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 2014. 4. 11-4. 13(2박 3일)
*참가자(19명) : 김경수 박정택 박홍권 방재곤 옥영동 윤재희 이재근 정신화 주영민 강미애 김정숙 조수연 최재남 한혜란 허금화 게스트-변재국 박희주 주신자 구옥희
4월 11일(금) 오후 7시 우리 일행 19명은 드디어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서경파라다이스 배를 타고 제주로 간다. 오래전에 선표를 예약했으나 일주일 전부터 우리들이 걷는 토요일에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어 우리들을 불안하게 했다. 그래서 모두 빡세게 기도한 보람으로 응답이 있어, 비는 숭악에 못 이겨 밤으로 미루어지고, 예정대로 떠나게 되었다. 곧 어둠이 내리고 배는 깜깜한 망망대해로 나아간다. 우리들의 잠자리는 4인실 침대로 불편함이 없다.
4월 12일(토) 6시 30분 하선, 바다가 비교적 잔잔하여 편안하게 왔다. 옛날 제주호나 도라지호를 탔을 때 얼마나 고생이 많았던가? 잔뜩 찌푸린 날씨였지만 싱그러운 봄바람이 불고, 이국적인 풍광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
터미널을 빠져나와 92번 버스를 타고 중앙사거리 정류장에서 7번 버스로 환승하고 용해로 정류장에 내린다. 예약한 식당 ‘용두암해촌’에서 대부분 전복뚝배기로 아침식사를 한다. 윤총무와 주대장이 공항에 가서 가져온 스타렉스 렌터카를 타고 8시 25분 제주 올레 10코스 출발점으로 간다. 9시 22분 화순금모래해변 도착, 트레킹 시작이다.
작은 언덕을 넘어 ‘썩은 다리’를 지나니 소금막, 예전에 막을 짓고 모래사장에서 소금을 만들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코발트색 바닷물과 오묘한 빛깔이 감도는 주상절리를 배경으로 주대장이 회원들의 사진을 찍어준다. 소금막 해안을 지나 검푸른 갯바위가 즐비한 절경의 항만대 해안을 걷고, 갯깍(깎아지른 절벽)으로 가득한 산방산(山房山, 395m)에 오른다. 그러나 급경사로 추락의 위험이 있어 산방굴사에서 길이 폐쇄되어 돌아온다. 이름난 유채꽃밭은 파장이어서 썰렁하다. 산에 오르지 않은 몇 사람과 ‘바이킹’이 있는 놀이터에서 합류하여 ‘형제도식당’으로 가서 해물탕으로 점심을 먹는다.
이제 마지막 코스, 송악산(松岳山, 104m)으로 간다. 둘레길이 나무데크로 잘 정비되어 있고, 제법 많은 사람들이 탁 트인 시원한 바다를 보며 여유로운 마음으로 걷고 있다. 형제도는 가까이 있고, 시계가 좋지 않아 가파도는 희미한 흔적으로만 보인다. 세 그룹으로 갈라졌던 우리들은 송악산 입구에서 만나 차를 타고 유채꽃 명소인 표선면 가시리로 간다. 오늘이 축제날이다. 약 10㎞ 도로 양쪽 폭 넓은 곳에 샛노란 유채꽃이 한창이다. 정석항공관 앞 꽃밭에서 제 멋에 겨워 사진을 찍고, 주대장은 회원들의 작품 사진을 찍어준다. 어찌 알고 이곳에 왔을까? 한 사람의 능력이 우리 모두를 즐겁게 해준다.
오늘 우리들은 대한민국 최남단 해안 명품길을 좋은 사람들과 놀멍쉬멍 함께 걷고, 유채꽃밭에 파묻히고, 세 끼의 식사도 맛있게 한 행복한 날이었다.
이제는 돌아가야 할 시간, 터미널과 가까운 곳에 있는 동문시장으로 간다. 시장에 도착하니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꺼멍 도새기’에서 성게미역국을 먹는다. 회를 먹으려고 했으나 시간이 없어 회는 포를 떠서 가져간다. 식대는 주대장이 부친상 조문에 대한 답례로 지불했다. 윤총무와 주대장은 더 채류 하는 세 사람(조수연, 최재남과 친구)을 남겨두고, 우리들을 터미널로 데려다주고, 렌트카를 반납하러 공항으로 간다. 빠듯한 시간인데다 토요일이고 비가 와서 차가 밀려 출항시간에 오지 못해, 7시 30분 출항 예정인 배를 7분이나 묶어두었다. 숭악이 아니면 해낼 수 없는 일인 듯 했다. 올 때 타고 온 배, ‘서경파라다이스’ 선상식당에서 귀한 회로 한 잔 한 잔 하면서 정담을 나누며 즐거웠던 여정을 마무리한다. 갖가지 어려움을 극복하고 올레길 10코스를 성공적으로 마치게 한 숭악 회장단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제주엔 참 종거 만쑤다 양. 다시 오쿠다 양.(제주엔 참 좋은 것이 많이 있습니다. 다시 오겠습니다.)
첫댓글 참담하다. 우리들이 다녀온 3일 후 대형 참사가 났다. 인천에서 제주도로 가던 '세월호'가 진도 해안에서 침몰하여 4월 17일 오후 9시 현재 승선자 475명 가운데 179명이 구조되고 10명이 숨지고 286명이 실종되고 있다. 대부분이 수학여행을 가던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다. 모든 방송매체가 이 사고만을 이틀째 방송하고 있다. 전 국민이 애도하는 참으로 암담한 참사, 이 일을 어찌 할 것인가?
꼼꼼하게 기록하셔서 마치 엊그제 갔던것 같습니다. 마음 쓰고 애쓰신 분들 덕분에 편하고 즐거운 봄나들이 였습니다. 감사하구요..... 세월호 관련 더 끔찍했던것은 바로 서경파라다이스 역시 세월호와 구조가 똑 같더란 것이죠. 깜깜한 밤 바다... 비가 뿌려대는데 잠깐 바람쐬러 밖에 나오니 바다가 엄청 무섭더라구요. 우리사회에 만연한 속물근성에 가슴이 아프고 ....답답한 쳇증이 우울합니다.
역시 숭악의 선택은 탁월하였고 신의 가호가 함께하기를.....
송구합니다. 진작 보아야 하는데 이제는 추세가 다른 쪽으로 이동하는 듯합니다. 감사합니다.
아직 필력이 건장합니다. 댓글 쓸 때 길이 조절을 위한 엔터키 사용을.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