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투(Me Too) 운동으로 인해 드러난 여러 가지 사건들로 인해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직장 내 성희롱"이란 사업주ㆍ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근로조건 및 고용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합니다.
여기에서 ‘성적 언동’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나 남성 또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직장 내 성희롱에 관한 정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실제 사례에서 어떠한 행위, 특히 한계선상에 있는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대법원은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여부 등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하여 행위의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이 제시하는 성희롱의 성립요건에서 다음과 같은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성희롱 성립요건
첫째, 행위자의 동기나 의도가 고려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적극적인 교육방법이었다, 친근감의 표현이었다, 장난이었다, 농담이었다는 식의 변명은 통하지 않습니다.
둘째, 행위의 상대방(피해자)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상대방이 행위자의 성적 언동 등에 적극 호응하는 등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지 않았다면 성희롱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감정 자체가 주관적인 것이니 여러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요. 실제 사례에서 행위자는 상대방이 그 당시에 아무런 문제도 삼지 않았다거나 그 후에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였다고 하면서 자신의 성적 언동으로 인하여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하지만 피해자는 성희롱 사실을 알리고 문제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부정적 반응이나 여론, 불이익한 처우 또는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 등에 노출되는 이른바 ‘2차 피해’에 대한 불안감이나 두려움으로 인하여 피해를 당한 후에도 가해자와 종전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경우도 있고, (요새 미투 운동을 통해 보는 바와 같이) 피해사실을 즉시 신고하지 못하다가 다른 피해자 등 제3자가 문제를 제기하거나 신고를 권유한 것을 계기로 비로소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으며, 피해사실을 신고한 후에도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그에 관한 진술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도 성희롱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라고 강조한 바가 있죠.
따라서 성적 언동이 있던 당시 아무런 문제도 삼지 않았다거나 그 후에도 행위자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지 않았다고 인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셋째,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여야 한다는 점입니다. 성희롱의 성립요건으로 행위자의 동기나 의도가 고려되지 않고,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는지만 고려된다면 상대방의 감정에 따라 성희롱이 성립 여부가 좌우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도 그와 같은 성적 언동 등으로 인하여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느냐를 판단합니다.
이를 통해 성희롱 판단의 객관성이 확보되는 것이지요. 판례 중에는 초등학교 교사들의 회식 자리에서 교감이 여자교사들에 대하여 교장에게 술을 따라 줄 것을 두 차례 권한 언행이 객관적으로나 일반적으로 여자교사들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적 언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가 있으나, 이는 당시의 경위나 정황, 발언자의 의도 등을 고려한 것이므로, 술 따르라고 하는 행위는 성희롱이 아니라고 일반화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경위나 정황, 발언자의 의도 등이 달라지면 정반대의 판단도 가능하기 때문이지요.
사업주의 조치사항
사업주는 매년 성희롱 예방 교육을 실시하여야 합니다. 사업주가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을 신고받거나 알게 된 경우에는 지체 없이 그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하여야 합니다. 조사 결과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지체 없이 직장 내 성희롱을 한 사람에 대하여 징계, 근무장소의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하고, 피해근로자가 요청하면 근무장소의 변경, 배치전환,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합니다. 이상의 사항을 위반할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사업주는 성희롱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 및 피해근로자 등에게 해고, 징계 등 부당한 인사조치, 평가 또는 임금 등의 차별, 교육훈련 기회 제한, 집단 따돌림 등 신고 근로자 및 피해근로자 등의 의사에 반하는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안됩니다.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됩니다.
참고로 사업주는 고객 등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자가 업무수행 과정에서 성적인 언동 등을 통하여 근로자에게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 등을 느끼게 하여 해당 근로자가 그로 인한 고충 해소를 요청할 경우 근무 장소 변경, 배치전환, 유급휴가의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하고, 근로자가 성희롱 피해를 주장하거나 고객 등으로부터의 성적 요구 등에 불응한 것을 이유로 해고나 그 밖의 불이익한 조치를 하여서는 안됩니다. 이를 위반하는 경우 500만원 또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직장 내 성희롱의 피해자는 가해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성희롱 행위가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무집행행위와 관련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사용자에게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직장 내 성희롱이 피해 근로자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근절되어야 한다는 점은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러나 직장 내 위계질서 때문에(상대방이 문제 제기하지 않는다?), 기존 조직문화의 관성 때문에(이전부터 이렇게 해왔다?), 회식 자리의 들뜬 분위기 또는 음주로 인한 판단 착오 때문에(상대방도 적극적으로 용인하고 있다?), 행위자와 상대방의 인식 또는 감정 차이 때문에(이 정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관계다?), 행위자는 자신의 행위가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할 수 있다는 자각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모쪼록 이 글이 직장 내 성희롱 예방과 대처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출처 : 조남택. 「변호사님닷컴」. 네이버블로그.
https://blog.naver.com/byunhosanim/2213991748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