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에너지 너머 수업은 ESG의 허와 실이라는 주제로 배움 시간을 가졌습니다. ESG는 투자사가 기업을 평가하기 위해 재무적인 조건 외에 시대의 요구에 맞춰 환경적인 부분과 사회적인 부분의 조건을 고려한 평가기준이라고 이해했습니다.
먼저 우리나라가 ESG라는 평가기준을 신경(?)쓰기 시작한 시점이 외국계 자산운영사인 블랙록이라는 회사의 투자방향성의 영향이 크다는 사실이 재밌었습니다. 첫 번째, 두 번째 수업까지 자본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을 계속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러나 저러나 우리나라 회사들의 ESG를 고려한 경영방식이 없는 것보다 낫다는 평가도 한 편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다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그마저도 보여주기식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속이 쓰립니다.
얼마전 영상제작을 위해 여러가지 참고영상을 찾다가 POSCO홍보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영상에 나타나는 메시지를 적어봅니다.
기업시민 POSCO
새로운 이름이란 곧 새로운 ‘약속’이기에
ESG 경영을 새로운 비전으로 삼아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습니다
탄소 배출 없이 철을 만들고
신모빌리티 시대를 이끌 이차전지소재부터
차세대 청정 에너지원인 수소사업을 향해
포스코그룹이 누구보다 가장 앞서 움직이겠습니다
이미지를 만들고 있는 중인 것 같습니다. 이런 이미지를 영상으로 만드는 사람 중에 하나로서 부디 메세지처럼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SG경영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비지니스가 탄생되었다고 하는데 외국도 그렇고 우리나라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 드론비행이 막 활성화 될 때 가장 먼저 생긴 것이 ‘비행법’이었고 이어서 자격증’이 나타났습니다. 그 다음에는 ‘교육’이 시장에 나타났지요. 법을 중심으로한 시장이 생겨나는 과정이 크게 다르지 않아보였습니다. 이런 구조를 잘 들여다봐야겠습니다. 저의 삶에도 이런 구조가 분명 존재하니까요. 자본의 힘에 휘둘리지 않도록 깨어있어야겠습니다. 어쩔 수 없이 하는 일들이 무엇인지도 잘 살펴야겠고요.
또 재밌었던 부분은 실생활에 가장 많이 와닿는 ‘그린워싱’이라는 표현이었습니다. 겉으로 보여지는 1차원적인 이미지만을 가지고 대중의 호감을 사려는 방식이지요. 가장 단순하지만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 같습니다. 실제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느껴졌습니다. 1차적으로 보여지는 부분을 들춰 한 번 더 들어가야 겨우 실상을 파악할 수 있으니 요즘같은 시대에는 가능하지 않겠구나 싶었습니다. 스타벅스 빨대가 종이로 바뀌고 난 다음에 그 질감이나 사용할 때 경험의 호불호정도만 신경을 쓰는 우리의 모습이다보니 시간을 들여 사실을 파악해보려는 노력이 가능할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겠구나 싶었고요.
제가 외출할 때마다 속옷마냥 입고다니는 옷 중에 하나가 파타고니아 제품이 있었는데 목적이 있는 회사의 운영방식이라며 좋은 예로 소개해주셨습니다. “그러니까 파타고니아 옷을 사서 입자”가 아니라 회사 운영의 목적이 ‘환경’을 중심이 되어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합니다. 모든 것을 뒤로하고 자원을 소모하며 무조건적으로 수익을 우선시하는 지금의 회사들과는 완전히 역행하는 운영방식인데요. 얼마전 공부했던 동학의 정신 중 ‘개벽’과 같은 모습일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동안 해왔던 방식을 모두 내려놓고 새로운 방식을 취하고 그것이 현시대를 누리며 살기위한 합리화에서 벗어나 타자적인 태도를 취함에 있어 그간 없었던 시도라 ‘개벽’이라 생각하게 됐습니다.
광주 비엔날레에서 열린 세대 간 기후범죄법이라는 퍼포먼스도 인상에 남는데요. 이 퍼포먼스의 주된 방향성도 ‘개벽’과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법, 권리에 대한 재고와 이보다 더 중요한 관계를 이야기 했다고 합니다. 관계라는 말의 무게를 최근 많이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사람과의 관계, 세 간의 관계, 나아가 함께 살아가는 모든 생명과의 관계. 서로가 무책임해질 수 없는 관계. 서로가 상생하기 위한 책임은 정도가 없는 것 같습니다. 관계가 깊어지면 관계가 없었던 때와는 완전히 새로운 시야가 생기는 것 같은데 저는 아이들이 생겼을 때 가장 크게 느꼈던 것 같습니다.
정화님의 발제가 끝나고 나눌 때 질문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 또한 결론적으로는 자본의 거대한 흐름 가운데 나온 현상이라는 나눔이 있었는데요. 블랙록 같은 가장 큰 힘을 가진 회사가 시대의 책임을 요한 ESG라는 기준을 왜 제시 했을까? 였습니다. 윤리적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힘을 가진 회사고 수익을 가장 우선시해도 되는 회사일텐데 어떤 이유였을까? 이런 질문이었던 것이죠. 여러 의견 중 세계의 큰 흐름은 석유화학 연료를 사용하는 사업은 점점 하락하고 있고 대체 에너지 사업이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해서 당연히 자본의 흐름은 환경을 갉아먹는 쪽이 아니라 그 반대의 에너지를 발견하고 활용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었다는 것이지요. 해서 누가 시켜서라기보다 그마저도 돈을 벌기 위한 어쩌면 당연한 방향이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입술꼬리를 밑으로 쭉 내리고 수긍하게 되었습니다. 자본의 흐름에도 ‘개벽’이 일어나길 바라는데 그 대안적인 실제는 어떻게 만드는 걸까? 매번 같은 질문을 갖게 됩니다.
재미있었습니다. 새로운 지식을 얻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다만 들으면 들을수록 아 어떡하지라는 씨앗이 계속 심겨지고 있습니다. 이 배움이 작은 실천으로 이어지기를 다시 한 번 다짐하며 후기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