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진산 팔공산 갓바위 불상 앞에서 난 무슨 소원을?
대구의 진산인 팔공산은 해발 1,192m의 비로봉을 중심으로
동봉과 서봉이 어깨를 나란히 웅자를 겨루고 있으며 행정구역
상으로는 대구광역시 동구에 속하고 영천시, 경산시, 칠곡군,
군위군 등 4개 시-군을 경계로 총면적은 30.6㎢란다.
또한 팔공산은 불교 문화의 중심지로서 대한불교 조계종 제9
교구 본사인 동화사를 비롯한 수많은 사찰이 산재해 있으며
많은 기암과 계곡이 있어 사철 아름다운 진풍경을 자랑하는
명산중의 명산으로 팔공산의 정기는 대구와 경북을 안고
한국의 정치,경제,사회,문화를 이끌어 가는 많은 지도자 들을
배출하고 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또한 팔공산 자락에서 정기를 받은 갓바위는 불교 신도들은 물론
일반인들에게까지 '정성껏 기도하면 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준다'
는 속설 때문에 매월 초하루나 입시철 등에는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인파가 몰려드는 곳으로 1년에 무려 1천만 명이 찾는단다
그토록 유며한 팔공산을 난 뭐하다 이제사 왔는지 모르겠다
산행일정이 잡히는 순간 아, 이번에는 다른일이 없어야할텐데
내심 조바심을 가지며 기다려 온 보람으로 날씨도 쾌청이고
마음도 쾌청하게 팔공산으로 향한다
버스는 김해에서 2시간만인 10시에 갓바위주차장에 도착했다
갓바위의 영험한 기도처를 누구든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
평소에는 회원들을 기다리기만 하던 회장님 총무님도 몽땅
갓바위로 올라간다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하던 날씨가 산행 들머리에 오르는 순간
부터 푹푹 찌는 날씨에 속도가 붙질 않는다. 물을 마셔가며
천천히 40분쯤 올라가니 용덕사라는 사찰이 나온다
주변에는 수백점은 될듯한 크고작은 불상들이 사찰을 에워싸고
있으며 절도 잘 꾸며져 있어 전망대에 올라 한참을 둘러보니
머리맡에 갓바위가 있는 관봉이 보인다
20분쯤을 더 올라가 돌계단을 돌아서니 <어서 오십시오, 경산
갓바위, 소원성취 하십시오. 경산시장>이라 쓰여 있는 둥그런
안내판이 눈길을 끈다. 그 안내판 위 오른편으로 제법 넓은 공터
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정성껏 기도를 하고 있다
수능철이 다가오는지라 고3자녀를 둔 부모들이 많은것 같다
저쪽으로 건너가야 불상이 보일것 같아 비좁은 틈을 비집고 뒤로
돌아갔다. 저 불상 앞에서 난 무슨 소원을 빌어볼까?
두가지면 좋겠는데 한가지만 들어준다나..ㅎㅎ
마음을 비운다고 하면서도 소원을 이루게 해달라는 욕심은
그칠줄을 모르니 나 또한 어쩔수 없는 속세의 한 인간임을 부인
할 수가 없음이다
11시 20분 갓바위를 떠나 종주능선길을 타고 동봉으로 올라간다
다른지역과 비교해보면 종주길을 따라 안내표시는 잘 되어있어
번호를 따라가기는 좋은데 지명표기가 잘 안돼있다
전형적인 종주능선이라 약간의 오름길과 내림길을 반복하며
걸어가는 능선길 조망이 더없이 좋다. 중간중간 크고작은 암자가
푸른숲사이로 선명하게 그 모습을 드러내고 저 멀리 비로봉 정
상에 있는 정부시설이 조그맣게 눈에 들어온다
저길을 이제 우리가 걸어서 가야할 길이다
12시 20분 능성재 부근에서 점심을 먹는다
버스안에서 계란을 먹어서인지 배가 많이 고프진 않지만 때가
때인지라 밥상을 펴고 앉으니 배낭에서 다들 먹을게 막 나온다
유창님이 가져오신 살얼음 동동 시원한 막걸리 한잔이
피로를 싹 가시게 한다
평소보다 좀 많이 먹었다 싶은데 좀 올라가니 선두팀들 점심
먹는 자리에서 또 커피를 한잔 얻어마셨더니 내 배가
빵실빵실하다
동봉까지 가는 길은 참 멀기도하지
한 고개 넘으면 또 한 고개 또 한 고개.. 산행을 하다보면 절실
하게 느끼는 것이 만고불변의 진리인 오름길이 있으면 반드시
내림길이 있다는...
조금 큰 봉을 오른 뒤 정점에서 내림길로 내려갈 때는 목까지
차오른 덩어리 같은 것이 스르륵 내려가는 듯한 느낌...
그기에다 산들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주면 더 없이 좋은 이 행복...
오래 느끼고픈 순간이다
점심을 먹고 40분 가량 걸어가니 동화사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잘라먹기의 달인인 부회장님은 그새 몇사람과 하산했단다
힘이 들어 나도 조금씩 갈등이 생긴다. 대장님 말로는 중간에서
하산하는 코스가 여러군데 있다하니 갈데까지 가보자며 또
올라간다
2시 신령재까지 왔다. 아직도 동봉까지는 3.9km가 남았다
대부분의 길은 걷기에 참 좋은데 중간중간 로프도 있고 결코
쉽지만은 않은 코스다. 갈수록 힘들다.
신령재에서 내려갈걸 하는 후회도 잠시 능선 바위에 올라설때면
발아래 보이는 세상이 다 내것이다. 팔공산 골프장이 아스라히
보이고 능선길 곳곳에 솟아 있는 바위봉우리들이며 암릉으로
이어진 능선길이 날카로운 모습이다.
이제 마지막 오름길만 오르면 동봉인것 같다
봉우리에 거의 다왔을 무렵 선두팀들이 내려오고 있다
동봉에서 가는길을 몰라 우와좌왕하다가 내려온다는 것이다
매번 앞서가며 지도를 잘 깔아놓던 스카이부장님이 암벽타고
오느라 지체하는 사이 앞서간 회원님들이 좀 헷갈렸나 보다
우리 일행은 3시 민간인들의 출입이 통제된 팔공산의 주봉인
비로봉 대신 서봉과 함께 독수리의 날개 같은 모습으로 솟아
있는 동봉에 올랐다. 동봉은 해발 1155미터로 뾰족한 바위
봉우리였다. 동봉에 올라서니 전망이 정말로 끝내준다
땡볕이라 오래 머물지 못하고 얼른 사진을 찍고는 날개미떼가
정상을 뒤덮고 있어 더이상 지체하지 못하고 내려올려고 하는데
스카이부장님이 그제서야 앞서내려가던 몇분과 함께 올라오고
있다. 빨리안갔기에 다행이지 ㅎㅎ
동봉을 지나 이제 하산길이다
돌계단을 한참 내려오니 염불암이다
암자로 잠시 들어가 물을 마시고 빈병에도 물을 한가득 담아서
이제 동화사로 내려간다
염불암에서 동화사로 가는 길은 아스팔트 포장길이다
아직도 1시간 이상은 더 가야 할텐데 포장길이 지겨워 계곡
아래 숲길로 내려갔는데 그것이 화건이었다
좀 씻어야 되는데 물이 거의 말라있어 계곡을 따라 한참을 내려
갔다. 얼마쯤을 내려가니 상수원 보호구역이라는 안내표지가
나오면서 길은 한길과 자꾸 멀어진다
머리를 쓴 것이 희미하게 샛길이 하나 있길래 내려갔는데 등산
로가 아니라는 팻말이 있다. 그렇지만 길이 나있길래 자꾸
내려가다보니 아뿔사! 오도가도 못하는 철조망에 갇혔다.
샛길로 들어올때 나이롱끈으로 줄을 쳐놓았었는데 무시하고
왔더니 이런 불상사가...아이들만 어른말 잘 들어라고 나무랄게
아니라 어른인 나역시 금기사항을 잘 지켜야 하는데 말이다
영애님이 앞선사람과 몇번 통화끝에 철조망을 따라 또 올라와야
한단다. 몸은 지치고 후회 막심이다.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수관을 기어서 철조망을 겨우 빠져나왔다
산행 잘 하고 복실강아지 멍멍도 아닌데 기어서 나오다니 ㅎㅎ
별일도 다 있네. 거기서 20-30분을 보내고서
5시 10분 동화사 입구까지 왔다
경내를 둘러보고 약사여래불로 가는길. 시간은 늦었지만
이수웅어르신께 야단(?)을 맞더라도 좀 씻어야겠기에 내려가서
세수를 하고 약사여래불로 갔다
노통시절 지었다는 그 어마어마한 여래불상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주차장으로 내려가니 우리가 마지막이다
하산주로 맛있는 묵밥에다 시원한 막걸리 한잔으로 오늘 산행을
마무리하며 7시간이라는 긴시간의 산행 힘들었지만 보람있는
산행이었다
담주는 봉정암 특별산행이죠... 저는 못가지만 회원님들 즐겁고
안전한 산행되시고 먼길 잘 다녀오세요
2009. 9. 4(토)
◈ 산 명 : 팔공산(1,192m)
◈ 위 치 : 대구
◈산행시간: 7시간
◈등산코스: 주차장→갓바위→신령재→동봉→동화사→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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