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한 생명력 지닌 겨우살이풀
영조 임금이 즐겨 먹은 한약재랍니다
맥문동
무더위가 가시고 가을의 문턱에 선 요즘, 아파트 화단이나 공원 등에서 '맥문동'을 자주 만날 수 있어요. 여름부터 초가을까지 20㎝ 정도 긴 줄기에 보랏빛 꽃이 오밀조밀하게 달려 있죠. 맥문동은 이름 때문에 중국에서 건너왔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중국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자생하는 토종 식물이랍니다. 보리처럼 겨울에도 푸른 잎이 지지 않는다고 해서 '보리 맥(麥)'에 '집안 문(門)', '겨울 동(冬)'을 붙여 '맥문동'이란 이름이 지어졌어요. 겨울 추위를 견디는 강인한 생명력 때문에 '겨우살이풀' '불사초'라고 불리기도 해요.
맥문동은 수염뿌리 끝에 땅콩처럼 생긴 덩이뿌리가 달려 있는데, 이게 한방에선 약재로 쓰여요. 조선 시대 '승정원일기'에 왕에게 단일 약재로 맥문동을 처방한 기록이 499회, 맥문동을 주재료로 다른 약재와 함께 처방한 기록은 871회나 나온다고 합니다. 정조·숙종·인조·효종 등 여러 왕이 맥문동을 먹었지만, 특히 83세까지 살며 '최고 장수왕'이라 불린 영조가 즐겨 먹었다고 전해져요. 맥문동은 동의보감·조선왕조실록·명의별록·중약대사전 등에서도 언급됐어요.
맥문동 뿌리에는 콩의 3배, 브로콜리의 2배나 되는 단백질을 포함해 비타민 C·비타민 B1·식이섬유 등 다양한 영양분이 들어 있어요. 인삼보다 많은 사포닌도 함유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스피카토사이드 A'라는 사포닌은 국내산 맥문동에서만 발견된다고 합니다.
최근 맥문동은 대중에게도 사랑받고 있어요. 보라색 꽃이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하거든요. 경주 황성공원, 강릉 경포대, 경북 성주 성밖숲 등 맥문동이 많이 심겨 있는 곳은 사진 명소가 됐어요. 맥문동은 그늘진 곳에서도 잘 자라고 공해에도 강하고 토양을 가리지 않아 재배가 쉬워요. 정원에 잔디 대신 심을 수도 있어요. 빽빽하게 자라서 사이사이 잡초가 잘 생기지 않고, 경사지에 심으면 토양이 유실되는 것도 방지할 수 있어요. 겨울에는 동그란 열매가 검게 익어요. 열매는 보기에도 예쁘지만 산새들이 즐겨 먹는 먹이도 됩니다. 관리하기 쉬워서 가정에서 키우기도 좋아요. 욕실에 두면 암모니아 등 냄새를 제거하는 효과도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