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유수보살무상청정분위경(佛說濡首菩薩無上淸淨分衛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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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이 경전의 산스크리트경명은 Nāgaśrīpāripṛcchā Sūtra이다.
부처님께서 사위성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 유수(濡首) 보살(문수 보살)이 주로 용수(龍首) 보살을 상대로 청정한 걸식에 대해 설한 경전이다. 분위(分衛)란 걸식, 즉 탁발을 말한다.
2. 성립과 한역
유송(劉宋)시대에 석상공(釋翔公)이 420년에서 479년 사이에 남해군(南海郡)에서 번역하였다.
3. 주석서와 이역본
이 경전은 『결료여환삼매경(決了如幻三昧經)』, 『결료제법여환삼매경(決了諸法如幻三昧經)』, 『결료제법여환화삼매경(決了諸法如幻化三昧經), 유수반야경(濡首般若經)』이라고도 한다.
『대반야경(大般若經)』 제8회 나가실리분(那伽室利分)과 동일하다.
주석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4. 구성과 내용
이 경전은 상하 2권으로 되어 있다.
이 경전의 내용은 사위성의 기수급고독원에 모인 여러 보살이 유수 보살, 즉 문수 보살과 대론(對論)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상권에서는 먼저 법신을 주제로 한 유수 보살과 영수(英首) 보살의 대화가 소개된다.
유수 보살은
“법신은 전적으로 메아리로 응함이나 그림자를 남기지 않으며, 마음도 없고 뜻도 없으며, 생각도 없으며 의식도 없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에 대하여 부처님은 유수 보살이 설하는 바가 옳음을 찬탄하며, 함께 모인 대중들이 모두 기뻐한다.
다음, 유수 보살은 걸식하기 위해서 사위성 안으로 들어가다가 용수(龍首) 보살을 만나게 된다.
걸식하러 가는 유수 보살을 향해 용수 보살은
“아직도 걸식한다는 생각을 끊지 못한 것이 아닌가?”라고 묻는다.
이에 대하여 유수 보살은
“나는 이미 끊었다. 견해가 있어서 걸식을 행한다는 생각이 있으면서 걸식을 행하는 자에 대하여 견해가 없어서 끊을 것도 없으며 끊지도 않는 것을 보살의 청정한 걸식이라 한다.”고 하였다.
왜냐하면 이 세상의 사물 현상은 모두 공하여 실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유수 보살의 설법을 듣고서 묘심(妙心) 보살이 나타나서 찬탄한다.
그러자 유수 보살은 묘심 보살을 향하여
“저 메아리가 소리와 음성을 내는가? 메아리가 다시 이식(耳識)에 집착하는 바 되겠는가?”라는 것 등을 묻는다.
이 질문에 용수 보살은
“전혀 없다.“라고 대신하여 답한다.
묘심 보살이 잠시 등장하지만 주된 대론은 유수와 용수 사이에서 이루어진다.
하권 역시 대화 상대자는 용수 보살이고, 대화의 소재 역시 여전히 걸식이다.
용수 보살은 걸식의 방위(方位)를 문제 삼으며, 동쪽으로 가자고 한다.
이에 대하여 유수 보살은 걸식이
“허깨비 같고 아지랑이 같은데, 어찌 동서남북이 있겠는가?”라고 말한다.
다음, 용수 보살은 시간을 문제 삼는다. 시간을 놓치지 말고 적절한 시간에 성안에 들어가서 걸식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도 역시 유수 보살은
“모든 존재는 과거가 없으며 시간은 실제로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하였다.
이렇게 유수 보살은 공의 입장에서 시간과 공간의 절대성을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법식(法食)에 대해서 논한다.
지혜를 자량(資糧)으로 하여 불도를 닦는다면 이 세상의 음식을 생각하지 않게 된다. 보통 음식을 먹는 사람은 생사의 고통 속에서 헤매지만 부처의 지혜를 음식으로 삼고 불도를 닦아서 모든 것이 실재하지 않는다는 진리를 깨달은 사람은 부처가 되어서 영원한 안락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지혜가 가장 뛰어난 사리불과 공을 가장 잘 이해하는 수보리가 등장하는데, 사리불은 수보리가 얻는 정(定)이 사물과 더불어 다툼이 없는 무쟁행(無諍行)의 삼매임을 말한다.
이 경전은 걸식이라고 하는 평범한 일상생활을 소재로 해서 반야 공 사상을 드러내고 있는 경전인데, 걸식과 수보리가 얻는 삼매를 무쟁행의 삼매라고 하는 점에서 금강반야바라밀경과 유사한 점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