빛깔에 만지면 오돌토돌한 느낌을 주는 것으로 고른다. 특히 가장자리에 선명한 검은빛 테두리를 두르고 있는 것이 좋다. 굴을 손질할 때는 맹물에 그냥 씻어내면 맛이 떨어진다고 하니 무즙이나 소금물을 이용해 보자. 싱싱한 굴이라면 얼지 않을 정도로 차갑게 해서 생으로 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 생굴을 초고추장에 척하니 찍어서 먹는 것이 우리네 입맛이라면 서양 사람들은 석화 껍질 속에 담긴 굴 살에 레몬즙을 뿌려 별다른 양념 없이 한 입에 톡 털어 넣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입안에 침을 고이게 할 정도로 강한 신맛의 레몬즙은 세균이 생기는 것을 억제하여 날 것으로 먹는 굴을 소독하는 효과가 있다. 뿐만 아니라, 레몬의 신맛을 이루고 있는 구연산은 굴에 들어있는 철분과 결합해서 흡수가 잘 되는 구연산 철분으로 바꿔주는데, 이는 철분의 흡수를 도와주고 소화가 잘 되게 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영양학적으로나 미각(味覺)적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겨울철 바닷굴…. 그렇다면, 굴은 어떤 와인과 어울릴까? 신선한 산도와 풍부한 과일향을 가진 화이트 와인이 생선이나 해산물과 짝을 이루는 것은 음식과 와인을 매칭시키는데 가장 기본이 된다는 것쯤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무엇보다 프랑스 등의 유럽에서는 공식처럼 ‘굴과 샤블리(Chablis)’를 첫 줄에 꼽는다.
수천만 년 중생대 바다를 기억하는 땅, 샤블리….
굴에는 샤르도네(Chardonnay) 품종으로 만든 샤블리가 환상의 궁합이라는 것이다. 샤블리는 프랑스에서 보르도(Bordeaux)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세계적인 와인산지로 꼽히는 프랑스 중부 부르고뉴(Bourgogne) 지방 최서북단에 위치한 마을 이름이자 화이트 와인의 대명사이다. 부르고뉴를 몇 개의 지역으로 구분해서 가장 훌륭한 품질의 와인이 만들어지는 곳을 ‘황금의 언덕’, 즉 ‘꼬뜨 도르(C셳e d’Or, or는 ‘금’이라는 뜻)’라고 불린다면 샤블리는 이 황금의 언덕을 열어주는 관문이자 투명하며 금빛이 도는 와인을 생산해 내는 곳이라 하여 ‘황금의 문(golden gate)’이라 불린다. 이 샤블리가 굴과 같은 해산물에 잘 어울리는 데는 또 다른 특별한 사연이 있음직하다. 샤블리의 토양이 바로 그 열쇠. 수천만 년 전 중생대에 이곳은 바다로 뒤덮여져 있었다. 그 후 지질의 변화로 바다는 화석토질의 흔적만 남기며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진흙, 석회석, 백악질과 뒤섞인 굴 화석이 이곳에서 자주 발견된다. 이는 샤르도네의 성장에 가장 좋은 토양으로 적당한 기후와 인간의 정성어린 간섭으로 특유의 미네랄 향의 최고급 화이트 와인, 샤블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굴 껍질을 함유한 토양에서 자라난 포도로 만든 샤블리가 굴과 어울린다는 설명이 그럴듯하다. 그러나, 굳이 샤블리만을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 다양한 종류의 굴이 있는 만큼 거기에 따라서 또다른 생산 지역의 화이트 와인을 매칭시켜보는 것도 굴과 와인의 맛을 상생시키는 재미난 시도일 것이다. 굴이 가진 질감에 따라서 화이트 와인을 매칭시켜보는 것이다. 굴 특유의 향이 강하면서 기름기가 느껴지는 굴에는 구조감이 느껴지면서 훨씬 강한 질감의 화이트 와인을, 깔끔한 맛의 굴이라면 거기에 따라 우아하며 산도가 넘치는 가벼운 느낌의 산뜻한 화이트 와인을 함께 한다. 때로는 신선하면서 가볍게 기포가 올라오는 샴페인과 같은 스파클링 와인과 굴을 매칭시켜 보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 될 것이다. 굴과 함께 화이트 와인을 서빙할 때 무엇보다 온도가 중요한데, 굴과 같이 차갑게 와인을 칠링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지만, 너무 얼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기억하자.
- 굴과 함께하는 화이트 와인 매칭 -
지역 와인 서브온도 생 굴 부르고뉴 샤블리(Chablis) 화이트 8~10℃ 보르도 앙트르 되 메르(Entre-Deux-Mers) 화이트 8~10℃ 루아르 낭뜨 지방의 그로 쁠랑뜨(Gros Plant) 화이트 8~10℃ 부르고뉴 메르뀌레(Mercurey) 화이트 10~11℃ 루아르 뮈스까데 세브르 에 멘 8~10℃ (Muscadet-S뢹re et Maine) 화이트 루시옹 삑뿔 드 삐네(Picpoul de Pinet) 화이트 6~8℃ 루아르 뿌이이 퓌메(Pouilly-Fum? 화이트 9~10℃ 루아르 깽시(Quincy) 화이트 10~12℃ 알자스 리슬링(Riesling) 화이트 8~10℃ 루아르 생 뿌르셍(Saint-Pourcaint) 화이트 8~10℃ 부르고뉴 생 베랑(Saint-V럕an) 화이트 11~13℃ 루아르 상세르(Sancerre) 화이트 10~12℃ 알자스 질바너(Sylvaner) 화이트 8~10℃ 샹빠뉴 샹빠뉴 브뤼뜨 블랑 드 블랑 7~12℃ (Champagne brut blanc de blancs)
카레소스를 곁들인 생굴 알자스 리슬링(Riesling) 화이트 8~10℃
파와 송로버섯 소스의 생굴
부르고뉴 샤블리(Chablis) 화이트 8~10℃ 부르고뉴 샤블리(Chablis) 그랑 크뤼 화이트 8~10℃ 부르고뉴 뫼르소(Meursault) 화이트 12~14℃ 부르고뉴 생 로멩(Saint-Romain) 화이트 8~10℃ 부르고뉴 사비니 레 본(Savigny-L뢵-Beaune) 화이트 12~14℃
첫댓글 노르웨이님 수고 많으세요^^....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노르웨이님 대단하십니다...!! 근데 정모에서 뵙지 못한듯......
ㅎㅎ 펀글입니다....정모에 참석안했다고 해서....정모참석한 셈 치고...공부는 합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