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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휘날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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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소식 스크랩 [팬] - 시작은 했으나 끝은 맺지 못한 이야기
藝淡 정장길 추천 0 조회 45 15.10.19 11:36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감독 : 조 라이트

주연 : 리바이 밀러, 가렛 헤드룬드, 루니 마라, 휴 잭맨

개봉 : 2015년 10월 8일

관람 : 2015년 10월 11일

등급 : 전체 관람가

 

 

요즘 너무 극장에 안갔다.

 

2011년 이후 매년 꾸준히 100편 이상의 영화를 극장에서 관람했습니다. 특히 2014년에는 116편의 영화를 극장에서 관람하며 거의 매달 10편의 영화를 극장에서 본 셈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2015년 목표는 자연스럽게 120편 이상의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2015년이 이제 3개월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뒤돌아보니 120편은 커녕 100편의 영화도 극장에서 보기 어렵게 되었네요.

이렇게 예년에 비해서 제가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횟수가 확연하게 줄어든 것에는 많은 요인들이 있습니다. 지난 2월 구피가 병원에 입원하면서 2월 한달간 극장 출입을 자제했었고, 지난 6월에는 메르스 공포가 전국을 휩쓸며 저희 가족의 바깥 출입 자체를 막았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악재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요즘 다운로드 영화의 편안함에 푹 빠져서 극장보다는 거실 TV를 더 많이 애용하고 있는 중입니다.

한글날에 낀 3일 황금 연휴. 연휴 첫째날 회사 동호회에서 쭈꾸미 낚시를 다녀왔고, 연휴 둘째날은 아버지 제사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셋째날, 갑자기 극장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9월 28일 [에베레스트]를 본 이후 무려 12일 간이나 극장에 가지 않았던 저는 때마침 웅이와 함께 볼 영화도 있었습니다. 바로 [팬]과 [마션]입니다.

 

[팬]과 [마션]중 어느 영화를 볼까 행복한 고민을 하던 저는 내친 김에 두편을 모두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연휴 마지막날 늦잠을 포기하고 아침 일찍 일어나 웅이와 함께 극장 나들이에 나선 것입니다. 이렇게 막상 귀차니즘을 떨쳐내고 극장에서 영화를 보니 거실 TV로 영화를 볼 땐 결코 느낄 수 없는 감흥을 새삼 새롭게 느끼고 왔답니다. 그리고 이 기세를 몰아 오는 수요일에는 회사에 하루 연차 휴가를 내고 하루종일 극장에서 시간을 보낼 계획입니다.

극장에서 영화보는 재미를 다시금 깨닫게해준 지난 일요일, 그날의 첫번째 영화는 [팬]이었습니다. [팬]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영국의 극장가 제임스 배리의 동화 <피터팬>의 프리퀼입니다.  프리퀼은 전편보다 시간상으로 앞선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팬]은 영화의 시작에서부터 나래이션을 통해 '피터팬'이 어떻게 네버랜드에 가게 되었는지, 그리고 '피터팬'과 후크 선장은 어떻게 일생일대의 앙숙이 되었는지 알려주겠다고 관객에게 선언합니다.

제가 [팬]에 흥미를 가진 것도 바로 그러한 부분입니다. <피터팬>은 이미 수 많은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통해 제겐 너무나도 익숙한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1992년에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피터팬>의 그 이후 이야기를 담은 [후크]를 연출했었고, 2005년에는 마크 포스터 감독에 의해 <피터팬>의 탄생 비화를 담은 [네버랜드를 찾아서]를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피터팬> 그 이전의 이야기는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후 결말을 포함한 영화 내용이 다수 언급됩니다.)

 

 

'피터팬'의 전설... 그 시작이 궁금하다.

 

[팬]은 제가 기대한대로 영화의 처음부터 '피터팬'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를 차근차근 해나갑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이러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 즈음 갓난아기였을 때 고아원에 버려진 피터. 그는 고아원에서도 못말리는 개구쟁이 로 성장합니다. 그러던중 피터(리바이 밀러)는 돈에 눈이 먼 원장 수녀의 음모에 휘말려 다른 고아원 소년들과 함께 해적 검은수염(휴 잭맨)에게 납치됩니다. 피터를 비롯한 고아원의 아이들을 네버랜드에 데려간 검은수염. 그는 영원한 젊음을 유지시키는 요정가루를 캐내기 위한 광부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사실 여기까지는 상당히 평범합니다. 영원한 젊음을 위해 네버랜드를 파괴하는 검은수염의 만행과 검은수염을 저지할 수 있는 요정과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전설의 아이가 피터임이 밝혀지면서 [팬]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이야기를 전개해나갑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이 여전히 제 호기심을 자극한 것은 피터와 후크의 관계 덕분입니다.

<피터팬>이 전세계 어린이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영원히 어린 동심을 간직할 수 있는 곳, 네버랜드라는 공간과 '네버랜드의 영웅 '피터팬', 그리고 '피터팬'의 숙적 후크 선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피터팬> 그 이후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면서 제목을 [후크]라고 지었을 정도로 후크 선장은 <피터팬>에서 제 2의 주인공입니다.

 

[팬]은 바로 그러한 피터와 후크가 친구에서 적이 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주겠다고 나선것입니다. 그렇기에 제 눈에는 [팬]의 악당인 검은수염보다는 마치 '인디아나 존스'와 같은 매력을 지닌 후크(가렛 헤드룬드)에게 꽂혀 있었습니다. 피터와 마찬가지로 검은수염에게 납치된 고아소년. 오랜 기간동안 광산에서 일을 하며 이제 어른이 버린 그는 어떻게든 광산을 탈출해서 집으로 돌아가기만을 바랍니다. 그가 '어른들은 원래 이래.'라고 변명하며 피터를 이용해서 광산을 탈출하는 장면은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처음에 피터와 후크는 서로를 이용합니다. 피터는 네버랜드 그 어디에 있을 어머니를 찾기 위해서 후크가 필요했고, 후크는 광산을 탈출해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피터가 필요했습니다. 이렇게 서로의 필요에 의해 뭉친 두 사람은 네버랜드의 원주민들과 함께 검은수염과 맞서 싸우며 점점 친구 사이로 발전합니다.

그리고 피터와 후크가 우정이 쌓여가면 갈수록 두 사람이 친구에서 적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사연은 점점더 저를 궁금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렇기에 너무 뻔한 피터와 검은수염의 대결에도 불구하고 저는 끝까지 영화에 집중하며 피터와 후크의 관계를 예의주시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좀 더 매력적인 이야기가 될 수도 있었다.

 

[팬]을 관람하며 제 모든 관심사는 피터와 후크가 처음엔 친구였다가 적이 되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다보니 피터와 검은수염의 대결이라는 [팬]의 가장 중요한 이야기는 뒷전으로 밀리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제 탓이 아닙니다. [팬]은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었던 검은수염이라는 캐릭터를 너무 평범하게 만들어 버리는 실수를 저질렀고, 그것이 제가 [팬]에서 피터와 후크의 관계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검은수염의 캐릭터를 천천히 들여다보면 그는 그저 평면적인 악당이 절대 아닙니다. 검은수염은 피터의 어머니이기도한 메리(아만다 사이프리드)를 사랑했습니다. 그는 아름다운 메리의 사랑을 얻기 위해 젊음이 필요했고, 그래서 더욱 요정 가루에 집착합니다. 하지만 요정가루 때문에 네버랜드를 파괴하는 검은수염의 행동은 메리로 하여금 검은수염을 증오하게 만듭니다. 결국 메리는 검은수염을 막기 위해 나선 요정 왕자와 사랑에 빠져버립니다.

사랑을 얻기 위해 스스로 괴물이 되었지만, 오히려 괴물이된 자신이 모습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겨야 했던 검은수염. 그는 자신의 손으로 메리를 죽입니다. 처음 피터가 전설의 아이, 즉 메리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 검은수염은 피터를 죽이지 못하고 슬픈 눈으로 "나를 죽이러 왔니?"라고 묻습니다. 

 

사랑 때문에 괴물이 되었지만, 그로인하여 사랑하는 사람을 스스로 죽여야만 했던 남자. 그러한 사실 하나만으로도 검은수염은 매력적인 악당이 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팬]은 이 모든 이야기를 생략합니다. 검은수염의 슬픈(?) 사연은 피터에게 설명하기 위한 회상씬으로 간단하게 표현될 뿐입니다. 아마도 피터와 후크의 모험에 집중하기 위한 선택인 듯한데, 그로인하여 검은수염은 그냥 평범한 악당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팬]의 가장 큰 아쉬움은 이렇게 매력적인 검은수염의 캐릭터를 제대로 살려내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검은수염의 캐릭터마저 포기하면서 [팬]이 관객에게 보여주려 했던 피터와 후크의 관계는 어떠할까요? 문제는 바로 이것입니다. [팬]은 검은수염과는 달리 후크의 캐릭터를 세심하게 잡아냅니다. 부모님에게 버림을 받은 소년, 검은수염에 의해 네버랜드로 납치되었고, 그 누구보다도 오랫동안 광산에서 일하며 집에 돌아갈 수 있는 기회만 엿봤던 청년. 그가 바로 후크입니다.

후크는 끊임없이 집으로 돌아가려합니다. 하지만 그는 집이 없는 고아입니다. 그렇기에 집이라고 할 수 있는 고아원으로 돌아간다고해도 그를 반겨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영화 후반부, 집으로 가겠다며 피터를 남겨두고 떠났던 그가 배를 돌려 네버랜드로 돌아올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집에 가더라도 혼자일 수 밖에 없는 후크. 그는 네버랜드에서 피터와 우정을 쌓고, 원주민 공주 타이거 릴리(루니 마라)와 사랑의 감정을 느끼며, 집이 아닌 네버랜드에 남을 이유가 생긴 것입니다.

 

 

시작은 했으나 끝은 맺지 못한 이야기

 

피터가 검은수염을 막아내고 네버랜드를 지키는 것은 정해진 수순입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피터와 검은수염의 대결은 예상이 가능해서 제 흥미를 끌어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후반부로 가면 갈수록 피터와 후크의 관계는 점점 미궁으로 빠집니다. 피터가 후크의 도움으로 막판 검은수염에게 반격을 시작하고 결국 검은수염을 막아내는 그 순간에도 피터와 후크의 우정은 돈독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영화가 끝나가는 그 순간에도 "도대체 피터와 후크의 관계를 어떻게 마무리하려고 그러지?"라며 조바심이 났습니다.

그러나 [팬]은 제가 조바심을 내던 바로 그 순간 엔딩 크레딧을 올립니다. 피터와 후크가 친구에서 적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사연을 이야기해주겠다던 영화 오프닝의 나래이션과는 달리 [팬]은 피터와 후크가 친구가 된 사연만 실컷 이야기한채 영화를 끝낸 것입니다. 결국 피터와 후크가 적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사연은 2편을 기다려야할 듯합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팬]가 흥행에 실패했다는 점입니다. 순수제작비만 1억5천만 달러가 들어간 [팬]. 하지만 북미 개봉 첫주 [마션]과 [몬스터 호텔 2]에 밀려 박스오피스 3위에 그쳤습니다. 주말 흥행수입도 1천5백만 달러에 불과했는데, 이대로라면 엄청난 반전이 없는한 망작 반열에 오를 것이 분명합니다. [팬]이 흥행에 실패한다면 [팬 2]는 당연히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며, 피터와 후크의 이야기는 미완성인채로 끝이 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제가 [팬]을 보고나서 허탈했던 것은 바로 그러한 부분입니다. [팬]이 애초에 2부작으로 기획되었다면 1편에서는 좀 더 검은수염에 집중했어야 했습니다. 검은수염이 악당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사연을 상세하게 보여줌으로써 그의 캐릭터를 좀 더 매력적으로 만들었어야 했습니다. 그랬다면 피터와 후크의 관계는 2편으로 바통을 넘기더라도 피터와 후크가 힘을 합쳐 검은수염을 막아내는 활약상만으로도 [팬]은 좀 더 강력한 영화적 재미를 획득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만약 이 영화가 애초에 한편만 기획이 되었다면, 그래서 검은수염의 캐릭터를 어쩔 수 없이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면 어떻게든 피터와 후크가 친구에서 적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야기를 말끔하게 끝맺음했어야 했습니다. 이미 후크와 타이거 릴리의 사랑을 통해 밑밥은 깔아져 있습니다. 남자들의 관계에서 사랑은 우정을 깨뜨리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곤 하니까요. 게다가 인어계곡으로 가는 길에 거대한 악어를 등장시킴으로써 후크의 갈고리 손에 대한 밑밥도 충실하게 깔려져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팬]은 결국 제가 기대했던 이야기를 끝내지 못했습니다. 만약 제 예상대로 2편이 안만들어진다면 흥행실패로 제작이 중단된 수 많은 시리즈 영화들처럼 [팬]은 시작은 했으나 끝은 맺지 못한 이야기로 영원히 남을지도 모릅니다. 제발 그러한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저와 웅이는 바랄 뿐입니다.

 

"이야기를 하나 해줄게요. 어른이 되지 않는 아이, 그 아이를 죽이려는 해적,

그리고 요정들이 사는 섬에 대한 이야기예요. 하지만 여러분이 들어본 이야기가 아니에요.

왜냐하면 처음엔 적이 친구였다가 친구가 적이 되었거든요.

때론 결말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이야기의 시작을 알아야만 하죠."

내가 원하는 것은 딱 한가지, 위와 같은 영화 오프닝의 약속이 지켜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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