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제비봉으로!
가자~ 단양 제비봉으로!
가고 싶을 때 가고 다리에 힘이 남아 있을 때 어디든 가자. 가서 보고 싶은 것 실컷 보고 멋진 곳에서 우아하게 차도 마시자. 이제 남은 날이 얼마 남지 았았지 않느냐. 망설이면 그것이 끝이다. 세상이 끝이다.
누가 뭐래도 상관치 말아야지. 산에 갈 나이 따로 있나? 가면 되지. 누가 눈치 주어도 개의치 말자. 설칠 나이가 지났다고 험담하여도 신경 쓰지 말자. 내 인생 내 것아닌가!
높은 산도 천천히 오르면 되지. 힘들면 쉬고 오를 수 있는데까지 오르면 되지. 정상 인증 안하면 어떠냐 만족하면 될 일이지. 남 눈치 볼 일이 아니지 않은가?
충주호에는 3산 5봉이 둘려져 있다. 월악산 가은산 두악산 그리고 제비봉 옥순봉 구담봉 악어봉 둥지봉이다. 이중 월악산과 옥순봉 구담봉 악어봉은 등반 한 바가 있고 오늘은 제비봉을 오른다.
새벽 중앙고속도로는 한산하였지만 손살같은 차가 갑자기 나타나기도하여 2차선에 법정속도를 유지하였다. 네비게이션의 남은 거리가 느릿느릿 줄어 갔지만 충청도 단양 땅은 멀고 멀었다.
2시간 가까이 달려오니 드디어 단양땅 단성면 월악로 3808번지의 제비봉 공원지킴터에 도착하였다. 시간은 05:20 이었다. 8대 정도의 주차 공간에 벌써 6대가 주차되어 있었다. 나보다 더 빠른사람들- (공영 장회나루주차장은 넓으나 도보 3~4분 거리에 있었다)
신발끈을 확실히 조여메고 들머리 아치구조물로 진입하니 시간은 5:25 이었다. 시작부터 급경사 데크계단이 머리 위로 꺾어져 끝이 보이지 않았다. 심호흡을 하며 첯발을 힘차게 내 디뎠다. 2.3km의 등반길이 시작되었다. 오늘도 등산과 하산을 무사히 마치게 되도록 마을을 가다듬었다. 천천히 숨을 깊게 쉬며 팔과 다리에 힘을 분산시키려 마음먹었다. 시작은 반이고, 오르고 오르면 못 오를 리 없다 하지 않았던가!
첫 데크계단이 끝이 나고 흙길을 조금 오르니 뷰가 터지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빨리 뷰가 터지는 산은 이제껏 없었다. 첫 뷰가 터지니 정상까지의 힘들 걱정이 획 사라졌고 시야에 펼쳐지는 중주호 풍광에 가슴이 탁 트였고 청량한 산공기와 촉촉한 호수의 공기가 가픈 숨을 진정시켰다.
차분 차분 오르는 보폭에 따라 산길은 높아져 갔고 전망도 점점 넓어져 갔다. 발아래 펼쳐진 호수는 그 끝없는 계곡과 계곡을 꽉 채웠고 호수를 막아선 산등성이는 힘차게 솟아 능선과 봉우리에 닿아 있엇다.
하늘에는 산맥들이 겹겹이 출렁거리며 하늘을 다 덮을 기세였고 아래에는 바다같은 호수가 흰 선으로 경계하며 막아선 산등성이를 무너뜨릴것만 같았다.
어찌 산맥은 이렇게 힘차고 용맹스러우며 어찌 호수는 바다같이 넓고 옥같이 빛나는지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고 거대한 자연에 압도되지 않을 수 없었다.
산길은 계단이 가끔씩 나타났고 점점 가팔라져 갔다. 흙길이 나타나길 바랐지만 경사가 심한 바위길만 이어져 갔다. 바위길은 미끄럽지 않았으나 수많은 산객들의 발길로 닳아 있었다. 위험한 부분도 있었으나 띄엄띄엄 나타나는 바위길옆에 서 있는 소나무는 힘듬을 잊게하였다. 바위에 뿌리를 박아 십수년 수십년 생명을 이어가고 있었다. 세찬 바람에 살려고 키는 크지 않았고 가지도 헛되이 뻘지 않았다. 산객들은 아름답다하나 소나무는 힘들게 살아가고 있었다.
부드러운 바위길이 끝나니 천국의 계단이 눈앞에 가물가물하였다. 칼날같은 능선 위로 직선의 계단이 높게 솟은 봉으로 이어져 있었다. 과연 천국의 계단이라고 이름 붙여질만 하였다. 그러나 웅장하고 멋진 뷰에 힘이 생겨져 겁나지 않았다. 숨을 깊게 쉬며 계단 수를 세어가니 드디어 천국의 계단이 끝이 났고 편안한 산길이 이어졌다. 올라온 계단을 돌아보니 그야말로 아슬아슬하였다. 호수는 산자락에 가물가물 하였고 산맥은 더욱더 하늘을 다 덮을 기세로 출렁이며 끝이 보이지 않았다.
푸른 하늘- 검은 산맥- 옥색바다같은 호수- 모두가 경이로웠고 아름다웠다.
전망은 없어졌으나 편안한 숲길이 이어졌다. 한 참을 가니 숲길은 바위길로 바뀌었다. 만만치 않은길이 아직도 1.3km가 남아 있었다.
아침 햇살은 점점 강해져갔고 산등성이의 바위들은 햇빛에 반짝였다. 길은 한산하였으나 정상을 다녀오는 사람들과 몇 번 마주쳤다. 부지런한 사람들이었다.
드디어 정상에 도착하였다. 제비봉! 그 얼마나 기대했던 제비봉인가- 반가웠고 반가웠다. 1시간 45분의 힘들었던 순간도 싹 다 사라졌고 또 한 산이 등반기록장에 추가되었다.
감사합니다.
2024. 6. 4 백산 우진권 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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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 대단합니다.