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많이 마셨는데도 어김없이 새벽에 눈을 떴다. 어버이 날이다. 오월은 가정의 달이라 했는데 집 나와 어린이 날, 어버의 날 다 지나간다. 처가에 전화해야지 하면서도 사위 걱정으로 속상해 하실까봐 선뜻 핸드폰에 손이 가질 않는다.
전날 먹었던 장계 농협 앞 할머니 집에서 아침을 해결한다. 왕성한 식욕은 여전해 밥 두 공기에 쇠주와 갖가지 반찬을 싹쓸이해 먹고 나와 햇살 좋은 길을 걸어 오일 시장으로 향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예전에 울 동네에도 오일장이 열렸었다. 집에서 2Km정도 걸어가면 먹을거리도 풍부하고 옷이랑 반찬, 과일 그리고 닭도 팔았는데 어머닌 돼지고기를 못먹는 아들을 위해 몇 마리 사다가 마당에서 키우다 한 마리씩 손수 잡아서 삶아 주시곤 하셨다. 펑튀기를 유난히 좋아했던 나는 어릴 적 그 먼 길을 강행군 하곤 했었는데 이젠 그 터만 남아있다.
어르신들 대부분이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고 장사하고 계신데 시골이라 그런지 조그마한 오일장을 금방 한바퀴 돌고 무엇을 살까 고민하다 창란 젓갈을 샀다. 산에서 먹을거라 생각하니 이것저것 다 입맛은 동하지만 그 무게를 생각하니 다른 것 들은 다 그림의 떡이다.
방안에서 뒹글뒹글, 잠시 눈도 붙여보고 TV도 보고 하다 보니 몸살 날 것 같다. 비 예보는 내일부터인데 산중에서 맞지 말고 푹 쉬다가 출발하자고 합의한 터라 맑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무료하게 오전을 보내고 다시 오일장으로 가 순대랑 막걸리 마시고 국밥 한 그릇 씩 더 말아 달래서 점심 먹고 불사초 님 드린다던 고사리는 카네이션 꽂고 계신 분 중 가장 연세가 들어 보이시는 분께 드리니 눈은 커지고 입은 귀에 걸리시어 여기저기 자랑이 한창이다.
갑자기 효도하는 기분이 들어 가슴이 짠해졌다.
학창시절에 왜 그리도 말썽만 피우고 다녔던지 홀로 삼형제 키우시느라 고생하신 어머님께 효도 한번 못해 봤는데 정신 차리고 잘해야지 하는 순간이 이별의 시간으로 다가왔다.
벌서 십여년 가까운 세월이 다 흘러가고, 그 시절 없이는 못살 것 같았던 친구들이 다 가정으로 돌아가고 몇몇은 이런 저런 사연으로 세상을 등지고, 돌아보면 의미없는 세월 어머님께 한없이 죄스런 마음만이...눈시울이 붉어진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 갇혀(?)있자니 정말 갑갑하다.
성산 형은 움직여야 한다시며 투덜거리시고 일기예본 여전히 큰 비가 예상된다하고 답답한 마음에 혼자 나와 동네 한바퀴 돌아본다. 특별히 구경할 것도 없는 시골마을이라 여객 터미널에 들러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 구경하다 근처에 놀러라도 나가볼까 싶어 근처 사는 동생에게 전화했더니 바쁘다고 금방 전화 준다하고는 깜깜 무소식이다. 에라이
경현이도 어딘가에 다녀 온다더니 그냥 눌러 앉아있다.
장인 장모님께 연락드리고 중국에 있는 큰 딸이랑 통화하고 배낭을 꾸려본다. 아무리 줄이려고 노력해도 무겁게만 느껴질 뿐이다. 얼마나 어깨를 짖누르려는지...
무료하게 지내는게 답답한지 내일 새벽부터 운행하기로 합의했다. 며칠 고생했지만 잠도 산에서 자야고 비도 산에서 맞아야지 산쟁이들이 이렇게 편히 지낼 수 만은 없는것이라 하며~
저녁 시간이 되어 몸보신 한다고 번화가로 나가 빵집에 물으니 조금 떨어진 곳의 음식이 맛있다고 하여 보신탕에 소주 마시고 밥 볶아먹고 배 두드리며 나섰는데 옆에 홍어에 막걸리 파는 곳이 눈에 띈다.
어린 시절에 대형(?) 사고치고 배타고 목포로 잠시 피신갔을 적에 무쟈게 배고파 눈알이 나올 지경인데 첨 만난 친구가 택시잡고 타라했다. 눈 앞에 식당들이 즐비한데 맛난거 사준다 하며 한참을 가는데 정말 죽을 맛이고 식은 땀까지 흘렀다.
해안가 어느 허름한 식당에 도착하여 막걸리 따라주니 벌컥벌컥 마시고 안주라고 나온 음식을 먹었는데 눈물 콧물 완전 범벅이라 버럭 화내며 상을 엎어 버렸다. 주인 아줌마에게 썩은 음식 줬다고 난리 피우는데 친구가 당황해서 나를 안정시키고 홍어에 대해 설명해 주는데 어찌나 무안하던지... 지금 가보면 그리 먼길도 아니고 유명한 홍어집이다.
한잔 더하자고 하여 가게로 들어가 홍어 안주에 막걸리 몇잔 씩 나누는데 제주도에 한번 다녀가신 아줌마의 추억속에 제주가 아름답고 인심 좋은 곳이라며 살갑게 대해주신다.
빵집에 들러 아침거리로 햄버거 사고 점심은 빵이라도 먹자며 몇 개 얹었다.
숙소로 돌아와 택시 예약하고 지도 한번 살펴보고 푹 자고 내일 운행하자 했는데 잠자리에 누워 천정만 바라본다.
첫댓글 가슴 깊숙한 곳에서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이 솟구치네요. 다시 시작된 대간 기행 감동으로 읽습니다. 목포홍어 식당에서 대장님 모습이 그려져 웃습니다.^*^
철없던 시절이었지.ㅎㅎ
에라이~~ 무쟈게~~
이젠 이런 말들이 정겹게 들리는
이유가 뭘~~~까요??
빙대장님의 대간기행을 읽다 보면
늘~~입가에 미소짓게 만드는
기쁨땀시 라고 ~~~~
자넨!!!
하늘산악회의 멋찐 넘이여^~^
아부 쬐끔 ~~~~^~^
아부 쬐끔, 뱅기 이빠이
지금이순간...부지런히 대간길 걸어가면서...무릎이 완치되길 기원합니다..
항상 고맙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갑니다. 형님~!!
걸어온 인생길을 다시 되돌아보는 빙대장님의 맘을 읽어보네여., 건강꼭 회복하여 산자락에 우뚝서시길.......!!!
넵~!! 같이 서시죠 멋진 누님^^
대간일지다볼 려면십년걸리클~~그때도~~지금도~내옆엔 니가있고 ~니옆엔 내가있다네~~
두대장 멋쩌!
항상 굿^&^
바르대장님 어록 또 나오네요
"그때도~~지금도~내옆엔 니가있고 ~니옆엔 내가있다네~~ "
빨랑 특허거셔서 충무로로 넘기셔요~~대박날듯^^
좋은하루되시길~~
대간 우정 끈끈 아니 끈적끈적~~~~~ㅎ
산에서 더욱 멋찐 두분~~~~^*^
다시금 대간 글 읽을수가 있어서 기쁩니다^^
읽다보면 기쁨이 있고 짠한 맘도 있고 서로의 찐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누님의 희망의 메세지가 큰 힘이 되었답니다.
그 고통의 길이었을 대간길이 이젠, 아련한 추억이 되어...
대간길의 마음이 고스란히 뭍어나오기에 글을 보며 웃고... 눈시울 붉히고...아린 가슴이 되기도 하고...박수를 치기도합니다.
많이 기다려서인지 더 감동으로 다가오기도 하구요.
함께 대간길 걸을 수 있어서 행복하네요. 건강하세요...^&^
밝은 미소, 환한 웃음...산자락에서 다시 또 뵈어요.
나는 한꺼번에 다 읽고말았네,,다음편 기다림 없이 ,,,
이제는 나도 다음편 기다려야 하것네,,
그비싼 홍어를 추억에 남게도 드셨어요 ㅋㅋ,,
진솔하고 예쁜맘 보고 가니 행복헤요~~~,
와우~~재미없는 제 글을 한번에 다...캄사합니당.
인생길 대간길 그 고통의 길 ,
모양은 다르지만 담긴 뜻은 하나인것 같으네요 ,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을 보험에 가입 하셨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
아무리 그 보험이 좋아도 인생 선배님만 하겠습니까?
한 수 부탁드립니다.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도
백두대간길 그 하루하루가 생생하게 그려집니다.
역쉬~대장님은 홍어에게도 버럭대훈 이였군요...
잼있어서 빙그레 웃습니다. 즐건하루 되세요~~
요런글쓸데는 버럭이안담아 ~~그치?
네... 그치에 한표던집니다~
미~~~투~~~ㅋ
오잉? 셋트로다가
숙제검사오래기다렸습니다. 언제읽어도감탄이며 ~~
함축된댓글 멋져부러ㅎㅎ
선상님 죄송혀유~~
어쩌면 인생사는 지금처럼 과거를 먹고 사는지도
모르죠..지나고 나면 아쉽고 또한 그리움이 밀물처럼
가슴에 밀려 오거든요 좋은추억 두고두고 회고하며
남은 인생길에 등불이 되길 바랍니다...
좋은 사진과 글, 고마운 말씀 감사드립니다.
글을 쓴다는건 참 어려운 일... 다시 읽어 보면 부끄럽기도하고 한번 내뱉은 말처럼 줃어 담을수도 없고...또 나의 생각을 들킨것 같아 머쓱해지는... 하지만 기교도 과장도 없는 진솔한 내용에 많은 이들이 같이 걷고 같이 느끼는 것 같아요 승질 드러운 건 빼고 다~~~~~아 조은 빙대장님~ (하나 더 있다 안 조은거....) 당신의 따듯한 시선이 감성이 느껴지는군요 산행 따라가고프다 몬 따라간 서운함 오늘 아침 인생길 대간길 그 고통의 길에서 채우고 갑니다 열씨미 빨리 빨리 올리시요 그대 인생에서 요즘 처럼 안 마실날이 얼마나 되겠소 ㅎㅎ
어려운 일을 빨리하라고 재촉하면 어찌하는가 이 사람아 숨 좀 쉬자.
백두대간 복원공사하고있어요 재도전?^^
항상 꿈꾸지 대간종주
무지감동..글잘쓰네~잊고살던 나의뇌에 어느구석 열 리는듯.. 항상 건강 잃치말고 슬 적당히 먹고..
엄마가 아들에게 들려주는 소리처럼 들린다. 고마워^^
기다리다 지나쳐도 모르고..... 산사람은 산에서 생활해야지 맘이 편한 것... 시골동네에서 지루함을 느끼는 시간. 시골장터를 보고 지난 과거 생각... 사람은 지나간 아름다운 아닌 어렵고 불행했던 과거를 되새기며 어릴적 보리고개를 생각하면 어느 부모님 생각이 안 나겠어요. 그래서 발전하고 어려움도 극복하고 새로운 삶의 보람을 느끼며 산다는 게 어찌보면 행복하고 아름다움인 것 같네요... 빙대장의 글을 보면 항상 끈기와 긍지를 가진 멋진 사나이의 풍치를 느낍니다. 고생의 길. 보람의 백두대간 종주의 길.끝말이 있을 때까지 계속하여 주세요... 수고 많이 했습니다.
파워님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항상 밝고 건강하시고 긍정적인...
뭐가 그리바쁜지 바쁘지도않으면서 바쁜척 ㅋㅋ 이제야봣네요
이 젬나고 훌용한긁을 잠자리가 바퀴어서 그런지 아무리
잘려고해도 잠은안오고해서 손폰으로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읽으면서 눈시울이 엄마의말만들어도 가슴이 찡 하는데~~~~
언제 대간길 긁이올라오나 기다렷는데 이제야ㅋ
내 생에 멋진 대장님들과 웃고떠들며 산행하고 아무리못걸어도
챙겨주고 햇던것들이 넘넘감사하고 고마워요!!
다음편을 기대하면서 못난 누님이ㅎㅎ
못나다니요? 무슨 말씀을 그리 하십니까? 비장금 누님 덕택에 항상 즐겁고 또 입이 호강하고 있습니다.
햇살담은 오일장, 어머님을 추억하는 대간길. 난 이편이 참 즣다. 때론 너무 거칠어서 숨 멈추게 하지만 많은 시간 이렇게 인간미 넘치는 대장님, 아니 그분에겐 아드님! 산 어느 계곡, 어느 능선, 어떤 골짜기에서도 빛을 발하시는 대장님. 늘 항상 그곳에 거기 계셔 주실 거죠? 하늘산악회 버팀목~~~
다시 읽어주고 댓글도 다시 달아주니 너무 고맙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