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 러 정상회담에 나온 러시아 만두
시베리아 사냥꾼 비상식량이었습니다.
펠메니
지난 2019년 5월 25일 열린 북한·러시아 정상회담 만찬에 나온 '펠메니(Pelmeni·사진)'는 러시아식 만두입니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전통 음식이면서 동시에 한국인 입맛을 고려해 메뉴를 정한 듯해요. 그만큼 한국 만두와 맛과 모양이 비슷합니다.
펠메니는 밀가루와 물을 섞은 반죽을 밀대로 얇게 밀어 피를 만듭니다. 지역에 따라 달걀이나 기름을 섞기도 합니다. 만두소는 돼지·양·소 등 다양한 고기를 다져 만듭니다. 북·러 만찬상에 오른 펠메니에는 사슴 고기가 들어갔어요.
한 가지 고기만 넣기도 하지만 여러 육류를 섞는 경우도 흔합니다. 생선이나 버섯·배추·무를 넣기도 합니다. 여기에 후추와 다진 양파, 순무, 마늘을 더해 양념합니다. 채소는 거의 들어가지 않아 한국 만두보단 더 기름지고 진한 맛입니다.
펠메니는 물만두처럼 끓는 물에 삶아 건져내 그대로 먹기도 하고, 만둣국처럼 육수에 넣어 국으로 먹거나 기름에 지져 군만두로 먹기도 합니다. 사워크림·토마토소스·식초·간장·양겨자·버터·호스래디시(서양고추냉이) 등 지역에 따라 다양한 소스와 고명을 곁들인답니다.
펠메니란 이름은 러시아 소수 민족어 우드무르트어(語) 펠난(pel'n'an)에서 유래했어요. 펠난은 귀빵(ear bread)이라는 뜻입니다. 만두피에 속을 넣고 밀봉한 뒤 양쪽 끝을 맞붙이면 동그랗게 만두가 빚어지는데, 그러고 보니 그 모양이 귀처럼 생긴 것 같기도 합니다. 음식사학자들은 중국 교자(만두)가 19세기 우랄이나 시베리아에서 토착화한 뒤 러시아 전역으로 퍼졌을 거라고 보고 있어요.
펠메니는 특히 시베리아 지역 사냥꾼과 탐험가가 즐겨 먹었다고 합니다. 꽁꽁 얼리면 쉬 상하지 않고, 탄수화물·단백질 등 영양을 고루 갖춘 식품인 데다 별다른 조리 도구 없이 끓이기만 하면 간편하게 먹을 수 있으니까요.
요즘은 러시아 전역의 수퍼마켓에서 냉동 펠메니를 쉽게 살 수 있게 됐어요. 독신자나 학생들이 끼니를 때우기 위해 애용하면서 라면 같은 인스턴트·간편식품으로 자리 잡은 것이죠. 하지만 집에서 직접 빚어 먹는 펠메니는 여전히 건강 전통식으로 꼽힙니다. 여러모로 한국 만두와 비슷한 위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